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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7. 10. 목요일

펜더







 

 




개인적으로 ‘멍’을 때리다 보니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글이란 게 묘한 것이(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손을 놓고 있으면 어느새 손이 굳어버리게 되고, 시간이 더 지나면 글이 나오지 않게 된다.(프로게이머의 그것과 같은 것 같다.) 

 

...원래는 SCI 논문에 관한 이야기 다음에 ‘논문’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했는데, 처음부터 딱딱한 이야기를 하는 게 부담스러워 약간 ‘말랑말랑’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이런저런 사연이 있지만, 아마도 몇 주 전 간만에 본 홍보대행사 친구들의 이야기가 생각나서인 것 같다. 세월호 사태 이후 ‘기레기’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바로 그 ‘기레기’에 관한 이야기다. 쉬운 주제라 말하지만, 결코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그럼 시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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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후킹(Hooking)

 

몇 년 전 일이다.(2008~2009년 즈음일 것 같다.)

 

홍보대행사에 취직한 후배 놈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이다.

 

 

"보도자료 릴리스 하는 게 이렇게 빡센 일인지 몰랐어요."

 

"보도자료? 그냥 6하원칙에 맞춰서 짜 맞추면 되잖아."

 

"아니, 그 ‘후킹(Hooking)’이 쉽지가 않아서... 형 제대로 후킹할 만한 보도자료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후킹... 보도 자료를 내보낼 때 기자들을 낚기 위한 ‘소스’가 있는 글을 말한다. 어차피 기자들에게 기름칠을 했기 때문에 어떤 보도자료든 나가긴 나간다.(기름칠을 안했을 때는 보도자료가 안 나갈 경우가 많지만)

 

일정수준 이상의 ‘규모’를 자랑하는 업체라면, 신제품 출시나 기타 등등의 ‘홍보상황’에서 혹은 ‘물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A라는 기업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예를 들어 어떤 ‘탈세사건’이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문제 등등이 발생하면 홍보실이 풀가동해서 기사를 도배해 버린다. 신제품 출시나 새끈한 연구보고 등등으로 말이다. 광고주의 입장이기도 하기에 광고와 기타 등등으로 교환해 버리기도 한다. 이런 게 1차적인 대응이다. 이렇게 수습할 수 있는 업체가 몇 개 있다. 그 다음은 동정여론을 조성하는 그런 루틴한 공식이 있다.) ‘보도자료 릴리스’는 기본중의 기본이다. 중요한 건 이 ‘보도자료’의 최종 사용처가 누구냐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종종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기자가 신문에 나오는 모든 기사를 다 쓴다.

 

 

라는 것이다. 웃기는 소리다. 아무리 조선일보라 해도 조선일보 기자만으로 신문 전체의 기사를 더 채울 수 없다. 반 정도 채우면 그건 그야말로 ‘메이저’언론사라고 말할 수 있다.

 

중소언론사라 치면, 우선 연합뉴스와 같은 통신사(편집부 주 : 독자적인 취재조직을 가지고 수집한 뉴스를 신문사와 방송국에 제공하는 기관으로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등이 있다.)와 계약을 한다. 1년 계약이라면, 총 계약 기간이 1년이고, 이 1년 동안 하루에 기사 몇 개를 가져갈 수 있다.(사진은 따로 계약한다. 연합의 경우는 사진부가 따로 계약을 한다.) 이 통신사 뉴스를 받아 ‘그럴듯하게’ 데코레이션을 해서 기사를 내놓는다.

 

(연합뉴스에서 아이디와 비번을 주고, 자신들이 생산해 낸 기사가 업데이트 되는 걸 보여준다. 그걸 보다가 ‘이거다’ 싶은 걸 몇 개 찍어서 긁어다 붙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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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사안이 크면 사건의 핵심관계자 앞에서 뻗치기(집앞에서 버티는)를 해서 끈덕지게 물어뜯는 경우(일반대중이 많이 보는)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평범한’ 날 동안 지면을 채우기 위해서는 기사가 필요하다. 물론, ‘출입처’에서 기사를 챙겨 오는 경우도 있지만, 아닌 날도 많다.(정보 보고를 하고, 1진들이 말진들이 가져온 소스를 가지고 기사를 들고 편집회의에 들어가면 캡이 킬 할지 살릴지를 결정하고... 여튼 그런 게 있지만, 여기선 패스하자.)

 

기자들이 발로 뛰어 쓰는 기사들이 있긴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기사들 중 상당수는 보도자료와 통신사 뉴스를 잘 버무려 내놓는 기사들이란 소리다.

 

여기서 중요한 게 보도자료다.

 

언론과 취재처, 까놓고 말해서 이들은 공생관계다. 80년대 PR에 대한 명쾌한 정의를 내린 ‘유머’가 있는데,

 

 

PR? 피할 건 피하고, 알릴 건 알리는 게 PR 아냐!!

 

 

맞다. 지금껏 본 PR의 정의중 이보다 더 명쾌한 정의는 없었다. 언론과 취재처의 관계가 이렇다. 이는 다시 말해 취재처가 ‘피하고’ 싶은 걸 피하기 위해 평소 언론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한다면, 알릴 걸 알릴 때 기본이 되는 것이 ‘보도자료’란 말이 된다.(정치권에서 중진 이상의 의원들이 기자들을 상대할 때 쓰는 그 ‘말씀자료’란 것도 넓게 보면 보도자료다.)

 

이 보도자료... 내게는 참 애증이 교차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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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였던 적도 있고(온오프라인 모두), 출판사 직원이었던 시절도 있었고, 회사에 묶여 ‘을’로 살아본 적도 있었기에 이 보도자료를 받기도 하고, 쓰기도 해봤다. ‘업체’에 있을 때 선배(?)가 내게 했던 말이 있다.

 

 

"기자들을 훅 가게 만들어야 해. 훅 가게 한다고 후킹이야."

 

"(피식) 말 지어내는 본새하고는... 보도자료 보고 언제 훅 가는 거 봤어? 상품권을 뭉텅이로 줘야지 훅 가지!"


 

(언제부터인지 ‘차비’라 불리는 것들이 사라져가고, 요즘은 ‘대리비’란 말이 쓰이지만... 각설하자. 그 빈자리를 상품권이 스물스물 채워가고 있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현금’이라는 부담감에서 해방될 수 있기에 상품권이나 소소한 ‘현물성’ 물건들이 많이 왔다갔다 한다. 다시 말하지만, 홍보대행사 한번 뒤집어 엎으면 상품권은 기본이고, 수많은 공연 관람권들과 사무실에 비치해 놓고 쓸 만한 ‘소품’들이 넘쳐난다. 보물창고라고 해야 할까? 며칠 전에 후배 한 놈이 내게 연락이 왔다.

 

 

"형 책 필요해?"

 

"왜? 보내주게?"

 

"(웃음) 다독, 다작, 다상량 아냐? 책 싫어하는 작가 못 봤다. 필요한 책 말해. 보내줄게."

 

"(웃음) 이색희가 어디서 약을 팔아?"

 

"후배의 성의를 무시하는 거야? 책 좋아하는 선배한테 책 좀 주려는데..."

 

"까는 소리하지 말고. 조건이 뭐야?"

 

"조건은 무슨, 그냥 보고 싶은 책 있으면 말하라고. 아 씨바, 그래 내가 지금 연차가 안 돼서 좀 그래! 그냥 보고 싶은 책 찍으면, 내가 보내줄게. 대신에 영수증 하나 써 주라 응?"

 

 

...후배는 순수한 마음으로 책을 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녀석 연차가 별로 안 돼서 공짜로는 못주고, 책을 받은 뒤에 여기저기 블로그 뒤적거려 ‘서평’이나 하나 짜깁기해서 보내주면 된다. 특정 출판사가 아니라,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베스트셀러 1~50위 안에 있는 아무 책이나 찍어서 그냥 책 달라고만 하면 된다. 서평도 요식행위에 불과한 행위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어지간한 홍보대행사를 털어내면, 신혼살림 하나 차릴 만한 ‘물건’들이 나온다는 걸 말하기 위해서다. 소소하게는 ‘책’이지만, 어느 정도 되면 돈 한 푼 안내고 여친과 3박 4일 즐겁게 데이트나 여행을 할 정도의 물건들이나 티켓, 심지어 항공권에 호텔 숙식권도 나온다. 물론, 이걸 건네는 반대급부... 즉, ‘영수증’을 저쪽에서도 끊어줘야 한다.)

 


말이 길어졌는데, 업체에서 기자들을 낚을 만한 ‘보도자료’를 만든다는 건, 뻔하다.

 

감동적인 스토리를 쥐어짜내거나, 숫자나 통계를 활용하거나(지구를 한 바퀴 돈다거나, 5천만 인구가 몇 달을 산다거나 등등) 아니면, 핵심적인 ‘문구’를 박아주거나 하는 짓이다. 재미난 사실은 기자들은 거의 대부분 ‘대가리 치기’, ‘꼬리치기’ 정도의 최소한의 품을 들이고 기사 하나를 뚝딱뚝딱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내가 ‘업체’에 들어가기 전에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래도 기자 아냐. 나름 프라이드가 있다면, 보도자료는 보도자료로 활용하고, 최소한의 손은 보겠지.'

 

 

였다. 그러나 이런 ‘착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기자들은 ctri+c, ctri+v 도 귀찮아서 대가리치기를 한다. 즉, 여는글로 불리는 앞 문단을 치고, 뒷 문단을 잘라버리고 그 사이를 대충 여는 글 1~2줄을 넣고는 끝내는 것이다. 앞뒤 문단을 쳐 버리기에 ‘대가리치기’다.

 

이래서 중요한 게 ‘폐사(弊社)’는 ‘귀 업체’ 는 등등 업체명이 나올 만한 단어 사용을 문단 중간에 넣는 짓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기자‘님’들이 대가리를 친 다음 바로 올릴 수 있도록 중간 단에는 제3자가 취재한 듯 가카화법으로 글을 만들어야 한다. 실제로 보도자료를 릴리스하고 오후 5시에 가판을 뒤집어 봤는데, 메이저 신문사 2군데에서 거의 ‘유사한’ 기사가 동시에 나온 것도 봤다. 심지어 개발 당시의 아슬아슬한 에피소드(소위 말하는 ‘쪼이는 타이밍’도 똑같았다.) 틀린 건 언론사 사명과 기자이름, 접속사 몇 개가 고작이었다.

 

 

기레기의 욕심은 끝이 없고... 그걸 가지고 홍보대행사들은 후킹을 한다.

 

 

물론, 그들의 상황을 이해한다. 나 역시도 기자생활을 해봤기에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알고 있다. 다만, 기자 아닌 기자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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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형, 기자들은 하이네켄을 싫어해

 

몇 년 전 일이다. 홍보대행사 다니는 C란 녀석이 푸념조로 내게 한 말이 있다.

 


"미디어 케어(Media care)를 안하잖아. 양놈들이 그런 거 하나는 칼이잖아."

 

"네들이 있잖아. 네들이 케어하지 않아?"

 

"아니지, 형, 기자놈들은 하이네켄이 싫대."

 

"왜?"

 

"사에서 바로 움직이는 걸 원한다는 거지."

 

 

그때 기가 찼던 기억이 난다. 그 기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아서 어떤 의도였는지, 상황이 어떠한지는 몰랐다. 다만, 그 기자의 소속이 나름 ‘규모’를 자랑하는 언론사였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

 

“미디어 케어(Media care)” 정말 오랜만에 듣는 소리다. 외국계 기업이 국내에 들어오면, 이들이 놀라는 것 중 하나가 한국의 언론환경이다. 기자들은 출입처가 있고, 취재처와 언론은 아삼륙이 돼 형동생이 된다. 그리고 ‘케어’를 받는다. 그 케어는 ‘광고’가 될 수도 있고, 다른 ‘협찬’이 될 수도 있고, 최근 트렌드로는 ‘유가기사’도 될 수 있다. 작게는 출입기자의 ‘대리비’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외국계 기업들은 국내에 론칭을 하면, 이런 미디어 케어에 대한 개념 자체가 아예 없다. 아니면, 아예 무시하든지. 대신 이들은 홍보대행사와 계약을 맺는다. 좀 규모가 큰 업체라면, 몇 개의 홍보대행사를 섭외해서 자사의 각 브랜드를 하나씩 쪼개 하청을 맡긴다. 그걸 홍보하는 건 전적으로 홍보대행사의 몫이고, 불미스런 사건이 터지거나 하면 이걸 수습하는 것 또한 홍보대행사의 몫이다.

 

(분명 말하지만, ‘미디어 케어’란 단어 자체가 없어져야 하고, 이걸 말하는 기자들은 기자가 아니다. 외국계 기업이 이에 대한 상식이 없다고는 생각 안한다. ‘한국적 현실’이란 개소리를 하기 이전에 이들의 올바른 정책판단에 박수를 보낸다. 언제까지 미디어를 돌봐야 할까?)

 

(특정 업체를 거론해서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외국계 회사들은 미디어 케어 비용 자체에 대한 호불호 자체가 없다. 아예 홍보 자체를 홍보대행사에 넘기고 그쪽에서 해결하는 방식만이 있을 뿐이다. 가끔 옆구리를 찌르는 ‘기레기’들이 날파리처럼 꼬이면 어쩔 수 없이 지갑을 연다. 지갑을 열지 않으면?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서 돈 번 다음 외국으로 토낀다!" 등의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난 이 나라에서 '미디어 케어'란 말이 사라져야 한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런 '미디어 케어'를 하지 않는다고, 짜증을 내는 기레기들이 싫다.)

 

어지간한 메이저가 아닌 이상(요즘은 메이저도) 광고에 굶주려 있다. 특히나 ‘종이언론’들의 경영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있다. 몇 년 전에 ABC에서 국내 일간 신문사의 발행부수와 유료부수를 조사해서 발표한 적이 있다. 정부에서는 이걸 기준으로 관급광고를 주겠다고 했는데, 이때 조선일보의 유료부수가 135만부로 1위를 찍었다. 문제는 이때 한국일보가 자신들의 발행부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고, 정부는 그러면 광고를 못 주겠다고 했고(당연한 조치겠지만), 한국일보는 ‘일개 사기업의 조사를 가지고 정부광고를 책정한다는 건 부당하다’는 논리로 소송을 걸었던 적이 있다. 한국일보는 나름 중앙 메이저 빅5라고 말했지만, 실제부수는 10만부를 겨우 넘는 수준이란 말들이 나돌았다.(진보매체라 자부하는 한겨레도 겨우 20만부 수준 이쪽저쪽이다. 솔직히 20만부란 말도 믿기진 않는다.)

 

얼마 전이다. 언론광고의 효과와 광고시장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다. 지면광고는, 해가 갈수록 광고시장이 축소되고 있다. 그 축소된 만큼 TV광고가 나갔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TV광고도 보합세였다. 겨우 현상유지라고 해야 할까? 광고시장은 그대로인데, 매체 숫자는 갈수록 늘어났기에 단가를 책정하는데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종편이다. 초창기 종편은 지상파의 100% 좀 지나서 ‘양심적’으로 70%대의 광고단가를 말하는 ‘미친 짓’을 했다. 평균시청률 1% 중후반 시절에 말이다. 이 1%대도 ‘허수’가 끼어 있다. 평균시청률이 얼마다 말하지만, 평균시청률을 끌어 올린 건 낮 시간대의 방송을 빙자한 ‘시사프로’가 평균을 잡아줬기 때문이다. 하이톤으로 ‘우리 박근혜 대통령’과 ‘종북세력’을 말하는 이들이 3%를 잡아주는데, 이게 19시간 동안의 정규방송시간동안 바닥을 기는 시청률을 잡아주는 것이다. 문제는 대낮에 시사프로를 보는 사람들의 ‘경제력’이다. 대낮에 집에서 TV를 보는 사람들의 구매력이 얼마나 될까? 그들이 아무리 3%대의 시청률을 보여준다 해도 이들이 직접 뭘 살 만한 경제력을 가졌냐는 것이다. 다 노인계층들이니, 결국 나오는 광고가 보험이나 상조업체 광고가 되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광고시장에서 유일한 성장세는 ‘인터넷’이다. 인터넷 광고만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까지 말한 이유는, 광고주들에게 ‘지면광고’는 한마디로 천덕꾸러기란 것이다. 효과도 없는데, 돈만 잡아먹는... 그리고 안하자니 뭔가 찜찜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언론사(지면+인터넷 신문) 기자들의 처우는 불 보듯 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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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중앙일간지 사회부 7년차의 연봉이 2500만 원이 안 된다는 풍설이 돌던 게 몇 년 전 일이다.)

 

(사회부 기자들, 경제부 기자들의 경우 사내 야유회나 기타 등등의 행사가 있을 경우 ‘추진’을 맡는 경우가 많다. 대놓고 돈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치자. 문제는 ‘현물’이다. 없는 형편이니 하다 못해 맥주라도 받아가면 그게 어디인가? 물론, 합법적으로 ‘홍보용’이고, ‘판촉용’ 딱지가 붙도록 서류상으로 다 정리가 돼 있고, 당연하게도 해야 할 일이지만, 이런 게 쌓이다 보면 이걸 뒷수발해야 하는 홍보대행사로서는 살짝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업체도 매체 파워가 있는 언론사라면, 알아서 준비하지만 매체 파워가 부족한 쪽에서는 기자가 연락을 한다. 안면도 있고, 기사도 몇 번이고 나가고 했다면. 뭐 어쩔 수 있겠나? 해달라는 대로 해 줘야지. 이 정도면 ‘애교’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런 걸 관행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을 보게 됐다.)

 

단순히 기자들의 연봉이 낮다는 문제가 아니다. 언론사의 존폐가 걸려있는 문제다.(지방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중앙 일간지에도 위기가 닥쳐온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한 술 더 떠 군소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인터넷 언론사들, 그들이 끼치는 사회적 폐해는 이제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 됐다. 문제가 뭘까? 언론이 아닌데, 언론이라고 말해서? 아니, 툭 까놓고 보자. 언론이란 게 어떤 의미일까? 사회적 공기(公器)? 제4부? 소금?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이 사회에 빛과 소금이 돼 권력의 부당함을 말하고, 이 사회에 빛이 들지 않는 곳을 환기시키고, 너무 바빠 현실을 똑바로 응시하기 힘든 일반 대중들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 언론이 아닐까? 모니터 앞에 앉아서 독후감을 쓰는 기자들은 애교로 봐줄 만하다. 그들 스스로도 기자란 자각은 없을 테니 말이다. 우라까이를 전문으로 하는 기자? 어지간한 중소업체에서는 기자가 아니라 일용직 알바 개념의 기사 짜깁기용 에디터가 있다. 이 조차도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삥 뜯는 업체들과 기자들이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지방지와 그 기자들? 어디서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만 신문인 이들의 기자들?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수많은 업체들은 존재하고 있고, 그들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그들의 살겠다는 의지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지만, 그들의 존재 자체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그들의 존재의의는 무엇일까? 아니, 더 나아가 그들이 싸지르는 ‘글’은 도대체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할까? 그들도 글이 돈이 되는 기적을 위해서 살아가는 존재라고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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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회... 악(惡)

 

얼마인가 ‘유혹’을 받은 적이 있다. 사보외주사의 오더를 받던 시절이다.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월급을 제시받았다.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그렇게 졸로 보였나? 그러나 그쪽은 진지했다.

 

 

“다른... 보전할 방법이 있습니다.”

 

 

...그 ‘다른방법’이 뭔지 대충 감이 왔다. 뒷말 나오는 게 싫어서 내가 마신 찻값을 계산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다.

 

“펜더(?) 참...꼴이 우습게 됐다.”

 

글쟁이 인생을 걸으면서 정도(正道)를 걸었다곤 말 못하겠지만, 글을 가지고 누굴 협박하는 짓만은 하지 않았다. 그쪽에서 날 높게 평가한(?) 것은 어느 정도의 글빨에 아무 데나 털썩 주저앉아 뻗치기를 할 수 있는 넉살에(?) 나름 야마를 잡아내는 기민함 때문일 것이다.(당시 내 나름의 정리였다.) 게다가 자력갱생도 가능하다.

 

가끔 이름도 없는 군소언론사 나부랭이(!?)들의 생존을 위한 발악(!)을 보다 보면, 한편으론 측은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허탈하기도 하다.(분노 같은 감정은 한참 전에 사라졌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 사회가 이런 식으로 작동되도록 설계(?) 돼 있는데. 이 작동메커니즘을 멈출수 있는 방법? 있다. 언론사를 정리하면 된다. 대한민국에는 매체가 너무 많다. 시장 규모는 한정적인데, 그걸 나눠먹을 업체가 너무 많은 것이다. 예전 같다면, 알아서 무너지고 정리 됐겠지만, ‘인터넷’이란 신세계가 열리면서 인위적인 ‘매체파워’의 획득이 가능하게 됐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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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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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보리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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