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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7. 02. 수요일

독일특파원 타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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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동영상 하나가 있다.

 

교황을 태운 으리으리한 경호를 자랑하는 바티칸의 차들이 이탈리아 남부 시골 마을을 지나간다. 주위의 시민들은 환호하며 교황이 지나가는 장면을 보려고 애쓴다. 이때 갑자기 교황이 차를 세우고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돌출행동을 한다. 차에서 내린 교황은 한 여자아이에게 다가간다.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축복을 내려준다. 장애가 있어 침대에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이 소녀는 교황의 입맞춤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힘겨워 보이는 웃음을 짓는다. 주위의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브라보 프란체스코", "그라찌에"를 연신 외친다.



최근 이어지는 교황의 소박하지만, 약자를 위한 사랑을 실천하는 이러한 행보에 <저런 게 바로 종교>라느니, <존경한다>느니, <한국의 개독들은 좀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반응들이 쏟아져 나온다.


앞뒤로 늘어선 바티칸 수행원과 경호원들의 화려한 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후져 보이는 차를 타고 다니는 남자. 오는 8월 교황이 한국 방문 때에도 가장 작은 차를 준비해 달라고 했다는 신문기사도 있더라.


붉은색에 화려한 금장식이 들어간 옷에 화려함이라면 샤넬의 싸다구를 쉼 없이 날려댈 만한 티아라(누굴 생각하는 거야! 교황이 쓰는 모자)를 거부하고 소박한 흰색 카속(cassock)과 목에 건 작은 십자가만으로 대중을 상대하는 남자. 세상의 어려운 이에게 주저 없이 손을 내밀며 권력을 향한 쓴소리를 두려워하지 않는 남자.


그의 행보는 조만간 교황 사생팬이라도 생길 만큼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이미 많은가? 참 물뚝심송님이 그 중 하나라는 첩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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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런 교황의 검소한 생활을 칭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성당에 땡전 한 푼 내지 않으면서 교황이 100돈짜리 금 거북이를 목에 걸고 다니든 말든 천주교 신자가 아닌 필자를 포함한 독자들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다.

 

오늘은 부드럽게만 보이던 교황의 또 다른 이야기다.



사건

 

지난 1월 이탈리아 남부 카사노(Cassano all´Ionio)에서 불에 탄 차량이 발견된다. 경찰은 차량 내부를 둘러보던 중 그 속에 작은 어린아이의 시신을 발견한다. 세 살짜리 어린아이의 머리에는 총에 맞아 죽은 자국이 있었다. 아 아이의 이름은 코코(원래는 Nicola "Coco" Campolongo)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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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아이의 머리에 총을 쏴 죽이고 그 시신을 차와 함께 불태운 이 끔찍한 사건. 사람들은 누가 한 일인지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수사는 흐지부지되고 진범은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진짜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러한 방식은 마피아들이 내부의 배신자나 반대파에 대한 처벌의 의미로 이루어지는 피의 복수라는 것을 말이다.

 

전 인구의 80%가 기독교인 이탈리아에서 이 지역 주민들은 피지도 못하고 죽어간 불쌍한 코코에게 또 저러한 범죄를 저지르는 마피아들에게 교회와 신부들이 뭔가 한마디 해주기를 바랐다. 헌데 카사노 시의 가장 큰 교회 주임신부라는 이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또 코코라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입니까? 그건 이미 끝난 사건이에요. 우린 이미 그를 땅속에 묻었다고요. 전 신부이지 수사관이 아니에요. 나는 누가 그런 일을 했는지 밝혀야 할 사람도 아닐뿐더러 실제로 이 사건의 배후에 마약 범죄 집단이나 은드란게타(마피아)가 있다는 증거도 없지 않습니까?"



이 세상의 모든 사건이 그렇듯 누군가에겐 다 끝난 일일지라도 아니 빨리 끝내고 싶은 일일지라도 끝내고 덮어버리면 안 되는 일들이 있다.


이 사건 역시 파파 프란체스코(아빠도 교황도... 파파파파)에게는 끝내고 덮어버려선 안 될 그러한 사건이었다.

 

교황은 직접 이탈리아 남부 장화의 코 쪽에 있는 칼라브리아 주 카사노로 향한다. 로마를 벗어나 카사노까지 간 교황은 그곳에서 분명하게 모두에게 이야기한다.

 


"마피아(의 존재)는 악의 숭배이자 공동의 선에 대한 모욕"

 

"이 악은 추방해야 한다"

 

"잘못된 선택으로 마피아 조직원이 된 이들은 하느님의 공동체에 함께 할 수 없다. 이들은 파문되었다."

 


파문! 교황은 그렇게 마피아들을 교회에서 파문시켰다.

 

이탈리아 마피아에게 기독교 의식은 정신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이제 교황이 그들을 파문시켰다.


 

은드란게타(´Ndrangh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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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코 교황은 칼라브리아주 일대를 주름잡고 있는 마피아 은드란게타를 지목했다. 시칠리아 마피아들을 밀어내고 어느새 이탈리아 최대의 조직이 된 은드란게타(´Ndrangheta)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은드란게타는 거짓과 악행으로 이 사회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마피아의 거짓으로 둘러싸인 공동체 사회 속에서 가난과 약자들을 다른 이들로부터 지켜준다는 그들의 말은 레토릭에 불과하며 그들이 말하는 소위 정의, 일자리, 사회적 평등에 지역 마피아가 일조하고 있다는 것 역시 수사학에 불과하다."

 


교황은 연설을 통해 마피아를 교회에서 파문한 후 코코의 부모가 수감되어 있는 감옥을 찾아 그들을 위로했다. 코코의 부모 역시 은드란게타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으며 현재 마약 관련 범죄에 의해 감옥에 수용되어 있다.

 

하지만 부모가 마약 관련 범죄자라 해도 그 때문에 세 살짜리 어린아이가 죽어야 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그 어떠한 마피아 조직도 세 살짜리 어린아이를 죽인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따라서 프란시스코 교황에게 이 사건은 끝난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는 모두가 알지만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그 말 "은드란게타가 이 사건의 배후에 있고 그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마피아 조직원들을 교회의 이름으로 파문시키고 이를 직접 그들의 소굴 한복판으로 들어가서 알리는 교황의 행보는 그래서 더욱 용기 있는 행동으로 보인다.

 

 

파문

 

카톨릭 교회법에 따른 파문이라는 제도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의미가 많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카노사의 굴욕> 같은 이야기를 생각해 보면 지금의 현실에서 마피아가 베드로 교회 광장에 무릎을 꿇고 교황에게 용서를 구하는 일 따윈 상상할 수도 없다.(중절모를 눌러 쓰고 기관총이나 안 쏘면 다행이다.) 중세의 교회가 국가이자 권력이던 시절, 이 제도가 악용되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교황의 이러한 행동이 주는 의미는 거의 상징적으로만 남아 있던 파문이라는 제도를 사용함으로써 그동안 마피아 조직과 각 지방의 성직자들 간의 관계를 끊어버리게 하는 데 그 의미를 둘 수 있다.

 

교황의 이번 파문 발언은 스스로 독실한 신자라 여기고 또한 스스로 교회의 주체라 여기던 성직자들에게 향하는 준엄한 경고이며 그동안 암행하던 교회와 마피아 간의 밀월 관계를 교황 스스로 드러낸 행위라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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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교황의 행동에 대하여 우려를 보내는 이들도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 바티칸은 마피아와 관련한 끔찍한 사건도 아직 기억하고 있다.


시칠리아 마피아 조직을 향해 "회개하라 그렇지 않으면 하느님이 너희를 벌 줄 것이다."라고 얘기했던 전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발언은 강력했고 많은 이들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하지만 2달 후인 1993년 3월 9일 아그리겐트(Agrigent)에서 마피아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Coleone 패밀리의 한 조직원이 산 지오반니 인 라테라노(Basilica di San Giovanni in Laterano)성당 앞에 있던 교황을 향해 폭탄을 터뜨린 것이다. 


다행히 교황의 목숨은 건졌으나 이 사건으로 교회는 그리고 이탈리아 사회는 얼어붙었다. 이후 교황의 경호는 방탄차와 수많은 경호인력의 투입으로 강화되었다. 반대로 교회 지도자들이나 성직자들의 반마피아 움직임은 잔잔해졌다. 이후 마피아는 면죄부라도 얻은 양 자신들이 '길거리의 성직자' 혹은 '슬럼가의 목회자'인 것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바티칸 경호를 책임지는 사람들은 이번 교황의 발언을 이유로 특별히 경호를 강화할 계획은 아니라고 한다. 교황 역시 전임 교황들이 사용하던 방탄차를 거부하고 일반 승용차를 계속 이용한다고 한다. 뭐 전문가들이 있으니 알아서 잘 경호하겠지... 교황님 건강이 안 좋다는 루머도 있던데... 쿨럭!

 


마피아에게 파문이란?

 

앞서 언급한 대로 이탈리아인의 대부분은 카톨릭 신자다. 이는 마피아라고 예외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들은 (표면적일지라도) 더욱 더 종교에 심취해 있고 동시에 종교를 이용한다. 교황도 로마에 있다. 이탈리아인들의 문화에서 기독교는 알파이자 오메가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교황의 말이 가지는 의미도 당연히 남다르다 할 수 있다.

 

(마피아 전문) 작가이자 기자인 로베르토 사비아노의 기사에 따르면 마피아의 생리를 이해한다면 종교적 파면이 그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마피아들의 문화는 많은 부분이 종교적 의식에 그 기본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한다. 은드란게타 역시 종교적 색채를 강하게 띤다고 한다.

 

그들은 기도문이 적혀 있는 자그마한 산티나(Santina) 성인 그림 앞에서 충성을 맹세하는 서약을 한다. 그들 조직의 가입 시에는 은드란게타 조직의 수호천사인 대천사 미카엘 그림 위에 자신의 피를 떨어뜨린다.(깡패들의 도상학에 바탕을 둔 인문학적 마피아 질이라니!) 조직의 보스를 부르는 명칭 역시 종교적 용어인 성인(Santa)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그들 조직의 우두머리들(행동대장들?)을 지칭하는 용어는 사도(Vangelo)라고 한다. 이러한 것들을 보면 그들 조직이 의식들이 얼마나 종교적 문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예전에는 실제로 종교적 교리에 심취하고 자신들의 구역 내의 상인들 보호라는 명분으로 다른 외부세력에 맞서던 마피아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영화에서 보는 멋진 마피아의 모습 역시 나름 긍정적인 일화들을 미화시켜 만든 것도 사실이다. 시민들 역시 외부의 다른 세력보다 오히려 마피아들을 믿고 지지해주던 사건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그건 옛날 옛적 호랭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고 현재는 그냥 더러운 마약상에 온갖 범죄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만 쫓는 그런 무리인 것이다.

 

하지만 마피아들은 아직도 자신들을 스스로 신의 뜻에 따라 '정의'의 힘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살인을 할 때에도 종종 이용되는 레토릭이다. 즉 <우리 패밀리>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적에 대한 신의 심판이라고...

 

은드란게타는 특히 마리아를 자신들과 예수님을 이어주는 인물로 규정하고 칭송한다. 죄악과 불평등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그들의 폭력은 좋은 이들(물론 자기네 패밀리)을 위한 행위가 되고 이러한 그들의 뜻을 마리아가 예수에게 전달해 준다고 얘기한다.

 

근본 없는 종교적 의식 역시 종종 조직의 끈끈함을 더하기 위해서 사용된다. 한 예로 예전에는 조직원의 아들들이 세례를 받을 날이 되면 그 옆에 칼과 열쇠를 두었다고 한다. 마치 한국의 돌잡이 문화와 거의 유사한 방식이다. 아기가 칼을 먼저 만지면 칭찬을 하고 축복을 내리고 우쭈쭈 하며 다들 기뻐한다. 신이 그 아기를 자신들의 패밀리로 인정했다고 좋아하며 말이다. 반대로 아이가 열쇠를 만지면 이는 아이가 장차 경찰이 될 운명이라며 걱정을 했다고 한다. 물론 칼은 바로 앞에, 열쇠는 저 멀리에 놔두는 꼼꼼함을 발휘하기 때문에 아기가 열쇠를 만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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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조기교육

 

은드란게타는 신입 조직원들도 종교적 힘을 빌어 뽑는다. 매년 9월 2일 아스프로몬떼 산맥에서는 폴시 마돈나 축제(La Festa della Madonna di Polsi)가 열린다. 이 축제는 교회에 있는 성모상을 거리로 들고 나와 행진을 하고 사람들은 모여 구경을 하는 그런 일반적인 동네 축제이다. 하지만 은드란게타 조직의 보스는 이 시기가 되면 항상 신자들 사이에 숨어서 조직원들을 물색한다고 한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깡패 지원자(?)들을 축제 현장에서 스카우트하고 마피아 식구로 받아들인다.

 


교회 & 은드란게타

 

이처럼 마피아가 카톨릭을 그리고 예수님을 지나치게 좋아하니 예수님도 저 하늘에서 참 피곤할 것 같다. 실제로 수많은 카사노의 성당들은 은드란게타 조직들에 이용된다. 1987년 이메르티 패밀리에 의해 죽임을 당한 아치 조직의 두목 파올로 데 스테파노(Paolo De Stefano)의 미망인이 조직의 여러 패밀리들을 모아 놓고 피의 복수를 그만두자고 미사 중에 공개적으로 이야기 한 적도 있다. 


그로 인해 조직 내의 평화는 찾아왔지만, 성당 안에 있던 이를 지켜보던 일반 시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성당뿐만 아니다. 마피아들이 성직자들과도 함께 손을 잡고 일을 꾸미기도 한다. 돈 누치오 카니짜로(Don Nuccio Cannizzaro)라는 콘데라의 신부는 거짓 진술로 두 개의 은드란게타 하부조직에 누명을 씌워 피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며 돈 살바토레 산타구이다(Don Salvatore Santaguida)라는 비보 발렌티나의 신부는 마피아 범죄에 실제로 가담하여 구속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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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 아니다. 2009년엔 은드란게타 내부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콘델로 패밀리의 결혼식이 있었다. 레지오 칼라브리아 대성당에서 성대한 결혼식이 열렸고 신혼부부의 결혼을 축복하는 문서가 낭독되었다. 그런데 이 문서는 바로 전임 교황 베네딕트 16세의 이름으로 바티칸으로부터 전달된 축문이었다. 결혼식의 신부는 현재 이탈리아 마피아 중 가장 악명 높다는 마피아 보스 딸인 카테리나 콘델로였으며 신랑은 다니엘레 로네띠라는 은드란게타 조직 회계사의 아들이었다.

 

일반적으로 혼인을 원하는 신혼부부가 교황의 축복 혹은 축사를 원하면 지역의 신부나 성직자들이 그들의 요청을 받아 교황청의 결혼 관련 사무실로 이 신청서를 보내게 된다. 따라서 바티칸의 사무실로 신청 서류를 보낸 이 지역의 신부가 마피아와 연관되어 있다는 스캔들이 당시 지역을 떠들썩하게 했다고 한다. 


그 지역 마피아 최고 보스의 딸의 이름으로 보낸 신청서, 한국처럼 김 씨, 이 씨가 많은 것도 아닌데 패밀리 네임을 신경조차 쓰지 않고 이를 작성했다는 그 신부의 "미처 몰랐다"는 변명이 궁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이 신혼부부는 같은 마피아 패밀리 내부의 인물들이다. 따라서 신청서 역시 친척 관계의 근친혼이라고 작성되어 있었다고 한다.(읭? 왜?) 로마 카톨릭 법에 따르면 근친혼은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해당 지역의 신부나 주교에 의해 작성된 신청서가 있을 때 제한적으로 결혼이 허가된다고 한다. 따라서 저 신부의 몰랐다는 말은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수밖에 없다.

 

 

적들

 

은드란게타가 지난해 마약거래 등 여러 불법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이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의 3.5%에 해당하는 약 530억 유로(약 76조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지난 수년 동안 해외에도 진출했다고 한다. 남미의 카르텔과 협력하여 마약을 운반하고 각종 범죄를 일으키는 등 그들의 영향력은 이탈리아에서 실로 막강하다고 한다. 


이탈리아 수사 당국은 은드란게타의 조직원이 최대 1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수백 개의 범죄 패밀리들이 은밀하게 점조직으로 연결돼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활동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 의회 소속 반마피아위원회는 "은드란게타는 세계적 규모로 확장해 나가면서도 '가족(패밀리)'을 기초로 삼고 있어 글로벌 환경에도 효과적으로 적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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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식 형제애

 

은드란게타가 활동하는 칼라브리아주는 평소 일반인들의 사소한 위법 행위에도 세금을 더 걷기 위해 굉장히 강한 처벌을 하는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동시에 정작 마피아와 같은 거악은 눈 감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한다. 따라서 그 지역에 사는 시민들은 높은 실업과 경기 침체로 희망이 없는 삶을 살거나 마피아의 일원이 되기를 꿈꾸는 상태에 놓여있었다고 한다.

 

물론 칼라브리아 주에서도 지금까지 몇몇 인물들이 수많은 위험과 공포에도 불구하고 교회로부터 마피아에 대한 현실적 대항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번 교황의 행동으로 인하여 마피아에 대한 교회의 대항은 단지 상징적 훈계가 아닌 실제적 행동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실제 교황의 발언 이후 경찰은 시칠리아 마피아 본거지를 습격해 100명에 가까운 조직원들을 체포했으며 반마피아를 외치는 대학생들의 운동도 많은 힘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교황의 싸움은 단지 마피아에 대항하는 것은 아니다. 교황 취임 이후 그는 항상 같은 목소리로 부패한 교회와 자본에 대해서 비판해 왔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외치는 듯한 그의 말 속에는 바티칸 은행이 포함되어 있다. 바티칸의 재정을 책임지는, 1942년 설립된 이 은행의 제1원칙은 비밀주의라고 한다. 


따라서 수많은 마피아 조직들이 지금까지 바티칸 은행을 통해 그들의 검은 돈을 세탁해왔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이러한 폐쇄적 운영 방식과 검은 돈의 도움으로 창립 이래 바티칸 은행의 규모는 엄청나게 성장했다고 한다. 


물론 심심치 않게 바티칸 은행의 비리가 터져 나왔지만, 바티칸이라는 특수성과 그들의 폐쇄성 덕분에 이 철옹성은 끄떡없었다. 교황이 개혁하고자 하는 교회 내부의 세력들은 한 손에는 바티칸의 자본 줄을 잡고 다른 손은 마피아를 잡고 있는 교회의 보수세력이다. 


이들은 현재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지만, 교황이라는 자리는 교회 법과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교회 내에서 교황의 권력은 실로 막강하다 할 수 있겠다. 물론 교회의 보수세력은 현재 교황에게 버림을 받았다고 툴툴대고 있지만, 마피아에 대항하다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교황이 자신의 적들에게 하는 행동은 자애로운 수준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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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우리가 지켜드림!

 

물론 교황의 말 한 마디로 모든 마피아 문제와 부패한 성직자들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난날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파문이라는 방식을 선택한 카톨릭은 이제 끝까지 가서 결과를 만들어 내야만 한다.


그동안 마피아로부터 같은 비밀을 공유하기 위해 검은 돈을 받아온 성직자들을 색출하고 처벌해야 하며, 교회 내부의 반마피아 기구를 조직해야 하고, 교회 내의 독립적인 조직을 이용하여 경찰이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성직자들과 마피아의 연관된 고리들을 들춰내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마피아 조직의 파문이 널리 퍼져 마피아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정치 경제 분야의 영향력 있는 이들에게도 교회의 힘을 통해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한다.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고 교회 내의 보수 세력과 싸워야 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앞으로 이 싸움을 얼마나 멋지게 해낼지 관심을 가지고 응원하며 지켜볼 일이다. 


물론 현재 교황의 파격적 행보에 관해 모두가 좋게 보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만 봐도 저거 다 쇼라느니, 과거에서부터 따져 보면 카톨릭이 한 짓이 얼마나 더러운지 아느냐느니 하는 등의 반응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무신론보다는 신 증오론에 가까운 반응들 말이다.

 

하지만 현재 교황의 행보가 다 쇼라고 해도 나는 저런 진정성 있는 쇼를 보고 싶다. 평생에 걸친 가난하고 약한 자를 위하고 악한 자를 배척하는 그런 것이 쇼라고 말한다면 그런 쇼를 기꺼이 더 보고 싶다.

 

 

한국 마피아

 

한국에 등장한 신조어들을 보자면 우리나라 역시 수많은 마피아가 암약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피아, 관피아, 산피아, 에너지 마피아, 토건 마피아, 29만원만피아, 기춘피아, 조중동피아 (읭?) 등등... 저거 다 언제 때려잡나 감도 잡히지 않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에 한국에 온다고 하는데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에게 한국 마피아를 부탁할 수도 없고 말이다. 


몇 안 되는 이탈리아 마피아만으로도 교황 성하는 충분히 바쁘다.(사실 포탈에 나오는 교황 관련 뉴스에 한국에 오면 ㅂㄱㅎ한테 뭐라고 좀 해달라는 댓글들은 좀 웃기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뭘 어찌 알고 무슨 말을 해달라고. 물론 독일 포탈에도 메르켈한테 뭐라고 좀 해달라는 댓글 똑같이 있다. 어느 나라라고 안 그럴까. 교황은 참 바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우리의 주변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수없이 많이 보인다. 국민들이 어려울 때 거리로 나오는 신부님들, 밀양의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할머니들과 함께 몸을 묶었던 수녀님들... 이분들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그 영향력 면에서 차이는 있겠지만 신을 믿고 자신을 믿고 사람을 믿는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본다.

 

물론 바티칸에도 한국의 천주교에도 권력과 금을 붙잡고 하느님을 외치는 더러운 성직자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신자들로부터 그리고 시민들로부터 더 큰 지지를 받느냐에 따라 종교는 칼이 될 수도 사랑이 될 수도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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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 신앙이 없어도 양심을 따르는 사람을 용서할 것이다.

 

-교황 프란체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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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