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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7. 24.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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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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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7월 20일, 인간은 달에 첫 발을 내디뎠다. 머 다양한 이유를 들어 실은 간 적이 없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많지만 실제로 간 건 분명하다.


조작의 ‘근거’들이라는 것도 하나하나 다 풀어낼 수 있지만, 특히 사람들이 잘 생각 안 하는 것 중 하나가 아폴로 11호 하나만 달랑 갔던 게 아니라는 점이다. 중간에 사고가 나서 귀환한 13호 외에 17호까지 달에 여섯 번이나 내렸고, 최장 75시간 동안이나 임무 수행을 한 적도 있다. 지어낸 이야기라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을 거다.(달탐사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8월 15일 광복절 오후 4시에 과천과학관 천체투영관 토크콘서트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우원과 과학과 사람들이 만들고 컬투 김태균, K 박사 등이 출연하니 많이들 오시라. 자세한 사항은 다음주쯤에 과천과학관 홈페이지 참조)

 

암튼, 이렇게 인간이 달에 간 지도 어느덧 45년이나 지난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그 전후 인류가 이룬 과학적, 기술적 업적은 셀 수 없으리만치 많고 그 덕택에 21세기의 우리는 100년 전까지도 꿈도 꾸지 못했던 것들을 알고 또 누리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렇기만 할까.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신기해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문명의 이기들은 기대처럼 우리 모두를 고루 편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 걸까? 아 머, 그렇다고 원전이나 핵무기, 공해 등 과학기술의 부정적인 면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려는 건 아니다. 그런 건 너무 많이 들어서 다들 잘 아실 거니 생략하고, 오늘은 좀 다른 각도에서 함 이야기를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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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넘이 머하는 넘인지는 대충 아실 거다. 1976년에 출항해서 대서양 건너 뉴욕과 파리 간을 3시간 30분만에 주파하던 괴조, 바로 순항속도 마하 2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다. 연료탱크의 한계가 있긴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서울서 LA까지도 5시간이면 갈 수 있는 대단한 녀석이었다. 1927년 미국의 찰스 린드버그가 ‘스피릿 오브 세인트 루이스’를 타고 대서양을 건널때 33시간 30분이 소요된 걸 보면 불과 반 세기만에 항공기 속도가 얼마나 빨라졌는지 알 수 있다.

 

영불 합작으로 만들어진 이넘은 2003년 퇴역 때까지 인간이 만든 가장 빠른 여객기였고, 사실상 유일한 초음속 여객기였다. 이후 지구상의 하늘에는 10년 넘게 초음속 여객기가 운행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궁금해진다. 근 40년 전에 출항했다가 이미 10년도 전에 사라진, 따라서 첨단 기술의 개가라기보다는 이제 과거의 유물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이 넘을 왜 우원은, 그리고 열분들은 한번도 못 타본 걸까? 왜 아직도 우리는 저 녀석 속도의 반도 나지 않는 보잉 747이니 777이니 A300 같은 굼벵이들을 타고 있냔 말이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너무 비싸서 그렇다.

 

초음속 여객기는 특성상 가벼워야 하는 관계로 몸체도 작고 연료도 많이 실을 수 없다. 그래서 이 콩코드의 최대 항속거리는 7250km 로, 14,200km 인 747-400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정도로는 태평양을 건너거나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기에는 부족하다. 더욱 문제인 건 작은 몸체 땜에 탑승 인원이 100명 밖에 안된다는 거다. 747-400은 꽉 채우면 400명이 넘게 들어간다.

 

기체 가격이 500억 원이나 하고 연료를 엄청 쓰면서도 손님을 100명밖에 못 태운다는 건, 결국 티켓 값이 엄청 비싸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뉴욕-파리간 편도 운임을 8백만 원이나 받아야 했는데, 이건 일반 비행기 이코노미 티켓의 열배다.

 

즉, 오직 부자들만 탈 수 있는 비행기였던 거다. 그냥 돈 좀 많은 거 말고 자가용 비행기 사기 살짝 모자란 진짜 부자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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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의 비행기 재난 영화 <에이포트 80>에 주연으로 등장한 콩코드.

부자들의 전유물인 만큼 이런 일이 일어나면 대서양 양쪽의 정치, 경제,

문화에 심대한 타격이 가해질 수도 있다.

 

 

그럼 함 생각해 보자. 인류는 분명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를 만들었고 보유했었다. 하지만 과연 ‘우리’도 가졌던 걸까?

 

이코노미석 타기도 부담스러운 일반 사람들이 콩코드를 탈 일은 일생에 한 번도 없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 초음속 여객기라는 게 과연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존재했던 거라고 말할 수나 있냐는 거다. 심지어 몇십 년을 그렇게 날아다니다가 어느 틈엔가 사라져 버렸다는데, 우리의 실제 삶과 이렇게 멀리 있는 것이라면 달에 갔던 아폴로 11호하고 뭐가 그렇게 다른 걸까.

 

이런 의문은 비단 콩코드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그 이후에도 과학자, 혹은 공학자들은 콩코드보다 훨씬 빠른 극초음속 여객기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개중에는 마하 20에 달하는 속도로 성층권까지 올라가는 넘들도 있는데, 2030년 실용화를 목표로 한단다.(램제트, 스크램제트 엔진 등을 사용하는데 언제 기회 있으면 다뤄보자. 마하 20이면 시속 2만 4천 킬로미터니까 적도 둘레를 한 바퀴 도는데 2시간이 채 안 걸린다. 이론적으로는 서울에서 LA까지 30분도 안 걸리지만 이륙과 착륙, 가속과 감속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두어 시간 남짓은 걸리지 싶다.)

 

근데 이런 넘이 나온다 한들 과연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 있을까? 콩코드가 이코노미석 열 배 가격이었던 만큼 이넘도 그보다 별로 저렴할 것 같진 않다. 그나마 300석 규모로 만든다는 말이 있으니 좀 나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럼에도 뉴스나 영화에 멋지게 등장하는 걸 보면서 아, 지구가 이제 진짜 1일 생활권이 됐구나, 감탄할지 모르지만 정작 우리 자신은 여전히 퉁퉁하고 느린 비행기에 찌그러져 앉아 게임과 영화와 불편한 잠 사이에서 갈등할 뿐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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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tra supersonic jet으로 검색해서 찾은 극초음속 여객기 내부 예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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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이어질 우리의 현실

 

 

단지 빠르고 편하게 가는 것만이 문제도 아니다. 비행기 이야기를 계속 하자면, 잘 알다시피 이 비행기라는 넘은 앞으로 추진하는 힘을 통해 부양력을 얻기 때문에 원리상 하늘에서 멈추면 그 즉시 떨어지는 물건이다. 그래서 헬륨가스를 넣는 비행선이 끊임없이 대안으로 제시되곤 하지만 느리고 불안정해서 관광용 이상의 실용성을 기대하기는 좀 어렵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보면, 비행기란 건 가급적 하늘에 떠 있는 시간이 짧을수록 안전하다는 논리적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물론 다른 여러가지 안전장치들도 중요하겠지만 본질적으로 그렇다. 따라서 LA까지 10시간 동안 하늘에 떠 있어야 하는 우리와 2시간이면 도착하는 이재용을 비교했을 때, 단순계산이긴 하지만 같은 거리의 여행에서 우리가 처하는 잠재적 위험성은 5배 높아지는 거다.

 

나아가 지금 고안되고 있는 이 극초음속 여객기는 또 다른 안전상의 장점이 있다. 이넘의 원리를 좀 설명하자면, 일단 엔진의 힘으로 지상 50km의 성층권까지 - 보통의 국제선 제트기는 10km 정도 - 올라간다. 그런 다음부터는 거기서부터 목표지점까지 중력을 사용해 활공을 하게 된다. 대략 전체 비행의 70% 이상을 이런 방식으로 가는데, 롤러코스터 원리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중력을 통해 긴 시간 가속을 함으로써 마하 20 같은 말도 안되는 속도에 도달할 수 있다.

 

일단 고도 50km 에서 바라볼 멋진 지구의 모습이 부럽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렇게 대부분의 비행을 활공으로 하게 되면 연료가 떨어지거나 엔진이 고장나서 추락할 가능성이 적어진다는 점이다. 엔진 추력이 없으면 곧 곤두박질하는 우리의 747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상황이다.

 

즉, 돈이 많으면 과학기술을 통해 속도와 편리함은 물론 안전까지도 살 수 있는 거다.

 

이런 극단적인 예로 지구에 소행성이 날아올 때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충분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돈 많은 사람들은 최첨단 기술을 동원, 자기들만 타고 달아날 로켓을 만들 수 있을 거다. 그들이 화성으로 가서 테라포밍을 하며 앞으로 화성인으로 살아갈 궁리를 하는 동안, 우리는 날아오는 소행성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며 기도나 할 수 밖에 없다.

 

과학기술에는 분명 이런 면이 있다. 휴대폰이나 컴퓨터 같이 싸게 대량생산 할 수 있는 물건이나 값싼 인터넷 서비스 같은 것도 있지만, 거대하거나 많은 비용이 들거나 목숨과 직결되는 영역에서는 쉽사리 소외가 일어날 수 있다. 바로 과학기술의 뒤에 도사리고 있는 자본주의의 속성 때문이다.

 

소행성 시나리오보다는 덜 극단적이지만 훨씬 현실적이고 심각한 게 바로 의학 분야다. 돈이 많으면 첨단 시설을 갖춘 병원에서 뛰어난 의사에 진료받고 최신의 훌륭한 약을 먹을 수 있다. 돈이 없으면 제 아무리 의학이 발달해서 암과 에이즈를 고치고 장기를 교체할 수 있다 한들 그림의 떡일 뿐이다. 어느 회장님은 죽은 거나 다름없는 상태에서도 병원의 한 층을 몽땅 전세 내서 다른 사람들의 출입을 막을 수도 있는 와중에, 돈이 없으면 10인실 침대 구석에 방치돼서, 살 수 있는데도 죽어야 할 지 모르는 게 현실 세상의 모습인 거다.(그래서 의료민영화는 죽어도 막아야 하는데, 지금 입법추진한다고 난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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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의족 (실제 물건은 아닐듯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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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는 파키스탄 청년의 의족

 

 

인류가 과학기술에 의존하는 폭이 커지고 깊어질수록 이 문제는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1억 원짜리 칩을 뇌에 이식하여 한 번 읽은 것을 모조리 기억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 칩을 가진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스펙’의 차이는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나아가 한 번 맞으면 늙지도 죽지도 않는 10억 원짜리 주사가 개발된다면?

 

이 시점에서는 과학은 그냥 과학이 아닌, 운명과 생사를 지배하는 힘이 된다. 그때 이 차이는 콩코드 따위를 못타본 것과는 전혀 다른 무게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될 거다. 과학기술이 돈의 유무에 철저히 종속될 때, 우리는 바로 <블레이드 러너> 같은 영화에서 봤던 디스토피아에서 살게 된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뭐가 현실이고 환상인지, ‘인류’ 중 선택받은 누군가와 나머지 ‘우리’의 실제 삶 속에서 과학기술의 진짜 의미를 가끔씩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뭐든지 결국은 사람을 위해 있어야 하는 거니까.

 

인간 종족의 자칭 대표자들 말고, 보편적 인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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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