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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17.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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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자, 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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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2014년 9월 30일 훈민정음 개발중단을 발표했다.



1992년 삼성에서 만들어 어리석은 백성이 아닌 결국 삼성 임직원에게만 쓰였던 '우리나라 최초의 윈도우즈 워드프로세서'인 훈민정음(정음 글로벌)은 2014년 9월 30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삼성은 훈민정음을 9월 30일 이후 3개월간 MS 워드와 병행사용하고 2015년 1월부터는 MS 워드로 대체한다. 전세계 업무 표준인 엑셀과 파워포인트와의 호환성을 위해 결정한 사항이라 한다. 2001년 10월 9일 한글날 기념으로 훈민워드 한글날 버전을 무료 배포했었고(기억이 가물가물하다) 2014년 한글날에 누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중단을 공지했다.


워드프로세서는 컴퓨터에서 실행하는 문서 제작 툴이다. 즉, 문자를 컴퓨터에 입력하여 종이에 출력할 수 있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기능으로 보면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유용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는 인류의 역사와 땔래야 땔 수 없는 문자와 관련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인류가 문자를 발명한 시기는 기원전 6~7천년 경으로 추정된다. 소통의 전달 수단으로 말을 대신하여 약속된 기호로 만들어진 문자는 인류에게 기억을 연장하도록 하였고 문자를 공유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게 하였다.


문서를 복제하기 위하여 인류는 종이가 발명된 후 손수 직접 필사본을 만들었다. 그러다 문자를 다량으로 복제하기 위한 '활자'를 이용한 판각기술 발명되고 결국 인쇄술*로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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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정광대다라니경


판본의 역사는 종이의 역사(기원전 2세기 경)와 같이하는데 이는 묘비 등 석판에 쓰여있는 글자를 먹물 등으로 찍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불국사 석가탑에서 1966년 10월에 발견한 '무주정광대다라니경'([산하칼럼] 무구정광다라니경 빛 보다 참고)으로 목판본으로는 세계 최초로 704~751년 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는 고려 때 '백운화상초록불조 직지심체요절' 1372년으로 추정된다만 역사적으로 금속 활자 기술로 가장 유명한 발명품은 1450년에 구텐베르크 활판으로 인쇄한 '불가타 성경'이다.



2. 하드웨어 워드프로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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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하드웨어 워드프로세서 Wang 1200



워드프로세서의 직접적인 직계 조상은 타자기다. 타자기는 글쇠(활자)를 손가락으로 타격하여 종이 위에 잉크로 찍어 출력한다. 상품으로 성공한 최초의 기계식 타자기는 1867년 레밍턴社에서 만들었다. 그 후 작업 내용을 메모리에 저장할 수 있고 수정 테이프로 수정이 가능한 전자식 타자기가 등장하였다. 전자식 타자기를 개선한 하드웨어 워드프로세서가 등장하였다. 지금은 워드프로세서 하면 소프트웨어가 떠오르지만 1980년대 이전까지 현업에서 쓰는 워드프로세서는 프린터가 내장된 휴대용 문서 제작 기기를 칭했다. 발전된 하드웨어 워드프로세서는 보조기억장치로 플로피 디스크와 모노크롬 디스플레이가 장착되기도 했었다. 활자를 전동망치로 때리는 전자식 타자기와 다양한 소프트웨어 설치가 가능한 PC와 구별된다. 하드웨어 워드프로세서의 대표상품으로 Wang 머신 1200이 있었다.



3. 소프트웨어 워드프로세서 기능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워드프로세서는 기존의 하드웨어 워드프로세서와 텍스트 편집기와 차별된다.



(1) Clipboard (Copy & Paste) & Word Block


 

1968 . 12. 9. Engelbart 박사의 'Mother of all Demos' 

클립보드 시연은 당시 처음 시연한 마우스 보다 충격적이다.



'Ctrl+C,X'와 'Ctrl+V' 기능은 너무 익숙하여 거의 반사적으로 활용하지만 이 기능이야말로 현대적인 워드프로세서의 진정한 초석이 된다. 이 기능 하나로 문서 수정이 자유로울 뿐 아니라 문서를 순서대로 작성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디스플레이에 보이지 않는 '임시 저장' 기능은 워드프로세서 뿐 아니라 컴퓨터 발전에 있어서 가장 혁신적인 기능이 아닌가 싶다.(GUI를 가능하게 해 준 기본 기능 중 하나다) 엔겔바트 박사가 이를 시연한 시기가 1968년이라는 것이 놀랍다. 또한, Shift와 방향키로 문자를 선택하는 워드 블록 기능을 통하여 Clipboard 및 WYSIWYG 기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2) WYSIWYG


워드프로세서와 텍스트 편집기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보이는 데로 출력하는 것에 있다. WYSIWYG(What You See Is What You Get기능은 보통 GUI를 채택한 OS의 기본기능이라 생각되지만 GUI OS가 주류가 되기 이전 워드프로세서에서 먼저 구현되었던 기능이다. 다양한 글자체, 규격 문서 및 문단 간격 등 지원 그리고 그 기능들을 가능하게 한 레이저 프린터와 드라이버*를 통하여 워드프로세서 소프트웨어에서 먼저 구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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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과 윈도우즈 등 GUI 환경에서는 프린터 드라이버를 OS에서 관리했지만 CLI환경인 DOS에서는 개별 프로그램마다 프린터 드라이버를 따로 설치했어야 했다. 이는 글자체 또한 마찬가지다. 진정한 WYSIWYG 실현은 Postscript Type 1, TrueType 윤곽선 글자체(Outline Fonts)가 적용된 GUI 환경이 맞다.




(3) Style


워드프로세서에서 글자체 적용으로 WYSIWYG를 구현, 편집과 출력의 일치를 시킬 수 있었다. 그와 더불어 탁상 출판이 가능하기 위해선 더 많은 기능이 있어야 한다. 제목, 부제, 본문, 장(Chapter), 머리말(Head) 등 문장마다 각기 다른 속성을 필요로 한다. 워드프로세서에서는 문장마다 속성을 저장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를 스타일이라고 한다.


Style은 글자와 문단의 속성을 위상에 맞게 지정하여 문서를 체계적으로 만들게 해준다. 한/글에서는 '개요'에 해당되는 기능으로 글자, 문단 속성으로 문서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수백 페이지가 넘는 보고서 작성 시 발생하는 엄청난 노가다를 덜어준다*. 워드프로세서 기능이었던 Style은 HTML에서 스타일과 레이아웃 기능을 제대로 가능하게 한 CSS(Cascading Style Sheet)를 도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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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일 지정으로 자동 넘버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스타일을 말로 설명하긴 어렵다. 그 중 목차 기능을 예를 들면, '머리말'이라 이름 지은 스타일로 목차 번호 I.-II.-III.-VI.… 자동 순서를 가지게 하고 싶으면 '머리말'에 일련번호 기능으로 'I'를 지정하면 된다. 스타일 '머리말'로 지정된 문장이 다음에 또 나오면 숫자를 일일이 수정할 필요가 없이 다음 문장은 자동으로 'II'가 된다. 그리고 이 기능 사용함으로써 페이지가 자동으로 업데이트 되는 목차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그림 참조, 다음에 이 기능에 대하여 여러분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따로 정리해 보겄다.)




4. 워드프로세서 춘추전국시대


IBM 메인프레임 컴퓨터에서는 1969년 FORMAT이라는 워드프로세서 소프트웨어가 있었지만 WYSIWYG 등 현대적인 워드프로세서 기능은 없었다고 한다. 마이크로컴퓨터(MITS Altair 8800)에서 실행된 최초의 워드프로세서는 쉬래어(Shrayer)가 1976년 12월에 개발한 Electric Pencil이다. Electric Pencil은 기초적인 Clipboard기능을 갖춘 최초의 워드프로세서 였으나 1978년에 등장한 워드프로세서 WordStar와 Magic Wand에게 시장을 바로 내주게 된다.


WordMaster였다가 1979년 개명한 WordStar는 1978년 CP/M에서 실행되는 대표 워드프로세서가 된다.(CP/M이 구동되는 대표적인 마이크로컴퓨터 Osborne 1의 번들 프로그램이었다) WordStar는 WYSIWYG 기능을 구현된 최초의 워드프로세서였다. DOS용 WordStar를 CP/M WordStar을 포팅하여 내놓으면서 1979년도에 50만 불에서 84년도에 7천2백만 불로 매출이 급상승하게 되고 그 결과 워드프로세서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가지게 되었다.(전체 시장의 23%) WordStar를 만든 MicroPro社는 1984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소프트웨어 회사가 되었다. 그러나 WordStar의 DOS 버전은 CP/M에서 만든 프로그램을 그대로 포팅한 수준*이었고 PC 하드웨어가 발전하고 있었지만 WordStar는 DOS 환경에서 큰 개선을 하지 않았다. 하드웨어와 OS가 발전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985년까지 가장 잘 팔리는 워드프로세서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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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S용 WordStar 3.0, 단축키로 Ctrl(^)만 있다.


일례로 WordStar는 DOS에서 표준으로 지원하는 Alt 키를 무시했다. 또한 1983년 DOS 2.0에서 지원했던 주요기능인 하위디렉토리와 하드디스크 지원을 하지 않았다. 이는 사용자를 매우 불편하게 했다. WordStar에서 생성한 문서를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려면 프로그램이 실행된 Floppy Disk 혹은 RAM Disk에서 문서를 우선 저장하고 난 후 프로그램을 닫은 다음 DOS로 돌아와서 Copy 명령으로 하드디스크에 다시 저장해야 한다. 당시는 프로그램 실행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RAM Disk(메모리를 하드디스크 처럼 사용)을 이용했는데 저장했더라도 휘발성 메모리에 저장한 것이기에 전원이 꺼지면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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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프로세서 소프트웨어의 완성형 WordPerfect 5.1



WordPerfect 1.0은 1979년 Data General 마이크로컴퓨터 용 워드프로세서로 선보였지만 1982년 IBM PC MS-DOS 환경으로 바로 갈아타게 된다. DOS 최초버전은 2.2 였지만 WordStar와 달리 WordPerfect는 MS-DOS 환경에서 완전히 새롭게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다 하드디스크와 하위 디렉토리를 지원하는 1983년 DOS 2.0이 나오자 새로운 기능에 추가한 WordPerfect 3.0을 바로 선보이게 된다.


WordPerfect는 기능을 부지런히 추가 하였다. 스타일의 핵심인 자동넘버(위 스타일에서 언급), 미주, 각주 등 다양한 기능을 두루 갖춘 WordPerfect 4.2 버전을 1986년에 선보인다. WordPerpect 4.2 부터 점유율에서 WordStar 완전히 압도하게 되고 DOS 환경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이 되었다.


스프레드시트 Lotus1-2-3과 달리 MS-DOS 환경에서 워드프로세서는 독점적인 프로그램이 없었다. WordPerfect가 가장 잘 팔린 제품이었지만 점유율 50%를 넘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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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S 환경에서 스프레드시트 Lotus 1-2-3과 달리 워드프로세서에서는 독점적인 제품이 없다.



5. MS Word 무혈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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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S용 Word 5.0



MS는 1981년 제록스 PARC에서 최초의 GUI 워드프로세서 Bravo를 개발한 찰스 시모나이(Charles Simonyi)와 제록스 인턴이었던 리차드 브로디(Richard Brodie)를 고용한다. Xerox PARC은 세계 최초로 GUI를 구현한 Xerox Alto를 1973년에 개발했었다. MS는 애플 맥킨토시 소프트웨어 개발에 1981년부터 참여(5편 참조)하게 되는데 제록스 PARC 개발자들을 영입하는 시기와 절묘하게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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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로 Xerox Alto.



1983년 Multi-Tool Word라는 이름으로 MS-DOS 용 워드프로세서를 선보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Microsoft Word로 개명한다.당시 MS Word는 비록 DOS 프로그램이었지만 개발 초기부터 GUI 환경에서 주 입력장치인 Mouse를 염두해 두고 프로그램을 작성하였다. 이는 기존 워드프로세서인 WordStar나 WordPerfect와는 차별화된 기능이었다. 그래서였는지 1985년 DOS용 Word 2.0에서 GUI 환경인 맥킨토시 Word로 포팅을 손쉽게 하지 않았다 싶다. MS-DOS에서는 WordPerfect가 주류였기에 MS-DOS용 Word보다 맥킨토시용 Word의 매출이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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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용 Word 1.0 1985



1989년 MS는 성공적인 프로그램 Windows 3.0이 나오자 기존의 여러 플랫폼에서 산만하게 매겨진 버전 넘버를 버리고 Word 1.0 for Windows를 선보인다. 1991년 Windows 3.1과 더불어 Word 2.0을 선보이고 그러다 갑자기 1993년 맥킨토시용과 윈도우용 Word를 동시에 개발하면서 윈도우용 버전 넘버를 맥용 버전 과 함께 6.0으로 다시 명명했다.(아이고 복잡하다.) 이는 일종의 마케팅적인 꼼수도 일부 작용하었다. 당시 DOS 환경의 워드프로세서 강자였던 Wordperfect의 버전이 5.1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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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마다 버전 넘버가 제각각이다.



1991년 이후 윈도우즈 3.1 성공과 더불어 MS Word는 WordPerfect를 압도하게 된다. WordPerfect는 Lotus 1-2-3과 마찬가지로 윈도우즈 환경을 무시하였고 1991년이 다 지나서야 DOS용 5.1 버전을 그대로 포팅한 윈도우즈용 Wordperfect 5.1이 나오게 되었다. 그땐 이미 윈도우용 MS Word 시장에 안착한 다음이었다.


결국 1995년 윈도우즈 95가 나온 이후 워드프로세서 시장은 MS Word가 독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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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승리자 1994년도 Word 6.0



하편에서는 한국에서의 Word 유일한? 경쟁 워드프로세서 한/글에 대해서 함 털어보겠다. (좋은 얘기였으면 좋겠지만... 써봐야 알겠다)



하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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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너클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