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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7. 14. 월요일

독일특파원 타데우스












독일 현지시각 밤 9시에 경기가 시작되었다. 독일인들에겐 참 답답한 경기였다. 브라질을 호밀빵에 쨈 바르듯 쳐바르고 올라간 결승에서 그들이 보여준 경기력은 팬들의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독일인들 사이에서 그들의 긴장감을 보는 것도 참 재미있었다. 경기는 흐르고 흘러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너무 많은 실수가 있었다. 오프사이드가 독일을 한 번 살렸고 이과인 얼굴에 꽂힌 마누엘 노이어의 니킥도 심판이 눈감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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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포...


경기를 보는 독일인들에겐 그동안 언론에서 지적한 여러 징크스도 다시 떠올랐을 것이다.


- 뢰브 감독은 4강 이상 안됨! 

- 공격하는 팀은 경기를 지배하지만 수비하는 팀이 월드컵을 가져간다. 

- 독일은 유럽 월드컵에서만 통한다. 

- 독일 선수들은 아직 어리고 경험이 부족해서 이탈리아, 스페인 리그 출신들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해~

- 뢰브 감독의 공격수 없는 시스템은 통하지만, 또 다른 실험인 골키퍼 없는 시스템은 망했다. (노이어를 비꼰 말임)

- 기타 등등 


경기는 흐르고 흘러 연장도 7분여를 남겨놓은 시점... 


'토~~~~~~~~~~~~~~~~~~어 (das Tor: 골)' 마리오 괴체가 골을 성공 시켰다. 순간 독일 전역이 사람들의 함성으로 넘쳐났다. 뿌~~~우 하는 부부젤라 스톼일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고 서로 얼싸 안고 모든 걱정은 환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징크스 그딴 게 어딨어...' 사람들은 희망에 찬 기대를 마음껏 내뿜었다.


- 2002년 결승, 2006년, 2010년 준결승 이번 2014년에는 우승이다. 

- 다른 나라들은 모두 공격에 한 명의 스타 선수를 가지고 있지만 (포르투갈: 호나우두, 아르헨티나: 메시, 브라질: 네이마르) 독일은 세 명이다. '외질, 괴체, 뮐러'라구~

- 뮌헨과 도르트문트 선수들은 이제 스페인 선수들 상대하는 법을 알고 있다. 챔피언스 리그에서 꺾었던 만큼 자신감도 상승해 있다구! 

- 뮌헨 선수들이 과르디올라 감독 이후로 스페인어를 배웠기 때문에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말하는 거 다 이해할 꺼다. 다만 모른척 하고 있을 뿐이야...

- 기타 등등 

인간의 간사함이란^^ 


그렇게 경기가 끝났다. 월드컵에 대한 희망은 현실이 되었고 결과는 최상이었다. 

 

길거리에 차들은 쉼 없이 경적을 울려대고 여기저기 폭죽이 터진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티비 속의 선수들도 흥겨움에 춤을 춘다. 밤 10시 이후 남의 잠을 방해할 정도로 시끄럽게 굴면 곧바로 경찰이 출동하는 독일이지만 월드컵은 그 모든 것을 용서했다. 새벽까지 차들은 빵빵대며 다니고 하늘에는 계속해서 불꽃이 피었다. 이제 독일 유니폼에 4번째 별이 새겨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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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나온 월드컵 이후의 유니폼

오른쪽 가슴에 별 4개는 우승을 의미한다. 

1954년, 1974년, 1990년, 2014년


타국에서 보는 월드컵. 문득 2002년의 그때가 생각났다. 그때나 지금이나 축구는 참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 한다. 

사실 필자는 월드컵 이외엔 축구를 많이 보지 않는다.(독일에선 클럽 경기도 집에 케이블 티비를 신청하거나 술집에 가서 봐야 한다. 공중파는 축구 중계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보통은 독일을 응원한다. 아무래도 독일에 살다 보니 그만큼 많은 독일 선수들을 알게 됐고 자연히 그들을 응원해 왔다. 좋아하는 선수와 싫어하는 선수도 명확하다. 좋아하는 선수는 슈바인슈타이거와 필립 람 그리고 클로제 조금,  싫어하는 선수는 토마스 뮐러, 외질, 마누엘 노이어이다.(도대체 무슨 기준인지는 스스로도 잘 모르겠으나 관상학에 기초했다고 해 두겠다. ㅡ.ㅡ)


이번 월드컵에선 한국을 제외하면 나름 남미팀들을 응원했었다. 월드컵 시작 전부터 어지럽던 브라질과 그 못지 않은 사정의 나라들이 잘 뛰었으면 했다. 그리고 월드컵 기간 동안 몇몇 남미국가의 축구는 굳이 팬이 아닌 사람도 빨아들일 만한 매력적인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열정이 자국민들에게 더 큰 기쁨과 희망을 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러한 감정은 독일과 브라질전을 보며 최고점에 다다랐다. 브라질의 7:1 패배는 마치 쌈박질 잘하던 전직 동네짱 옆집 형이 쌈 못하는 줄 알았던 옆 동네 형한테 비 오는 날 먼지 나게 맞는 장면을 보는 것처럼 뭐가 어딘가 모르게 불편함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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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누구? 여긴 어디? 


뭐 아무렴 어떠냐? 월드컵은 끝났고 독일은 총 4번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며 당분간 파티를 이어갈 것 같다. 베를린에서는 내일 저녁에도 길거리 파티를 한다고 한다. 뭐 이런 파뤼 일정을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고.



팀가이스트 (Teamgeist : 팀 정신, Team spirit)


경기가 끝나고 시상식을 하기 전 중계를 통해 본 몇 가지 인상적인 장면이 있어 여기에 남겨두기로 하겠다. 팀가이스트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공인구 이름이기도 하지만 실제 축구 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 한국어에서 <정신력>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듯 독일에선 <팀가이스트(팀 정신)>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독일인들 스스로도 독일팀이 최고의 경기력과 개인기를 자랑하는 국가대표팀은 아니라고 얘기한다. 전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슈퍼스타도 특별히 없고(물론 이 슈퍼스타만 믿다가 좋게 되어버린 몇몇 나라도 있지만) 대부분의 선수가 자국 리그인 분데스리가에서 주로 뛰기 때문에 축구를 즐겨보지 않는 사람들은 독일 선수를 한 명도 모르는 경우 역시 종종 있다. 


하지만 독일인들은 대표팀을 보며,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보여준 '투지'만큼은 독일이 이번 월드컵에서 최고의 수준을 보여줬다고 자평하고 있다. 투지가 정말 최고였나? 다른 남미 팀들도 괜찮던데… 아무튼.. 그리고 요아힘 뢰브 감독(애칭으로 요기 뢰브라고 부른다)이 만든 젊은 축구팀이 독일 축구의 역사를 새로이 썼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4강에 올라간 어느 나라가 우승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브라질 그 어느 한 팀, 아니 어느 한 선수 버릴 수 없을 만큼 완벽에 가까운 팀들 아니었나. 혹시 어느 한 선수라도 버릴만한 선수가 있다면 저 멀리 바다 건너 한국이라는 나라에 버려주길…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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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도 작고 축구도 못하게 생겼는데 … 얘를 버려!!



Scene #1 


경기가 끝나고 난 후 독일 선수들이 서로 얼싸안고, 소리 지르고, 팬들과 기뻐하는 동안 언뜻언뜻 카메라에 비친 몇몇 장면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글쎄, 필자 역시 한국에서 경기를 봤다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칠 만한 장면이었겠지만 독일 해설자의 설명이 귀에 꽂혔다. 


잔디밭에 선수들과 스텝들이 뒤엉켜 다같이 기뻐하는 와중에 카메라에 선수들이(어떤 선수인지 정확하진 않다.ㅡ.ㅡ ) 어느 한 남자와 가쁨을 나누며 얼싸안고 좋아하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중계하던 해설자는 독일팀의 버스 기사 아저씨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읭?) 브라질에서 독일팀이 타고 다닌 버스는 피파에서 자랑스러운 한국의 정몽즙씨 가족이 만든 버스를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특별히(?) 빌려주었다. 게다가 현지에서 버스 기사 분까지 당연히 제공되었으므로 굳이 독일 축구협회 소속 버스 기사 아저씨가 브라질까지 함께 따라갈 필요가 없었다. 적어도 해설자의 설명으로는 그랬다. 이 버스 기사 아저씨는 볼프강 호흐펠너라는 사람으로 1992년부터 독일 축구협회에 소속되어 국가대표 버스를 몰았다고 한다. 당연히 선수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도 꾀고 있다.


“클로제나 페어 메르테자커 선수는 뒷자리를 즐겨 앉는다.”

“필립 람, 마츠 훔멜스, 마누엘 노이어, 토마스 뮬러는 항상 테이블이 있는 자리에 함께 모여 앉는다.”


비록 그가 이번 월드컵 일정에 크게 필요하거나 직접 버스를 운전을 할 필요는 없었겠으나 호흐펠너씨는 20년 간 독일대표팀에 항상 함께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 그게 없었더라면 그는 브라질 월드컵 현장에 없었을 것이다. 그가 비록 버스의 운전대를 잡지 않더라도 그는 독일 축구 대표팀의 일원이며 그런 인물이 대표팀의 일정에 빠지지 않게 챙기는 것이 바로 협회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가 다르게 사람값이 싸지는 한국에서 '너 따위는 언제든 대체될 수 있어'라는 풍토가 가득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한 사람을 소중히 생각하고 그가 팀의 사기를 북돋아 줄 수 있는 환경을 바라보자 뭔가 기분이 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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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2


카메라가 기뻐하는 선수들과 팬들을 비추며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잔 속의 맥주도 점점 더 양이 줄고 있었다. 거리의 폭죽은 점점 더 많이 터지고 있었다. 꽐라가 된 축구팬들은 한 마리의 강아지가 되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티비 화면 속에 잡힌 요기 뢰브 감독이 천천히 경기장 한 쪽으로 걸어간다. 선수들과 함께 우승 축하 세레모니를 했던 여자친구들과 부인들 그리고 아이들을 비롯한 가족들이 모여있는 자리였다. 뢰브 감독은 그곳에서 기다리던 사람들과 한 명, 한 명과 포옹을 하며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물론 내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알진 못한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을 위해 그들의 가족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는 두 말하면 잔소리다.(물론 부인이 따라오는 것을 싫어하는 선수가 있을 수 있다) 연습 할 때를 제외하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가족들이 선수들의 컨디션과 기분을 혹은 문제를 감독에게 전해줄 수도 있고 말이다.

 

뢰브 감독이 그 여성들과 대화하는 장면에서 그들이 서로 어색해하거나 잘 모르는 사이가 아님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적어도 꽐라가 된 필자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단 말이다.

 

감독이 선수들의 컨디션과 사기증진(?)을 위해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았음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후 방송국에서 진행한 뢰브 감독의 인터뷰에서 “지난 시간 동안 모든 팀 구성원이 팀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이를 통해 팀 가이스트(정신력)가 최대로 올라왔고, 이것이 오늘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얘기했다. 말을 이어받은 사회자가 “당신이 끝나고 선수들의 부인들과 여자친구들에게 모두 축하해 주는 장면을 인상 깊게 봤습니다. 이들이 선수들의 정신력을 높이는 데 큰 힘이 됐음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겠군요.”라고 얘기했다. 

     

그래,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까지도 독일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서 한마음으로 함께한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렇게 선수들의 사기는 올라갔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를 만든 것은 전적으로 감독의 역할이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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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세요!!



Scene #3


한국인들은 종종 외국인들의 <정신적인 면>을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유분방하고, 제멋대로고, 껄렁껄렁한 축구선수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종종 이기적인 플레이로 어렵게 잡은 기회를 날려버리는 선수들을 보며 쯧쯧 혀를 차기도 한다. 그러면서 한국이 실력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정신력만큼은 강하다고, 팀워크가 좋다고 말하는 기사들도 종종 봐왔다.(물론 이번 월드컵 이후 그딴 얘기 하는 기사는 전무하지만) 


하지만 선수의 겉모습을 보고 정신력 운운하거나 팀을 위해 희생할 줄 모르는 이기적인 선수라 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정신력이란 팀이 얼마나 똘똘 뭉쳐 서로를 믿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경기가 끝나고 아쉽게도 이번 월드컵에 거의 출전하지 못했던 포돌스키가 누구보다 활발하게 세레모니를 하고 인터뷰를 하고 자신을 찾아와준 (자신의 소속 팀인 쾰른)팬들에게 다가가 그들과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것을 보며 정말 원 팀 원 스피릿 이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가 볼 수 있었다.


최고의 골키퍼로 뽑혀 골든글러브상을 받은 마누엘 노이어의 인터뷰에서도 해설자가 많이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자 당연한듯이 “비록 이번 월드컵에 뛰지 못한 선수들이라도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우리 팀을 만들었습니다. 모두가 같은 목표를 가지고 노력했고 비록 부상 때문에 함께하지 못한 선수들도 당연히 세계 챔피언입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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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4 


뢰브 감독의 말을 빌자면 그는 10년 전부터 이 시간을 준비해 왔다고 한다. 2006년은 독일 월드컵이었고 그는 당시 클린스만 감독 밑에서 코치로 국가대표팀을 지도하고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준비했다. 위에 이야기한 두 가지 에피소드도 그러한 준비의 결과물이라 해두겠다.


뢰브는 핸드볼을 보며 핸드볼 방식을 축구에 도입하면 어떨까? 아이스하키는? 컬링에선 배울 점이 없는가? 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핸드볼, 아이스하키, 컬링 선수들을 직접 데려다가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플레이해보고 배울 건 배우고 능력이 있는 선수는 뽑으려 하는 등(물론 뽑진 않았다.ㅡ.ㅡ) 많은 시도를 했다고 한다. 그는 특히 핸드볼의 공격과 수비 시스템을 연구하고 그들이 쓰는 심리적 훈련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다 좋은데... 위생관념에 문제가...

(자난 번엔 자기 겨드랑이 냄새 맡기 신공도 펼쳐 보였다.)



Scene #5 


마지막으로 중계가 끝나고 잠깐 스쳐 지나가는 장면에서 독일 선수들이 브라질에 있는 동안 휴식을 취하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브라질 어린이들과 만나 축구를 하고 웃고 떠드는 선수들, 연인 혹은 가족들과 함께 해변을 거닐며 시간을 보내는 선수들의 모습이 잠깐 화면에 나왔다. 그 장면을 보며 문득 든 생각은 우리는 축구뿐 아니라 사회 전반이 너무 경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에서 한국 축구대표팀과 관련 영상이라고는 (하물며 2002년 월드컵 당시에도) 선수들이 훈련하며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장면뿐이었다. 경기 끝나고 대표팀이 술 먹고 어쩌고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표팀 합숙 기간에도 월드컵이 열린 브라질 현지에서도 대표팀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잡히지 않았다는 것은 선수들이 과도하게 긴장하여 스스로 방안에 틀어박혀 있었거나 팬들의 질타를 우려해 언론에 자연스러운 모습을 결코 드러내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필자는 후자에 손모가지 500원 건다.


운동해본 사람들은 항상 이야기한다. 운동을 하는 것만큼 충분한 휴식이 중요하다고(이건 헬스에만 통용되는 말인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자유롭게 휴식하는 장면을 우리가 언론을 통해 보지 못하는 것은 비단 선수들과 협회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언론이 관심이 없어 안 찍었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안되고 말이다. 축구 팬들은 선수들이 웃고 떠들며 쉬는 장면 혹은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며 돌아다니는 장면을 봤다면 불같이 화를 내며 키보드를 들고 워리어로 변했을지도 모른다. 축구 협회의 경직된 분위기만큼 팬들의 경직된 분위기도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들이 경기를 즐기기는커녕 “씨발 나 오늘 실수하면 좆되는데” 라는 부담감을 갖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한국을 대표해 경기에 나가는 것은 맞지만 오천만의 사람들을 어깨 위에 올리고 뛰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귀국한 월드컵 대표팀에 엿을 던지는 장면은, 보는 사람에겐 시원할진 모르겠으나 그 행위가 무엇을 남기는지는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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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엄청난 맨탈을 보여준 분도 있긴 하지만



So what?


물론 독일 대표팀이 만약 이번 월드컵에서 실패했다면 앞에서 얘기한 그 모든 것은 독이 돼서 자신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결과가 나온 후 얘기하는 것은 그래서 어쩌면 부질없다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독일팀이 빅데이터를 사용해 상대 팀의 완벽한 분석을 했고 이것이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독일의 유소년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이번에 그 결실을 본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물론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 다일까?

 

필자는 절대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수가 경기장에서 뛰는 한 정신력은 경기력을 이길 수 있으며 그렇기에 우리는 축구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 하지 않는가.

 

땡큐 골이든 때땡큐 골이든 그 바닥에는 실력과 정신력이 녹아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앞서 언급한, 사소해보이지만 사소하지만은 않은 저런 것들이 모이고 모여 독일 대표팀을 만들었으며 그 위에 시스템과 기술력이 도입되어 더 큰 성과를 이루어 냈다고 생각한다.


한 달 동안 전 세계인들을 들었다 놨다 했던 월드컵은 이렇게, 아쉽게 끝이 났지만 뢰브 감독과 독일 축구가 보여준 면은 필자에게 그리고 너님들에게 축구를 떠나 삶에서도 <정신력>이 무엇인지 <팀>이란 무엇인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어 준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 대표팀 축하한다.


아 술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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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대표팀 진짜 승리요인 








타데우스

트위터 :  @tadeusinde


편집 : 홀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