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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7. 10.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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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3일, 통신사 뉴시스 발로 이런 기사가 포털 사이트들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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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동력회사' 이준범 마케팅 이사가 선보이는 영구기관의 위용

기사 본문 : 뉴시스


기사 제목에서 보듯 '발명 주장'도 아니고 저 엄청난 기계를 발명했다고 확정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어 엄청난 금액을 이야기하며 이 위대한 발명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를 설파한다. 위 링크에서 보면 알다시피 기사 내용도 비스무리하다.


와, 이 정도면 세계 주요 외신들이 앞다퉈 보도할 대사건 아닌가. 60년 전 비행기 사고도 최근 것처럼 게재하는 울나라 언론의 탐사 근성으로 미루어 볼 때, 해외 유수 언론들이라면 우리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할 건 없을 터. 그리하여 이제 저 기계와 발명자는 타임지와 뉴스위크지의 올해의 인물을 장식함은 물론, 세계 에너지 문제 해결의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과 평화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최초의 인물이 될게 불보듯 뻔한 일.


...은 개뿔!


통신사 뉴스라 혹시라도 외신으로 나가지 않을까 두려워 찾아봤지만 다행히 저쪽 언론들은 우리 같지는 않은 모양이다.


아시겠지만 우원, 함부로 불가능하다는 말을 남발하는 타입 아니다. 과학 좋아하고 과학적 접근을 여러 가지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오픈 마인드라 안되는 거 보다 되는 게 많을 거라고 여긴다. 그렇지만 이건 불. 가. 능 하다. 워프도 되고 공간이동도 되고 시간여행도 될지 모르지만 이건 아니다. 


왜 직접 확인해 보지도 않고 안된다고 하냐고? 


이제 그 이유를 풀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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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영구 운동기계의 형태.

바퀴를 일단 손으로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긴 막대에 붙은 추가

따라 돌다가 맨 위 정점에서 아래로 빠르게 떨어지고,

그 힘으로 바퀴가 계속 돈다고 주장.



무한동력, 혹은 영구기관 발명의 역사는 중세와 르네상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런저런 기계들의 아이디어가 생겨나는 와중에 어쩌면 영원히 자동으로 돌아가는 기계가 가능하지 않을까란 발상이 시작됐고 이걸 나름 이론으로 정리하고 간단한 장치를 만드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유명한 화학자 보일과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포함된다. 


그 종류는 몇 가지 있지만 대개는 위 그림처럼 바퀴에 여러 개의 구슬을 설치해서 바퀴를 일단 손으로 돌리면 그 담부터는 구슬이 떨어지는 중력의 힘으로 계속 돌아가게 한다든가, 역시 비슷한 장치에 자석을 부착해서 중력과 균형을 맞추는 등이다. 인터넷을 보면 이런 물건들이 동작하는 동영상들도 있는데 그 정체는 둘 중 하나다. 잠시 동작하는 모습만 비춰주고 마치 영원히 움직일 듯한 이미지를 주는 거던가, 아니면 뒤에 뭔가 모터 같은 걸 설치한 거다.


003.jpg

이런 것도 얼핏 비슷한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반대로

에너지보존 법칙을 제대로 응용한 것. 물론 조만간 선다.



이쯤에서 무한동력 혹은 영구기관이라는 용어를 좀 정리해 보자. 울 나라에선 저 두 말이 대충 같은 뜻으로 쓰이는데 실은 그 의미가 좀 잘못돼 있다.


일단 위에 예로 든 류의 바퀴는 '동력'도 '기관'도 아니다. 동력이나 기관이 되려면 지 혼자 계속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외부에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저 기계 바깥으로 연결된 뭔가에 힘을 전해 줘서 그것 또한 계속 움직여야 한단 말씀. 요렇게 밖에 연결되는 걸 '부하가 걸린다'고 한다. 


따라서 이게 안되는 장치라면 설사 영원히 움직인다 하더라도 그냥 그걸 보는 것뿐, 동력이나 기관, 즉 '에너지원'으로는 일체의 가치도 없다. 움직여서 그걸로 발전을 하든 앞으로 가든 물을 끓이든 해야 되는 건데, 자기 자신이 돌아가는 힘을 유지하면서 외부에 에너지를 넣어주려면 처음 돌릴 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장치 스스로 만들어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이런 일이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 건지 금방 알 수 있다. 예컨대 위의 밸런스 볼에 크랭크 같은 걸 달아서 좌우 방향의 운동을 회전 운동으로 전환, 손톱만한 바퀴라도 움직이려 든다고 생각해 보자. 단 몇 초도 견디지 못하고 장치는 움직임을 멈추게 된다. 당연한 것이 이런 류의 물건들은 아주 예민한 균형 상태에 놓여야 동작 비스무리한 거라도 하고, 그게 본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하가 안 걸린 상태에서 혼자만 움직이는 장치라면 '영구 운동기계' 정도의 말을 써야 맞고, 그래서 영어에서는 'perpetual motion machine'이라고 부른다. 근데 그럼 이건 가능한 걸까?


당근 아니다. 어떤 장치든 결국 에너지의 손실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뭔가가 움직인다고 할 때, 즉 'motion'이 있을 때는 다양한 종류의 접촉이 발생한다. 예컨대 바퀴가 돌면서 축과, 축이 돌면서 베어링과의 접촉이 일어나고 나아가 진공상태가 아닌 한 공기와의 접촉도 생긴다. 아무리 매끈하게 잘 만든다 한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로 열, 빛, 소리 등 뭐라도 조금씩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들이 처음 투입된 에너지를 조금씩 갉아먹게 되는 거다. 그러면 언젠가 설 수밖에 없다.


중력이나 자력 같은 힘은 자연에 늘 존재하기 때문에 인위적인 투입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력은 바퀴에 연결된 추가 떨어지게 하는 힘이자 동시에, 똑같은 크기로 올라가는 걸 막는 힘이기도 하다. 때문에 회전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마찰 손실 등으로 바퀴는 결국 서게 된다. 자력은 자석끼리의 경우 인력과 척력으로 작용하는 만큼 어떻게 잘 붙여서 완벽한 균형을 잡아 볼 수 있겠지만 역시 에너지 손실은 피할 수 없고, 결국 모멘텀(운동량 또는 가속도 - 편집자 주)을 계속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무한동력 개발자들은 자주 이 중력과 자력을 교묘히 섞으면 결국 무한한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 때는 '교묘히'라는 말 자체가 함정이다. 요게 요만큼은 돌아가니까 조금만 더 잘 만들면... 싶은 생각인 거지만 바로 그 '조금만'의 지점에서 물리 법칙을 거스르게 되고, 그래서 수백 년간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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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의 설계에 기초한 자가 회전 바퀴.

하지만 영구히 돌아갈 수는 없고, 부하를 거는 순간 멈춰 버린다.

부디 유튜브에 속지 마시라. 이게 된다면 그야말로 노벨상이다.



이 안타까운 불가능성의 바탕이 되는 건 열역학의 법칙이다. 이것도 몇 가지가 있지만 직접 관련된 것만 설명하자면, 일단 제1법칙은 에너지 보존의 법칙. 이건 새로 투입되지 않는 한 (닫힌 계에서) 에너지의 총량은 항상 일정하다는 건데, 움직임이 동작으로 바뀌든 열로 바뀌든 합치면 결국 마찬가지다. 즉 마찰 때문에 조금이라도 열이나 빛, 소리 등이 발생하면 운동 에너지는 줄어들고 결국 서게 된다. 열이나 빛, 소리 등이 무에서 생겨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제2법칙은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다. 요건 좀 미묘한데, 예컨대 뜨거운 물을 놔두면 주변의 온도에 맞게 상온 상태의 물로 바뀔 뿐, 에너지 투입이 없는 한 그 반대가 되거나 유지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걸 일컬어 열평형이라고 한다. 즉, 처음에 투입된 에너지의 양이 얼마나 됐든 결국은 흩어지고 약해지면서 주변과 평형을 이루게 되는 거다. 기본적으로 우주 전체가 이 열평형 상태를 향해 치달아가고 있고 예외는 없다. 그 결과 수조 년 후에는 우주의 에너지 흐름이 모두 사라지고 원자마저 움직임을 멈추는 열사망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러니 바퀴를 처음 손으로 돌린 힘 같은 거야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영구기관, 무한동력 혹은 자가 동작 장치는 이 둘 중 하나를, 혹은 둘 다를 거스르게 되기 때문에 작동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거다. 이 법칙들은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보다 훨씬 간단하고도 명백한, 우주 어느 곳에나 통하는 일반 물리법칙이다. 만약 이 문제가 없었다면 굳이 핵분열이나 핵융합같은 복잡하고 어려운 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 이유가 왜 있겠냐. 


물론 극단적으로 효율이 좋은 장치를 만들 수는 있다. 이 법칙들을 거스르지 않는 한 그건 소재와 설계 등 기술적인 영역에 달린 문제다. 예컨대 아주 마찰이 적은 재질로 극히 정교하게 만든다면 앞의 추 달린 바퀴가 몇 시간, 어쩌면 며칠을 자가 회전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절대로 '영원히' 회전할 수는 없는데,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영구 동작이 아닌 효율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세상에 훨씬 도움이 되는 발명을 실제로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근데 사실 엄밀히 말하면 무한동력 개발자들이 선호하는 지구의 중력도 '영원'하지는 않다. 수십억 년 후 지구가 사라지면 없어지게 되는 힘이니 말이다. 머 그렇게까지 따질 이유는 없지 않냐고 하겠지만, 마찬가지 관점에서 역으로 보면 그만큼 무한한 에너지는 이미 주변에 많다는 사실이다. 매일같이 지구 전역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는 태양광이 대표적인 예다. 태양광은 물리 법칙을 거스르거나 중력을 '역이용'하는 등의 무모한 도전 없이도 우리에게 수십억 년 간 안정된 에너지를 공급해 준다. 이 에너지의 엄청난 힘은 지구의 모든 생명을 낳고 우리 인간을 진화시킨 점에서 따로 증명할 필요조차 없다. 


그렇다면 저런 자가 동작 바퀴나, 제작자 본인도 원리를 알지 못하는 복잡기묘한 기계를 억지로 붙잡고 있는 것보다는 태양광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찾는 게 훨씬 현실적이고 또 생산적인 일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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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중력을 활용하는 게 무한동력 장치라 한다면 태양광이야말로 진짜 무한동력이다.

심지어 태양은 지구가 없어지고도 한동안 계속 열과 빛을 뿜어낸다.

물론 그때는 그걸 사용할 우리가 없겠지만.



현재 태양광 셀의 효율은 고집광 방식으로 최대 44.7% 정도다. 그것도 상용 수준에서는 이보다 훨씬 못 미쳐 올해 4월에 나온 일본 파나소닉의 최신형 태양전지가 25% 정도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다. 1954년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효율은 4%에 불과했으니 이것도 대단한 발전이지만 어쨌든 60년이 지난 지금도 4분의 3을 버리고 있다. 


실제로 존재하는 무한한 동력원을 제대로 활용하기도 이렇게 어려운데 창고 구석에서 뚝딱뚝딱 만든 장치가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주장은, 그 집념이 가상하긴 하지만 결국은 아집과 망상에 불과한 거다. 


하지만 무한동력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이런 쪽은 전혀 관심이 없다. 그들이 원하는 건 그냥 많은 에너지가 아닌 일종의 '초월'이기 때문이다. 이건 나만이 찾아낼 수 있는 어떤 비밀스러운 방법으로 물리법칙을 초월해서 세상을 송두리째 뒤집고 싶다는 열망이고, 그 배경에는 일종의 종교적이라고 할 집착마저 존재한다. 따라서 이건 이미 과학이나 기술이 아닌 중세의 연금술과 더 비슷한 무엇이다. 


더 문제인 건, 이런 사람들은 일종의 사기 행각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본인이 맘먹고 사기를 치려는 경우도 있겠지만 '조금만 더 하면 분명히 된다'는 맹신적 집착 때문에, 바로 그 지점에 물리법칙이라는 넘사벽이 걸려 있음에도, 본의 아니게 주변의 돈을 끌어 쓰고 결과를 내지 못함으로써 사기꾼이 되기도 한다.


'물리법칙'이라고 할 때 괜히 법칙, 영어로 'law'라는 이름이 붙은 게 아니다. 수백 년간 다방면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야말로 무한회에 가까울 정도의 실험과 검증을 거치고도 버텨냈기 때문에 법칙이 된 거다. 따라서 정말 초월했다면 그건 단지 에너지원의 문제를 넘어 우주 전체의 해석이 바뀔 만큼의 대사건이다. 이 발명가가 이런 업적을 일궈냈을 가능성이 '무'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의 지적대로 적어도 중력이나 전자기력 등의 기존의 힘을 이리저리 조립해서 되는 일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앞서 이야기한 뉴시스 기사의 경우 특히 문제가 심각하다. 수백 년간 실패하고 또 원리적으로도 불가능한 무한동력 기관 발명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청와대가 직접 검증을 나와야 한다는 둥 과학기술계의 검증을 거부하는 인상을 주고 있고, 나아가 열역학 법칙을 극복했고 중력을 역이용했다는 등 대단해 보이지만 무의미한 말들을 전하고 있다.


그걸로도 모자라 투자가 필요하다는 말과 직접 접촉이 가능한 발명가 쪽 이메일 주소까지 붙어있는데, 이건 차라리 광고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이 기사를 쓴 기자의 마인드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게 어떻게 데스크를 통과했는지 도대체 납득할 수 없다. 이렇게 보면 가능성은 둘 중 하나다. 기자는 물론 데스크까지 철저하게 낚인 거든지, 아니면 기자까지 한통속으로 사기를 치는 거든지. 


암튼, 우리 K 박사님 말마따나 해당 기자는 문책을 받아 마땅하고 또 혹시라도 여기에 현혹돼서 소중한 시간과 돈, 그리고 희망을 낭비하는 일이 본지 독자들 중에는 없길 바란다. 서글프지만 우리가 과학을 좀 알아야 하는 이유에는 이런 것도 포함된다. 과학이 일반 사람들에게 밥을 먹여주진 못할망정 어이없이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게 도와줄 수는 있다는 말씀.







피에쓰


우원이 몇년 전 딴지에 연재했던 '외계문명과 인류의 비밀'이 <태양계 연대기>라는 제목으로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3년 전에 함 나왔던 걸 대폭 개정증보한 건데 표지나 디자인도 훨씬 향상됐고 내용도 많이 늘었다. 무엇보다, 한 두 페이지마다 하나씩 있는 본문 사진들이 전부 올 컬러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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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로코롬 예뻐지고 두꺼워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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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천연색은 물론, 전에는 없던 실제 과학정보들도 따로 수록


알다시피 이 책도 구라지만, 머 무한동력 보다는 차라리 사실에 가까울 거라고 믿는 바이다. 현재 서점에 깔려 있고 초기 몇백부는 서점측의 요청으로 저자 사인본으로 판매 중이다.


사인 450개 하느라 팔 빠질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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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