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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8. 27. 수요일

벨테브레









괴담을 접하다


하나의 유령이 카카오톡을 떠돌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괴담'이라는 유령이.


사생팬들에게 전화번호가 털리는 바람에 수시로 오는 기프티콘을 감당할 수 없어 부득이 카톡을 쓰지 않는 필자가(절대로 휴대폰이 2G라서거나, 중고등학교에서 한창 유행한다는 카톡 왕따를 당해서, 또는 카톡으로 일을 시키는 상사들을 피하기 위해서나 게임아이템을 구걸하는 친구들에게 질려서...와 같은 하찮은 이유가 아니다!) 그 유령의 실체를 대면한 것은 8월 26일 오후 1시 13분경, 여느 때처럼 롯데호텔 특실에서 비선과 함께 정사를 돌본지 7시간 남짓 되었을 무렵이었다.


주로 시계 대용으로 쓰이고 있던 직통 휴대폰의 메시지 알림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필자는 가벼운 긴장감에 몸을 떨었다. 광고성 스팸 메시지 못지않게 쇄도하는 소개팅 제의나 스카우트 요청 메시지이겠거니 하고 열어본 문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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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는 영국에서부터 시작되어..." 못지않게 유명해진 "여행가다 죽은 자들을 국가유공자보다 대우가 더좋구나 이런 개같은 세상"으로 시작되는 소위 '세월호 특별법 괴담'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발신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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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는 돌고래! 바로 딴지일보의 부편집장을 맡고 있는 죽돌 김창규 선생이었던 것이다!


요시, 그란도시즌! 이 인간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구나! 필자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문자를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문자 말미에 덧붙은 또 하나의 문자. "벨테브레님 이게 지금 카톡으로 떠돌고 있는 과장 괴담인데 한번 일반인도 알기 쉽게 조목조목 짤막하게 반박하는 형식으로 정리해 주실 수 있나요?" 이런 젠장! 수뇌부의 비밀지령이었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짐짓 태연한 척 소위 세월호 특별법 괴담의 내용을 음미하면서 몇 마디 코멘트를 빡! 끝!




뉴스타운의 보도 내용


죽돌이 보낸 메시지는 뉴스타운의 보도내용을 인용하며, '새민년'이 제출한 세월호 특별법안의 내용을 22가지로 요약하며 이는 역대 어느 참사들과도 균형을 잃은 것으로 또 다른 특권층이 생길 수 있으니 조세저항 형태로라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특별히 뉴스타운 홈페이지에 친히 왕림하시어 기사 내용을 살펴본 바, 메시지에서 인용한 기사는 7월 18일 이종택 객원논설위원이 기고한 '세월호 특별법, 조세저항으로 막아야!' 제하의 칼럼(링크)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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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마켓에 들어온 줄...



이 칼럼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 움직임을 '단지 수학 여행길에 교통사고를 당했을 뿐인 피해자들을 이용해 이미 세월이 간 세월호 정국을 되돌려 보겠다는 수작이고 권은희 공천으로 악화된 여론을 반전시키고 지지층을 결집하여 재보선에서 이득을 보는 동시에 정부와 새누리당을 바지저고리로 만들어 민심과 유리시키려는 새민련과 종북 좌파의 간악한 선동행위'라고 매도하며, 특히 유가족들의 수사참여에 대해 '노골적으로 정부의 무능을 부각시키고 대통령까지 욕보이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은 물론 '사법당국을 무용지물로 만들겠다는 악마적인 저의가 그대로 드려다 보이는 수작으로 절대로 들어주어서는 안 될 망국의 법'이라고까지 극딜하고 있다.

몇 가지 표현들만 봐도 글쓴이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는 글이다. 즉 이종택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는 이미 세월이 간 교통사고일 뿐인데 정부의 무능을 부각시키고 대통령까지 욕보이려는 야당과 종북좌파가 일을 크게 키웠다는 것이다.


그럼 사건의 진상규명과 보상은 어떻게? '죄다 주범 유병언을 하루 빨리 체포하는 것이 관건일 뿐'이란다. '법안을 제정한들 유병언을 잡지 못하면 보상도 진상규명도 죄다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브라보! 이종택이 이 글을 쓴 7월 18일 현재 '주범 유병언'은 백골이 된 시체 상태로 어느 냉동 창고에 가만 누워 있었다. 이제 보상도 진상규명도 수박겉핥기에 지나지 않게 된 건가?


그럴 리가! 이종택은 유병언을 잡지 못하면 수박 겉핥기일 뿐이라던 법안의 보상내용에 대해 지조 없게도 말을 바꾸어 '사망자에 대한 국가 추념일 및 추모공원지정, 추모비 건립, 사망자 전원 의사자 처리, 공무원 시험 가산점 주기, 단원고 피해학생전원과 사망자 형제자매 대입특례전형 수업료 경감, 유가족을 위한 주기적 정신적 치료 평생지원, 유가족 생활안정 평생지원에 더해서 TV수신료, 수도요금, 전기요금, 전화요금 등의 공공요금 감면과 상속세 및 양도세 등 각종 조세감면 혜택, 기타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근로자 치유휴직과 유가족들의 직계비속과 형제자매들에 대한 교육비 지원, 아이보기 지원, 간병서비스, 화물 등 물적 피해 지원, 경제적 어려움을 격고 있는 피해자 금융거래 관련 협조 요청' 등을 열거하며 ​이대로 이 법이 통과되어 시행된다면 '대한민국에는 또 하나의 재벌 부럽지 않은 특권층이 생겨나게 된다'고 주장하는 등 횡설수설한다. 그리고 위 법안의 보상 내용은 죽돌이 보낸, 요즘 유포되고 있다는 카톡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얼마나 대단한 특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낸 세금으로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그런 특권을 누린다니 겁나 배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정의감은 물론 잉여력까지 돋는 필자가 직접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고 실제 그런 내용이 있는지, 과연 이를 통해 유가족들이 재벌 부럽지 않은 특권층이 될 수 있는지를 살짝 검증해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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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 디벼보기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월 27일 현재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제출된 법률안은 모두 12건. 이 가운데 뉴스타운에서 타깃으로 삼은 법안은 지난 7월 4일 전해철, 부좌현 의원 외 124명의 의원들이 제출한 "4ㆍ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 (의안번호 제11080호 - 링크)으로 보이며, 이 법안은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 전원이 발의한 셈이어서​ 사실상 당 차원에서 제출한 법안으로 봐도 무방할 듯싶다.


주의해야 할 것은 새정치민주연합 안도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원하는 법안은 아니라는 것. 소위 유가족 안이라 불리는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은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의 의뢰로 대한변호사협회가 초안을 만들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의 의견을 종합하여 만든 법안이지만, 법안 발의에 필요한 국회의원 10명을 모으지 못해 국회에 제출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 내용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홈페이지(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 위 뉴스타운에서 언급한 22가지 특권은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다. 유가족들이 '유족충' 운운하는 쌍욕을 들을 이유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위 유가족 안에 따르면, 보상 등의 지급비율은 민법에 따르는 것을 원칙(안 제38조제1항)으로 하나 "피해자의 부모가 이혼한 경우 및 실제양육자가 재산상속인이 아닌 경우에는 실제양육자 및 부 또는 모의 실질적인 양육기여도와 기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민법에 의한 재산상속분과 달리 결정할 수 있다"고 까지 규정(안 제38조제2항)하여 유가족 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유민아빠 김영오 씨는 이렇다 할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머릿속에 $만 가득한 몇몇 사람들의 생각처럼 그 놈의 돈 때문에 40일 넘게 굶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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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이 유가족을 위해 선심을 쓴 것이 화근이 된 셈. 과연 새정치민주연합은 되도 않는 보상 법안을 만들어서 국가를 파탄에 빠뜨리려 했던 것인가? 카톡에 거론된 법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사망자에 대한 국가 추념일 지정


사망자에 대한 국가 추념일을 지정하는 규정은 없고, 굳이 비슷한 규정을 찾자면 <안 제73조제2항>에 4월 16일을 '국가재난 방지의 날'로 지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공휴일 지정도 아니고 고작(?) 정부 차원의 기념행사를 한다고 해서 특별히 엄청난 혜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미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기념일은 연간 46일에 달하고 있으며, 그 중에는 4.19, 5.18과 같은 역사적 사건 뿐 아니라 '정보보호의 날'처럼 해당 분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제고하고자 마련한 기념일도 있다. 세월호 참사를 '세월이 간 교통사고'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야 동의하지 않겠지만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될 국가적 재난이라고 생각한다면, 참사가 일어난 4월 16일을 되새기며 두 번 다시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매년 행사를 갖자는 게 그렇게 부당한 일인가?



2. 추모공원지정 & 3. 추모비 건립


<안 제73조제1항>에 따르면 정부는 추모공원 조성이나 추모비 건립과 같은 추모 관련 사업을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하여야 한다. 즉 추모 사업에 지원하는 것 자체는 정부의 의무임에 틀림없으나 '예산의 범위에서' 즉 힘 닿는 데까지만 하라는 얘기다. 이런 추모 사업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잊지 않고 두 번 다시 그런 비극을 겪지 않도록 다짐하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추모공원이나 추모비가 세워진다고 하여 유가족들이 갑자기 남들보다 잘나가는 특권층이 되지 않으리라는 건, 특별법을 통해 이와 비슷한 규정을 마련한 제주 4.3사건 피해자 가족들이 어찌 살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4. 사망자 전원 의사자 처리


좀 애매하다. 분명히 <안 제46조제1항>에 따르면 '정부는 희생자 전원을 세월호 의사자로 인정하여 예우하여야 한다'고 하였으니 규정 자체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의사자는 여러분이 알고 있는 그 의사자가 아니다. 뭔 헛소리냐고? 실제로 의로운 일을 행하다 사망에 이르러 보상금을 비롯하여 이런저런 혜택을 누리는 의사자는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된 의사자들인데, 세월호 의사자들에 대해서는  '인정범위, 지원방법,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안 제46조제3항)고 하여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이름만 그럴듯할 뿐 크게 실속이 있는 규정은 아니라는 것. 향후 법안처리과정에서 적절한 용어로 대체하여 국민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5. 공무원 시험 가산점 주기


새정치민주연합 안은 물론 제출된 12개의 법안 어디에도 이런 내용은 없다. 공정성에 민감한 공무원 시험 수험생들의 분노를 조장하려는 악의적인 헛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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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단원고 피해학생전원 대입특례전형 + 수업료 경감 & 7. 사망자 형제자매 대입특례전형 + 수업료 경감


단원고 피해학생들과 사망자 형제자매들에 대한 정원 외 대학 입학의 특례는 <안 제59조제2항>에 규정되어 있다. 이 또한 많은 대입 수험생들의 예민한 부분을 건드린 지점으로 보이는데, 따지고 보면 그렇게 흥분할 일은 아니다. 정원 외 특례라는 표현 때문에 어딘지 모르게 학교에 잔디 깔아주고 뒷문으로 들어가는 꼼수 비슷한 것으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오히려 정원 내에서 그들의 자리를 마련하려면 애꿎은 다른 수험생이 떨어질 텐데? 법률 규정이 있더라도 실제 특례입학전형을 마련할지 여부는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며, 다만 이러한 특례입학을 통해 단원고 학생들을 뽑더라도 다른 수험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나름 절묘한 한 수인 것이다. 단원고 졸업장만 있으면 서울대든 연고대든 안 가리고 다 받아주는 묻지마 전형이 아니니 불안에 떠는 수험생들이여 안심하시라.


한편 단원고 피해학생들이건 사망자 형제자매들이건 수업료를 경감해 주는 규정은 없다. 다만 <안 제59조제1항>에 수업료 등 교육비 지원 규정을 두고 있긴 한데, 그게 그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문제의 카톡은 17, 18번 항목을 통해 교육비 지원이 수업료 경감과는 마치 별개의 특권인 것처럼 다루고 있으므로 필자 역시 교육비 지원에 대해서는 뒷부분에서 다시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8. 유가족을 위한 주기적 정신적 치료 평생지원


<안 제53조제1항>에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세월호 참사로 인하여 악화된 심리적 증상 및 정신질환 등에 대하여 의학적 검사 또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제2항에서 그 지원의 내용·방법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하였을 뿐 '주기적' 치료를 '평생' 지원한다는 내용까지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물론 심리적 정신적 문제의 특성상 완치될 때까지 주기적 치료가 필요할 테고 워낙 끔찍한 재난이었던 만큼 마음의 상처가 평생 갈 가능성도 제법 있겠지만, 굳이 법안에 없는 말을 끼워넣은 이유가 무엇인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이종택마저도 주기적 정신적 치료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지원이어서 아무런 이의가 없다고 한 이상,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지?



9. 유가족 생활안정 평생지원


<안 제43조제2항>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피해자가 심리적 안정에 필요한 생활 여건을 마련할 수 있도록 생활비를 포함한 교육·건강·복지·돌봄·고용 등 피해자의 일상생활 전반을 종합적이고 지속적으로 지원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 <안 제50조제1항>에서는 생활지원금이나 의료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와우! 드디어 현찰이다! 이 조항은 일종의 종신연금지급규정처럼 널리 알려지는 바람에 세월호 유족들이 자식들 시체 팔아 호의호식하려 한다는 비난의 근거로 활용되기도 했다. 과연 유족들은 이 규정을 통해 매년 봄마다 벚꽃연금을 누리는 버스커버스커처럼 돈방석 위에 앉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럴 리가. 생활지원금 조항 역시 구체적인 '지급범위와 금액의 산정 및 지급방법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안 제50조제3항)하도록 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의무규정이 아니라 '할 수 있다'는 권고조항일 뿐. 기초생활수급자 등 배려가 필요한 계층에 대한 정부의 인색한 지원을 생각해 보면 유족연금으로 호의호식하기는커녕 생활이 안정될지조차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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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TV수신료 감면 & 11. 수도요금 감면 & 12. 전기요금 감면 & 13. 전화요금 등의 공공요금 감면


<안 제54조>에 한 가지로 규정되어 있는 공공요금 감면을 굳이 각각의 혜택으로 나누어 4가지로 늘리려는 꼼수가 느껴진다. 물론 유족이라고 공공요금을 한 푼도 안 내도 되는 게 아니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와 기간만큼만 감면되는 것이며 그나마 '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어 얼마나 감면해 줄지는 이번에도 정부와 관계기관에 달려있는 셈.


뿐만 아니라 공공요금 감면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66조제3항제6호에 따라 다른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에 대해서도 이미 지원되는 내용인 데다, '서해 5도 지원 특별법'같은 경우에는 서해 5도에 거주하는 세대라면 텔레비전 수신료, 상수도요금, 전기요금, 전화요금, 수도요금 등의 공공요금은 물론 국민건강보험료까지도 감면할 수 있다(제13조)고 명시하여 이미 새정치민주연합이 제출한 세월호 특별법안보다 우월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14. 상속세 감면 & 15. 양도세 등 각종 조세감면 혜택


이 또한 <안 제55조제2항>에 규정되어 있는 한 가지 혜택을 두 가지로 부풀리려는 꼼수로 보인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조세 감면이 아니라 세제 지원. 당연한 얘기지만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도 된다는 게 아니고 상속세나 양도세와 같은 부분에서 편의를 봐주겠다는 것.


예컨대 부모님이 국가적 재난으로 돌아가셔서 집을 물려받게 되었는데 상속세를 내야 하거나, 재난 후유증으로 생활이 어려워져서 집을 팔게 되었는데 양도세를 내야 한다면 국고는 두둑해지겠지만 조세정의는 아닌 것 같다는 문제의식에서 이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66조제3항제6호에서도 국세, 지방세 등의 경감 또는 납부유예 등 간접지원을 규정한 바 있다. 또한 무엇보다 세제 지원은 이 법에서 규정한다고 뚝딱 되는 게 아니고 '조세특례제한법' 등 각종 세법을 통해(대통령령이 아니다! 무려 법률이라규!) 구체적인 사항을 규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과도한 특혜라는 일각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16. 기타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근로자 치유휴직


<안 제57조제1항>에 규정되어 있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6개월 이내의 유급휴직을 허용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인데, 이것도 특권으로 여겨진다면 답이 없는 노릇이다.


세월호 사고와 같은 대형 참사를 겪은 당사자나 가족에게는 당연히 몸과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한 거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즉 PTSD에 시달리는 사람이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현업에 투입된다면 얼마나 끔찍한 재앙이란 말인가!


즉 치유휴직제도는 추가적인 사고와 재난을 막기 위한 예방적 조치일 뿐, 부러워 할 만한 특권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당사자가 6개월 안에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각별한 관심과 성원을 보내줘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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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자식을 잃은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추스릴 수 있게 해줘라...



17. 유가족들의 직계비속에 대한 교육비 지원 & 18. 형제자매들에 대한 교육비 지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업료 경감은 아니고, 교육비 지원 규정이 있다. (안 제59조제1항) 유가족들의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면 그냥 유가족 아닌가? 왜 말을 어렵게 빙빙 돌려서 하지?)가 아니고, 희생자 또는 생존자의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에 대하여 초중고 및 대학교 학비를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늘 그래왔듯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원할 수 있다'고 하여 의무라고 보기도 어렵고 전액 다 해줄지, 일부만 해줄지도 행정부 마음대로인 셈.


수학여행이라는 공교육프로그램에서 일어난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앞으로도 제 값을 내고 공교육서비스를 이용하라는 건 가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이러한 교육비 지원이 부당한 특혜라고 할 수 있을까?



19. 아이보기 지원


<안 제60조제2항>에 규정된 내용.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보자. 단원고에 다니는 자녀가 세월호 참사로 실종되었다. 당연히 부모는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을 정신없이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아직 어려서 케어가 필요한 아이가 있다면? (말하자면 터울 많이 나는 늦둥이 동생) 이런 경우에 우선적으로 아이돌봄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취지. (심지어 비용은 원칙적으로 개인 부담이다!) 혜택이랄 것도 없는 너무 당연한 얘기고 하등의 문제될 것이 없다.



20. 간병서비스 


<안 제61조제1항>​.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피해자의 간병비용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규정. 크게 보면 치료비 지원과 다를 게 없다할 것인데, 늘 그래왔듯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는 규정.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는 간병서비스의 특성상 재정상태만 허락한다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비용을 보조하는 것은 무척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1. 화물 등 물적 피해 지원


​워낙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 바람에 감히 말도 꺼낼 수 없는 지경이지만, 사실 세월호 사고로 인해 화물 등 물적 피해를 입은 사람도 한 둘이 아니다. 당연히 배상을 받아야 할 것이나, 보험금이라든지 손해배상액 산정 과정에서 사망, 실종, 부상자들에 비해 우선순위도 밀리기 십상이고 손해액을 입증하기도 쉽지가 않다. 이에 대하여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선언적인 의미의 규정(안 제62조). 대책 마련도 의무는 아니지만, 설사 대책을 마련한다 해도 그게 꼭 정부의 직접적, 금전적 지원을 의미할지는 미지수.



22. 경제적 어려움을 격고 있는 피해자 금융거래 관련 협조 요청


​안 제63조. 정부는 금융채무로 인하여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자의 금융부담을 완화하기 위하여 관련 공공기관, 은행, 그 밖의 관계 기관 또는 단체에게 필요한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이건 정말 권고조항인데, 사적 거래에 대하여 국가가 나서 채무를 면제해주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테고 기껏해야 상환유예 내지는 금리 조정을 권고하는 정도가 한계 아닐지? 그나마 해당 금융기관 등에서 안 들어주면 끝! 만일 그 기관이 러시앤캐시나 산와머니라면? 그들이 정부기관의 협조요청에 얼마나 응해 줄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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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으리


결국 뉴스타운에서 보도한 '새민년'의 세월호 특별법안 내용은 없는 내용을 지어냈거나 사실상 하나의 지원방안을 여러 개로 쪼개 과대 포장한 것이 태반이며(위에서 거론된 22가지를 잘 묶어서 정리하면 실제로는 14개 남짓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렇지 않은 내용도 이미 다른 법률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 또는 그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선언적인 규정들이 대부분이다.


그것마저 대부분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 세부적인 집행 과정에서 비현실적인 내용들은 잘릴 수밖에 없을 테니, 이런 특별법으로 재벌 부럽지 않은 특권층이 탄생한다면 파리가 새고 잠자리가 용이라고 할 것이다.


국가유공자나 다른 참사의 희생자들과 일일이 비교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부분이나 카톡에서 거론한 삼풍백화점 참사(1995). 씨랜드 참사(1999), 대구 지하철 참사(2003)는 모두 10년 이상 지난 일로서 대한민국의 수준이 최소한 그때보다는 좀 나아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점을 지적하고 싶고,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처우가 형편없는 것은 지난 날 대법원에서 위헌결정을 받은 군인, 군무원, 경찰공무원 등의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금지 규정을 아예 헌법에 집어넣은 어느 대통령의 아버지 대통령 탓이 가장 크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문제가 있다면 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할 일이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보상을 덜 해주는 방법으로 형평을 유지하겠다는 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까?


사정이 이런데도 굳이 세월호 특별법을 디스 하는 건 결국 피해자에 대한 지원방안이 아니라 다른 부분, 이종택의 표현을 빌자면 '정부와 새누리당을 바지저고리로 만들어 민심과 유리시키려는 새민련과 종북 좌파의 간악한 선동행위' 때문일 테고 그 핵심이 수사권과 기소권에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다만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아쉬운 점은 어차피 쟁점이 수사권, 기소권에서 형성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여권은 물론 피해자들과도 조율되지 않은 지원방안을 법안에 명시하여 이종택들의 어그로를 끈 부분이다. 진상규명에 집중하기 위해 손해배상 등의 문제는 원론적인 언급만 하고 추후로 미뤄둔 유가족들보다도 정치적 센스가 떨어졌던 셈.


또한 혼동되기 쉬운 의사자라는 표현으로, 본래 의미의 의사자들에게 주어지는 혜택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에게도 주어질 것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스타운에 실린 이종택의 칼럼 및 카톡을 통해 돌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 괴담의 내용은 세월호 피해자와 가족들을 위해 한번쯤 논의해볼만한 지원책을 과도한 특혜 내지는 보상을 요구하는 이기적인 행위로 매도함으로써 특별법 논의 자체를 봉쇄하려는 '간악한 선동과 편 가르기'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선동으로 인해 진상규명에 실패하고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는 결과가 된다면, 그땐 정말 조세저항을 심각히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는커녕 억울한 죽음의 이유도 밝혀내지 못하는 정부와 국회야말로 무위도식하는 특권층이요, 그런 못난 짓이나 하는 국회와 정부는 차라리 없는 게 나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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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테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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