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08. 07. 목요일
정치불패 돼끼
편집부 주 이 글은 정치불패에서 납치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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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러분. 무더운 더위 속에서 컴퓨터를 잡고 있는 돼끼다. 여차저차하다 보니 꽤나 늦어졌는데 오늘은 원래 논하기로 했던 성수대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최근 윤 일병 사건이 상당한 화제에 올랐다. 이는 당연한 현상이다. 사람을 개 패듯이 아니 개한테도 그렇게 하지 않을 만큼 참혹한 짓을 저지르다 죽음에 이르게 하고서는 그것도 모자라서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으니, 이런 일이 이슈가 되지 않는다면 세상은 더 이상 아름답지도 살만하지도 않은 곳이리라. 그런고로 오늘은 다른 이야기, 2011년 해병대 총기난사 사고에 대해 이야기 하자. 그럼 가자.
1. 사건의 시작
사건은 인천광역시 강화군 소재의 해병대 2사단에서 일어났다. 사건을 일으킨 사람은 김 상병이었다.
김 상병은 오전 10시에서 10시 20분 사이에 상황 부사관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간이 탄약고에서 총과 실탄 75발, 공포탄 2발 수류탄 1발을 훔쳤다. 탄약고의 열쇠는 관습적으로 상근이 보관하고 있었고 상근이 열쇠를 어디에 두는지 알아낸 김 상병은 어렵지 않게 열쇠를 손에 넣었다.
그 후 10시 30분 경에 정 일병과 만나서 사건을 모의한다. 사건을 모의하던 중에 김 상병의 입에서는 술 냄새가 났다고 전해지는데, 이틀 전에 편의점에서 사와서 인근 산야에 은닉했다고 한다. 그 후 김 상병은 정 일병에게 수류탄을 쥐어주며 고가초소를 파괴하라고 지시한다.
11시 40분, 무장한 김 상병이 전화부스에 있던 이 상병에게 총격을 가했다. 그 후 부소초장실로 간 김 상병은 이 하사를 사살하였고, 이어서 2생활관으로 향해서 권 일병을 사살하였고, 박 상병에게 중상을 입힌 후에 권 이병에게 총부리를 겨눴다. 그러나 권 이병은 이 하사가 죽을 때 들린 총성에 이미 일어나 있었고, 자신에게 총부리가 겨눠진 순간 김 상병에게 달려들어 총을 빼앗으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김 상병을 생활관 밖으로 쫒아낸다. 그 틈에 같은 생활관에 있던 박 일병과 남 상병이 문과 창문을 걸어 잠갔다. 이 와중에 권 이병은 하반신에 총상을 입었으나, 생명에 큰 지장은 없었다. 다만 씁쓸한 것이, 권 이병이 총부리를 잡고 총을 빼앗으려고 애를 쓰는 동안 같은 생활관에 있던 다섯 명의 선임들은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었고, 총상을 입은 권 이병이 지혈을 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해주지 않았다. 아니 지혈법을 몰랐기에 해주지 못했다. 그 와중에 권 이병은 죽은 이를 살려보겠다고 심폐소생술을 행하는 등 영웅적인 면모를 보였다.
11시 50분, 김 상병은 2 생활관 앞에다가 소총을 버린 뒤에 상황부사관으로부터 총성이 들린다는 보고를 받은 소초장과 마주쳤고, 소초장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도주한다.
그 후 김 상병은 정 일병을 찾아내는데, 정 일병은 총성에 겁을 집어먹어 고가초소를 폭파시키지 못하고 김 상병을 피해다니느라 여념이 없었다. 김 상병은 정 일병이 실패한 것을 알자 수류탄을 빼앗아 창고에서 동반자살하려고 했으나 실패하였고 이내 소초장에게 발견, 체포되었다.
이송중인 부상자
2. 남은 것들
총격을 받은 이 상병과 이 하사, 권 일병은 즉사하였고, 박 상병은 중상을 입어 사선을 오갔으나 구조가 늦어 사망하였다.(헬기를 띄웠다면 살 수도 있었지만 헬기를 띄우지 않았다) 권 이병은 하반신에 네 발의 총상을 입었는데 그 중 한 발은 고환을 터지게 하는 바람에 황급히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적잖은 인명이 죽은 것으로 그간 알려지지 않은 많은 가혹행위들이 드러났고 이에 대한 조사 또한 활발히 진행되었다. 그 중에서 많은 이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기수열외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기도 하였다.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엄격한 군기를 자랑하는 해병대의 실상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군기를 위시하여 자기보다 약한 이를 괴롭히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싸이코패스 양성소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고 나서 자신의 군 생활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을 자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에 소름이 돋는다.
3. 누가 그를 괴물로 만들었나
김 상병이 이런 극단적인 일을 저질렀던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히는 것은 기수 열외다. 김 상병 본인이 구타와 왕따, 기수열외가 없어져야 할 악습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현장검증 당시의 김 상병
물론 나보다 더 잘 아는 이들이 많겠지만 기수 열외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고문관 내지는 아니꼬운 놈들을 찍어내서 왕따시키는 행위이다. 당연히 군대의 특성상 구타내지는 가혹행위가 뒤따르며, 군대 내의 다른 악습과는 다른 기수열외만의 특유의 가혹행위는 바로 후임이 기수열외 당사자를 선임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선임취급만 안 하면 다행이다. 사람으로 봐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야한다.
기수열외 사례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성매매계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기수열외시킨 사례이다. 사람의 몸을 돈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사는 것을 당연시하는 쓰레기들이 사람에게 엿 같은 짓거리를 가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소름이 돋는다. 그 외에 부대 내 악습을 없애고자 하는 이 또한 기수열외의 주요한 대상이 된다.
권 일병을 죽이면서 세 발이나 발사한 것은 아마 권 일병이 김 상병을 사람으로 안 보았기 때문이리라. 그 뿐만 아니라 사망한 병들 모두가 김 상병에게 가혹하게 대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죽은 하사는 간부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이러한 실상을 방조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김 상병이 일부러 부소초장실까지 가서 이 하사를 사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초장이 김 상병과 마주치고도 살아남았다는 것은 이러한 설을 더 근거있게 해준다.
그러나 기수열외만이 꼭 그를 괴물로 만들었다고는 단정 지을 수 없다. 그 근거로 사망한 권 일병의 아버지가 권 일병이 김 상병에게 가혹행위를 당했으며, 그 때문에 군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는 진술이 있었고, 그와 더불어서 김 상병이 훈련소 때 정신분열, 성격장애, 우울증 등 7가지나 되는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도 있었기에 어쩌면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을 병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그리고 군대에서 이러한 환자들을 군기가 빠졌느니 어쩌니 하면서 갈구는, 이런 말을 하긴 뭣하지만 후진적인 사고방식이 만들어낸 괴물일지도 모른다.
4. 그는 어떻게 괴물이 될 수 있었나?
그러나 마음속에 증오를 품고 있다고 해도 맨몸이었다면 그것을 표출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표현을 할 수 있는 힘, 그러니까 총기류를 얻었을까?
그건 앞서 말했다시피 관습이라고 방조되고 있는 직무유기 때문이었다. 총기와 실탄이 든 그 중요한 물건의 열쇠를 상근에게 맡기고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이 말이나 될까? 김 상병 사건이 터지기 전에도 언제나 총기난사가 일어날 수 있는 매우 당연한 상황이었다는 것은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덤으로 경계근무 중인 병사가 편의점에 가서 당당하게 술을 사왔다는 점은 내 상식을 의심케 한다. 그와 더불어 자칭 귀신잡는 해병대라는 이들의 실상은 김 상병이 총을 들고 난동을 부릴 수 있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해병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이들보다 자대배치 받은 지 얼마 안되는 이등병이 더 군인 같다는 점은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에 김 상병이 적군이라고 가정한다면 적군 한 명에게 부대가 와해된 거나 다름없지 않은가. 물론 적군이라면 태세가 달라졌을 것이니 이런 가정은 옳지 못하다.
군인이라면 기본적으로 숙지하고 있었어야했을, 아니 어지간한 일반인도 아는 지혈법도(이거는 모르는 게 좀 문제가 많은 거다. 다만 패닉상태에 빠져서 당황했을 가능성도 있다) 모르고, 팬티바람으로 부대를 이탈하여 정신없이 도망가는 코미디스러운 이들, 남을 괴롭히는 것이나 아는 이들이, 약한 자를 무자비하게 짓밟는 것을 용기라 아는 자들이 우리의 국방력을 담당하는 한 축이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을 기적이라고 느끼게한다.
5. 상처뿐인
김 상병을 제지하여 다섯 명과 자신의 목숨을 구해낸 권 이병에 대한 군의 태도는 여러 가지 면에서 볼만하다. 고환의 결손은 신검 때 6급으로 분류될 정도로 군 생활에 문제가 많은 부상이다.(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자세한 이유를 알면 알려주길 바란다)그러나 의병제대의 조건 중 하나에는 고환의 문제가 없다. 앞뒤가 안 맞는 조항에 어리벙벙할 뿐이다. 이렇듯 권 이병은 심각한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군은 권 이병에게 의병제대는 커녕 퇴원하여 복귀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때 권 이병은 육체적 부상뿐만이 아니라 PTSD를 겪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서 훈장과 포상을 내리겠다고 공언한 군에서는 시간이 지나자 이를 잊고 넘어가자는 쪽으로 기울었다. 군이 스스로 병사들의 희생정신을 개똥으로 알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권 이병이 긴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포상과 훈장을 받았으며, 2012년 2월 22일자로 의병제대를 했다는 점이다.
출처-<한국일보>
6, 총평
사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생각보다 부서지기 쉬운 존재다. 육체적인 힘으로도 부서지기 매우 쉬우며(유인원 중에서도 가장 약하고 인간과 동급체격의 동물들은 인간보다 매우 힘이 쎄다) 정신적으로도 강하다고는 못한다(이건 개인적 편차가 있다). 다만 이런 인간을 강하게 해주는 것은 스스로 지식의 중요성을 안다는 것과 이러한 지식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지혜를 가졌다는 것이다.
허나 그러한 지혜를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하고 같은 인간을 공격하는 데에 사용한다는 것은, 스스로 인간이길 포기하는 거나 다름없는 행동이다. 총기난사 사건은 과거일 뿐이지만 우리의 곁에는 윤 일병이라는 현재가 존재하고 있다. 무엇이 가장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 당연하게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을 이제 생각하고 깨우쳐야하는 어두운 시대가 되었다는 것은 너무나도 씁쓸한 현실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세월호(결코 소소한게 아니지만)와 22사단 총기난사, 윤 일병 사건과 여러 곳에서 터지는 비리문제들은 폭풍이 불어오기전 고요에 불과하다는 느낌이든다. 부디 지금이 폭풍이 불고 있는 시간이길 빈다.
PTSD :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이름의 정신질환으로 전쟁 내지는 강간, 학대, 천재지변 등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강간, 학대, 천재지변을 통한 PTSD가 치료하기 더 어렵다고 하는데, 전쟁을 통한 질환의 경우는 전쟁의 당위성덕에 자위할 수 있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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