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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8. 08. 금요일

Anyone








부엉이 맥주라고 부엉이가 마시는 맥주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크래프트 브루어리(아직 이 단어를 대체할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했다)에 대한 얘기다. 


아직 시장이 발전하지 못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일본식 크래프트브루어리라 볼 수 있는 地ビール(지비루-지역, 지방 맥주)가 꽤 발전한 상태이다. 제품들도 다양하고 세계시장에서도 괜찮은 평을 듣는 상품들이 있을 정도이니 한국 맥덕으로는 부럽다고나 할까.


일본 지비루의 맥주들 중에서는 히타치노 네스트, 킨사치, 코에도, 요호 등의 브루어리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이 국내에 수입되고 있으니 기회 되면 접해보시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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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일본 맥주를 소개할 생각은 그닥 없으니 지비루 이야기는 대충 접고(일본 주세법에 관한 이야기라던가 지비루의 태동이라던가 쪼금은 재밌을지도 모르는 이야기가 이어질 수 있겠지만 덥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정말로 쪼금만 재밌을 수도 있고 하니 넘기고) 히타치노 네스트에 관련한 이야기만 조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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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가 귀염귀염하다


1823년부터 사케를 만들어온 키우치 주조에서 맥주 양조장을 세우고 맥주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 1996년. 히타치노 네스트라는 이름의 이 브루어리는 에일 맥주 생산에 집중하여 라거 일색이던 대기업 맥주들과 차별화에 성공. 이름난 지비루로 당당히 일어서고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의 맥덕들에게도 매우 좋은 평을 들으며 성장해왔다. 국내에도 10종에 가까운 다양한 맥주들을 수출 중이다.


그런데 이 히타치노 네스트에서 충북 음성에 양조장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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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JAPAN BEER TIMES


소식을 전해 들었던 것이 6월 중순. 당시에 이미 양조장은 완공단계였고 곧 첫 양조가 시작될 것이라는 소문이었다. 사실 7월쯤에는 어딘가에서 기사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어디에서도 관심은 없었던 듯하다. 맥덕들 사이에서만 정보가 간간이 나오는 정도였다. 


제주도와 미국 브루클린 브루어리와의 합작 계획 때는 관련하여 여러 신문에서 기사가 나왔었다. 사업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제주도의 홍보 때문이겠지만 말이다. 반면에 히타치노 네스트의 양조장에 대해서는 기사를 찾을 수 없었다. 수입사에서 홍보를 전혀 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일까? 


홍보와 별개로 테스트 기간과 판매처 확보 및 배치 등을 생각해보면 아마 8월에는 '국내산 일본 지비루(?)'가 시장에 풀리지 않을까 예상된다. 이제 막 발전하기 시작한 한국 맥주 시장을 바라보는 맥덕후로서는 어쨌든 좋은 일이니 기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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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궁금했다 왜 한국에 양조장을 세운 것인지. 


짧은 시야지만 내 알기에 국내에 외국 브루어리가 양조장을 만든 첫 사례인지라(일제강점기 빼고) 흥미롭기도 하였고 국내 상황을 생각해보면 신기하기도 하여서 대략 한 달 전쯤 키우치 주조의 대표 메일 주소에 메일을 보내서 물어보려 했다. 그런데 아뿔싸... 


난 일본어를 못하는구나. 뭐 안되면 마는 것이지, 라는 심정으로 한국어로 보냈다. 메일 받은 사람 주변에 한국인이나 한국어를 하는 일본인이 있다면 해석해보고 알려주겠거니 했다. (사실 구글번역으로 일본어로 전환 후 보낼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건 그 나름대로 이상한 짓 같았다.)


메일의 내용은 이런 질문들이 중심이었다. 



1. 어떤 이유로 한국에 양조장을 지으려 한 것인가 (자체결정인지 혹은 한국 수입사의 추진인지)


2. 한국 내 히타치노 양조장의 연간 생산량은 어느 정도로 계획하고 있는가


3. 재료의 수급은 일본, 한국, 제3국 중 어느 곳에서 할 계획인가


4. 한국 내 생산이 시작되면 한국 내 가격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인가



하지만, 답메일은 오지 않았다. 한국어로 보낸 뜬금없는 이메일에 답이 올 거라는 기대는 사실 하지 않았으니 그닥 실망감은 없다. 좀 궁금하긴 했지만.


맥주 생산에 필요한 재료 수급에 있어서 한국은 그다지 좋은 조건이 아니다. 맥주의 주된 재료가 되는 두 줄 보리의 생산량이 많지 않은 관계로 대부분 수입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고 홉 또한 전량 수입을 예상하며 부재료 중 일부와 물(!)만 국내에서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주세법을 생각해보면 소량 생산에 가까운 지비루의 특성상 이 또한 유리할 것이 없더란 말이다. 그런다고 한국 내에서 히타치노 네스트의 맥주 소비량이 아주 뛰어난 것도 아닐 것으로 생각되고... (자료는 없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감안한다면 오히려 나빴을 수도 있겠다.) 곧 폭발할 듯 성장할 한국 맥주 시장의 잠재력을 간파하고 미리 뛰어들었다고 생각하면 참 맘 편하고 좋겠지만 그럴 리 없다.


정말 궁금하다. 왜 한국에 양조장을 세운 것인지.


그러다 보니 국내생산 이후에 상품에 그 사실을 얼마나 적시할지, 재료는 어디서 수입해 온 것인지, 가격이 얼마나 내려갈지 등도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여전히 오가든과 오드와이저를 수입맥주라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 세상이니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일본의 히타치노 양조장에서는 미국산 맥아와 영국산 홉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한국 히타치노에서도 별일 없이 그러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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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라일보


기존 히타치노 네스트의 양조장은 일본 이바라키현에 위치하고 있다. 원전 사고가 있었던 후쿠시마와 일본 수도인 도쿄의 중간지점쯤. 누구도 알리려 하지 않았겠지만 요기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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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사고 이후 히타치노 네스트의 맥주를 빗대어 세슘 부엉이라든가 신선한 세슘이 담겨있는 맛난 맥주라고 비아냥 거리던 맥덕후들도 있었지만 앞으로는 국내산 부엉이로 만나게 될 것이니 안심하고 마실... 수 있게 가격 좀 내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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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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醉生夢死




취미로 맥주를 마시는 잉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