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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8. 13.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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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용호 님의 블로그 


두 달이 안되는 사이에 3번의 짜릿한 경험을 하신 황용호님의 소독약 냄새가 나는 맥주 영접 기록이다. 이번 일로 3번째 지상파 진출을 경험하신다는데 앞으로 13번만 더 나가시면 지상파 16회 진출에 빛나는 게이트 플라워즈의 보컬 박근홍(aka 난곡동 안소희) 님과 같은 등급에 서시는 것인가 싶어 부러울 지경이다.


6월 20일과 25일의 문제 제기와 함께 온라인에는 카스 맥주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곧 식약청에서는 오비의 맥주 생산 공장과 상품에 대해 일련의 조사를 했지만 별문제를 찾지 못했으며 대충 이렇게 일단락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각종 커뮤니티에는 황용호 님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글들이 올라오곤 했고 7월 31일 황용호 님이 트리플크라운의 기록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시며 소독약 맥주에 관한 눈덩이는 더 이상 커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소문의 진원지라 볼 수 있는 해당 블로그에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글과 '너 님 경쟁사 직원 아님?'이라는 글들이 난무하며 난장판이 되기도 했다.


8월 6일 문제의 맥주를 생산하는 오비에서는 맥주란 것은 일광취(직사광선에 의한 변질에서 나올 수 있는 냄새)와 산화취(산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냄새)가 발생할 수 있는 것임을 밝히며 일부 인정하는 듯하면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경쟁사의 고의적인 딴지걸기가 아닌가 의심하고 온라인에 유포되고 있는 글들에 대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며 고소할 것이라 하고 있다.


이 오비가 허위사실이라고 간주하고 있는 내용들이 정확히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소독약 냄새가 나는 맥주를 마셨다는 내용이 적힌 글인지 아니면 일부에서 흘러나왔다는 '2014년 6∼8월 생산된 제품 마시면 안 됨', '가임기 여성은 무조건 피하라', '시설 노후화로 맥주창고 세척하는데 소독약을 제대로 못 행군 듯' 같은 글에 대한 것인지 말이다. (아마도 뒤의 내용에 관한 것이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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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겨레


소비자의 불만과 의심 섞인 글들이 끊임이 없자(그리고 몇몇 언론에서 주목하고 있음!을 깨닫자) 식약청에서는 재조사를 할 것임을 밝히고 식약청장이 직접 나설 것을 시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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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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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내 돈 주고 카스 마실 일은 없지 않은가?'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나로서는 이번 사건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두 달 전쯤 친구 조모의 장례식이 있던 곳에서 카스 캔맥주를 마셨던 기억이 있지만 그때도 문제점을 느끼진 못 했다. (굳이 문제였다면 여전히 맛이 없었다는 것 정도?) 하지만, 관련 글을 싸기로 한 이상 도전이라도 해야 한다는 일말의 책임감으로 인해 동네 슈퍼에서 카스 한 캔을 사 왔다. 1600원, 4.5% 335ml 1407290436L2(14년 7월 29일 병입, 블라블라 L2라인-오비는 공장 코드를 마지막 두 자리로 구분하는 듯싶다. 소문에는 마지막 숫자가 2면 이천, 7이면 청원이라고 하는데 확인된 바는 없다.)


설레는 마음으로 개봉을 하고 코를 가까이하였지만 아쉽게도 문제의 소독약 냄새는 맡을 수 없었다. 정상 제품을 만나게 된 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판단하기 힘든 아쉬움을 뒤로하고 일단 다 마신 후 글을 이어간다.




실제로 이런 소독약 냄새가 나는 맥주들이 유통되었는가?


직접 경험하지는 못해 아쉽지만 여러 곳에서 유사한 경험을 했다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고 개인적으로 눈팅을 즐기는 몇몇 맥주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그러한 글들이 존재하고 있다. 내 경험만큼 확실한 증거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맥주들이 시중에 유통되었다는 것에는 의심을 품기 힘들다 하겠다.


재밌는 것은 필자가 주로 눈팅하는 상업 맥주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문제에 둔감했던 면이 있는데(7월 중순에서나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글들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카스를 찾아서 마실 일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이었던가 싶다.


경험을 적은 글들을 보면 전국적이고 병, 캔, 케그를 가리지 않고 문제 상품이 존재했으며 '카스' 하나만의 문제도 아니었던 듯싶다. 오비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발언을 하였기에 실제로 소독약 냄새를 뿜어내는 문제 상품이 유통되었던 것은 확실해 보인다. 황용호 님을 인터뷰한 비즈니스 워치의 안준형 기자는 인터뷰 이후 직접 문제상품을 영접한 경험기를 기사로 올리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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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비지니스 워치




맥주에서 이상한 냄새가 날 수 있는가? 그것은 어느 정도의 문제가 되는가?


날 수 있다. 이번 사건과는 다른 문제지만 개인적으로도 보관 중이던 맥주가 유통기한이 도래하여 개봉하였다가 변질하여 이상한 냄새가 났던 경험이 있기도 하다. 소독약 냄새까지는 아닐지라도 유통되던 맥주에서 이상한 냄새가 느껴져 문제가 되는 사례들이 그리 희귀한 것만도 아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냄새는 흔히 이취(異臭-이상한 냄새)라고 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양조과정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냄새가 날 경우에 이런 표현을 쓴다.


맥주 양조에서는 양조자가 의도하지 않는 상황에서(때로는 의도하여서) 잡미 또는 이취가 생길 수 있다. 발효주에 저도수의 술이다 보니 오염과 변질에 취약하고 완벽히 통제되지 않는 경우 효모가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는 양조과정의 특성도 존재하기에 그러한 결과로 발생하는 이취에 브루어들은 민감하다. 그래서 이러한 이취들의 발생에 대해 자료로 만들어 학습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이 생길 때 그 문제점을 파악하고 수정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일종의 테스트 키트가 있을 정도. Comprehensive Sensory Training Kit이라고 불리는 이 키트는 맥주 양조에서 생길 수 있는 24가지의 향취들이 담겨 있어서 브루어들이 그 냄새를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하고 각각의 냄새들이 생길 수 있는 조건들과 생겨난 물질에 대한 자료를 제시, 학습하도록 하여 필요한 냄새를 뽑아내거나 필요없는 냄새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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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bel Sensory Training Kit

20명정도가 쓸수 있는 양. 가격은 대략 200$ !!


이번 사건의 이취에 관한 키워드는 소비자가 주장한 소독약 냄새, 오비가 주장한 일광취, 산화취이다.


일광취와 산화취에 관해 덕력이 충분히 쌓인 홈브루어들의 글들을 찾아서 읽어보았다. (이번 사건에 관해 홈브루어들의 커뮤니티는 상업 맥주 덕후들에 비해 관심이 많았다)


일광취(light struck)의 경우에는 스컹크의 분비물 같은 매캐한 냄새가 나며 산화취(oxidized)는 물에 젖은 오래된 종이와 같은 냄새가 난다고 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소독약 냄새(경험자에 의하면 염소냄새와 유사했다 한다)가 확연했다고 하는데 이는 일광취와 산화취에서는 나오기 힘든 것이라 하니 오비의 주장대로라면 소비자의 코가 잘못된 것이라 해야 할까? 특히 이번 경우에는 캔맥주와 생맥주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직사광선이 생맥주를 담고 있는 케그에까지 영향을 줬다고 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 아닐까 싶다.


소독약 냄새가 나는 경우는 세척과정에서 남은 소독약이 양조과정에 흘러들어 간 경우나 원료의 문제 혹은 효모의 이상 발효 등 다양한 것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더 자세한 자료가 제공되지 않는 이상 '이것이 원인이다.'라고 집어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소독약의 잔류는 아니지 싶다. 문제 상품들이 전국적으로 나타났던 것으로 봐서 하나의 공장, 소수의 라인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공장, 모든 라인에서 소독약이 흘러들어 갔다고 보는 건 무리가 있다. 오비의 공장은 이천, 청원, 광주 3곳이다. 어느 곳에서 생산된 제품에서 문제가 생긴 것인지 특정지어지기라도 한다면 원인을 파악하는데 좀 더 편할 텐데 아직은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일광취와 산화취일 가능성이 낮다는 판다 하에 유통보다는 생산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은데 개인적으로는 수입된 원료 중 일부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러한 판단을 하는 확실한 이유나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니 섣부른 접근은 자제해야겠지만.


이 문제상품들이 어느 정도 문제가 있는가 하면, 그다지 문제가 아닐 수도 있고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다고 답하겠다. 양조와 유통과정에서 이취가 발생하는 것은 한두 가지 원인에 의한 것이 아니기에 '이 정도의 문제다'라고 답하는 것은 그 원인이 정확히 무엇이었는가 결정 나기 전까지는 확언할 수 없다. 양조과정에서 들어가선 안 되는 물질이 포함된 결과라면 그 물질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고 반대로 유통과정에서 변질한 것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물론 변질 자체는 소비자에게 큰 문제이다. 그것이 인체에 얼마나 해가 될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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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의 태도에 관한 문제


아직 오비는 일광취와 산화취를 냄새의 원인이라 주장하며 사건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일광취와 산화취가 원인이라면 사실 아주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제조과정에는 문제가 없었고 유통과정에 생긴 문제이기에 책임이 많이 줄어들고 이러한 변질은 발생가능하며 소비하기엔 거북하지만 다른 경우에 비해(예를 들면 소독약 잔류) 몸에 큰 문제를 주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기에 기업 입장에서도 대처하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유통의 어느 과정에서 문제가 되었는지도 규명하기 힘들기에 전체 리콜도 쉽지 않아서 '문제 상품이 나올 경우 정상제품으로 교환해드리겠습니다.'정도로만 대응함으로 유야무야하기도 쉽고 중간 유통업계에 책임이 넘어갈 가능성도 크다. 사후적으로도 콜드체인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언론플레이정도만 실행해도 생산업체로 할 수 있는 것 대부분을 하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유통과정에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제조과정에서 생긴 문제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생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생겨선 안 되는 문제로 바뀌기 때문이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거의 1년 전쯤 오비에서는 세척과정후 남은 가성소다 희석액이 제품에 남아서 유통된 적이 있어서 리콜을하였던 적이 있다. (뭐 이때도 인체에는 무해하다는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기업의 대응 태도가 완전히 바뀌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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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경제


그리고 정확히 어떤 내용에 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이진 않지만, 관련 내용에 대하여 유언비어 유포로 '너 고소'를 시전하시겠다 하여 자사 상품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소비자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고 있으니 참으로 좋게 될 기업이구나 싶다. 소비자로서는 고소대상이 확실치 않다는 사실이 더 신경 쓰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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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고소!


언젠가부터 합리적인 의심이라는 것을 해선 안 되는 사회로 나가는 것 같다. 괴담으로만 몰아가지 말고 좀 더 진지하게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기업과 정부를 바라는 것은 너무 종북스런 태도인가?


식약청의 조사가 끝나봐야 완전히 결론이 날 일인지라 아직은 그 끝이 어떻게 날지 그 원인이 무엇이었을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예상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있다. 오비 맥주의 시장 점유율은 하락할 것이다. 1년 전 리콜 사건보다 이번 사건이 오비와 카스에 입혔을 데미지는 꽤 클 것으로 생각한다. 1년 전의 사건과는 달리 이번에는 다수의 소비자로부터 문제 제기가 되었고 그것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결과 문제 상품을 영접한 소비자의 수와 그에 따른 불만, 의심들이 충분할 정도로 커버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사의 상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에 대처하는 기업의 태도가 어떠해야 할지 심각히 고민해야 할 일이다. '페놀'이라는 단어 하나가 한국 맥주계의 구도를 바꿔놨던 그때와 같은 상황이 지금에 재현된다 해서 이상할 것은 없지 않을까? 


식약청에 대한 이야기는 딱히 할 게 없다. 이전 조사에서 제조과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낸 적이 있는데 딱히 뭐 신뢰는 안 가고 청장까지 나서서 조사한다는데 그냥 열심히 하길 바랄 뿐이다. 예상으로는 "제조과정 문제없음, 유통과정에서 생긴 문제인 듯, 정상제품과 문제제품을 비교 실험하여 발견한, 이취를 발생시킨 것으로 보이는 물질은 인체에는 무해한 것으로 보인다." 정도가 식약청이 내놓을 최적의 결과물이 아닐까 소설을 써본다. 식약청의 결론에 의심을 품는 사람들에게는 '너 종북!'을 시전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끝으로 소비자들은 일단 상황이 해결되기까지는 오비의 상품구매를 참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카스에서만 발생한 것이라면 다른 제품의 구매까지 말리고 싶지는 않은데 오비 골든 라거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글이 있으니 좀 더 지켜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상관없다는 분이라면 마셔도 괜찮겠지만, 조금이라도 신경이 쓰인다면 마시지 말기를 권한다. 즐겁자고 마시는 맥주인데 걱정하면서 마신다면 안 마시는 것보다 나을 게 없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우리나라 1등 맥주가 카스여서 끌어내리려는 세력의 선동질이라는 의견도 있던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하이트일까, 롯데일까, 아니면 오비맥주와 열심히 싸우고 있는 오션주류일까, 궁금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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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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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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