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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9. 22. 월요일

요제프K









서양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15세기까지만 해도 유럽은 세계의 변두리였고, 중국과 인도에 비해 한참 뒤떨어지는 후미진 동네였다. 이에 수많은 학자들이 어떻게 유럽이 세계의 변두리에서 중심으로 그 지위를 상승시켰는지에 대해 연구했고, 각종 다른 이론들을 만들어 냈다. (지루하고 정말 그럴듯한 이론들은 빼고) 그중 돋보이는 이론은 '커피'와 관련된 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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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공방전 그림이다


몰락하는 오스만투르크의 마지막 발악이었던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 공방전 이후 퇴각하는 투르크 군의 진영에 남겨져 있던 커피를 오스트리아 코쟁이들이 우연히 섭취하게 되고, 이게 유행하게 되어 전 유럽이 카페인 중독에 빠져 밤을 지새우며 잡생각을 하다 보니 사상 및 기술의 진보가 오게 되었다는 뭐 이런 이론이다.


(이걸 좀 더 진지 빨며 주장하는 사람은 커피 하우스의 유행과 수많은 유럽의 커피하우스들이 유럽 지식인들에게 앉아서 노가리 깔 장소를 제공하여 활발한 지식의 교류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만, 이건 재미 없잖아?)


또 다른 흥미로운 이론은 바로 '고양이 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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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시대 이후 수백 년간 수많은 사람을 죽였던 흑사병(aka 페스트)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실 것이다. 요즘 아프리카에서 유행하는 에볼라도 흑사병의 일종이라는 설도 있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그 질병의 알려진 원인은 쥐와 쥐벼룩이었다. (19세기에 유행한 페스트와 14세기 흑사병이 동일한 질병이 아니라는 설도 있다만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니 이런 걸로 태클은 자제해주삼. 나도 그거 알아요.) 흑사병 퇴치를 위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하여튼 각종 질병을 유발하고 보기에도 혐오스러운 쥐를 잡기 위해 유럽에서는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기 시작했고, 이들의 활약으로 유럽은 쥐로 인해 발병되는 각종 질병 등으로부터 자유롭게 되었다는 것이 이 이론의 기본 골자이다. 영 허무맹랑하지만은 않다.




고양이의 부활


그리고 21세기에 들어


'고양이라는 유령이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다.'


다시 말해, 쥐를 잡기 위해 유럽인들이 고양이를 사용했듯 21세기 대한민국에선 정부여당이 야권 지지자를 무력화 시키기 위해 고양이를 동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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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쥐는 그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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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이슈가 되었던 북조선 종편의 보도이다. 본 필자의 추측으론 진보 커뮤니티로 알려진 오늘의 유머 동물 게시판을 눈팅하던 북조선 종편 기자가 해당 게시판에 개 사진 보다 고양이 사진이 훨씬 많이 올라오는 것을 알아내곤 이런 기사를 쓴 것이 아닐까 하는데, 이 허무맹랑한 주장은 많은 이에게 웃음을 주고 사라졌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고양이보다는 개에 더 친숙하다. 개는 고양이에 비해 충직하고 주인을 잘 따른다는 전통적 이미지를 이용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개견자가 고양이 묘자보다 쓰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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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파격적인 우클릭 행보를 보이는 (수꼴)문화방송은 한걸음 더 나아갔다. 보수는 남성적이고 근육질이고 진보는 그러하지 않다는, 곰곰이 생각해보면 여성 비하적이기 그지없는 생각이 깔려있는 이런 똥을 뉴스라고 싸질렀다. 사실 20대 진보/보수 알통 크기를 비교해 보면 집에서 컴퓨터만 하는 (하태경이 20대 보수라고 칭한)일베충보다는 그래도 데모라도 가끔 하는 진보 성향 애들이 건강할 것 같은데 이 자료는 어디에 근거가 있는지 의문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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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조지 레이코프의 책에서 아이디어를 빌려 온 듯한 이 책이 최근 큰 이슈를 낳았다. 요즘 정치부 기레기들이 "한편 네티즌들은"이라는 말 대신 종종 끼워넣는 "한편 진중권은"의 파워트위터리안 Chin Jung Kwon 선생이 이에 반박하는 글을 쓰기도 했고, 또 뒤이어 비슷한 반박글이 이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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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위터리안 친 정권(?) 선생은 고양이봇주이기도 하다능


그들이 모두 실제론 저 '싸가지...' 책을 읽지도 않고 비평을 했듯 (제발 책은 읽고 비판하자 허핑턴에 기사 쓴 아저씨야) 나도 이런 최근 트렌드를 따라 책 안 읽고 비평하기 스킬을 시전해 보자면, 어찌 되었든, 의도가 뭐였든 간에 이 싸가지 없는 진보라는 제목은 가까운 미래에 앞서 살펴본 고양이와 알통처럼 종편 및 수꼴 어린이들(광장에 피자 먹는 애들)에게 이용될 것이 자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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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제로 넘어가 보자. 매년 일어나는 퀴어 퍼레이드 역시 매번 핫이슈인데, 이 역시 양 극단으로 갈린다. 이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것을 소리 내어 주장하는 사람은 야권 지지자에 한정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진보정당 사람들이 이들의 권리를 위해 당명을 걸고 나서는 것도 자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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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국 우파의 강력한 지지기반이 동성애에 대한 강한 혐오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개신교이기 때문인 것도 있다. 어떻게 한 사회 집단에 대한 권리 주장이 진영논리와 크로스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간에 이 역시 야권에 입혀진 여러 이미지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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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국 캘리포니아에서 애플이 신제품을 발표하기만 하면 대양 건너 우리나라에서도 난리가 난다. 타칭 앱등이와 삼엽충의 싸움인데, 이 역시 단순히 초기엔 애플 유저와 삼성 유저의 싸움이었다가 최근엔 언론들의 '애국기업 삼성' 제품 대신 외국 제품을 쓰는 좌빨들을 향한 공격으로 변하였다. 물론 애플을 선호하는 사람들 중엔 본 필자처럼 삼성의 부도덕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불매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저 단순히 자신의 기호를 따르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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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과는 다르게 트위터에는 유별나게도 야권 지지자가 많다. 유명한 트위터리안들도 대부분 야권 성향의 사람들이고, 가끔 보이는 보수 성향의 계정들은 이리저리 조리돌림을 당하곤 한다. 이렇게 기울어진 트위터 지형을 바꾸어 보기 위해 최근 무죄인 듯 무죄 아닌 무죄 같은 유죄를 선고받은 원세훈과 그 졸개들이 트위터에서 작당을 하다가 잡히기도 했었다. 


어찌 되었든 이렇게 모인 야권 지지자들의 특성을 모조리 합치면 아래의 그림과 같은 형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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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문단에 걸쳐서 서술한 것보다 이렇게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어 놓으니 더 선명하게 이해되는 것처럼 정부여당의 이러한 행위는 그들의 프레임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낙인 이론


낙인 이론(Labelling theory, 레이블링 띠오-리)이라는 것이 있다. 한 개인이나 단체의 일탈행위가 내적 특성이 아닌 주변의 낙인으로 인하여 이루어진다는 이론인데 범죄 심리학이나 사회학에 자주 사용되는 이론이다. 본 필자는 정부여당과 종편 등이 우스꽝스럽게 창조해내는 야권 지지자들에 대한 저런 이미지 메이킹이 낙인 이론에 기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야권이 여권의 이런 공작으로 인하여 일탈행위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개념을 빌려온다는 말이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자. 각 반에서 힘 있는 나쁜 아이(이하 A)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종종 쓰이는 방법은 바로 상대적으로 약한 아이(이하 B)를 왕따 시키는 것이다. 처음 A는 주변 아이들에게 B가 좀 모자란 아이라고 소문을 내고 첫 낙인을 찍는다. 이 낙인은 꽤 강력하다. 현재 우리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인 왕따 문제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이 낙인은 심지어 B가 이를 견디다 못해 전학을 가서까지도 이어진다. 


그러나 모든 일엔 디테일이 중요하다. B에 찍힌 낙인을 다른 아이들이 믿게 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A는 더 많은 낙인들을 생산하여 B에게 무차별적으로 찍어낸다. 예를 들어, 저 아이는 혀가 짧다. 저 아이는 가난하다, 저 아이는 피부가 까맣다, 저 아이는 어머니가 외국인이다. 같은 거 말이다.


현재 야권 지지자에 대한 허무맹랑한 이미지들도 비슷한 것이다. 아무리 많이 잡아봐야 한국 인구의 48%, 즉 비주류인 야권 지지세력을 사회적 낙인을 찍어 격리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처음에 찍은 낙인은 바로 야권 지지자가 '종북'이라는 것이고, 고양이나 알통 같은 것들은 후에 그것을 구체화 시키기 위한 장치이다. 21세기에 들어와 약간은 믿기 힘들어진 '종북'이라는 낙인 (왜냐하면 우리 아들/딸도 야권 지지자니깐) 뒤에 저런 것들이 뒷받침을 해 주면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이미지였던 '좌빨'이라는 세력의 구체적인 모습이 그려지는 것이다. (국산폰 안 쓰고 트위터 하고 고양이 좋아하고 알통 없고 동성애 옹호하는 머리에 피도 안마른 싸가지 없는 종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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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다시 학교 이야기로 돌아가자. B에 대한 A의 악독한 행위는 A가 선생님이 없을 때 교탁 앞에 서서 B가 그렇고 그런 아이라는 것을 모든 아이들 앞에서 외칠 때 정점을 찍는다. (교탁의 권위를 빌린) 그런 용감한 행위에 감히 누구도 대응할 수 없고 논리가 없는 비난이니 논리가 뒷받침된 반박도 불가하다.


이것이 언론의 무서운 점이다. 아무리 북조선 종편이나 수꼴문화방송이 거짓 정보를 뉴스랍시고 싸질러대도 대부분의 종편 시청자들은


"어찌 테레비가 거짓말을 하겠냐?"


라며 곧이곧대로 믿는다.


TV라는 매체의 특성상 공개된 통로로 불특정한 대상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만큼, 이것이 거짓이라는 상상은 하기 힘들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는 공산주의라는 유령(종북몰이)과 함께 고양이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이 고양이(로 대표되는 허접한 낙인들)는 나라가 반쪽으로 나뉜 작금의 상황에서 정부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을 '종북'이라는 큰 타이틀 아래에 있는 각종 찌질한 특성을 가진 사람으로 간주하고 사회의 비주류로 강제 편입 시킬 것이다. 강자의 편을 들기 좋아하는 사람의 선천적 특성을 고려해 보건대 이러한 현상이 이어진다면 우리의 젊은 세대는 그런 '찌질한' 모습을 가진 야권 지지자로 낙인찍히는 대신 반대쪽의 돈과 권력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정부여당의 본 의도이다. 언론과 정부기관들을 동원하여 자신들에게 반하는 행동을 하는 야권 지지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그리고 그 가장 끝에는 광화문에서 노숙하는 세월호 유족들이 있다.(세월호 유족들을 겨냥한 낙인들은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내가 말한 낙인들은 세월호 유족들에게 고통을 주는 그것과는 성격이 다른 것이라 판단하였다.)


낙인은 쉬이 벗겨지지 않는다.


유치하고 허무맹랑해도 무시하고 지나가면 그것이 쌓여 언젠가는 우리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더이상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는 선동꾼들의 공분 유도에 넘어가지 말고, 저들의 계략에 조금 더 이성적인 방법으로 대응하자.





끝.



P.S. 노잼이라고 자주 놀리는데도 불구하고 공짜로 그림을 하나 그려달라는 저의 염치없는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신 노잼 트위터리안 찌지리님@zziziree 에게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요제프K

트위터 : @JosefK44


편집 :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