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2014. 10. 15. 수요일

정체불명 귀찮아귀찮아









편집부 주


이 글은 정체불명서 납치되었습니다.

















3115963.jpg







 1. YES와 NO는 다르다




Yes means Yes



호기심에 이 간단한 문장을 구글 번역기에 돌렸더니 이렇게 나오더라.


예 수단 예


내친 김에 네이버 번역기도 돌렸다.


네 것을 의미하고 예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근데 아무래도 니네 일부 남자들 머리 속 번역기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드는 건 왜 일까?


작은 글씨의 부연 설명을 봤다면, 무슨 말인지 대충 알았을거다. 그러니까 '예스' 라고 분명히 말하지 않았다면 나머지는 '강간 (Only Yes means Yes, The Rest is Rape)' 이란 말이 되겠다.


당연한 거 아니냐고? 그러게. 당연한 건데 난 왜 이렇게 주절거리고 있는걸까?


기존에는 'No means No'가 기본 룰이었다. 아. 과거형처럼 말했는데, 쏴리. 사회 정서상이든 법률적으로든 저 기본 룰은 현재진행형이지. 



아니오는 아니오를 의미해(No means No)


그래는 그래를 의미해(Yes means Yes)



이 두 문장에 솔직히 큰 차이 못 느끼겠지? 


최근 '아내의 유혹' 패러디로 빵 터진 화제의 드라마 '왔다 장보리'에 나오는 연민정이 얼굴에 점 하나 찍고 새로운 사람인냥 나타난 것처럼 그게 그거 같지? (한 회도 안 본 드라마인데 기사와 SNS에서 하두 난리길래...) 



3110745.jpg






2. YES 라고 말하지 않으면 NO 다




싫으면 '분명히' 싫다고 말하라 (No means No) 

VS

명백하게 '예스'라고 말해야 '합의'다 (Yes means Yes)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찌질한 남자 캐릭터의 전형이라며 지탄받는 대표적인 행동 중 하나.


"저기... 키스 해도 돼?"


물론 나도 저런 남자 별로고 심지어 여자들 사이에선 흉 보기도 한다. (쿨럭) 


지금까지 살면서 딱 한번 저 질문을 받았다. 아. 정확하게는 


"키스.. 해줄래요?" 


였지. 뭐가 다르냐고? 아니, 이것도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론 "키스 해도 돼?" 보다 "키스 해줄래요?" 가 훨씬 더 도발적이었고, 대답도 더 정확하게 할 수 있었다. 


아무튼 "오늘 나랑 같이 있을래?" "너 보내주기 싫은데" "오빠 믿지?" 의 고전 멘트부터 "나랑 잘래?" "나랑 할래?" "너랑 하고 싶은데" "한번 하자" "니껄 느껴보고 싶어" 같은 멘트는 처음 섹스를 '트는' 관계에서의 의사 타진을 위한 필수 과정이지만 트고 난 이후엔 그냥 '암묵적인 합의'가 보통이다.


아니 그럼 이미 방구도 트고, 말도 트고, 지갑도 트고, 섹스도 텄는데, 할 때 마다 물어봐? 설마. 그렇게까지야... 귀찮다. 귀찮아서 안 하고 만다. 


그러니까 적어도 시도하다가 또는 실제로 하는 중이었더라도 "NO"란 말을 상대가 한다면, 멈추란 얘기다.


여기, 한 여대생이 있다. 


섹스 트고 잘 지낸 남친이 있고, 그 남친과 섹스를 하다 어느 날 남친이 변태 (그 여대생이 판단하기에) 행위를 하려고 했고, 싫다고 얘기했지만 남친은 그냥 무시하고 해버렸다. 


그러자 성폭행을 당한 그 매트리스와 똑같은 걸 구입해서 그걸 떠메고 다니며 한 달 쯤 캠퍼스에서 시위를 했다. 그리고 결국 그녀가 재학중인 대학이 소재한 캘리포니아주는 전국 (미국) 최초로 대학가에 'Yes means Yes'라고 불리는 법안을 시행하게 되었다. 이 법안은 대학가에서 성폭행 사건을 조사할 때 명백하게 '예스'를 했을 시에만 성관계에 합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의미다.


그럼 그동안엔 어땠냐고?


피해자가 강력한 저항, 즉 명백한 거부를 하지 않으면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했다. 술에 취했건, 약물을 복용했건, 의식이 현저히 떨어졌거나 아예 없건 혹은 잠들고 있는 상태건 어떤 상태든 '명백' 하게 '거부 의사'를 나타내지 않았다면 합의한거란 얘기지. 


그래서 저 'Yes means Yes'는 침묵이나 저항의 결여 (라고 남들이 판단하는 행위) 같은 일련의 행동도 성관계에 합의한 걸로 안 본단 얘기다.


이제 좀 이해 돼?



img_20101014111646_1b2c6c97.jpg





3. 나의 경험




자, 이제 내 이야기를 해야지. 얼마 전 해외 토픽으로 저 뉴스를 접한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Yes means Yes' 라고 이 개자식아!"



구구절절한 앞 뒤 상황은 다 생략하고, 본론만 얘기하겠다.


(앞 뒤 상황 얘기하면, 달은 안보고 손가락만 볼 사람들이 분명 있기 때문이고, 보통 평범한 사람들의 인식상 성폭행 피해자에게 가지는 '니가 조심했어야지' 식의 말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상대에게 내 몸을 더듬을 때, '하지마' 라고 얘기했고, 치마를 들출 때 '싫어' 라며 치마를 내렸고, 삽입하려 할 때 '그만해' 라고 했고, 억지로 넣은 순간에도 '이러지마' 라며 몸을 돌렸다.


'하지마?' 라고 묻는 상대에게 나는 '응' 이라고 얘기했고, 내가 잠든 틈을 타 다시 시도하는 상대에게 똑같이 '싫어' 라고 또 얘기했고, '혼자 해결' 하라고도 얘기했다.


아침이 될 때까지 몇 번의 시도를 했으나 실패한 상대는 결국 다시 억지로 내 몸 위로 올라와 집어넣었고 비몽사몽이던 나는 결국 그의 뜻대로 되었다. 그리고 심지어 그 와중에 상대는 자기 맘대로 안에다 사정했다.


기분이 정말이지


ㅈ 같았다. 

(태어나 처음 써본다. 이 욕.)



이 일이 있은 후 남자 선배 한 명과, 여자 친구 단 두 명에게 얘기했다. 도저히 소화가 안되서. 남자 선배는 자기 기분 개떡 같은 거에 집중했고 (적어도 그 날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여자 친구는 나에게 스스로 자책하지 말라며 마음 아파 어쩔 줄 몰라했다.


"흥분했잖아. 이렇게 물이 많이 나오는데?",  "남자는 여자가 자기 때문에 흥분했다고 생각하면 정말 기분 좋거든",  "내가 밤에는 어떻게든 참았는데, 아침에 못 참았네. 역시 남자는 꼬추가 문제야"


지 꼴리는 대로 내게 휘두른 상대가 나에게 한 말이다.


이 말은 두고두고 나를 괴롭혔다. 내 물리적인 신체 반응에 대해 자책감과 무력감이 들었으며, 그 상대가 앞으로도 저런 생각을 갖고 싫다고 해도 결국 너도 좋았던 거잖아 식의 결론을 내린 후 다른 여자에게 또 저런 짓을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까지.


그래서 쓴다.


너 때문에 흥분한게 아니야. 그건 물리적인 신체 반응이자, 내 소중한 기관이 마찰에 의해 피해를 받을까봐 보호하기 위해 조치한 눈물겨운 자구책이지. 


너 그거 강간이야. 


남자는 꼬추가 문제라고? 아니, 그건 니 문제지. 니 몸의 일부 조차 제어가 안되는 (혹은 하기 싫은) 니 문제라구.




Stop.-Dont-Do-It.-Stay-Away.3.jpg








4. 결론 가자



할 때 마다 물어봐서 분위기 깨고 눈치 없는 인간 되라는 거 아니다. 설사 명백한 'Yes'로 하건, 암묵적 합의로 하건, 무턱대고 시작하는 단계였건, 하던 중이었건 상대가 '싫다'고 하면 멈추는 거다.


우리 어릴 때 이미 배운 노래에도 있다.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우리 어릴 때 놀던 놀이에도 있다.


'얼음'


'땡' 할 때까지 가만히 있어라. 좀. 응?






Huzj1D8O_400x400.jpeg











정체불명 귀찮아귀찮아


편집 : 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