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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9. 24. 수요일 

워크홀릭 






 

 








오늘은 얘기 거리가 많네요.


기업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를 얘기하다 보면 기업의 비밀을 보호한다고 해서 노동자의 권리를 까 내리는 일이 생길 수 있기에 취업규칙이니 근로계약서 얘기도 해야 합니다. 또한 겸업과 경업을 설명하려면 여기선 법도 법이지만 통상적 상식과 직업인으로서의 도덕성에도 훈장질을 해야겠네요. 그럼 슬슬 들어가 봅니다.



1.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


뭔 말인지 어렵습니다. ㅜ.ㅜ


그래서 이럴 땐 사례를 보고 개념을 잡는 게 좋습니다.


『사례 1』


마을에서 꽃술(花酒)을 만드는 마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주식회사를 만들어서 열심히 술을 담갔고, 그 맛이 훌륭해 소비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에서 일하던 갑돌이가 회사를 그만둔 후 조금 떨어진 지역에 가서 기업을 설립합니다. “천하에 몹쓸 놈, 저럴 수 없는 거지.”라고 분개 하지만 꽃술에 대한 가양주(집에서 담근 술) 기술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어 특별하다 할 수 없고 이 사람은 새로 만든 기업의 상호나 제품의 이름도 기존에 다니던 기업과는 전혀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상표권(서비스표, 상표) 위반에도 걸려들지 않습니다.


참 속 타는 노릇입니다.


『사례 2』


임꺽정씨는 서울에서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아버지가 평생을 바친 옹기 가마를 이어 받았습니다. 수차례의 실패 끝에 나름 기술을 터득하고 정성을 다해 만든 제품을 내놓으니 주변의 반응도 참 좋습니다. 그래서 특허를 내려고 했는데, 특허를 낼만 한 건더기가 없답니다. ㅜ.ㅜ 이미 전통적인 기법으로 수많은 기사, 논문 등에 공지된 기술이라 안 된답니다.


다른 명장들과 비교해 봐도 우리 건 다른데, 소비자가 봐도 좋다는데 특허는 되기 어렵다더군요.


사례1과 사례2는 충청도 어느 지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특허권이나 다른 기존 법적 보호제도를 통해 보호받기 어려운 사안들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령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위 사례들은 영업비밀 보호를 철저히 해서 자신들의 소중한 노하우를 지켜야 할 기업들이죠. 기업 뿐 아니라 흔히 말하는 맛집의 조리법도 영업비밀 보호를 통해 지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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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동자도 아는 영업비밀의 대표적 케이스는 코카콜라죠. 맛의 비밀을 아는 임원들은 혹시 몰라 같은 비행기는 타지도 않는다는 코카콜라의 야사는 꽤나 유명하죠. 


그런데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영업비밀의 정확한 개념입니다. 법률에서 영업 비밀에 대한 보호를 해주는 경우는 세 가지의 기준이 있습니다.


타인에게 절대 알려준 적 없는 비밀이어야 합니다.


‘6시 내 고향’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우리 식당 맛의 비밀은 이거여' 하고 말했다면 그건 영업비밀이 아니겠죠. 맛집들은 방송국에서 취재 나왔다고 해서 이제 대박가게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들떠서 이것저것 떠벌리시지 않는 게 좋습니다. ^^;


내가 완제품 제조를 하는 벤처기업인데, 아직 회사가 작아서 조립 공정은 외주를 주고 있다든지 하는 경우 기술을 알려주지 않으면 조립을 못할 테니 알려줘야겠죠? 그런데 이 때 비밀보장각서를 서약했다면 이런 경우엔 공지하지 않은 비밀로 인정해 줍니다.



그 비밀이 경제적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사장이랑 청담동 술집마담이 친하다'는 식의 비밀은 영업비밀이라고 볼 수 없겠죠. 반면에 거래처 목록을 작성해 놓고, 일반적으로 알기 힘든 정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excel file이 있다면 이런 건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경제적 가치의 인정 범위는 꽤 너그럽습니다. 이것은 기업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자칫 회사의 자료를 퇴직할 때 빼가서 그걸 밑천으로 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겐 큰 위험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서 비밀을 관리한 것이 확인되어야 합니다.


“우리 회사는 입사 시에 비밀유지 서약을 근로계약과 함께 체결하고 있으며, 언제나 직원들이 볼 수 있는 사규를 비치해 두고 있는데, 거기에는 비밀보호에 대한 회사의 지침을 수록하고 있다. 중요한 인쇄 자료는 금고에 넣어 따로 관리했고, 컴퓨터는 비밀 번호가 걸려 있으며, 로그인해서 볼 수 있는 사람도 사장과 개발팀장 두 명으로 제한을 걸어뒀다.” 최소한 이 정도는 주장할 수 있어야 하는 겁니다.


위에서 설명 드린 영업비밀 보호를 하고 있는 경우라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 비밀에 관한 법령으로 특허(지식재산권) 등록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소중한 회사의 노하우를 지킬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경우 자신의 회사에 적용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어우~ 이걸 어떻게 우리 회사가 해요? 대기업도 아닌데...' 라고 반문하시는 분이 계실까봐 걱정되어 말씀드리는데 영업비밀 보호는 기업의 규모에 따라 상대적으로 그 노력을 평가하니 하실 수 있는 한 회사 내에서 비밀보호를 위한 노력을 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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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겸업과 경업, ㅁ과 ㅇ의 차이.


이번엔 겸업(兼業, 하나 이상의 직장에서 일을 하고 여러 곳에서 급여를 받는 것)에 대한 얘기를 해 볼게요. 위에 알려드린 영업 비밀에 대해 잘 생각하시면서 본인이 아래 사례를 직접 상담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는 A라는 직장에 있는 임원입니다. 그리고 B라는 직장에서도 일을 하는데, 초기단계에 있는 이 회사가 빠르게 세팅될 수 있게 일을 돕고 있어요. 물론 B에서도 급여를 받고 있습니다. 나중에 이게 문제가 될 수 있을까요?”

명백한 겸업이군요.


겸업에 대한 대중의 시각은 찬성과 반대가 그리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근로시간에는 충분히 자기 일을 하고 퇴근 후 사생활에서 공을 차던, 집에서 설거지를 하던, 투잡을 뛰던 그것까지 회사가 간섭할 수 있겠냐는 찬성파도 있고요.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성실히 노동력을 제공해야 하는 것인데, 겸업을 통해 노동력 제공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건 엄연한 근로계약 위반이니 반대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일단 위에 사례에 질문하셨던 분에게 드린 답은,


“위험할 수 있다. 첫째, A라는 회사가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춘 기업이라면 근로계약 시 겸업금지 조항을 넣어 뒀을 수 있으며, 월급쟁이들이 보라고 보라고 해도 잘 챙겨보지 않는 회의실 책장에 비치된 취업규칙에도 근로계약의 불성실과 회사의 경영 질서를 해치는 겸업에 대한 금지 조항이 있을 것이다. 이를 근거로 충분히 징계를 받을 수 있으며, 이는 부당하지 않다.

둘째, 겸업에 대해 A라는 회사에서 묵인 또는 인정하였다 하더라도, 만약 귀하가 A기업의 중요한 직책에 있거나 또는 영업 비밀을 다수 취급하는 노동자라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의해서 그 책임을 묻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단순한 겸업(兼業)이 아니라 경업(競業)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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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업과 경업은 받침이 ‘ㅁ’이냐 ‘ㅇ’이냐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그 뜻은 다릅니다. 경업(競業)은 경쟁업종에서 일하는 것을 말한는 것으로 대부분 경업금지를 하는 회사들은 기업의 규모가 크거나 회사의 영업비밀이 잘 관리되는 회사들입니다.


기업들의 경업금지에 대한 관리는 대부분 '퇴사 후 얼마 간의 기간 동안 경쟁업체에 입사하지 않는다'고 합의를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합의를 원활히 하기 위해 경업금지 보상금 등을 주고 6개월이든 2년이든 경쟁기업에 취직하지 못하게 하죠. 그러나 간혹 벤처기업 사장님들이 보상금도 안 주고 3년간 경업금지다. 이렇게 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상식이나 법에서도 인정할 수 없는 ‘지랄’이니 조금은 생각을 더 해 보시기 바랍니다.


경업은 무서우니까(?) 다시 겸업으로 돌아가서요. 겸업 자체만을 두고 보면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등을 통해 명시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는 노동자가 사생활의 범주 내에서 알바나 투잡을 뛰었다고 해서 부당한 징계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반면 회사가 경영 질서를 무너트리는 겸업, 근로계약을 불성실하게 이행하게 되는 경우의 겸업,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저해하는 겸업, 기업에 금전적이고 직접적인 손실을 끼치는 겸업 등에 대해 근로계약과 취업규칙을 통해 금지한다고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위의 사례에서 제가 드리고자 하는 말씀의 요지는,


1. 겸업 시, 회사의 영업 비밀을 건드리는 경업성 겸업은 절대로 안된다.

2. 겸업 금지에 대한 회사의 취업규칙이 명문화 되어 있다면 겸업을 하지 마라.


정도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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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끔 답을 쉽게 낼 수 없는 문제인데 그것에 대한 대중의 찬반이 거의 동수여서 내가 쉽게 판단하기 어려울 때, 그 문제의 해답을 찾아보려 국민배심원으로 법원에 가는 상상을 합니다. 만일 기업과 노동자가 겸업을 이유로 다툴 때, 제가 배심원이라면 어떻게 판결을 할까 하는 상상을 해보죠.

[겸업에 대한 유죄 취지인 경우]

그 사람이 사회 통념상 높은 급여를 받고 있음에도 겸업을 통해 회사에 금전적이고 직접적인 손실을 끼친 경우와 회사의 노하우 등 영업 비밀을 유출시켰다면 저는 유죄로 판결할 겁니다.

[겸업에 대한 무죄 취지인 경우]

그 사람의 월급이 일반적인 시각에서 매우 낮은 수준이며, 그가 했던 투잡이란 것이 다니고 있는 회사의 영업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분야인데다, 투잡을 하면서도 근태가 바르고 업무에 지장을 끼치지 않았다면 저는 무죄로 판결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떨 것 같습니까?


인사청문회를 보면 군대에서 복무하는 기간에도 대학에 강의를 나간 정신 나간 인사가 장관이 되겠느니 총리가 되겠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선된 그들을 비판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어찌 이리 쓸 만한 사람이 없냐고 한탄합니다.


제가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합니다. “국회의사당에 포탄이 떨어져서 의원들이 다 죽어 버리고, 그 의원들을 대체하기 위해 일반 시민들로 그 자리를 다시 채운다 하더라도 새로운 국회의원들은 그 전 국회의원들이 하던 태업과 만행을 똑 같이 반복할 것이다.”

겸업과 경업에 대한 오늘의 주제에서 여러분들은 얼마나 자유로우신지요?

라는 질문으로 오늘 연재는 마치고요.


다음 시간에는 그 놈의 돈돈돈 타령. 지겹지만 오늘 주제의 근간도 돈 때문에 생기는 경업과 겸업, 비밀 누설이었으니까요. 


탁 까놓고 사장의 월급에 대해 한 번 얘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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