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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7. 01. 화요일

정치불패 Spook








편집부 주


이 글은 정치불패에서 납치되었습니다.








항대의 생수 사업


1982년 무한강철학원(汉钢铁学) 금속재료학과를 졸업한 허가인(家印)이란 자가 있었다. 졸업과 함께 당시까지만 하여도 국가에서 취직을 알선해주는 분배제도에 따라 고향인 하남성과 그리 멀지 않은 하북성 무양강철회사(阳钢铁公司)의 기술원으로 배치되면서 그곳에서 10년여를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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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家印이다. 중국내 최대 포털인 Baidu.com에서 검색해 보면 별의별 타이틀이 다 나온다. 

관리학교수, 자선사업가, 심지어 박사지도교수로까지 되어있는데 어떻게 된건지는 모르겠다.

 

 

10년여 뒤, 이렇게 늙는 것이 인생의 전부일 수가 없다는 생각에 허가인은 중국의 개혁개방의 시작으로 통하는 광동성 심천()시에 딸랑 이력서 한 장을 들고 새로운 세상에 도전을 던진다.(이처럼 국가기관이나 국유기업으로부터 탈퇴하여 자체적으로 활로를 탐색하는 사람들을 중국에서는 바다에 뛰어든 것과 같다고 하여 하해下海라는 단어를 쓴다.)

 

국유기업에서 안정적인 월급을 받으면서 경제적으로 여유는 없었겠으나 정신안정은 절대적으로 보장되었던 사람이 아무런 질서 없는 자연상태와 비슷했던 심수에서 그 삶을 새롭게 도전하면서 그의 상대적 고통은 시작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능력인지 운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부동산개발회사에 취직하였고 여러 부동산개발회사를 떠돌다가 3년여 뒤에는 사장의 자리까지 앉게 된다. 허나 비록 사장이라고 하지만 약간의 보너스와 고정된 월급을 받는데 만족하지 못했던 그는 온갖 인맥과 금맥을 동원하면서 1997년 항대(恒大)라는 이름을 붙인 자신의 회사를 설립한다.

 

그리고 5년 뒤인 2002년에 이르러 매출액 20억 위안(한화 약 3천2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 부동산개발업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설마 이럴 수가 있냐고 묻겠으나 투입이 많은 부동산개발업의 경우 금전회전만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면 한 해에 그룹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는 분야다.


이어 설립 12년만인 2009년, 회사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거래번호 3333)까지 하는 기염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직원 4만 8000명이 200개 좌우의 대형건설프로젝트를 수주건설하면서 매출 1004억 위안(한화 17조 원), 이윤 150억 위안(한화 2조 5천억 원), 자산규모 3451억 위안(한화 60조 원)의 거대 그룹으로 성장하면서 중국 내에서 그 어떤 회사도 넘볼 수 없는, 돈이 썩어 도는 회사로 알려지게 된다.


비록 15년 넘게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면서 성장하였으나 항대그룹의 업무는 부동산관련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이에 항대그룹은 2011년부터 사업의 다각화를 추진한다. 그 첫 시도는 A리그도 아닌 B리그에서 헤매던 축구 구단을 사들여 매년 10억 위안(1600억 원)을 투자(축구리그 평균투자액의 10배가 훨씬 넘는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만든다.


이어 2012년 연말에는 150억 위안(한화 2조 5천억 원)으로 생수산업에 투자를 시작한다. 거기에 부동산 말고 다른 장사를 해 본 적이 없는 항대그룹은 썩어나는 돈을 믿고는 생수산업을 우습게 보고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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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대에서 생산, 판매하는 생수의 실물사진

 

 

같은 수원지에서 한국의 농심, 대만의 강사부, 중국내 유명기업인 Wahaha, YaKe 등 10여 개의 거물급 기업들이 이미 진출해 있고 또 제조공정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는 흘러 나오는 물을 플라스틱 통에 넣는 것 뿐인데 자기네 물은 고급제품이라고 정의하면서 농심에서 생산하는 생수가격보다 2배 넘게 높은 가격을 책정하였다.


그러나 물장사가 앉아서 낙동강물을 팔던 봉이 김선달 시대와는 같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제품 출시가 1년이 넘었음에도 매출은 생각보다 적었고, 인지도도 극히 낮았다. 거기에 제조공정의 문제인지는 몰라도 물맛도 농심의 제품보다 못했다.(개인적인 판단일 수 있음)


고객에게 식수를 제공하는 한국의 일반음식점과 구분되게 중국의 음식점은 식수를 제공하지 않는다. 일부 음식점에서 차(대부분 저질의 재스민티를 사용하고 있다.)를 제공하기는 하나 80년대 이후에 출생한 세대 대부분은 PET병에 담겨 팔리는 생수를 많이 찾는 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구가 많은 것도 연관이 있겠으나 일인당 소비량도 상당히 많다. 따라서 그 규모는 2011년 기준으로 1150만 톤인데 2015년에 이르러서는 2000만 톤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만약 이와 같은 통계가 사실이라면 직접경제규모는 년간 5000억 위안(한화 800조 원)이상이라는 것은 쉽게 추산된다.

 

부동산시장의 포화상태, 금융시장의 불안정, 고부가가치산업의 기술평준화가 기업의 수익률을 낮추고 있는 상황에서 어림잡아 추산한 시장이 5000억 원이 넘는 시장, 오염으로 마치 지구가 더는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인간이 살 수 없는 행성인 듯 호들갑을 떨어대는 매스컴의 부채질로 중국 국내의 생수시장은 해마다 25% 이상의 고속성장을 하고 있으니 이런 노다지판을 마다할 기업은 없을 것이다.

 

거기에는 1996년에 설립되었으나 “농부산천은 약간 달아요” 광고로 순식간에 중국 국내 생수시장점유율 50%를 넘겼으나 ,자산규모 등은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는 농부산천의 성공신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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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계열의 디자인으로 현재도 상당히 많이 팔리고 있는 농부산천이다.

한때 중국인 대부분은 지구상에서 제일 좋은 물이 농부산천인 줄로 착각 했다.

 

 

나아가, 자연이고 뭐고 일단 잘살고 보자는 지방정부의 투자유치정책과 그에 따르는 투자 혜택의 유혹은 어느 정도의 자본을 축적한 기업으로 하여금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게 만드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이러한 노다지판 개발기회는 뒤늦게야 허가인을 찾아온다. 2011년 허가인과 당시 길림성 성장(현 길림성 서기)왕유림(王儒林)이 북경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만난 자리에서 왕유림은 투자유치의 뜻으로 길림성에 있는 괜찮은 수원지를 소개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여 돈을 쌓아두고만 있던 허가인은 지체 높은 관리를 만난 것 이상의 쾌재를 불렀고 생수투자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하지만 항대그룹은 출발부터가 많이 늦었다. 현지에서 증류수를 만들어 판매하는 와하하(哈哈 Wahaha), 농부산천(农夫山泉), 강사부(),락백씨(百氏 robust)가 일반시장을, 에비앙(프랑스, Evian), 곤륜산(), 서장5100(西藏5100)이 고급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진입 자체가 어려웠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제주도의 삼다수를 더 이상 판매할 수 없게 되면서 수원지확보에 안달이 나 있던 농심은 진작에 1단계 투자를 완료하여 완성품을 팔기 시작하였고, 지속적으로 Wahaha, 강사부, Yake 등 만만치 않은 회사들이 들어온다.


항대그룹은 고급시장을 상대로 해야 할지 아니면 일반 시장을 겨냥하여야 할지의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일반시장을 상대로 하려니 엄청난 물동량을 해결하여야 했고, 고급시장을 상대로 하려니 에비앙과 같은 국제브랜드와 격돌하여야 했다.


고민 끝에 항대그룹은 자신들의 제품을 고급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그들만의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시행에 옮긴다.




축구 마케팅

 

2014년 6월 25일 약간 웃기는 기사 하나가 떴다. 중국관영방송 CCTV의 스포츠채널인 5채널에서 이탈리아 대 우루과이 경기를 중계하던 류어희(刘语)라는 미모의 아나운서가 눈물을 펑펑 흘린 기사다.


사연인즉 이러하다. 그녀는 해설을 진행할 때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었으나 그녀가 유니폼을 입기만 하면 그 팀은 패하면서 중국판 저주의 판단으로 급부상하고 있었다.

 

이탈리아만은 정말 좋아했던 그녀는 저주의 판단을 이용하여 이탈리아를 승리로 이끌려고 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패배는 물론이고 2회연속 16강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게 된다. 결국 그녀는 생방송도중 “이탈리아의 승리를 정말 희망했다”면서 펑펑 울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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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장면이다. 생방송 중에 저렇게 우는데 약간 머쓱했다. 

이런 경우에 대한 방송규정이 없는지가 궁금하다.

 

 

그냥 웃기는 기사 같으나 여기서 중국인들의 축구에 대한 시각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그것인즉 축구는 재미가 상당한 게임이나 중국인들이 응원할 자국 팀은 없다는 것이다


국가대표팀은 정말 운 좋게 12년 전인 지난 2002년 한국/일본 월드컵에 한번 출전하였으나 싸대기 9개를 맞고 돌아왔고 클럽팀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FC Champions League)에서 16강이 4번, 8강이 4번, 4강이 2번이라는 초라한 성적이 전부이다. 그렇다고 온갖 비리로 얼룩져 있는 국내 리그가 볼 맛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연이 이러하다 보니 중국인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이 좋아하는 외국팀이나 스타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게 된다.


2010년, 남은 것은 돈밖에 없는 항대그룹은 이러한 중국 축구를 키우기로 결정한다. 2010년 3월 1억 위안(한화 160억 원)으로 A리그도 아닌 B리그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광동축구단을 사들인 항대그룹은 당시까지 중국 국내축구계에서 최고의 몸값을 올리던 한국의 이장수 감독을 영입함과 동시에 국가대표팀 선수와 외국 선수를 영입, 2~3선 축구팀을 따로 만들어 지속적인 수혈이 가능하게 하는 등 대대적인 돈 자랑을 시작한다.

 

돈의 힘은 대단했다 B리그에서도 허우적거리던 광동축구단은 헝다축구클럽으로 이름을 바꾼 그해 1위의 성적으로 A리그에 진출하게 된다.

 

2011년부터 A리그에 진출한 헝다축구클럽은 더 많은 투자를 한다. 4명의 국가대표팀선수를 추가로 영입함과 동시에 유럽(클레오, Cordova Cleverson Gabriel Cleo), 한국(조원희), 브라질(리베로, Paulo Marcos de Jesus Ribeiro, 모라이스, Renato Adriano Jaco Morais, 콘카, Dario Leonardo Conca) 등 국제적으로 A++까지는 몰라도 A급 이상의 선수들 영입에 3000만불 좌우의 이적비용을 쏟아 붓는다.

 

그 결과 항대축구클럽은 B리그에서 진급한 축구단으로는 최초로 진급 해에 20승 8무 2패로 2위인 북경국안(北京国安)보다 무려 15점이 많은 68점으로 우승을 거머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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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의 국내리그 우승은 항대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장면은 촌스러웠다.

 

 

2012년 항대축구클럽은 큰 어려움 없이 국내리그 우승을 하였으나 항대의 축구꿈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바로 그해 항대축구클럽은 아시아 국가 중 리그 1위와 2위만 참가할 수 있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하였으나 8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이티하드(Al Ittihad Jeddah SA)에 홈어웨이 합산에서 4:5로 패하면서 8강에 머물고 만다.

 

2013년 항대의 돈지랄은 멈추지 않는다. 그러면서 우승은 자연스러우면서 당연한 결과가 된다. 바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의 우승을 거머쥔 그 광주천하축구구장(广州天河)에서 항대는 가장 중국스러운 마케팅을 실행한다.

 

2013년 10월 26일 이미 서울에서 진행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차전에서 2:2의 무승부를 거둔 항대의 우승확률은 이미 50%를 넘기고 있었다. 어느 정도의 여유도 부렸다. 한국축구팬 전용티켓 700장도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1% 밖에 안 되는 것이라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일지도 모를 일이나 서울에서의 1차전에서 훈련장도 제공하지 않았던 서울FC보다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었다.

 

드디어 11월 9일 최종 우승을 결정지을 2차전이 홈구장 7만 명 관중들의 응원 속에서 열린다. 선수들의 입장부터 어디엔가 분명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축구의 우승과 같은 상징적인 승리를 맛보지 못한 중국축구팬들의 눈에는 그러한 것들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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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디자인된 유니폼을 입고 항대축구클럽은 아시안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한다.

 

 

하지만 그룹차원에서 이미 모든 것은 계산되고 있었다. 항대축구클럽의 유니폼 광고는 이날부터 항대빙천(恒大冰泉)으로 바뀌었고, 바뀐 유니폼은 최종 우승을 가리는 2차전부터 착용된다. 그리고 2차전은 시청률이 가장 높은 관영방송 CCTV5에서 전국 13억 인구를 상대로 송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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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중국 최대 검색사이트인 바이뚜 역시 이례적으로 상징적인 승리를 홍보했다.

 

 

결국 항대그룹의 뜻대로 2차전은 1:1 무승부로 끝나면서 항대그룹은 중국역사상 최초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의 우승을 거머쥔다. 그리고 축구팀과 관객의 환호 속에서 마치 길을 잃고 잘못 들어온 듯 항대빙천 대형 PET병이 왔다갔다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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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예고 없이 나타난 가장 중국스러운 마케팅 방식은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충격적인 광고가 어느 정도의 반응을 가져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니폼 광고와 대형PET병 퍼포먼스로 항대빙천이라는 생수는 순식간에 중국인들의 시선에 들어오면서 유명해진다. 하지만 유명과 실적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350ml가 3원 80전(한화 640원, 일반적인 생수가 1원 50전 또는 2원에 판매되고 있다.)이라는 전국통일가격에 시장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시장의 이러한 반응은 사실 항대빙천의 판매노력이 잘못되거나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 중국의 고가 생수시장이 크게 형성되어 있지 않은 데에 있었고, 미리 고가 생수시장에 포진하고 있었던 에비앙, 곤륜산, 서장5100등 생수생산업체들이 이미 느끼고 있었던 부분이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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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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