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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9. 04. 목요일

견인차 










어느새 여름이 다 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쌀쌀해진 날씨도 날씨지만, 점점 다른 색으로 변해가는 초목들을 보면 '아, 정말 이번 한 해도 금방 지나가는구나' 생각을 합니다. 하루하루 다시 추워지는 날씨에 이번 겨울은 당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두려움도 앞서지만, 부지런히 살을 찌우며 씩씩하게 월동준비를 하고 있는 동물들을 보면 반성도 하게 됩니다.(견인차님은 현재 캐나다의 졸라 추운 동네에 거주중입니다. - 편집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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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사의 요리사 R모씨


쥐!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디즈니 사의 마스코트이자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의 상징인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 아니면 아름다운 프랑스 뒷골목에서 맛있는 요리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해주는 <라따뚜이>의 레미? 아니면 시궁창에 눈을 희번득 거리며 온갖 병균과 기생충을 옮기며 사대강 갉아먹는 시궁창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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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쥐냐?! 흑사병!!


쥐에는 많은 종류가 있고 생김새와 크기 모두 제각기 조금씩 다르지만, 진짜 쥐과에 속하는 녀석들은 대부분 구세계(old world)나 참쥐(true rat)라고 불리며 대부분 아시아에서 온 녀석들입니다. 가장 흔한 종은 갈색 쥐로 모두가 시궁창 쥐로 알고 있고, 노르웨이 쥐라고도 불리지만 본래 서식지는 중국 북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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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하오!


이 갈색 쥐들은 흑사병의 원인으로 지탄 받기도 했지만 실제 흑사병을 옮겼을 것으로 보이는 개체는 쥐벼룩이고, 그 흑사병 걸린 쥐벼룩들을 옮긴 것은 갈색 쥐가 아닌 검은 쥐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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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요놈!


흑사병을 옮기는 쥐벼룩이 검은 쥐에게 붙으면 검은 쥐도 흑사병에 걸려 죽고, 죽은 검은 쥐를 떠나 따뜻한 다른쥐를 찾던 쥐벼룩이 차선책으로 사람에게 붙으면 사람도 흑사병에 감염되는 것이지요. '이 흑사병으로 1346년~1353년 유럽에서만 75,000,000에서 200,000,000명이 사망하였습니다'라는 게 가장 최근까지도 유력한 가설이었으나 최근 3월, 영국에서 발굴된 유해들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당시 영국 국민 10명 중 6명을 죽인 흑사병은 쥐벼룩에 의해 감염되는 선페스트(Bubonic Plague)가 아닌 인간들 사이에 기침이나 재채기 등 공기 중으로 옮았을 폐렴 흑사병(Pneumatic Plague)일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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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내가 그런게 아니였어...


흑사병의 원인이 검은 쥐였든 아니든 검은 쥐가 당시 유럽에 많이 서식 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검은 쥐의 엄청난 다산 능력(한 쌍의 쥐가 일 년에 1,500마리 생산!)도 한 몫했지만, 당시 유럽의 도시형태가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하수처리가 엉성했고 지저분했으며 그 와중에 쥐들이 살기에 애매하게 좋은 환경, 말하자면 드럽지만 먹을 것은 많은 요상한 환경을 제공했기에 검은 쥐들도 정착해서 살았던 것이죠. 검은 쥐들은 아시아의 동남부에서 유럽으로 옮겨갔으며 11세기부터 중동에서 십자군 따라 배 타고 유럽으로 건너가서 유럽재패에 성공했지만, 현재는 갈색 쥐에게 일인자 자리를 내어주고 이인자로서 세계 쥐 개체수를 유지시키고 있습니다.(엄청 많다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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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사의 R씨는 갈색쥐 입니다 :)


요렇게 가장 유명한 두 가지 (레알)쥐가 있지만, 보통 우리가 ‘쥐’를 말할 때는 거의 모든 설취류의 동물을 통틀어 부르기도 합니다. 케피바라부터 캥거루 쥐까지 쥐 가족들은 전부 일단은 쥐! 집에서 애완용으로 많이 키우는 기니피그도 쥐! 그래도 오늘은 갈색 쥐나, 검은 쥐 같은 레알 쥐들에 대해서 알아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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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쥐라니...



2. 인간은 사회적 동물, 쥐도 사회적 동물


많은 사람들이 쥐라고 하면 치를 떨지만, 사실 쥐와 인간은 상당히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일단 유전자만해도 80% 이상 일치할 뿐만 아니라 극히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것 또한 더할 나위 없이 닮은 동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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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야생동물이 그러하듯 쥐들 또한 경험으로 주변상황을 인지하고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기 위해 그것을 기억하고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야생에서 실수는 곧 죽음과 같은 것이니까요. 하지만, 쥐들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료 압력(Peer Pressure)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즉, 주변 눈치를 보고 행동한다는 것이죠. 쥐들은 의외로 온순하며 다른 쥐들과 함께 있을 때 편안해 하고 혼자 떨어지면 우울해 합니다. 그런 이유로 다른 쥐가 없으면 그 관심과 사랑을 사람에게 보이기 때문에 반려동물로서도 적합하죠.


또한 어떤 면에서 쥐는 인간보다 상당히 나은 사회성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것은 바로 사회보장 제도가 있다는 것이죠. 보통 쥐라고 하면 조금이라도 약한 개체는 피도 눈물도 없이 오작오작 뼈까지 씹어 먹을 것 같은 냉혈동물 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프거나 병든 개체가 있으면 먹이도 가져다 주고 그루밍도 해주면서 보살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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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돌봐주는 것도 즐기긔


이것은 물론 은연중에 '내가 아프면 너도 나를 보살펴 주겠지' 하는 사회적 기대감에서 오는 행동이겠지만, 직접적으로 보살핌 받았다고 해바라기씨를 갖다 바쳐야 하는 천조국의 의료시스템이나 박 모 공주님이 추진하시는 의료제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쥐가 먼저다!'의 정신으로 서로 돕고 돕는 사회적 행동입니다.



3. 까하하하하하!!


쥐가 내는 소리를 생각 하면 찍찍! 찍!!! 찍찍찍!! 외에는 별로 드는 생각이 없지만 소리를 이용한 쥐의 의사소통은 의외로 다양하고 복잡합니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가청영역이 16~20,000 헤르츠라면 쥐의 가청영역은 200~90,000 헤르츠로 우리가 듣지 못하는 초음파까지 들을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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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무슨 소리가 난 것 같은데...


그리고 더욱 더더더더더 재미있는 것은 쥐들도 사람처럼 깔깔거리며 웃는다는 것입니다. 손으로 배를 간질간질하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면서 웃어댑니다. 우리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없는데, 그 이유는 그 소리가 초음파기 때문이죠. 초등학생들 웃음 소리나 낙엽 굴러가는 것을 본 중학생들보다 훨씬 높은 소리로 ㅋㅋㅋㅋㅋㅋㅋ 하기 때문에 우리는 들을 수 없고 그 소리를 몇 단계 낮춰서 들려주는 박쥐 감지기로 들으면 쥐의 웃음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간지럼 더 태워 달라능!!!



4. 사실 대단한 녀석들


쥐들은 (인간기준에서 봤을 때)더러운 서식환경에서 실제로 많은 질병을 옮기기 때문에 항상 과소평가 당하고 유해동물로 지탄 받습니다. 하지만, 쥐는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뛰어난 생명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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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둘헛둘


쥐는 안타깝게도 사람보다 시력이 훨씬 떨어집니다. 낮은 시력이라도 빛에는 상당히 민감하기 때문에 밤이 되면 오히려 사람들보다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후각, 미각, 청각이 아주 뛰어나기 때문에 천적을 피하고 음식을 찾기에 적합하죠. 점프력도 좋고 스피드도 빠르고 인지능력도 뛰어나며 문제 해결 능력도 출중합니다.


바쁘신 분들은 30초부터 당신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



5. 사실 나름 깨끗하다


'더러운 해충이다!'라는 타이틀은 쥐로서는 상당히 억울한 타이틀입니다. 쥐들은 사실 물을 좋아하고 씻는 것도 좋아하고 고양이 마냥 하루의 상당 시간을 그루밍하고 몸단장 하는 데 쓰는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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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분명 쥐 목욕를 검색했는데 왠 목욕탕 아저씨가...


단일 개체, 동일환경으로 봤을 때 쥐는 오히려 같은 환경의 개나 고양이보다 깨끗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쥐는 어둡고 좁은 곳을 좋아하는 동물이고 그런 곳은 보통 더럽습니다.


또한 보통 꽤 큰 무리를 지어 생활하기 때문에 단 한 마리라도 뭔가에 감염된 상태라면 다같이 우르르르르 감염 되므로, 헌터바이러스폐증후군, 신증후성 출혈열, 라싸열, 렙토스피라증, 림프구성맥락수막염, 옴스크출혈열, 페스트, 서교열, 살모넬라, 남아메리카아레나바이러스, 야토병 등을 사람에게 감염시킬 수 있습니다. 고로 길 가다가 쥐를 만나거든 잡거나 괴롭힐 생각하지 말고 피하세요. 그리고 집에서 쥐가 발견되었다면 쥐들 지못미지만, '세ㅇ코' 부르세요... ㅠ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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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좀 닦아봐



6. 인간을 위하여...


('인간을 위하여 공헌한...'이라고 말하면 오만하기 그지 없으니)여지껏 수 많은 동물들이 인간을 위해 수도 없이 죽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으며, 누구나 이에 대해 최소한 한 가지의 견해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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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실험은 길게는 기원전 3, 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실험 쥐의 경우 18세기 갈색 쥐가 유럽으로 건너가 그 중 알비노증이 있는 쥐들이 선별 교배되어 지금의 실험 쥐가 탄생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그 후 실험용으로 다시 품종번식 되었습니다. 실험 목적으로는 유전, 화장품, 약품, 질병, 우주과학 등등 온갖 용도이며 실험의 끝은 조기 사망(제 명 다 하기 전에 죽음)이죠. 실험용으로 쥐가 사용되는 이유는 나름 최근에 밝혀진 유전적 유사점 말고도 번식시키기 쉽고, 다루기 쉽고, 수명이 짧고, 몸이 작아서 병증의 심화과정이나 약의 반응과정이 다른 동물보다 훨씬 짧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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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만 한 해 약 일 억 마리 정도의 실험 쥐가 소비됩니다. 다행인 것은 실험 쥐를 대신할 위의 마이크로칩 등의 신기술 개발이 계속 되고 있다는 것이죠. 아무리 쥐와 사람의 DNA가 비슷하다해도 각 질병, 약품 등에 일으키는 반응은 인간과 쥐의 생김새만큼이나 다르기 때문입니다.


쥐들은 알게 모르게 우리 삶에 밀접하게 붙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옛날 로마 사람들은 쥐를 행운의 상징으로 여겼으며 인도 북서부의 비카네르에 있는 까르니마따 사원에서는 신성시 되고 있고 한국에서는 십이간지의 첫 번째로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지구상에 단일목으로는 가장 많은 수의 포유류이며, 인류가 생산하는 총 식품의 상당량을 야금야금 뺏어먹기도 하고, 많은 질병을 인간에게 옮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인간은 엄청난 수의 쥐들을 실험용으로 사용하죠.


어떤 쥐들은 반려동물로 선택되어 평범한 가정견과 비슷한 삶을 살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머리 좋고, 보기보다 수영 잘하며, 의외로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은근히 좋아하는 이 동물을 ‘더러운 쥐새끼!’라고 한 단어로 정의 내리기에는, 아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모습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쉽습니다. 요즘 부정부패 사건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어떤 쥐랑은 다르게 많은 반전매력이 있는 이 동물에게는, 더럽다고 미워만 할 수는 없는 어떤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쥐들 너무 미워하지 마시고, 이번 한 주도 좋은 한 주 되세요 :)





참고자료

 

http://en.wikipedia.org/wiki/Rat

http://www.history.com/news/medieval-black-death-was-airborne-scientists-say 

http://www.theweek.co.uk/health-science/57918/rats-and-fleas-hook-humans-passed-black-death-each-other

http://genomebiology.com/2004/5/5/221 

http://www.genome.gov/10001345

http://www.cdc.gov/rodents/diseases/direct.html

http://www.ratbehavior.org/ 

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091305709002640

https://www.youtube.com/watch?v=dSQwntaYyDg







견인차


편집 : 홀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