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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7. 21. 화요일

과학독투 엘랑






편집부 주


아래 글은 과학독투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딴지일보는 삼진아웃 제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 바,

톡투불패(독자투고 게시판 및 딴지스 커뮤니티)에 쓴 필자의 글이

3번 마빡에 올라가면 필진으로 자동 등록됩니다.







인류는 현재 우주에 보내는 모든 인공위성, 우주선을 치올코프스키가 처음 제안한 화학연료방식의 다단 로켓으로 쏘아 올리고 있습니다. 지구의 중력권에 속해있는 인류에게는 우주로 가기 위해선 먼저 지표면에서 이륙할 때 강력한 지구의 중력가속도(9.8m/sec^2)를 이겨내고 상승할 수 있는 로켓이 필요하며, 최소한 지구저궤도(Low Earth Orbit: 고도 200~1,000km의 위성궤도)까지 상승하고서 위성속도인 7,700m/sec 가량의 속도를 내야 하는데 현재 인류의 기술로는 단 분리 없이 우주선을 이런 고도, 속도까지 보내는 게 어렵기 때문입니다.


가장 효율이 뛰어난 액체수소/액체산소 연료를 사용하는 로켓 일부는 2단으로 우주에 나갈 수 있으나, 대부분은 3~4단 로켓으로 구성되는 편입니다. 하지만 단 분리 없이 오로지 1단 로켓만으로 우주까지 날아갈 수 있다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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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에 구상된 여러 단 단식 로켓들의 이미지 ]


단 단식 로켓(SSTO: Single-Stage-to-Orbit은 기존의 다단 로켓(Multi-Stage Rocket)에 비해 몇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일단 구조가 복잡한 다단 로켓보다는 하나의 몸통에 엔진과 연료통이 한꺼번에 들어가니까 구조적으로 간단하겠죠. 그 덕분에 발사실패 시 꽤 높은 비율로 발생하는 단 분리 실패를 없앨 수 있구요. 또한 우주왕복선처럼 SSTO가 통째로 다시 지구로 귀환하여 재활용할 수 있다면 일회용 소모품인 다단 로켓에 비해 엄청나게 발사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럼 이제부터 단 단식 로켓(SSTO)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로켓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우주까지 날아가는가?


해수면 20km 이하의 고도에서는 비교적 대기가 풍부해서 대기에 포함된 산소를 제트엔진 등의 터빈으로 압축하여 연료와 혼합시켜 엔진을 연소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도 30km 이상에서는 대기밀도가 극히 희박하여 사실상 진공상태이므로 대기의 산소를 압축하여 엔진을 연소시킬 만큼 충분하지 않고, 우주로켓은 반드시 이 구간을 넘어서서 더 높은 수백 km의 고도까지 상승해야 하므로 로켓내부에 아예 산화제(액체산소나 사산화질소 같은 종류)를 연료와 함께 탑재해야 합니다.


우주로켓은 발사 후 거의 수직상승하면서 대기밀도가 높은 구간(공기저항으로 속도를 낼수록 구조적 압박이 심해짐)을 최대한 빨리 지나쳐야 하며, 차차 상승하면서 기수를 수평선 방향으로 조금씩 기울이는 중력턴(Gravity Turn)을 실시하여 고도상승과 별개로 제1 우주속도인 위성속도까지 가속하게 됩니다.


크기변환_Gravity_turn_-_landing_-_phase_2.svg.png


대부분의 우주로켓은 발사 후 약 2분 이내로 고도 20km를 돌파하게 되고, 6~10여 분간 계속 로켓엔진을 연소하여 탄도역학에 따라 1차 목표인 지구저궤도(LEO)에 제1 우주속도로 진입하여 지구로 추락하지 않고 계속 지구주위를 공전하는 상태를 유지합니다. 그러니까 총 8~12여분이 소요됩니다. 1차 궤도를 흔히 Parking-Orbit(주차궤도)이라고 부르며 여기서 우주선/인공위성들은 각자의 목표궤도를 향해 다시 궤도항행(Orbital Maneuver)을 실시합니다. 주차궤도에서는 위성속도를 감속하지만 않으면 지구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궤도 항행시 로켓엔진은 큰 추력이 필요치 않으므로 가급적 연소효율이 좋은 쪽으로 설계를 하게 됩니다. 추력이 약해도 지구를 계속 돌면서 얼마든지 조금씩 궤도수정을 해도 되기 때문이죠.


대략적인 우주로켓들의 비행스케쥴과 초기항해방법은 위와 같습니다만, 이륙-주차궤도 정착까지는 고작 십여 분의 짧은 시간만 주어진 상태에서 어떻게든 로켓을 고도 0 -> 200km 이상으로 상승시키고, 수평속도를 0 -> 7,700m/sec 이상으로 가속해야 하는데 이에 필요한 델타브이(△V : 속도증분)는 최소한 약 9,500~10,000m/sec가 필요합니다. 십여 분 남짓한 시간동안에 속도증분을 무려 10km/sec까지 발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기술이며 만약 시간이 초과하면 탄도역학에 의해 로켓은 위성궤도에 머무르지 못하고 결국 다시 지구로 추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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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상승궤도만 타거나, 또는 위성속도를 제대로 내지 못하면 로켓은 반드시 추락한다 ]


요약 정리하자면 "지구상에서 쏘아 올리는 로켓은 반드시 점화 후 십여 분 이내로 속도증분을 10km/sec 가까이 내야 한다." 입니다. 그래야 우주선, 인공위성이 될 수 있고 위 조건에서 조금만 부족해도 장거리미사일 신세가 되어 다시 지구로 추락합니다.


위 조건을 만족하는 로켓은 다음과 같은 상세한 요구조건을 또 충족해야 합니다.


- 발사장에서 처음 이륙 시 반드시 중량대추력비(TWR : Thrust/Weight Ratio)가 최소한 1.1~1.3 이상이 되어야 함.


- 상승하면서 고도 6~12km 사이에서 로켓에 최대공압이 걸리는 시점(Max-Q)을 견딜 수 있는 구조적 안정성이 필요.


- 상승하면서 로켓의 기수를 기울여서 상승과 별개로 수평속도를 위성속도까지 가속해야 함. (상승/수평가속을 동시에 실시)


- 위 모든 동작을 십여 분 동안에 추락하지 않고 궤도를 정확히 잡으면서 위성고도, 위성속도에 도달하도록 해야함.


서론이 좀 길었습니다. 다시 SSTO라는 로켓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로켓공학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저런 조건들을 만족하는 우주로켓을 만드는 것인데, 다단 분리 없이 위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로켓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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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인공위성과 우주선들은 지표면에서 저렇게 가까운 높이를 꽤 빠른속도로 날아간다 ]


그리고 우주로켓은 전체 에너지의 20%가량을 로켓이 200km 이상의 우주까지 수직상승하는데 쓰게 되며 대부분의 에너지인 80%를 초속 7.7km까지 수평속도를 가속하는데 쓰게 됩니다. 또한 로켓연소시간의 90%가량은 공기가 거의 없는 사실상 진공상태에서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실제 우주로켓의 비행동영상을 보면 처음에만 잠깐 수직상승 하다가 곧바로 기수를 거의 수평으로 기울이고 한참 동안 수평선을 향해서 가속하게 되죠. 대기가 풍부한 20km 미만의 고도는 순식간에 돌파하게 됩니다.


다단 로켓에서 1단 로켓은 강력한 추력으로 2-3단과 화물을 떠안고 상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륙 시 전체 중량의 60~70%에 달하는 비중이지만 정작 속도증분에서는 3km/sec를 간신히 내곤 하며 그나마 초기엔 추력이 부족해서 보조부스터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1단 로켓의 저런 비효율적인 희생(?)으로 일단 어느 정도 고도가 상승하고 Max-Q를 돌파하면 로켓은 관성에 의해 로켓엔진의 연소 없이도 1~2분 정도는 계속 상승할 여유시간을 갖게 됩니다. 이 틈을 이용해서 2단 이상의 로켓은 추력비(TWR)가 1.0이 채 안 되도록 설계하기도 하여 힘보다는 효율성을 중시한 연소를 하게 됩니다. 추력비가 1.0이 안되어도 일단 상승곡선을 타고 있으니까 적당히 상승속도의 감속을 보충하면서 수평속도가속에 더 힘을 쏟는 거죠. 그리고 낮은 추력비도 연료가 계속 소모되면서 금세 높아지게 되니까요.


다단 로켓은 이러한 점이 좋습니다. 각단의 로켓들은 각자의 조건에 최적화되게 설계할 수 있죠. 하지만 SSTO는 이와 다르게 이륙초기에는 마치 1단 로켓처럼 힘차게 상승해야 하며, 고도가 어느 정도 높아지면 파워 보다는 연소효율에 신경 써야 합니다. 하지만 이륙 시 연료까지 꽉 채워서 가뜩이나 무거운데, 이륙에 필요한 파워를 내려면 엔진은 추력이 강해야 하고 엔진무게도 무거워지죠.


SSTO가 만약 비행을 중간단계까지 한 상태라면 이미 로켓은 연료를 절반가량 소진해서 가벼워진 상태이고 앞서 말했듯 파워가 아닌 연소효율이 치중해야 할 시점인데 이륙 시 사용한 강력한 추력의 엔진은 로켓까지 가벼워진 마당에 파워는 제곱이 되고, 연소효율은 상대적으로 나빠지게 됩니다. 다단 로켓은 그래서 이륙초기에 사용한 1단의 무겁고 힘쎈 엔진을 버리고, 2단부터는 가볍고 힘은 약하지만 연소효율이 좋은 엔진을 이용하는 겁니다. 다단 로켓의 핵심원리가 상승하면서 불필요한 것은 계속 버리면서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는 거죠.


다단 로켓으로 10분 동안의 연소시간에 속도증분 10km/sec를 얻는 데 필요한 무게가 100톤이라고 치겠습니다. 똑같은 기술적 수준으로 1단 로켓만으로 같은 효과를 내려면 아마도 로켓의 무게는 수백 톤을 넘어서서 구조역학적으로도 난이도가 증가합니다. 그래서 SSTO를 만들려면 기존의 다단 로켓에 사용되던 로켓엔진기술을 넘어서는 더 뛰어난 엔진이 필요하고, 연료통의 무게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야 합니다. 대신에 다단 로켓의 단 분리 과정이 생략되므로 다단구조의 기술적 난점에선 해방되죠.


다단 로켓의 큰 단점은 상승하면서 계속 버리는 단들이 대부분 매우 빠른속도로 추락하기에 파괴되어 못쓰게 된다는 겁니다. 일회용이기에 로켓발사비용이 크다는 거죠. 만약 1단 로켓으로 우주에 갔다가 다시 그대로 안전하게 지상에 돌아올 수 있다면 연료값과 정비비용을 합쳐도 일회용 다단 로켓보다 훨씬 경제적일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죠.


그래서 구상되었던 단 단식 로켓(SSTO)들이 몇 개 있습니다.


- 록히드마틴 벤쳐스타(X-33 VentureStar)


- 맥도널더글라스 DC-X


- REL 스카이론(Skylon)


- 로타리로켓 Roton C-9


위에 열거한 SSTO 계획들에 대해 하나하나 핵심기술사항 위주로 설명하겠습니다. 그러면 SSTO의 기술적 문제점이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겁니다. 또한 대부분의 SSTO 관련글들은 장점 위주, 또는 긍정적인 측면만 부각하는데 반해서 이번 글에서는 SSTO의 실제 구현 가능성과, 대중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문제점들도 같이 설명해보겠습니다.



록히드마틴 X-33 벤쳐스타 (Venture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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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33 벤쳐스타 상상도 ]


우주왕복선이 한창 사용되던 1990년, NASA는 좀 더 경제적인 우주발사체를 구상하다가 부분 재활용 방식의 우주왕복선을 능가하는 완전 재활용 단 단식 로켓을 구상합니다. 록히드마틴을 계약자로 선정하여 위와 같은 거대한 단 단식 로켓을 개발하기에 이르죠. X-33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면 저 거대한 몸통이 대부분 연료통이라는 겁니다. 1단으로만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 연료는 최고효율인 액체수소/액체산소를 사용했으며, 최대한 연료통을 가볍게 만들어서 이륙중량의 대부분을 연료 무게가 되도록 설계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X-33 벤쳐스타는 이륙 시에는 130톤 중량(연료만 96톤)으로 수직이륙하며, 지구로 귀환할 때는 우주왕복선처럼 글라이딩 방식으로 활공해서 활주로에 착륙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개발 도중인 2001년에 중단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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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소실험중인 리니어 에어로스파이크 엔진 ]


어떤 로켓엔진이던지 노즐 형상은 대부분 종(Bell) 모양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노즐 구멍으로 뿜어져 나가는 고압고속의 배기가스가 원형으로 흩어지는 것을 노즐 안쪽에 모아서 추진력을 최대한 정면으로 얻기 위한 것인데요, 노즐확장비의 문제로 최초 이륙 시(해수면에 가까운 대기권이 풍부한 고도)와 진공 상태(고도 30km 이상까지 상승하면)에서 엔진의 효율이 일정하지 못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에어로스파이크(Aero-Spike) 엔진은 이륙초기부터 진공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고른 효율을 낼 수 있도록 고안되어서 SSTO가 오로지 1단의 로켓엔진으로만 비행 전 과정에 사용되므로 효율성이 마치 다단 로켓의 1단, 2단을 모두 합쳐놓은 듯 어느 고도에서나 일정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다단 로켓의 1단, 2단 로켓 특성을 합쳐놓은 거죠. 그러면서도 가벼운 엔진.


X-33은 연소효율이 뛰어난 액체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면서, 해수면-진공에 이르기까지 높은 효율을 보여주는 에어로스파이크 엔진을 통해서 SSTO를 구현하려 했었습니다. 하지만 SSTO의 특성상, 전체 이륙중량에서 연료의 무게비중이 높은 편이었는데 X-33에 필요한 양의 연료를 적절한 무게의 연료통에 담아놓을 기술력을 확보할 수 없어서 결국 중단되었습니다.


X-33 계획에는 130억 달러에 가까운 연구개발비가 투입되었지만, 진행할수록 초경량 액체수소/액체산소 연료통을 원하는 강도로 제작할 수 없었고 다른 여러 이유가 표면상 겹쳐서 중단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연료를 소모하고 남은 거대한 연료통이 몸통이라서 저런 큰 크기의 우주선을 다시금 대기권에 재진입 시켜서 글라이딩 방식으로 안전하게 회수한다는 게 어려운 것이 제일 큰 문제였을 겁니다. 면적이 커질수록 재진입 시 기하급수적인 난점을 제공하기 때문이죠.


또한 X-33은 이륙중량 대비 탑재할 수 있는 페이로드 중량에 한계가 있어서 실용성에서도 문제가 있었을 겁니다. SSTO는 이륙중량의 대부분이 연료중량이고, 우주에 올라간 뒤에도 기체의 중량까지 페이로드인 셈이라서 실제 페이로드는 크게 만들기 어렵습니다. 대신에 완전한 재활용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그로 인한 경제성도 우주왕복선의 예처럼 재정비 비용의 증가와 너무 비싼 로켓이라는 단점이 겹치면서 상쇄될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차라리 러시아의 값싼 소유즈 로켓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방식의 3인승 유인우주선을 사용하고, 화물은 역시 러시아의 값싼 제니트로켓을 쓰는 게 완전재활용 X-33 벤쳐스타를 쓰는 것보다 더 유리했을 수 있습니다.



맥도널더글라스 D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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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사 실험중인 DC-X 프로토타입 ]


록히드마틴의 X-33 벤쳐스타에 다소 앞서서, 맥도널더글라스는 완전재활용을 통해 발사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SSTO의 개발을 해왔습니다. SSTO의 가능성을 테스트하기 위한 일종의 프로토타입 로켓입니다. 1993~1996년 동안 12차례 시험 발사한 DC-X는 발사중량이 18.9톤(연료 9.8톤)이며 액체수소/액체산소를 연료로 사용합니다.


DC-X의 엔진은 기존에 미국 로켓들의 상단로켓에 궤도속도가속용으로 많이 사용되던 RL10엔진을 그대로 사용하였기에 별도의 엔진개발비용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벤쳐스타 처럼 본격적인 연구개발이 된 게 아니라, 컨셉 테스트 차원으로 진행되었기에 꽤 소형입니다. 수직이륙/수직착륙을 하는 방식이므로 최근 스페이스X의 재활용로켓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실용적인 SSTO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선 고작 1단 로켓만으로 200km의 고도까지 위성속도인 7.7km/s로 가속하기 위해 속도증분을 10,000m/sec나 확보해야 하므로 고질적인 SSTO의 문제점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문제가 여전히 있습니다.


현재 인류가 보유한 다단 로켓들 중에서 그나마 연소효율에 치중하고 추력은 약하게 설계한 단의 로켓이 4,000~5,000m/s 가량의 속도증분을 내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속도증분을 2배가량 올리기 위해서는 로켓의 전체중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엔진의 추력도 역시 그에 맞춰서 커지면서 엔진무게가 동반상승하는 악순환이 겹치기 때문에 만들기 어렵습니다.


더불어 수직착륙을 위해서는 추가의 연료를 더 필요로 하므로 DC-X와 같은 방식으로는 현재의 로켓기술로는 거의 구현하기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는 편이 옳습니다. 낙하산 착륙시키기엔 너무 덩치도 커서 또 어렵겠네요.



REL(Reaction Engines Limited) 스카일론(Sky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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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크기의 스카일론 컨셉 이미지 ]


최근 여러 매체를 통해서 비교적 많이 홍보된 스카일론 입니다. 이 로켓은 특이하게 영국의 신개념 로켓엔진 디자인 회사의 작품입니다. 앞서 여러 설명을 통해서 SSTO를 개발하는데 최대의 난점이 오로지 1단의 로켓엔진만으로 이륙 시부터 우주까지 높은 효율로 계속 사용해야 하는 점이라고 했습니다. 스카일론은 특이하게도 공기밀도가 풍부한 대기권저층부에서는 일반적인 제트비행기처럼 산화제를 사용하지 않고, 공기를 압축흡입해서 사용합니다.


이를 위해서 세이버(Sabre : Synergistic Air-Breathing Rocket Engine)엔진이라는 특수한 로켓엔진을 개발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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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버 엔진을 사용하면 스카일론은 마치 대형여객기처럼 활주로에서 제트엔진을 사용하듯 이륙할 수 있습니다. 세이버 엔진은 터보젯 엔진처럼 공기를 압축하여 산화제로 사용하므로 연료의 소모량이 로켓엔진에 비하면 매우 적죠. 그리고 고도를 올리고 속도를 높인 후에 공기가 희박하여 엔진이 꺼질 때면 공기흡입구를 닫고, 로켓엔진모드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스카일론의 연료는 효율성이 중요하므로 액체수소/액체산소 방식입니다. 그리고 지상이륙 후 고고도 순항까지 필요한 에너지를 제트엔진 방식으로 사용하여 연료를 절약할 수 있는 거죠. 대기권 재진입 후에는 역시 글라이딩 비행을 통해 지상에 착륙하므로 완벽한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스카일론에 관한 설명은 많이 있으므로 상세 설명은 일단 생략합니다.


세이버 엔진의 여러 기술적 난관들이 차근차근 해결되고 있다고 소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스카일론 개념 자체가 SSTO가 어려운 몇 가지 문제점에는 여전히 적합하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엔진만 만든다고 SSTO가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제 개인적으로는 스카일론은 향후 실패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스카일론은 부피가 매우 큰 액체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므로 덩치가 꽤 큽니다. 웬만한 여객기보다 더 크죠. 저런 외형으로는 동체의 구조적 강성을 유지하기가 상당히 어렵고, 특히 대기권 재진입 시에 엄청난 마찰열과 압력을 견디게 만드는 것은 극히 힘든 기술입니다. SSTO를 재활용 방식으로 만들어야 효과가 있는데, 글라이딩 방식 자체가 오랜 경험을 가진 NASA가 최근에는 기피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SSTO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문제점이 연료통과 엔진의 경량화입니다. 그러면서도 구조강성은 확보해야 하는 문제죠. 벤쳐스타 역시 기체의 무게 경량화에 기술적 한계를 겪고 중단된 사업입니다. 우주로켓기술 최강국인 미국조차도 두 손 든 기술분야에 영국과 유럽의 기술력으로 도전한다는 게 당장은 어려워 보이는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세이버 엔진의 모드전환 실효성 여부입니다. 많은 분들이 로켓이 이륙하고 10~20km 고도까지 상승하며 수평속도를 마하 2~3까지 가속하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엄청난 것으로 알고 계십니다. 그래서 비행기에서 로켓을 발사하면 쉽게 우주로 보낼 수 있지 않냐~고 하시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처음 소개한 것처럼 로켓은 200km 가량의 고도에서 초속 7.7km의 속도를 내야 합니다. 마하 3이라 해봤자 초속 1km가 안됩니다. 그리고 로켓은 생각보다 대기마찰로 인한 저항을 비행 전 과정에서 그리 높은 비중으로 받지도 않습니다. 만약 고도 25km에서 마하 5의 속도를 낼 때까지 비행기로 운반할 수 있다해도 우주로켓이 필요한 속도증분 10,000m/sec 중에서 절약되는 것은 3,000m/sec 정도에 불과할 것입니다.


스카일론의 세이버 엔진처럼 이중모드로 작동되는 엔진은 분명히 대기권 저층부에서 로켓의 산화제를 절약하므로 이륙중량의 감소를 이룰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소하는 이륙중량 대비, 복잡해지는 구조와 글라이딩을 위한 장치들, 기체 형상의 변화 등으로 인해서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거죠.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거대한 연료통 때문에 덩치가 엄청난 우주선이 대기권 재진입 시를 견디게 할 수 있느냐 입니다. 조금의 결함만 있어도 우주선은 대기권 재진입을 할 수 없습니다. 백여 차례 경험을 가졌던 미국조차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내열 타일 몇 개 떨어진 것 때문에 대기권 재진입 시 분해되었습니다. 스카일론은 여기에 더해서 그 자체가 거대한 연료통이라는 문제가 더해집니다. 연료가 소모된 스카일론 내부는 텅 빈 상태라서 압력을 아마도 헬륨가스 등으로 억지로 유지하게 됩니다. 요즘 로켓 연료통은 경량화 추세로 인해서 두께가 몇mm에 불과할 정도로 얇습니다. 한마디로 풍선이죠. 기체의 공중량을 줄여야 하는 스카일론은 결국 풍선과 마찬가지인 연료통 두께는 얇게 하면서, 외벽은 대기권재진입에도 견딜 수 있도록 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조그만 날개로 초속 7.7km로 날던 스카일론이 지상에 안전히 착륙하도록 감속까지 할 수 있는지는 별개로 쳐도 그렇습니다.


참고로 우주왕복선은 대기권재진입시 중량이 70톤 남짓입니다. 하지만 훨씬 커다란 스카일론은 이륙중량이 325톤이지만, 대기권재진입시 중량은 약 54톤가량이 될 전망입니다(계획에 따르면).


그러나 세이버 엔진의 독특한 발상 자체는 기술적으로 꽤 혁신적입니다. 조금이라도 로켓엔진의 효율을 높여야 하는데 최소한 대기권 저층부에서는 산화제 대신에 대기권의 산소를 끌어 쓴다는 생각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Rotary Rocket의 Roton


21세기 들어서 미국의 로켓벤쳐기업이 개발중인 신개념 SSTO 컨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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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른쪽이 Roton 입니다. 좌측은 벤쳐스타, 가운데가 DC-X죠...


로톤은 이륙 시 벤쳐스타처럼 로켓엔진으로 수직이륙하고, 착륙 시에는 특이하게 헬기처럼 착륙하게 됩니다. 현재로써는 본격적인 우주로켓 개념보다는, 서브오비탈 우주권 체험 관광용으로 개발 중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과연 SSTO는 불가능할까?


여기까지가 그나마 어느 정도 윤곽이 있었던 SSTO들에 대한 소개입니다. 가장 본격적으로 개발되었으며, 기술적인 완성도가 높았던 X-33 벤쳐스타는 이미 오래전에 중단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세이버 엔진을 내세운 스카일론이 막대한 지원금을 호소하며 홍보가 활발하지만 여전히 SSTO는 넘어야 할 기술적 난관이 많은 분야입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 미국의 새로운 민간우주로켓 회사들은 SSTO가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획기적으로 비용을 줄인 로켓의 개발에 착수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우주를 더욱 본격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현재 너무 비싼 우주발사체의 화물운임단가를 줄이는 게 관건입니다. 그것을 위해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등의 회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발사비용을 줄인 신개념 로켓을 개발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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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이스X의 Reusable 로켓 개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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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오리진&ULA의 재활용로켓 벌컨 개념도 ]


몇 가지 컨셉이 더 있지만, 새로운 재활용 로켓들은 기존의 SSTO개념이 갖던 단점인 거대한 우주선을 한꺼번에 대기권에 재진입시켜서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다단 로켓의 장점도 살려서 다단으로 구성하되, 각단을 따로 재활용 내지는 주요 부품만 재활용하는 방식입니다.


SSTO의 최대 목적은 바로 완벽한 재활용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입니다. 우주왕복선처럼 부분재활용은 오히려 비용 상승을 초래한 전례가 있고, 글라이딩 방식은 또한 안전성 문제가 있는 것을 감안한 것이죠. 통상의 다단 로켓처럼 효율성은 높이고, 각 부분을 따로따로 재활용하는 게 더욱 경제적이라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로켓기술이 더욱 발전할수록, 궁극적으로는 다단 로켓이 아니라 본격적인 SSTO가 최종적인 목표가 될 것은 자명합니다. 현재 인류의 기술력으로 구현하기 어려울 뿐이니까요.




[ References ]


1. http://calspace.ucsd.edu/spacegrant/Strategic_Plan/Stratplan3.html

2. https://what-if.xkcd.com/58/

3.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X-33_Venture_Star_in_Orbit.jpg

4. https://en.wikipedia.org/wiki/Lockheed_Martin_X-33#/media/File:Twin_Linear_Aerospike_XRS-2200_Engine_PLW_edit.jpg

5. http://justatinker.com/Future/

6. http://sine.ni.com/cs/app/doc/p/id/cs-16510

7. http://wordlesstech.com/sabre-engine-concept-confirmed-by-afrl/

8. http://www.popularmechanics.com/space/rockets/a13927/space-reusable-falcon-9-diagram/





과학독투 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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