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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9. 18. 목요일

사진술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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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치의 포토구라피 <1>

기계치의 포토구라피 <2>

기계치의 포토구리피 <3> 샷따 이야기

기계치의 포토구라피 <4> 조리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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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어- ISO speed 편




 




하필 내 옆자리라니!




떨리는 가슴을 애써 감추고 극장에 들어갔다.



요란한 광고 시간. 돈 내고 보는 광고. 우리나라 좋은 나라.



광고가 끝나자 사자 한 마리가 나와 냐~옹하고 울었다.  



그리고 갑자기 어두워진 극장.




그 녀석의 실루엣을 슬쩍 바라보았다.




희미한 그의 실루엣



데헷~



잠시 시간이 지나자 그 녀석의 모습이 또렷해졌다.



!



어떡해.. 날 보고 있었어...




     


1. ISO speed 의 정의

  

밤에 불을 끄고 자리에 누우면 깜깜했던 방안이 서서히 밝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이것을 <암적응>이라고 합니다. 아직까지는 카메라 렌즈가 인간의 눈을 따라오지 못합니다. 그만큼 인간의 눈은 우수합니다. 조리개편에서도 다루었지만 어두운 곳에 가면 동공이 확대되고, 카메라 센서에 해당하는 눈의 망막도 변하게 됩니다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모종의 매커니즘을 통해 깜깜한 곳에서도 더 잘 보이도록 눈 기관이 자동적으로 변한다고 하네요시신경을 부스트 한다고 할까요? 그래서 어두운 곳에 들어가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잘 보이게 됩니다. (완전한 암적응에는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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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메룬의 영화 <아바타(2009)>

판도라 행성의 숲의 밤 장면들은 암적응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극대화했다고 봅니다.

 


이러한 부스트(boost)기능이 카메라에도 있으니 그것이 바로 ISO speed 입니다. ISO란 국제 표준화기구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의 약자입니다ISO 뒤에 Speed란 단어가 붙었습니다. 셔터 스피드처럼 말이지요. 필름을 사용했던 카메라의 초창기 시절로 돌아가봅시다. 빛을 받은 감광성분이 일련의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필름에 그 빛을 기록했습니다화학적 변화가 느리면 많은 빛을 받아야 기록이 가능했고, 그 변화가 빠르면 적은 양의 빛으로도 기록이 가능했지요이 화학적 반응 속도를 <Film speed>라고 하는데, 이것이 오늘 이야기 할 ISO speed 입니다.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ISO speed란 빛에 대한 민감도를 수치화한 것>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ISO speed와 셔터 스피드, 조리개의 관계



촛불 하나를 켜놓고 이야기를 시작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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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ISO 100> VS 오른쪽 <ISO 400>



두 사진은 똑같은 셔터스피드와 조리개 값으로 촬영 되었지만 ISO speed는 왼쪽이 100, 오른쪽이 400입니다. 사진을 보면 상대적으로 왼쪽이 어둡고 오른쪽이 밝습니다. 지난번 셔터편에서 보여드렸던 셔터값 1초와 2초 사진과 비슷하지요왼쪽 사진은 빛에 대해 덜 민감하기 때문에 빛 반응이 적으며, 오른쪽 사진은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기 때문에 빛 반응이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민감도를 수치로 나타내면 왼쪽 사진은 100, 오른쪽 사진은 400 입니다. 민감도가 4배 차이 납니다.  2 stop 입니다.

 

이번에는 셔터 스피드를 조정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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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셔터 1/120,  ISO 1,600> vs 오른쪽 <셔터 1/30,  ISO 400>



사진 속 촛불의 밝기가 비슷해 보입니다하지만 셔터스피드가 다릅니다자세히 보면 오른쪽 사진은 초의 불꽃이 흔들린 반면왼쪽 사진은 불꽃이 멈춰 서 있습니다센서의 민감도를 400 -> 1600으로 4배를 높였기 때문에 같은 밝기에서도 4배의 셔터 스피드를 확보 할 수 있었고 덕분에 불꽃이 멈춰선 상태를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ISO ‘speed’인 이유입니다. 이 것으로 ISO speed 가 셔터 스피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즉,  ISO sped 잘 조절하면 원하는 셔터 스피드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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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한발 더 나아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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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 스피드는 두 사진이 같습니다. 대신 조리개 값이 4 stop차이가 납니다. (2.8 > 5.6 > 8 > 11) 두 사진의 밝기는 비슷하지만 윗쪽사진은 맨 앞의 건전지만 또렷한 반면 아랫쪽 사진은 뒤쪽의 건전지까지도 비교적 또렷합니다. 보시는 대로 심도가 깊어졌습니다. 여기서 ISO speed를 조정하면 조리개의 심도를 조절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자,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를 정리해보겠습니다. 




ISO speed는 센서의 빛에 대한 민감도를 수치화 한 것이다.

이것은 셔터 스피드를 확보 할 수 있다.

또한 조리개 값을 조정하여 심도를 확보 할 수 있다.



 

 

일단 ISO speed 는 셔터스피드처럼 배수로 되어 있습니다. 최소값이 바디마다 다릅니다만 보통 100이나 200으로 되어있지요. 예를 들어 ISO 100에서 ISO 200으로 바꾸면 두 배로 빨라지게 됩니다. , 센서의 빛에 대한 민감도가 2배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셔터나 조리개처럼 stop단위로 움직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DSLR ISO speed 100에서 6400정도의 범위로 작동한다고 하면


100>200>400>800>1600>3200>6400

2 X 2 X 2 X 2 X 2 X 2=64

 범위를 갖는 것 입니다.

 

풀어서 말씀드리면 ISO 100에서 1/10 의 셔터값으로 표현할 수 있는 빛의 밝기를 ISO 6400 에서는 셔터값의 64배 빠른, 1/640으로 같은 정도의 밝기를 표현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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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때도 안했던 산수를… 

 




3. ISO speed와 노이즈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ISO speed란 참으로 편리한 기능입니다.셔터속도를 확보해 주기도 하고 심도를 확보해 주기도 하지요. 그런데 편리하다고 해서 ISO를 마구 올리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ISO 수치가 너무 높은 상태로 촬영을 하게 되면 노이즈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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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들은 셔터값을 조절하여 같은 밝기로 다른 ISO값으로 찍은 사진과 원본 크롭입니다원본크롭이란 사진을 1:1로 확대해서 잘라낸 이미지를 말합니다. 이를 보면 바디센서의 특성이나 렌즈의 특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말하자면 화장 안한 쌩얼에 코을 박고 쳐다보는 격이라고 할까요. 


위 사진들은 돌아가고 있는 선풍기를 촬영한 것 입니다자세히 보시면 맨 아래 사진은 선풍기 날개가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지요그런데 셔터 스피드값을 보니 1/2500이로군요. 이 정도면 매우 빠른 셔터 스피드 입니다. 덕분에 돌아가고 있는 선풍기의 날개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게 되었네요이렇게 빠른 셔터스피드로 사진을 찍으려면 강력한 빛이 필요합니다하지만 우리에겐 저 사진을 찍을 때 추가로 들어간 빛은 없지요.대신 ISO speed 값을 100에서 25600까지 256배나 민감도를 올려서 저런 극단적인 셔터 스피드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것 입니다.

~


하지만 대신 오른쪽의 원본 크롭을 보면 굉장히 입자가 거칠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셔터 스피드를 높인 대신 이미지 퀼리티를 잃어 버린 것입니다하지만 최소한 저 선풍기의 날개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뭐, 인생사 다 그런 게 아닐까요?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음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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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었네~ 피었네~ 노이즈가

 





기본적으로 ISO speed는 뻥튀기 이기 때문에 입자가 곱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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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의 반죽은 입자가 곱고 찰지지만 튀겨서 뻥튀기를 하면 속이 비고 엉성해지죠이렇듯 ISO를 높여서 찍으면 고운 이미지를 기대하기 힘듭니다. 실제 필름으로 찍으면 더욱 더럽습니다게다가 콘트라스트도 엄청 낮아집니다. 이것이 디지털 바디들의 최고의 장점 중 하나이죠


아무튼, 너무 높은 ISO speed는 노이즈를 일으켜 사진을 망칠 수 있습니다하지만 상황에 따라 어두운 곳이나 플래쉬를 사용할 수 없는 곳도 있습니다. 이럴때 ISO speed 는 좋은 대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 정리를 해봅시다. 



ISO는 셔터 스피드와 관계가 깊다.

ISO speed가 낮을수록 입자가 곱고 어두우며 높을수록 입자가 거칠고 밝다.

고감도 ISO는 상황에 따라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4. 실전


좀 지났지만 지난 7 12일 벙커1에서 정통 음악 방송 <아닌 밤중에 주진우쇼> 이승환 편을 진행했습니다. 제가 잠시 그 곳에 잠입을 했습니다. 음므으아하핫


벙커1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당히 어두운 곳입니다. 게다가 플래쉬를 펑펑 터트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방송부스는 두겹의 기울어진 유리로 되어 있어서 플래쉬를 터트리면 플래쉬의 빛이 다 반사되어 사진이 붕 떠 버립니다.) 바로 이런 환경에서 고감도 ISO는 강력한 힘이 되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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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O 100, F 1.8, 1/400초 >

위의 간지나는 물건은 벙커1의 입간판입니다.

여긴 야외라 빛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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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들이 생각나는군요.




본격적으로 <아닌 밤중의 주진우쇼>를 도촬(?)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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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자와 이승환 옹의 만남. 상당히 부적절한 만남의 양상으로 인해 문제의 현장을 관음 하고자 하는 욕망은 더욱 커졌습니다. 하악.

  

뜻있는 분들께서 벙커1 입구에서 천만인 서명을 받고 계시더군요. 전 이미 서명했기에 다소곳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이곳은 지하 벙커지만 입구 쪽 조명 덕분에 비교적 밝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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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O 1,250,  F 1.8,  1/100 >



최근 디지털 바디들은 대략 ISO 1600까지는 봐 줄만한 (인화 할 만한) 성능을 냅니다. 그 이상의 고감도 ISO는 바디마다 편차가 있습니다오늘 가져간 바디는 니콘의 D800으로 고감도 ISO에 최적화된 바디는 아니었습니다. 가볍게 들고 나간다는게 그만.. 크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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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가 많다고 무조건 버리는 사진은 아닙니다. 흑백으로 돌려 놓으면 또 다른 맛이 납니다.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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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SO 6400 F 2.8 1/200초 >


한자리 차지하고자 총수가 털뭉치와 함께 난입했으나 주기자에게 바로 진압당해 쫓겨나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뭐하는거야~ ! 나가~’ 가 귓가에 들리는 듯 하군요. 



부스의 이중창은 부스 내부의 형광등 빛을 상당히 잡아 먹었습니다안그래도 어두운데 훨씬 어두운 느낌이 났습니다. 6,400까지 가야 겨우 1/200초를 맞출 수 있더군요일반적으로 렌즈의 초점거리 만큼의 셔터 스피드를 확보하라고 합니다200mm를 썼으니 1/200 입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이런 예상할 수 없는 스냅사진은 가능하면 셔터 스피드를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생생한 어느 순간을 잡아 낼 수 있으니까요. 1/200은 사실 아쉬운 셔터 스피드이나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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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정통 음악방송 답게 주먹을 쥐고 방송하는 주기자와 도무지 믿기지 않는 동안의 소유자 승환 옹.하악하악.

주기자가 형같다는 생각이 자기 검열을 뚫고 새어나오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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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일은 거의 없으리라고 예상하지만 혹여나 딴지 독자중 이 분을 모르는 분이 계실까봐 소개드립니다. 




이승환(李承桓, 1965 12 13~ ) 대한민국 싱어송라이터  프로듀서이다.


이승환은 가수로서는 이례적으로 1집부터 지금까지 모든 음반을 직접 제작했다.


< 출처 - 위키디피아 >





이러고나니 왠지 더 미안한 감정이 드는건 기분 탓이겠죠?


이 분의 정체는 부라디언(부산+전라디언)으로 밝혀졌습니다. 2주에 한번 피부관리를 받으시는 분. 참, 따뜻하고 곱습니다. 하악질을 멈출수가 없네요.

 

이날 많은 분들이 모여서 벙커1의 에어컨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열기를 팍팍 내뿜었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오신 지인들도 뵙고 마음도 한결 따듯해졌던 시간이었습니다.

 






영희는 갑자기 날 보자고 했다.


언제 만나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친구.


난데 없이 평일 밤에 보자고 한다.


무슨 일 일까?


안 그래도 입이 궁금한데


커피는 됐고 소주에 닭발이나 뜯을까?


카페 안은 쇼파마다 커플들이 즐비했다.


술쏴야~ 여기야~


영희는 어색한 속눈썹을 붙이고 한껏차려 입고서


콧소리가 반쯤 썩인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상기된 표정의 영희는 다소 흥분한 눈치다.


뭐 좋은 일이라도 있나?


안녕하세요?


바리톤의 익숙한 음성이 등뒤에서 들렸다.


영희가 나에게 말한다.


인사해~ 내 남자 친구 철수씨야~


? 철수? 그 철수?


순간 정신이 아득해진다


어떡하지


 

다음 강좌는 노출편으로 셔터- 조리개- ISO의 삼각관계를 다룹니다.





 

사진술쏴


편집 : 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