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2014. 07. 18. 금요일

사진술쏴






지난 기사


기계치의 포토구라피 <1>

기계치의 포토구라피 <2>

기계치의 포토구리피 <3> 샷따 이야기






1.jpg 



2.jpg 



눈을 똥그랗게 뜨고 바라보기 - 조리개 편




그 녀석은 원채 희멀끔한 녀석이긴 하지만


좀처럼 어딜 가나 눈에 띄는 타입.


염탐꾼도 아닌 주제에 흘깃흘깃 눈길을 훔치곤 했다.


모임에서 단체로 영화를 보기로 한 날


무려 30여 명이 모였다.


그런데 아무리 두리번 거려도 그가... 없다...


한가로운 표정의 토요일 오후의 종로 바닥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종로 3가의 건널목에서 그 많은 인파를 해치고


그가 눈에 들어온다.


오늘은 광채가 나는걸?


띠용~띠용~






3.jpg 


사랑에 빠져 본 적이 있나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 적이 있나요?


이 때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말고)  뜬금없이 사랑의 추억을 되짚는 것은 이것이 오늘 다룰 이야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4.jpg 

 헤헷 헤헷 데헷헷

 

사랑에 빠진 사람은 사랑하는 대상과 일종의 흥분상태에 빠진다고 합니다.  가슴이 콩닥거리고 숨이 가빠지고... 등등. 이 때 우리의 눈도 반응하는데 바로 동공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5.jpg

무섭... 지?

가운데 시커먼 구멍이 동공(Pupil).

동공 주위에 찌글찌글 한 것이 '홍채'(Iris)입니.

조리개는 홍채의 행동을 흉내 냅니다.

 

 

사진의 가운데 까만 동그라미 같은 게 <동공>입니다. 사랑의 묘약에 빠진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 이 동공이 커다랗게 변한다는 것입니다.


동공... 즉 빛이 들어오는 구멍... 다시 말해서 <빛 구멍>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이렇게 빛 구멍이 커지게 되면 당연히 눈 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많아질 것이고 눈은 더 밝게 느껴질 것입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서 빛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인간의 동공은 사랑에 빠질 때만 작동하는 게 아닙니다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여름 해변에서는 너무나 강한 빛이 눈에 쏟아지기 때문에 동공의 크기가 매우 작아집니다반면 어두운 밤에는 동공이 커다랗게 커지면서 더 많은 빛을 눈 안으로 들여보내려고 하지요.

 

터널을 지날 때 우리는 동공의 변화를 더 잘 확인 할 수 있습니다터널로 들어서면 잠시 어둡다는 느낌이 들지만 잠시만 지나면 금방 앞을 잘 볼 수 있게 되지요터널로 빠져나갈 때도 마찬가지로 처음에 잠깐 눈부심이 느껴지지만 잠시만 지나면 금방 적응됩니다


6.jpg  

 

우리 눈의 동공은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서 빛의 양을 조절합니다.


카메라도 역시 이와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조리개>라고 합니다.



조리개 


영어로는 Aperture. 라틴어 aperire라는 단어에서 온 말이라는데 연다는 뜻입니다<조이다>에서 온 우리말 <조리개>와는 반대의 어원을 가진 용어가 되었지요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스탠다드로는 라틴어의 뜻을 따라 조리개는 여는 것입니다열기는 여는데 크게 여느냐 작게 여느냐가 있겠지요인간의 동공처럼요


그래서 Small Aperture는 조리개를 작게 여는 것,  


Large Aperture는 조리개를 크게 여는 것입니다.


조리개를 조이는 것으로 생각하지 마시고 조리개는 여는 것으로 이해 하시는 게 혼란이 적지요


빛 구멍이 크냐 작으냐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Small Aperture 조리개를 작게 여는 / 빛 구멍이 작음


Large Aperture 조리개를 크게 여는 / 빛 구멍이 큼

 


조리개의 원리 


조리개는 몇 장의 아주 얇은 금속막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렌즈에 따라 금속막의 개수는 다릅니다. 대략 5장에서 9장쯤 되려나금속막의 배열을 돌리면 빛 구멍의 크기를 넓히거나 좁히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장수가 많을수록 조이는 모습이 더 원형에 가깝습니다조리개 모양에 따라 빛망울의 표현이 달라지기도 하고요.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루도록 하지요일단. 이렇게 생겼다. 정도만...)

조리개모습_연재용.jpg

열면 구멍이 커지고

빛이 많이 들어오므로 환해지고

닫으면 반대로 어두워진다.


카메라에서는 이 빛 구멍의 크기를 수치로 정해서 누가 쓰든, 어떤 렌즈를 쓰든어떤 카메라를 쓰든, 동일한 정도로 빛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표준화하고 있습니다이 표준화된 수치를 <F value> 혹은 <F>이라고 부릅니다F값의 숫자가 크면 클수록 조리개가 조여져 빛 구멍이 작아지고 F값의 숫자가 작으면 작을수록 조리개가 열려 빛 구멍이 커집니다.


Small Aperture = 빛 구멍이 작다 = F값이 크다


Large Aperture = 빛 구멍이 크다 = F값이 작다

 

그래서 카메라에서 조리개는 F+숫자로 표현이 됩니다F1.4, F2.8, F4.5, F5.6, F8... 이렇게요. 


그런데 뭔가 예측하지 못한 값들이죠? 1,2,3,4,5처럼 자연수도 아니고...


심지어는 Aperture A도 아니고 F라고 써놨다. 도대체 왜!!!!


이건 공대 오빠들이 좋아할(?) 이야기라 필자도 다는 이해 못하지만 F Focal Ratio에서 온 말이라고 합니다Ratio는 비율. 뭐에 대한 비율이냐 하면 빛을 받아들이는 렌즈의 직경에 대한 렌즈의 초점거리의 비율을 이야기한다고 하는데... 도무지 와 닿지는 않습니다필자로써는 무시무시한 광학 공식들이 난무하는 낯선 세계모르면 외워야 한다는 그 세계하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F값은 조리개의 조임과 열림의 정도를 표시하는 숫자라고만 이해하면 크고 시커먼 이 넘을 작동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자, 이제부터 어려운 이야기는 없으니 긴장을 푸세요. 우리가 팔자에도 없는 광학을 열심히 공부할 필요는 없습니다택시 드라이버가 자동차 공학자일 필요는 없으며 우리가 컴퓨터를 사용한다고 해서 컴퓨터 반도체 기술의 근간이라는 양자역학을 반드시 이해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광학 따위는 물리학자들에게 줘버리고 우리는 사진을 찍자~ 힛~

 

<조리개를 연다>라는 말은 카메라에게 더 많은 빛을 넣어주자는 뜻입니다그러면 더 많은 빛을 넣어주기 위해 F값의 숫자를 크게 해줘야 할까요? 작게 해줘야 할까요?


만약 F값이 4에서 2.8로 변한다면 이것은 조리개를 연 것입니다, 숫자가 작아지면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


반대로  F값이 4에서 5.6으로 변했다면 이것은 조리개를 조인 것이고 더 작은 양의 빛을 카메라에게 준 것입니다청기 내려! 백기 들어! 같은... 그런 겁니다. 


<조리개를 열어라> 하면 숫자를 낮추면 될 것이고 <조리개를 조여라> 하면 숫자를 크게 하면 될 일.


8.jpg

 

그림에서 F/숫자는 각각의 조리개의 수치를 나타내는데 이게 오른쪽으로 한 칸 한 칸 갈 때마다 조리개 구멍의 크기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당연하게도 빛의 양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이것은 마치 앞 장에서 셔터스피드를 2배로 하면 받아들이는 빛의 양이 절반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두 배니 절반이니 하는 거 하면 생각나는 것 있으시죠?


. 그렇습니다.


Stop=Step=Ev


저 위의 조리개 값은 빛의 양을 한 스톱씩 막아서고 있는 것입니다. 조리개 값이 낮은, 그러니까 F2.8같이 작은 값의 조리개는 F16 같은 높은 조리개 값에 비해 당연히 많은 양의 빛이 통과하겠지요. 얼마나 많은 빛이 통과하냐구요? 계산 들어갑니다.


저 위의 그림을 다시 한번 참고 하시고... 시작!



F/2.8 → F/4 → F/5.6 → F/8 → F/11 → F/16

5칸이군요!


각 칸은 절반씩 빛이 줄어들기 때문에

1/2 → 1/4 → 1/8 → 1/16 → 1/32


,

F/2.8은 F/16보다 32배 많은 양의 빛을 받습니다.

따라서 낮은 조리개 수치로 찍은 사진은 밝습니다.


쉽죠?


 자, 이제 조리개에 따른 사진 밝기의 변화를 직접 확인해 보시죠.


조리개 밝기.jpg

위에서부터 아래로 조리개 값이 점점 커짐에 따라 사진이 훅훅 어두워져 가고 있습니다. 반대로 조리개 값이 점점 작아지면 사진이 점점 밝아지겠지요. 각각의 사진들은 1스톱의 밝기 차이가 있습니다. (이쯤 하면 1스톱의 밝기에 대해 익숙해질만한데 말이죠?)


그런데... 조리개를 조여도 왜 뷰 파인더가 어두워지지 않냐구요?

 

조리개는 평상시에 최소 조리개 값으로 한껏 열려 있습니다. 만약 어떤 렌즈가 F1.4로부터 시작한다면 F1.4로 열려 있고, F4로 시작한다면 F4인 상태로 열려 있는 거죠그래서 평상시에는 조리개 값을 바꾸더라도 뷰 파인더의 밝기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렇듯 최대한 조리개를 크게 열고 있다가(최대로 개방하고 있다가) 셔터를 누르는 순간, 내가 세팅한 F값의 빛 구멍 크기로 맞춰져서 조여들고, 딱 그만큼의 빛을 카메라의 센서로 보내주게 됩니다만약 우리가 F값을 8로 설정하고 사진을 찍는다면 평상시에는 이 렌즈의 최대 개방 조리개 값만큼 열려 있다가 셔터가 눌리는 순간, 순간적으로 F/8만큼 조리개를 조이고 사진을 찍습니다물론 다 찍은 다음에는 다시 최대한 조리개를 개방하지요.


왜 조리개 값이 이따위 일까?

 

그거슨... 조리개는 구멍의 넓이와 관계가 있습니다이 구멍의 면적은 동그라니까... [반지름 X 반지름 X 3.14]뭐 이런 식으로 표현되는데요파이 값은 변함없는 값이니까 반지름하고 관계가 깊습니다그래서 그런지 루트 값의 표현입니다. 뭐 자세한 것은 모르구요히힛.


조리개 값이 F1이면 1의 제곱근, 즉 1인 거죠.


조리개 값이 F1.4라는 말은 2의 제곱근의 근삿값.


F2 4의 제곱근


F2.8 8의 제곱근... 이런 식입니다.

 

...

 

아무리 수학을 잘하는 사람일지라도 조리개를 조이거나 열면서


"음, 좋았어! 지금 이 사진의 조리개는 1/64면적만큼 조여야 하니 1/64의 역수를 취하여 제곱근을 구한...즉, F8의 조리개 값으로 설정을 하고 찍어야겠군! 음홧홧홧!"

이럴 리는 없잖겠...10.jpg


그래서 조리개 값은 외우셔야 됩니다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쓰시다 보면 자연히 감각이 생길 테니 조리개를 열었다 조였다 하면서 나오는 숫자들에 익숙해지시기 바랍니다.


여기서는 개념 정립을 위해 1stop 단위로 설명을 많이 하지만 실제로는 1/3스톱 씩 조절하시게 되죠.


<하나~~, 하면 한 스톱!?>


이런 느낌입니다.


연습해 봅시다.


하나, , . 한 스톱 조였다. 반의 밝기로.


하나, , . 한 스톱 열었다. 두 배의 밝기로...


실질적으로는 1.X정도의 조리개 값은 매우 밝은 조리개입니다2.X대 또한 밝은 축이고요. 4, 5 정도로 넘어가면 중간 정도의 조리개이고 광학 성능이 높아지기 시작하죠F8부터는 꽤 조였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이런 식으로 덩어리 덩어리로 조리개 값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우 밝은 조리개, 꽤 밝은 조리개, 조이기 시작, 많이 조이기, 완전히 조였음


이런 느낌이랄까...


여러분이 가지고 계신 렌즈에 대해서 자신만의 조리개 값에 대한 느낌을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 여기까지 조리개의 열리고 조이는 관계와 빛의 양에 대한 이야기를 했군요. 그런데 조리개는 단지 빛의 양을 조절하는 역할만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이 있지요.


두둥!~


조리개는

렌즈를 통과한 빛이

촬상면 (Image Plane. 여기서는 DSLR의 센서)에 비치는

양상 자체를 바꾸어 버립니다!

 11.jpg

이것은 조리개와 심도(Depth of field)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심도- 얄팍하거나 혹은 깊숙하거나

 

아래 사진부터 보시지요

12.jpg

심도 기타.jpg 

똑같은 기타를 찍은 사진입니다. 모든 사진의 밝기는 비슷하지요? 조명의 밝기를 조절해서 조리개 값이 바뀌어도 일정한 밝기가 되도록 찍어보았습니다. 비슷해 보이는 사진이지만 각 조리개 값은 다르지요.


사진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초점이 선명하게 맞은 부위가 조금씩 다른 게 보입니다.


첫 번째 사진부터 보면 초점이 맞은 부위가 <얇게> 중간 부위에 보이네요. 그리고 다음 사진, 다음 사진으로 갈수록 선명해 보이는 범위가 점차 넓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리개의 구멍이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초점이 맞는, 즉, 선명한 영역이 넓어지는군요.


심도란 초점이 선명하게 포착되는 영역을 말하는 것입니다.


<심도가 깊다>는 말은 사진 속에서 내가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부분이 넓다 것이고 <심도가 얕다>는 말은 사진 속에서 내가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부분이 좁다는 것입니다. Depth of field를 그냥 '심도'라고 번역했는데... 이것은 알아먹게 해석하자면 대체로 ‘초점이 맞는 깊이’라는 뜻일 겁니다.


같은 초점거리의 서로 다른 렌즈가 있다고 할 때 같은 조리개 값은 이론적으로 같은 정도의 심도를 갖습니다. 예를 들어서 N사의 50mm 렌즈가 있고 또 하나는 C사의 50mm 렌즈가 똑같은 조리개 값으로 같은 대상을 찍었다고 하면 두 개의 이미지는 동일한 심도를 갖는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렌즈의 초점거리가 달라진다면 양상이 달라집니다. 다음은 35mm 렌즈와 85mm 렌즈를 같은 거리에서 같은 피사체를 같은 조리개 값으로 찍은 사진들입니다.


14.jpg


같은 거리에서 찍었지만 렌즈의 초점거리가 다르므로 심도 표현이 달라집니다. 위 사진들은 똑 같은 F4의 조리개로 찍었습니다만 역시 망원 쪽인 85mm의 경우가 심도가 얕아집니다.


같은 조리개, 같은 거리에서


초점거리가 클수록 (망원일수록) 심도가 얕아지고


초점거리가 작을수록 (광각일수록) 심도가 깊어진다.


다음은 같은 50mm로 같은 피사체를 찍는데, 피사체와의 거리가 다른 경우입니다.

 

 15.jpg


같은 F/1.8 조리개 값으로 찍은 사진들입니다만 35cm 거리에서 찍은 사진은 심도가 얕아 초점이 맞은 위치 앞뒤로 훅훅 날아가 버렸습니다. 80cm 거리에 있는 사진은 좀 더 깊은 심도를 보여줍니다. (앞뒤로 초점 맞은 영역이 깊어요.)

 

피사체가 가까이 있으면 심도가 얕아지고, 멀리 있으면 심도가 깊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가까이 찍는 ‘접사’촬영의 경우는 심도 확보가 중요합니다. 정말 심도가 얇아지기 때문이죠. 면봉 머리만큼의 심도랄까...

 

같은 렌즈(초점거리), 같은 조리개 값에서


피사체와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심도가 얕아지고


피사체와의 거리가 멀수록 심도가 깊어지게 됩니다.

 

자 이제 실제로 사진을 찍을 시간입니다


그런데 내가 세팅한 조리개 값이 실제로 얼마나 심도를 보여주는지 어떻게 알까요?


.


찍어보고 리뷰해 보면 됩니다...만... 뷰 파인더에서도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심도 미리보기 버튼>이란게 있거든요.


16.jpg

 

요렇게 생겼는데 오른손 세 번째 손가락으로 꾸욱 누르면 셔컥~ 소리가 나면서 뷰 파인더가 어두워지며 설정한 심도의 표현이 보입니다. 당연히 최대 개방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겠습니다. 


여기까지 대략적으로 조리개와 렌즈의 심도 관계를 알아보았습니다. 대체로 같은 조리개 값일 때 망원으로 갈수록 심도는 얕아집니다. 또한 피사체가 가까울수록 심도는 얕아지게 됩니다. 또 하나 추가하자면 판형이 커질수록 심도는 더욱 얕아집니다. 즉, 크롭 센서 보다는 풀 프레임 센서가, 풀 프레임 센서 보다는 중형 크롭 센서가 (중형 : 120포맷이라고 부릅니다. DSLR보다 더 큰 녀석이죠.) 심도가 얕아지게 됩니다.


판형이 커지면 → 심도가 얕아짐


판형이 작아지면 → 심도가 깊어짐


반대로 같은 조리개 값일 때 광각으로 갈수록 심도는 깊어지게 됩니다또한 피사체에서 멀어질수록 심도는 깊어지게 되죠. 역시 판형이 작아질수록 심도는 더욱 깊어집니다.


앞에 렌즈 편에서 디지털에서는 얕게 날리는 심도의 사진을 찍기는 수월하나 깊은 심도의 사진을 찍는 것은 훨씬 어렵다고 이야기했었지요.


그 이유까지 추가해서 마지막에 다시 한번 정리하겠습니다.


조금만 힘을 더 내세요!17.jpg



빛의 회절


빛은 지난번에 <빛 알갱이>, Photon이라고 설명을 드렸었는데요빛은 이중성이 있다고 합니다알갱이의 성질을 갖지만 동시에 소리 같은 파동의 성질을 갖는다고... 사실 기계치 주제에 제가 뭘 알겠습니까?


18.jpg


이게 그 유명하다는 이중 슬릿 실험이라는 건데요. (나중에 <초점 편>에서도 한 번 더 나올 그림이기도 합니다.) 저도 저게 먼지는 잘 모르지만 중요한 사실은, 


빛이 좁은 구멍을 통과하면 알갱이가 하는 짓을 그만두고 파동이 하는 짓을 한다고 합니다. 


물결처럼 저렇게 된다는 거죠. 그런 파동 짓 중에 하나가 <회절>인데요암튼 빛이 또~~~옥바로 안 오고 옆으로 퍼진다네요.


그런데 빛이 퍼지면 날카로운 이미지를 얻기 힘들어져요. 아놔...


19.jpg


왼쪽 사진은 F/16으로 조였는데도 불구하고 F/5.6 보다 흐릿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어디선가 조이면 조일수록 선명해진다는 소릴 듣고선 새로 산 렌즈의 조리개를 끝까지 조여 찍었는데 이미지가 뭉개져 보여서 렌즈가 초점이 안 맞는다며 애꿎은 판매자를 저주했던 기억이... 부끄부끄...

 

작은 구멍의 조리개에서도 퍼지는데 우리가 쓰는 디지털 센서도 아주아주 작은 구멍들로 되어 있거든요그래서 필름 카메라 보다 훨씬 취약합니다보통 필름의 경우에는 F11 이상 조여도 회절현상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데 비해서 DSLR F8이 넘어가면 벌써 생기기 시작합니다.


필름 카메라는 대체로 F8부터 F16 사이가 가장 선명한 반면 DSLR F5.6부터 F8 사이가 가장 선명하죠이 부분에서 최대 선명도를 끌어내야만 하기 때문에 렌즈도 리뉴얼이 필요합니다그래서 새로운 렌즈들이 쏟아져 나오는거죠이 부분은 <센서 편>에서 조금 더 자세히 다루기로 하구요.


정리하자면 조리개를 아주 많이 조여서즉, 높은 조리개 값으로 깊은 심도를 얻고자 할 때 선명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망원계 렌즈로 깊은 심도가 필요한 제품 사진 찍을 때 좌절스럽지요초점거리는 크고, 피사체는 가까이 있고... (때로는 후보정으로 때로는 다른 렌즈 다른 구도로 넘어갑니다만...) 접사 사진은 더합니다. 접사는 선명한 사진을 얻어 내려 노력하는 것이 하나의 레거시랄까. 그런데 깊은 심도를 얻기 위해 극단적으로 조이면 해상도가 흐트러져 버립니다. 애로사항이 꽃피는 거죠아무튼 자신이 사용하는 렌즈에서 어떤 조리개 값에서부터 회절현상이 심하게 일어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까지나 사용할까 싶었지만 필자도 헐~ 하고 말았던 기억이 새록새록지금도 자꾸 까먹어서 말도 안 되는 세팅을 시도하곤 하지요.


혹자는 회절현상이 일어나더라도 광고주는 모르니 넘어가라 할지도 모르겠지만... 또는 '포토샵으로 샤픈 때리믄 돼' 이럴지도 모르겠지만... 사진사로써 답답한 부분이 있는 것은 저의 성격 탓인 건가요?


싸우잣!20.jpg




정리의 시간


이 장에서는 조리개에 대한 전반적인 썰을 풀었습니다조금은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라 분량도 좀 줄이고 했는데... ... 사실 처음에 조리개가 이미지의 양상을 바꾼다는 사실을 알고 가슴이 두근두근했었습니다이전까지 모르던 빛의 비밀을 알아낸 제 자신이 자랑스럽기까지 했었지요대략 다 알고 있는 거겠지만 거기까지 간 제 자신이 자랑스러웠습니다.

21.jpg

      ... 알아버린 것 같아...


셔터가 동물적인 감각의 세계라면 조리개는 사진사의 조작이 들어가는 부분입니다어떤 조리개 값으로 이미지를 컨트롤, 결정하는 거죠저는 여기서 또 하나의 무기를 얻게 된 것입니다. 아무튼 정리하자면,



조리개는 여는 것.


조리개 값이 커지면 구멍은 작아짐.


구멍이 작아지면 어두워짐


대신 깊은 심도를 얻을 수 있음


너무 많이 조이면 망할 회절현상이...


 

여담. 지난번 강좌에서 크롭 바디의 장점 중에 깊은 심도를 얻을 수 있다고 했었잖아요판형이 작아지면 심도가 깊어지지요.


아주 깊은 심도... 이것을 Pan-focus라고 합니다(초점 편에서 또 다룹니다. 저는 이 글에서 장이 넘어가도 같은 이야기를 조금씩 다르게 지겹도록 반복할 예정입니다. 그것이 지난날 저에 대한 애틋함의 표현이랄까...) 팬포커스는 화면의 모든 부분이 앞이건 뒤이건 다 초점이 맞은 사진입니다팬포커스로 찍게 되면 배경이나 앞에 있는 피사체나 모두 선명하게 찍히게 됩니다보다 설명적이라고 할까. 서사적? 서술적? 아무튼 더 많은 디테일과 내용을 한 장면에 몰아넣을 수가 있겠지요.


할리우드가 영화의 메카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맑은 날씨>였다고 하죠맑은 날씨가 많고 건조하기 때문에 햇볕의 강도가 매우 높다고 합니다


실제로 할리우드 바로 옆은 사막지대죠서부영화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황야의 카우보이씬... 이것은 할리우드가 그런 곳이기 때문입니다.


22.jpg

 

이렇게 강한 햇볕 아래서는 맘 편하게 조리개를 조여도 되겠죠. 그래서 손쉽게 팬 포커스를 만듭니다아무튼 영화필름의 사이즈는 사진필름보다 작아요작을수록 팬 포커스가 잘 만들어지니까요영화필름의 사이즈는 잘은 몰라도 APC포맷(1.5x 크롭센서의 포맷)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크롭 바디는 그러한 장점이 있습니다특히나 망원계 렌즈에서는 심도가 극단적으로 얕거든요그래서 F값이 기본 F8부터입니다.


얕은 심도를 내는 것은 쉽습니다. 밝은 렌즈를 쓰고 피사체를 가까이 두면 되니까요


하지만 깊은 심도를 내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지지요주어진 환경에서 갖추어야 할 것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심도를 모를 때에는 눈에 보이는 것을 담으려고 그것을 쫓아다녔던 것 같습니다심도에 대해 알게 되고 처음으로 사진을 조작하게 되었을 때피사체를 내 생각대로 담으려고 시도하게 되었을 때피사체와 나 사이에 생겨난 생각들’...


얼만큼 보여 줄 것인지. 


얼마나 강조할 것인지.


묘사할 것인지서사할 것인지...

 

아직도 사진기만 잡으면 땀이 뚝뚝 흐르는 이유이지요



에필로그



하필 내 옆자리 라니...


떨리는 가슴을 애써 감추고 극장엘 들어갔다.


요란한 광고 시간돈 내고 보는 광고우리나라 좋은 나라.


...이 끝나고 사자 한 마리가 냐~~옹거린다.     

   

갑자기 어두워진 극장.


그 녀석의 실루엣을 남모르게 바라본다.


희미한 그의 실루엣데헷


잠시 시간이 지나자 그 녀석의 모습이 또렷해진다.


!


어떡해.. 날 보고 있었어...



다음 강좌는 ISO speed 편 입니다.






사진술쏴


편집 :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