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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7. 09. 수요일

박근홍








본 서신은 더딴지 19호를 통해 

독자덜께 발송되었으나

윤아의 캐스팅 소식(?)에 맞추어 마빡을 통해 

재발송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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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아는가? "만화가 원작이다 이 XX야"라고 중얼거릴 독자제위께 하나만 더 묻겠다. ‘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오는 10월에 방영될 예정으로, 남자 주인공 ‘치아키’ 역은 주원이, 여자 주인공이자 드라마의 핵심인 ‘노다메’ 역은 심은경이 물망에 올랐다가 고사하는 바람에 공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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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주인공 캐스팅보다 중요한 것은 원작의 코믹하면서도 심각한, 일본 드라마 특유의 만화적 설정을 어떻게 살리느냐이다. 일각에서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직장의 신>, <여왕의 교실>, <수상한 가정부> 등의 예를 들면서 한국과 일본의 정서적 차이를 극복해야 제대로 된 리메이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 잔혹사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그 ‘정서적 차이의 극복’이 단 한 번도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는 게 문제다. ‘한국 드라마에서 의사가 나오면 연애를 하고 경찰이 나오면 연애를 한다.’ 이는 리메이크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 2009년에 방영된 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의 경우 일본판(2006)에서는 아예 포옹하는 장면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판에서는 러브 라인을 너무 강조하는 바람에 원작의 미묘한 감정 줄다리기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결국 원작에 대한 이해 부족인데, 이는 러브 씬이 등장하지 않는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다. 2007년 방영된 <하얀 거탑>의 경우 일본판(2003)은 ‘세심하게 단 한 명의 환자를 돌보느냐, 아니면 그럴 시간에 되도록 많은 환자를 돌보느냐, ’라는 딜레마를 무게 있게 다룬다. 주인공 사토미와 자이젠은 바로 이런 관념을 구체화 시킨 존재다. 그런데 한국판에서는 원작의 대립 구도를 살리지 못하고 장준혁(자이젠)을 출세 지향의 파렴치한으로 단순화시켰다. 덕분에 이야기는 사라지고 김명민의 연기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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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못하는 남자>의 경우 이 분의 존재감이 너무 컸다.

 




음악 영화, 드라마를 한다는 것


더군다나 <노다메 칸타빌레>에는 ‘정서적 차이’ 이상의 난관이 있다. 바로 ‘음악’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는 것. 각본 잘 쓰고, 영상 잘 찍고, 배우들 감정 연기 잘해도 음악이 개판이면 모든 게 허사가 된다. 특히 배우들은 악기 연주까지 잘해야(혹은 잘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영화 <드럼라인>이 그 좋은 예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타일의 영화지만 배우들이 드럼 연주를 너무 잘해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되었다. 한편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그 안 좋은 예다. 대중음악가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배우들의 연주 실력이 형편없었기 때문에 이야기의 힘을 잃었다. ‘연주를 저렇게 밖에 못하니 저 모양 저 꼴이지!’라는 생각이 앞서 도저히 영화에 집중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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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라이어 캐리의 남편으로 유명한 이 친구가 그렇게 드럼을 잘 칠 줄이야.

 


사실, <와이키키 브라더스>에는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등장인물들과 비슷한 처지인 나조차 전혀 공감이 안 된다는 것. 음악가의 처지에서가 아닌, 음악가에 대해 흔히 가지는 편견으로 만든 영화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럴 거면 왜 굳이 음악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었을까.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봐도 역시 같은 의문이 든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실질적인 한국판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드라마 역시 음악은 곁다리일 뿐이다. 배우들의 연주가 어설픈 데다, 주제가 음악이 아닌 사랑싸움에 맞춰져 있다 보니 이야기 전체가 붕 떠버리고 말았다. 결국, 또 김명민의 지휘 연기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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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연기하기 힘드네...





'제대로' 음악을 다룬 <노다메 칸타빌레>


우에노 주리(노다메)나 다케나카 나오토(슈트레제만)의 코믹 연기가 눈길을 끌긴 하지만, <노다메 칸타빌레>는 생각 이상으로 제대로 된 음악 드라마이다. 우선 ‘클래식’이라는 소재 선정부터 굉장히 영리했다. 창작곡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을 던 것이다. 만화영화 <벡>이 좋은 비교 대상이다. 처음 만화책으로 나왔을 때는 음악을 들려줄 수 없으니 텍스트로 얼마든지 과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화영화에 실제로 그 노래들이 나오는 순간 실망했던 것은 나 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특히 주인공 유키오의 ‘천상의 목소리’가 평범한 소년의 목소리임이 밝혀지는 순간, 이야기 구조가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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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 영화로도 만들어진 <벡>. 아아 유키오 목소리만 좀 그럴듯했어도...



<노다메 칸타빌레>는 클래식을 선택함으로써 이런 문제점을 극복했다. 클래식에서는 창작곡을 연주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유명 연주자들의 연주에 맞춰 핸드싱크를 하는 것만으로도 설득력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에노 주리는 주인공으로 적격이었다. 실제로 피아노를 공부했고, 앞서 영화 <스윙걸즈>에서 실제 연주를 하는 등의 경험이 연기에 도움이 된 것이다. 드라마에서도 직접 피아노를 연주한 장면이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주제에 대한 접근이 진지하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음악’이다. 등장인물 간의 갈등은 주로 음악 때문에 벌어지며, 그 갈등을 해소하는 것도 음악이다. 여자 주인공 노다메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발현하려 하는 남자 주인공 치아키(타마키 히로시)의 노력이 이야기의 주된 줄기이다. 노다메와 치아키의 사랑 얘기 비중도 적지 않지만, 그 대부분은 코믹하게 처리된다. 하지만 주제에 대한 접근은 매우 진지하다.


그 와중에 <노다메 칸타빌레>는 음악에 대해 매우 근본적인 질문을 하나 던진다. “왜 그렇게까지 해서 공부를 해야 하나요? ……자유롭고 즐겁게 피아노 치는 게 뭐가 나쁜가요?” 이에 대한 “노다메 칸타빌레”의 답은 이렇다. “음악과 정면으로 마주하세요.” 음악을 제대로 즐기려면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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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즐거운 음악시간’을 준비하는 과정은 전혀 즐겁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흥미로운 것이 록 밴드에서 전자 바이올린을 연주하다 진심으로 클래식 연주를 하게 되는 미네(에이타)의 에피소드이다. 보통의 음악 영화, 혹은 드라마였다면 클래식을 포기하고 록 밴드에서 연주하는 장면을 연출했을 것이다. 단순한 치기로 클래식을 무시한 미네는 치아키의 진지한 태도를 보고 생각을 바꾸게 된다. 이 역시 “음악과 정면으로 마주하세요”이다.






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에 붙이는 글


솔직히 기대보다 걱정이 많이 된다. 그간 한국에서 리메이크된 일본 드라마의 상태를 봐서도 그렇고, 더군다나 음악 드라마라는 점에서 몹시 불안하다. 제작사에 따르면 한국판에서도 원작의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 '칸타빌레'라는 이름은 그대로 가져간다고 한다. 그런 각오로 원작의 주제도 온전히 살려주었으면 한다. 제대로 <노다메 칸타빌레>를 리메이크하는 방법? 간단하다.


“음악과 정면으로 마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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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정면으로 마주하세요우~








P.S.


결국 노다메 역에는 소녀시대 윤아가 캐스팅되었다. 이에 대해 말이 많은데 뭐, 우에노 주리와 윤아의 이미지가 영 다른 것은 그렇다 쳐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심은경, 이하나, 박보영 등의 연기가 월등히 뛰어난 것 같지도 않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제작사가 ‘음악과 정면으로 마주하느냐’가 관건이다. 제발 브라질-독일전 마냥 우리의 예상을 산산이 깨부숴주길 간절히 바란다.

 

 

 





 

 




편집부 주



이 글은 딴지일보의 무규칙 이종매거진 

<더딴지> 19호에 실린 글의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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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너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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