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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8. 03.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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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흑마술사, 두꾼(Dukun)

한 맺힌 여인, 꾼띨아낙(Kuntilanak)






앞서 소개했던 꾼띨아낙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비슷한 에피소드를 찾아볼 수 있는 여자 귀신입니다. 하지만 한국과는 사뭇 다른 인도네시아만의 독특한 귀신들도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뽀쫑(Pocong)이죠.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의 이슬람식 장의 절차엔 까인까판(Kain Kafan)이라고 부르는 일정 규격의 천으로 시신을 감싸는 과정이 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생전에 사용하던 의복과 장식품들을 모두 벗겨 낸 후 이 까인까판으로 망자의 온몸을 감싼 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여섯 군데를 끈으로 단단히 묶어주게 됩니다. 이렇게 묶어둔 시신을 뾰종이라 부릅니다. 이집트의 미이라를 붕대를 칭칭 감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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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뽀쫑을 완성시키는 끈을 특별히 딸리뽀종(Tali Pocong)이라 합니다. 시신을 매장하기 전 이 딸리뽀쫑을 반드시 풀어줘야만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영혼이 시신을 떠날 수 없고 무덤 속에서 생전의 죄로 인해 더욱 고통받게 되므로 한밤중에 시신이 반드시 무덤에서 일어나 끈을 풀어 달라고 돌아다니며 산 사람들을 괴롭힌다고 합니다. 재밌는 건 뾰종이 일어나는 시점에 대해선 조금씩 다르게 이야기합니다. 인도네시아인들은 매장 당일 뽀쫑이 바로 일어난다고 믿는 반면 또 다른 사람들은 영혼이 사망 후에도 40일간 지상에 머문다고 믿습니다. 딸리뽀쫑이란 40일 이후에도 계속 묶여있는 경우에 벌어지는 사건이라는 것이죠. 아무튼 딸리뽀종을 풀어주지 않은 것이 뽀종귀신 발생의 가장 일반적인 이유라고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뽀쫑귀신이란 천 안에 갇혀 버린 망자의 영혼인 셈입니다(논란의 소지가 좀 있는 모양이지만 이슬람의 규범에서는 딸리뽀쫑을 꼭 풀어줘야만 한다고 가르치진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처녀가 죽거나, 여자를 한 번도 접하지 못한 총각이 죽으면 그들이 사용한 이 딸리뽀쫑은 영험한 주술재료로 사용된다고 알려져 두꾼들이 표적이 되며, 만약 주술에 사용된다면 망자의 영혼이 고통을 받는다고 믿으므로 이 딸리뽀종은 함부로 버리지 않고 무덤에 같이 묻는 것이 관례입니다. 때문에 주술적 가치가 있는 딸리뽀종을 확보하려고 깊은 밤에 몰래 무덤을 파헤치는 두꾼들도 물론 있는 모양입니다.


시체가 일어나 돌아다닌다는 점에서 중국 강시와 비견되기도 하는데 강시는 두 팔을 앞으로 올리고 양발을 모아 콩콩 뛰어다니는 반면, 커다란 흰 소시지 또는 흰 천을 덧입힌 긴 죽부인 같은 형태의 뽀쫑들은 대개 날아다니거나 순간이동을 한다고 합니다.


꾼띨아낙과 함께 뽀쫑 역시 인도네시아에서는 가장 많이 영화화된 소재 중 하나입니다. 물론 뽀종들이 늘 공포물에만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긴 생머리의 꾼띨아낙들이 최근 샴푸광고에 동원된 것처럼 뽀쫑들도 TV 코메디 드라마나 영화에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미 오래전 일입니다. 그만큼 인도네시아에서 뽀쫑은 일정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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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꾼띨아낙이 1970년대부터 영화화된 것에 비해 뽀쫑은 최근인 2006년이 돼서야 영화에 나오기 시작합니다. 비교적 복장과 분장이 가벼운 여자귀신에 비해 몸 전체에 천을 두르고 딸리뽀쫑으로 꽁꽁 묶인 채 반쯤 썩은 무서운 얼굴을 들이밀어야 하는 뽀쫑의 경우 특수분장이나 특수효과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뽀종이 된 망자의 적나라한 모습을 인도네시아의 무슬림사회에서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루디 수디아르워 감독이 만든 <뽀쫑(Pocong)>이라는 이름의 영화는 당시 기준으로는 너무나 공포스럽고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온다는 이유로 상영자체가 금지되기도 했습니다.


1973년 개봉하여 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헐리웃 영화 <엑소시스트(The Exorcisit)>가 지금 다시 보면 그렇게까지 충격적이진 않은 것처럼 인도네시아의 뽀쫑 영화의 무서운 장면들은 그 맥빠지는 스토리와 함께 정말 실망스럽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하지만 처음 뽀쫑 영화를 접하던 인도네시아 사회는 꽤나 떠들썩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 상황의 전개가 오히려 노이즈마케팅으로 작용해 루디 감독이 같은 해, 거의 같은 내용으로 그러나 좀 덜 무섭게 제작해 발표한 <뽀쫑2>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뽀쫑3>(2007), <진짜 뽀쫑>(2009), <40 일 만에 일어선 뽀쫑>(2008) 등 뽀종을 다룬 영화들이 봇물 터지듯 대형스크린에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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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영화포스터에 나오는 것과는 달리 원래 시신을 천으로 감쌀 땐 저렇게 얼굴을 드러내 놓지 않습니다. 저건 아마 시신이 뽀쫑귀신이 된 후 전방시야확보를 위해 얼굴 부분을 개방하는 것이라 사료되는군요.


뭐, 시신이 무덤에서 일어나 밤마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세상을 돌아다닌다는 것이 소름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지만 그 목적이 고작 딸리뽀쫑 끈만 풀어달라는 것이니, 덜덜 떨며 도망 다니기 보다는 눈 한 번 질끈 감고 끈을 풀어주면 되는 거 아닐까요? 끈을 풀어주면 뽀쫑이 순식간에 사라지거나 그동안 돌아다니던 시신이 풀썩 쓰러지는 것으로 소동은 끝이 나는데 말이죠.


아마 모처럼 용기를 내어 끈을 풀어줬는데 이 친구가 무덤에서 일어난 이유가 단순히 딸리뽀쫑 때문만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초인종 소리에 엄마인 줄 알고 문을 열었더니 연쇄살인범이 차가운 미소를 짓고 있는 경우처럼 말이에요.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꾼띨아낙이나 또 다른 귀신들에 비해 뽀쫑이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인식하는 ‘죽음’을 가장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형상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이유로 인해 뽀쫑들이 무덤에서 일어나는 걸까요? 그 자세한 설명을 <gallerydunia>를 참고하여 적어보겠습니다.



1. 딸리뽀쫑을 풀어주지 않았을 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매장할 때 딸리뽀쫑을 풀어주지 않으면 매장 후 뽀쫑귀신이 됩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마구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겁을 주는 건 아닙니다. 만약 뽀쫑이 마구 돌아다니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생전에 미처 정리하지 못한 일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출현시간은 대개 저녁 마그립기도(해질 때 드리는 기도)가 끝날 즈음입니다. 뽀쫑은 자기 무덤 한가운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연기는 작은 형체를 만들어 무덤의 다리 쪽으로 펄쩍 뛰어갔다가 다시 머리 쪽으로 펄쩍 뛰면서 그 크기가 점점 커집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서쪽방향으로 무덤 옆으로 펄쩍 뛰면 그제서야 완전한 뽀쫑귀신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그런 후 무덤을 한 바퀴 도는데, 발이 묶여있는데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TV에서 보는 것처럼 중국 강시같이 콩콩 뛰지 않아요. 물론 콩콩 뛴다고 주장하는 일부 학계의 주장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뽀종은 날아다닙니다. 완전히 뽀쫑의 모습이 갖춰지면 뽀쫑귀신은 공중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비행합니다. 그래서 뽀쫑의 몸체가 길어지면 마치 흰 스카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물론 뽀쫑의 최대강점은 그 어떤 귀신들보다도 비디오합성을 용이하게 하는 순간이동이죠.


뽀쫑귀신의 얼굴은 해골 같고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뛰어나와 흘러내릴 것 같고 눈썹은 물론 피부도 없는데 눈동자 밑으로 구더기나 들락날락하는 게 보입니다. 만약 당신에게 친숙한 장소에서 혼자 이런 뽀쫑과 마주치게 된다면 그 당시 막 세상을 떠난 지인이나 친척을 기억해내 그 이름을 외치며 이렇게 말하세요. ‘내가 모든 걸 다 용서하니 당신의 세계로 돌아가세요!’ 그런 후 비스말라와 알파티하의 편지를 세 번 암송하면 뽀쫑은 당신 눈앞에서 사라질 거에요. 너무 무서워하거나 황망해 하지 마세요. 그래 봐야 부질없거든요. 뽀쫑은 당신에게서 도움을 받거나 용서를 받을 때까지 끝까지 당신을 따라붙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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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만약 익숙지 않은 다른 장소에서 뽀쫑귀신과 마주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코로 숨을 쉬면 안돼요. 그렇게 숨을 참고 비스밀라와 알파티하의 편지를 암송하고 끝으로 꾸르시 구절(Ayat Kursi)을 암송해야 합니다. 공연히 영웅이 되려하다간 자칫 내일 아침 그 자리에서 시체로 발견되어 사람들에게 들려가게 될 수도 있어요. 함부로 딸리뽀쫑을 풀어주려고도 하지 마세요. 자칫 살이 튀어 당신이나 가족들이 액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뽀쫑의 시신을 매장할 당시 의도적으로 딸리뽀쫑을 풀어주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신비주의적 믿음이 굳건한 시골 사람들의 관행이 이 대목에서 문제가 됩니다. 만약 친척이나 가족이 강간살해, 흑마술 등 비자연적 방법에 의해 살해되었는데 그 범인이 잡히지 않았을 경우 그 미상의 범인에게 겁을 줘 사실을 자백하도록 하는 방법 중 하나가 딸리뽀종을 풀지 않은 채 매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만일 당신이 뛰어난 능력을 지닌 두꾼이 아니라면 공연히 그 딸리뽀쫑을 풀어주려 나서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실제로 살해당한 자녀를 매장하려 할 때 복수심에 가득 찬 아버지는 누군지 모를 살해범에게 이를 갈며 일체의 이슬람식 장례절차나 코란의 암송을 중단시키고 딸리뽀쫑을 풀지 않은 채 시신을 무덤에 내립니다. 그러면서 뽀쫑의 귀에 속삭입니다.



“네 원수를 꼭 찾아내 핏값을 받거라!”



그러면 그 시신은 그날 밤부터 당장 일어나 자신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이에게 복수를 완료할 때까지 밤마다 이승을 떠돌게 됩니다. 그 피의 신원 과정이 실제로 어떤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게 망자를 매장한 후 어느 날 밤 누군가 귀갓길에 또는 취침 중에 급사한다면 그 자가 바로 살인범이고 망자의 뽀쫑이 마침내 복수를 성취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러나 그렇게 복수를 마친 망자의 영혼은 이미 망자들의 세계에 받아들여질 수 없게 되어 영원히 구천을 헤매게 된다고 믿습니다.



2, 진(Jin)이 뽀쫑의 모습으로 현신할 때


진(Jin)이란 마귀, 악령 등을 뜻하는 아랍어에서 온 단어입니다. 진은 ‘태초에 나는 흙으로 인간을 창조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나는 불로서 진(djin)을 창조하고 빛으로써 마라카(maraca -(천사)를 창조했다’는 코란의 한 구절에서 등장합니다.


진의 왕은 이블리스(iblis), 그 밑으로는 마리드(marid -마령), 이프리트(ifrit-귀신), 샤이탄(shaytan-악마), 잔(jann-악귀) 순으로 그들이 지닌 지혜와 능력에 따라 계급이 나누어집니다. 아라비안나이트 알라딘의 램프에서 나온 진은 디즈니 만화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파란색의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존재도 아니고 당연히 미국식 지니(Genie)라는 이름을 가진 정령도 아닙니다. 그는 램프의 진(Jin), 즉 악령입니다. 앞서 언급한 계급으로 보자면 대충 이프리트급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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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선량하지 않습니다 ㅎㅎ


인도네시아인들의 관념 속 진들은 다시 여러 종류로 나뉘는데 그중 가장 위험한 것은 진카피르(jin Kafir) 즉 ‘이교의 악령’이라 불리는 놈입니다. 진은 어떤 모습으로도 현신할 수 있는데 간혹 뽀쫑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자바지역에선 그들을 대충 겐더루워(Genderuwo, 꾼띨아낙 편에서 잠시 언급한 적 있는 요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들은 주로 빽빽한 대나무숲이나 커다란 나무 또는 이미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폐가 같은 곳에 살고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손을 낳아 후대를 잇습니다.


뽀쫑으로 현신하는 진은 나무 위, 벽 뒤, 또는 나무 옆에서 몸 일부만 현신하기도 하는데 눈은 붉은색이나 푸른색으로 번득거리는 등 일반 뽀쫑과는 사뭇 다릅니다. 만약 이런 뽀쫑과 마주치게 되면 재빨리 땅 위에 몸을 찰싹 붙이고 엎드려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죠? 뽀쫑들은 날아다닌다고요. 그러니 땅에 엎드리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지혜로운 대처법입니다. 그런 다음 



“AsyhaduAllah Illahaillahu wa AsyaduAllah muhammadarusullah”


"나는 알라외에는 다른 신이 없고 무함마드만이 알라의 유일한 선지자임을 증언합니다"



라고 암송하며 꾸르시구절도 뒤이어 암송해야 합니다. 일어서거나 뛰어서는 안 됩니다. 진에게 잡히면 자칫 우리 몸에 스며들어 빙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3. 두꾼이나 저주술사가 시신을 이용할 때


두꾼들이 사람들을 위협하거나 청부를 받아 누군가의 목숨을 노릴 때 시신을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두꾼들이 사용하는 뽀쫑들은 대체로 상태가 양호하여 눈, 코, 귀에 솜으로 염이 된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이런 놈이 당신의 집에 여러 번 모습을 나타냈다면 누군가 당신을 질시하는 사람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대응방법은 집 주변에 소금을 뿌리고 저녁기도, 밤기도, 자정기도가 끝날 때마다 야신의 편지를 읽는 것입니다. 가능하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 야신의 편지를 읽는 것이 좋으며 그렇게 7일을 계속해야 합니다. 이런 류의 뽀쫑은 특별히 조심해야 하는데 이 뽀종이 뱉는 침에 닿은 신체부위엔 물집이 잡혀 크게 부풀어 오르거나 새카맣게 타들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은 알라의 도움을 구하는 것으로, 나쁜 일이 닥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신앙을 시험하는 진 역시 알라가 창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뽀쫑의 발생경위와 종류, 대응책까지 알게 되었네요. 든든하죠? 그런데 이걸 활용하려면 우선 이슬람에 입문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 아무튼 진도를 조금 더 나가 봅니다.


뽀쫑귀신은 주로 무덤근처, 바나나 나무 밑, 또는 수풀이 비교적 많이 우거진 곳에 나타난다고 하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거나 이상한 소리, 범상치 않은 냄새, 주변 개들의 이상행동 같은 항상 그 전조가 먼저 나타나며 심지어 물건들이 마음대로 움직이는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거까지 알 필요 있을까 싶지만 잘 기억해 두면 나중에 배회하는 뽀쫑을 포착하는 첫 한국인 목격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뽀쫑이 어떤 식으로 출현하고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많이 떠 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첨부합니다. 2분 45초경부터 출현하는 뽀쫑은 사뭇 소름 끼칩니다. 물론 합성기술이 발달한 오늘날, 비교적 선명하게 뽀쫑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영상 역시 합성여부가 논란의 대상이 되지만 최소한 인도네시아사람들이 생각하는 뽀쫑이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내막을 잠시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료임엔 틀림없습니다.


Penampakan Nyata hantu Pocong (indonesian real ghost)


뽀쫑이 잡혔다는 기사나 동영상이 인터넷과 유튜브에 올라 있긴 하지만 손가락만 한 크기의 미동도 하지 않는 뽀쫑인형을 유리병 안에 담아 놓은 것으로 보여 별로 언급할 만한 가치가 없어 보입니다.


뽀쫑영화들의 포스터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일반적인 크기의 뽀쫑이 아니라 이런 미니어쳐인형을 들이밀며 뽀쫑을 잡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뽀종이 무덤에서 현신할 때 처음엔 매우 작은 형체로 나타난다는 믿음에 기초한 사기극이고 자신이 대단한 영적능력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두꾼이나 성직자들의 과시욕이 빚은 참사라 하겠습니다. 이들은 비단 뽀쫑뿐 아니라 물건이나 돈을 훔쳐 주인에게 가져다준다는 아기정령 뚜율(Tuyul), 사람의 피를 먹고 살며 신령한 능력을 지녔다고 믿어지는 젱글롯(Jenglot), 심지어 폐나 간, 창자 같은 장기들을 늘어뜨리고 머리만 온전한 채 하늘을 둥둥 날아다니는 꾸양(Kuyang)이나 빨라식(Palasik) 같은 귀신이나 정령들을 잡았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 유리병속의 인형들이 틀림없어 보이고 꾸양 등은 프레데터에 나오는 외계인 머리모형 같은 것을 살짝 보여주는 식입니다. 이 사람들은 좀 더 진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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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뽀쫑과 관련해 정말 그 이상을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극도로 진지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건 법정이나 회교사원 머스짓(Mesjid)에서 벌어지는 숨빠뽀쫑 (Sumpah Pocong), 즉 뽀쫑 맹세라는 의식입니다.


이 뽀쫑의 맹세에 대해서는 한 교수님이 기술하신 내용이 있습니다.



뽀쫑이란 사람의 시신이 무덤에 들어가기 직전의 모습이다. 이불 호청처럼 넓은 흰색 천으로 시신을 둘둘 감싼 후에 머리끝과 발끝 부분의 천을 사탕 모양으로 꽁꽁 동여 맨 모습이 뽀쫑인 것이다. 그러므로 뽀쫑의 맹세란 뽀종의 모습으로 행하는 맹세이다. 이슬람 사원에 가서 뽀쫑의 모습을 한 채 이슬람 종교지도자의 주관 하에 많은 증인들을 불러놓고 “신이시여, 저의 진실은 이러이러합니다, 제 말이 거짓이라면 당신의 벌을 달게 받겠습니다”라고 맹세하는 것이다. 이슬람 성전인 코란까지 머리맡에 두고 한 맹세이니, 만일 그 맹세가 거짓이라면 그는 신의 노여움을 사 죽음에 이를 것인데, 마침 뽀쫑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바로 땅 속에 묻히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뽀쫑의 맹세는 정통 이슬람의 전통에는 없는 것이지만 인도네시아의 이슬람신자들 간에는 자신이 어떤 혐의를 받게 된 경우 그리고 그 혐의를 부정할 만한 어떠한 물리적 증거도 제시할 수 없는 경우,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이 맹세를 거행한다. 혹은 분쟁 당사자 쌍방이 누구의 주장이 진실인지를 입증하기 위해 행한다. 흔히 주술적 혐의, 부채관계, 그리고 배우자의 부정행위 등이 뽀쫑의 맹세를 통해 해결되는 사안들이다. 예를 들어 주술을 걸어 이웃과 친지를 아프게 했다는 혐의를 받는 사람이 있다 치자. 그에게로 겨눠진 주술 혐의의 근거라고는 아픈 사람의 꿈속에 그가 나타난 이후 병세가 시작되었다는 것뿐인데, 이런 경우 자신이 주술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할 수단이 없으므로 위대한 신 앞에 죽음을 불사한 맹세를 함으로써 자신의 결백을 입증한다. 인도네시아를 30여 년간 철권 통치해 온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막내아들 토미 수하르토(Tommy Suharto)조차도 아내와의 가사 분쟁 도중 아내가 재산을 빼돌리고 혼외 관계를 가졌었다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 아내가 반박하자 둘이서 동시에 뽀쫑의 맹세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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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촌락공동체 사회에서 주술적 혐의나 부채관계 그리고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자칫 군중재판식의 폭력사건으로 비화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행위는 국가법에 호소하기 이전에 이미 촌락공동체의 안위와 도덕성을 실제적으로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으로 간주되기 때문인데, 이런 경우 뽀쫑의 맹세는 그 분쟁해결기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발휘한다. 공동체 모두가 믿고 있는 초월적 권위에 기대어서 죽음을 각오하고 맹세를 한 자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도 없을 뿐더러 만일 그 맹세가 거짓이었더라도 정의로운 신께서 반드시 갚아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확고하기 때문에, 공동체의 정의구현 열망을 충족시킴과 동시에 현실적으로 폭력사태를 방지하는 효과까지도 있다. (후략)


조윤미 덕성여대 사회과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 신흥지역연구단 공동연구원



또 다음은 2014년 9월 16일자 한인포스트의 인도네시아 바로알기 컬럼의 일부입니다. 숨빠뽀쫑의 수많은 실제 사례 중 하나를 보여줍니다.



며칠 전 9월 6일 언론사JPNN(Jawa Pos National Network)은 숨바뽀쫑 관련사건을 보도했다. 동부 프로볼링고 마르세드 (Marsed, 57세)의 장인 부나냔 (Budayan, 70세)은 자신이 병에 걸린 이유가 자신의 사위가 주술을 부렸기 때문이라 고발했으며 마르세드는 자신의 결백을 위해 집 근처의 모스크로 뽀쫑맹세를 하러 갔다. 마르세드는 모스크에 있는 지도자들에게 “나는 장인에 내 결백을 입증 하기 위해 뽀쫑맹세를 하려고 하는데 나에게 뽀쫑맹세의식을 해달라”고 요구했으며 이슬람교지도자는 그를 위해 의식을 실시했다고 JPNN은 밝혔다.

<한인포스트>



숨빠뽀쫑의 전통은 주로 마두라와 자바지역에서 무슬림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의식입니다. 죄인을 정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 현행 사법제도이고 이 증거들은 공식서류, 증인의 증언, 사건분석 등의 단계를 통해 모아지게 됩니다. 그러나 이 세 단계의 증거만으로는 재판관이 판결을 내리기 어려울 경우 이 숨빠뽀쫑이 네 번 째 증거로서의 기능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비록 법조문에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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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시체흉내를 내며 증언하는 것이니 아무렇게나 거짓말을 해도 되겠지 생각할 수 있지만 뽀쫑의 맹세를 대하는 무슬림들의 생각은 사뭇 심각합니다. 뽀쫑의 맹세를 하고서도 거짓을 발설한다면 당일 또는 최장 40일 내에 위증자가 급사해 버리는 식의 액을 맞고 그 자손들도 7대에 걸쳐 저주를 받게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이 뽀쫑의 맹세는 진실을 파헤치는 하나의 도구로서 그 기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뽀쫑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인도네시아 사회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뽀쫑귀신의 출현이 극도의 공포심을 유발시키고 뽀쫑의 맹세가 실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인도네시아의 무슬림이라면 마지막 호흡이 멈춰 이 세상을 떠나가야 할 때 누구나 거쳐야 하는 ‘뽀쫑’이란 형태와 그 단계가 ‘육체의 죽음’을 가장 극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시각화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뽀쫑들이 아무쪼록 오늘도 인도네시아의 밤거리를 애써 배회하지 말고 그 묻힌 곳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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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coc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