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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20. 월요일

햄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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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가 돌아왔다. 그가 무려 5년 만에 내놓는 9집 앨범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부터 따지면 데뷔 후 어언 2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21년 동안 총 아홉 장의 정규앨범이라, 생각해보면 서태지의 이름값에 비해 그간 내놓은 앨범이 비교적 많아 보이진 않는다.

 

데뷔 이후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며 항상 화제와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서태지. 그렇기에 팬이 많은 만큼 안티도 참 많다. 요즘엔 특히나 이혼과 결혼 등 구설수 덕분에 그를 향한 대중의 시선이 여느 때보다 따가운 느낌이다. 근데 다른 건 몰라도 매번 그가 음반을 내놓을 때마다 돈 벌려고 돌아왔냐는 악플이 달릴 때에는 조금 당황스럽다. 가수가 노래로 돈을 벌지 그럼 뭘 어떻게 벌라는 거냐...? 아이돌 그룹은 공백기가 1년만 돼도 팬들이 얼굴 좀 보자고 아우성인데, 4~5년에 한 번씩 월드컵 하듯 앨범을 내놓는 사람한테 그런 비난은 악플이라기엔 좀 많이 우스운 소리 아닌가. 뭐 어쨌거나.

 

아이유 버전과 서태지 버전을 각각 공개한 노래 <소격동>에 이어, 서태지는 지난 16일 자정 9집 앨범의 타이틀곡인 <크리스말로윈>을 뮤직비디오와 함께 공개했다. 자 그럼 유행에 민감한 우리 딴지 독자들께서도 노래를 한 번 함께 들어보자. 싫다구...? 그럼 말고.




http://youtu.be/EwEeYx9ALbg

 


전문가도 아닌 본인이 음악에 대해 왈가왈부 할 게제는 아니지만, 처음에 노래를 딱 들으면 솔직히 이게 뭐지싶다. 사운드는 난해하고, 가사는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예전부터 많은 이들이 지적해온 서태지 음악의 논쟁점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서태지가 의도적으로 보컬조차도 마치 하나의 악기처럼 다른 반주에 섞이게끔 곡을 만든다는 의견도 있다. 애초에 서태지가 보컬리스트로서 뛰어난 가수는 아니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고, 서태지 본인도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스타일을 개발하지 않았겠느냐는 얘기인데, 어느 정도 설득력은 있다고 본다.

 

뭐 일개 잉여가 의견을 내놓는다고 주관 강한 딴지러들이 쉽게 설득 당할 것 같지도 않으니 판단은 각자 알아서들 하시라. 본인은 그래도 대여섯 번 정도 노래를 듣고 난 뒤부터는 가사도 들리고 멜로디도 익숙해져서 꽤 흥겹게 듣고 있다.

 

<소격동>의 가사를 놓고 군사정부 시대를 비판하는 은유적 가사라는 해석이 나오는 등 다양한 의견이 많았던 것처럼, 이번 <크리스말로윈>의 가사 역시 많은 사람들이 숨은 의미를 찾으며 저마다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아직도 서태지라면뭔가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분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본인 역시 서태지와 아이들이 한창 가요계를 휩쓸던 시대의 문화를 향유하며 자란 세대이기도 하고, 그의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현재 그의 행보를 이해하는 데에 대중들로 하여금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본 잉여일기를 써보기로 했다.

 

사운드나 음악적인 부분에 대한 품평이야 수많은 전문가들과 그 외 자칭 전문가들이 입 털어주시리라 믿고 있으니 그분들에게 맡기도록 하고, 잉여인 본인은 그냥 평소대로 잉여스럽게 가사나 디벼보도록 하겠다. 일단 가사 전문부터 한 번 읽어봅시다.

 


긴장해 다들

그리곤 better not cry

널 위한 기적이 어여 오길 이 마을에

 

넌 이제 모두 조심해보는 게 좋아

(Just like a butterfly to check and verify)

왜냐하면 산타가 곧 오거든

내가 값진 걸 베풀지 너희에게

(오늘 딱 하루의 꿈 Like a TV Show)

아님 말지 뭐...싹 다 뺏겨

 

애꿎은 마녀를 포획한 새빨간 크리스마스 와인

Too Legit but in a Tricky way

울지 마 아이야 애초부터 네 몫은 없었어 아직 산타를 믿니?

! Trick or Treat!

 

나 역시 몸만 커진 채 산타가 되었어

이것 봐 이젠 내 뱃살도 기름지지

이젠 내가 너의 편이 되어 줄게 (꿈 깨)

(오늘 딱 하루의 꿈 Like a TV Show)

잔말들 말고 그냥 처 웃어

 

밤새 고민한 새롭게 만든 정책 어때

겁도 주고 선물도 줄게

온정을 원한 세상에

 

요람부터 무덤까지 From the Cradle to Grave

난 안락함의 Slave But 달콤한 케이크

난 불순한 스펙이래 리스트에서 제외

He's Checking it double

You Better not cry

 


이게 가사 되시겠다. 아따, 대체 뭔 가사가 이렇게 중구난방인가 싶다. 괜히 쓸데없이 들어간 듯한 영어 가사도 많다. 캐롤도 아닌데 산타도 나오고... 이게 뭔 소리래?

 

크리스말로윈.jpg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말로윈>의 가사를 두고 서태지가 현 정부와 세태를 비판하는 노래를 만들었다는 해석을 내놓더라. ...정말? 난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는데. 너무 과대해석 아닌가? 평창동에 좋은 집도 갖고 계신 분이 뭐가 아쉬워서 정부를 비판하겠어.

 

얼마 전 <해피 투게더>에 출연한 서태지는 본인의 입으로 이번 앨범을 동화 같다고 표현하면서, 예전과 달리 따뜻한 음악을 담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럼 서태지가 대중을 상대로 뻥쳤다는 얘기야? 결혼사실과 이혼도 오랜 시간 동안 숨겼던 인물이니 그럴 수 있지 않느냐고? 에이, 너무들 하신다. 사생활은 사생활이고, 그래도 아티스트인데 자기 작품을 갖고 구라를 치겠나.

 

해피투게더.jpg 

이런 데서 뵙게 되니까 좀 어색하긴 하더이다...

 

그래도 한 때 <교실 이데아><시대유감> 같은 곡도 만들었던 서태지니까, 그래 가능성이 1%도 없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크리스말로윈>이 사회비판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해석들을 찾아 읽어보고 취합하여 보여드리고, 딴지 독자 여러분과 함께 의견을 나누어보면 어떨까. 왠지 고등학교 국어시간 같은 느낌이 들어도 그건 여러분의 기분 탓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이것은 본인의 해석이 아닌, 어디까지나 네티즌 해석 취합의 결과물이니 본인의 사상을 오해하시면 곤란하다. 본인은 아직 스마트폰에 카톡도 지우지 않았고 텔레그램도 깔지 않은, 뒤가 구릴 게 없는 매우 떳떳하고 당당한 민주시민이다. 어쨌거나, 렛쓰고!

 

1) 긴장해 다들

그리곤 better not cry

널 위한 기적이 어여 오길 이 마을에

 

2) 넌 이제 모두 조심해보는 게 좋아

(Just like a butterfly to check and verify)

왜냐하면 산타가 곧 오거든

내가 값진 걸 베풀지 너희에게

(오늘 딱 하루의 꿈 Like a TV Show)

아님 말지 뭐...싹 다 뺏겨

 

자 처음부터 차근차근 디벼보자. ‘산타가 오는데 기뻐하기는커녕 다들 긴장하고 조심하란다. ? ‘내가 값진 걸 베풀지라는 부분은 산타의 시점에서 서술되는 것 같은데, 그건 ‘TV쇼 같은 하룻밤의 꿈이라 말하면서 아님 말지 싹 다 빼앗긴다는 말을 덧붙인다. , 그러면 산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진짜 산타클로스가 아닌, 마치 모든 것을 베풀 것처럼 선거 전에만 천사 코스프레를 하는 정치인들을 뜻하는 건가? 에이, 너무 식상한 은유 같은데...뭐 내 생각이 아니라 네티즌들이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하고 계속 따라가 보자.

 


산타.png 

<퓨처라마>라는 애니메이션을 보면 이렇게 무서운 산타도 등장하긴 한다만...

 


같은 맥락 안에서 영어로 된 가사의 하룻밤의 TV는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각종 선거유세, 토론 프로그램 등을 뜻한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그 하룻밤이 지나고 나면 아님 말고식으로 베풀기는커녕 싹 다 빼앗기는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서민 복지는 고사하고 껑충 뛰어버린 담뱃값부터 이제는 비만세를 걷느니 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나오는, 말 그대로 월급 빼곤 모든 게 오르는 작금의 현실을 생각한다면 뭐, 아주 설득력이 없는 해석도 아닌 것 같다.

 

3) 애꿎은 마녀를 포획한 새빨간 크리스마스 와인

Too Legit but in a Tricky way

울지 마 아이야 애초부터 네 몫은 없었어 아직 산타를 믿니?

! Trick or Treat!

 

뜬금없이 마녀가 등장한다. 근데 이 마녀는 진짜 마녀가 아닌 애꿎은마녀다. 즉 여기서 마녀를 포획했다는 말은 결백한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마녀사냥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싶다. 뒤에 이어지는 새빨간 크리스마스 와인은 그럼 무엇을 뜻할까? 여기서 잠깐, 그전에 이 가사는 문법적으로 어딘가 이상하다.

 

애꿎은 마녀를 포획한 새빨간 크리스마스 와인이라니, 마녀를 포획한 주체가 와인이라는 뜻인가? ‘포획한새빨간사이에 응당 들어있어야 할 주어를 의도적으로 생략한 것처럼 보이는 건 나뿐이야? 왠지 주어를 누구보다도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잘 생략하시던 한 분이 떠오르긴 하는데... 에이 이거 내가 무슨 소리를.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애꿎은 사람을 잡아서 마녀사냥을 한 그 누군가는 새빨간 와인으로 축배를 들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점. 여기서 빨간색은 빨갱이의 빨간색일까, 아니면 그 빨갱이들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 애쓰시는 모 당 의원님들의 팀 컬러(?)를 뜻하는 것일까? 그럴싸한 해석을 찾던 중 붉은 색의 와인은 정치인들이 자기들끼리 축제를 즐기며 먹고 마시는 게 전부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는 만큼, 바로 국민의 혈세를 뜻하는 게 아니냐는 어떤 네티즌의 댓글을 발견했다. ㅋ~

 

울지마 아이야 애초부터 네 몫은 없었어 아직 산타를 믿니?’라는 가사는 끝없이 상승하는 물가와 서민증세에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징징대지 말라며 다그치는 윗분들의 모습이며, ‘Trick or Treat!’이라는 가사에선 할로윈 날 아이들이 사탕을 얻기 위해 귀신 분장을 하고 외치는 말을 국민들을 속이거나 처리하는식으로 대하는 정치권의 태도를 빗대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더니, 좀 억지스럽지만 아무튼 계속 따라가 보겠다.

 

4) 나 역시 몸만 커진 채 산타가 되었어

이것 봐 이젠 내 뱃살도 기름지지

이젠 내가 너의 편이 되어 줄게 (꿈 깨)

(오늘 딱 하루의 꿈 Like a TV Show)

잔말들 말고 그냥 처 웃어

 

나 역시 몸만 커진 산타가 됐다고 말하는 화자 는 누구일까? 노래하는 서태지 본인인가? ‘이젠 내 뱃살도 기름지지라는 가사를 보면 꼭 그런 것 같진 않다. 일단 서태지는 비교적 마른 체형이라서...

 

이젠 내가 너의 편이 되어 줄게라고 말했다가 꿈 깨라며 말을 싹 바꾸는 사람은 과연 누굴까? 어떤 사람들은 이 또 다른 산타가 야당이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한다. 아따, 창의력 대장들이다. 2번 단락에 이어 오늘 딱 하루의 꿈 Like a TV Show’라는 가사가 다시 나오며, 이어지는 잔말들 말고 그냥 처 웃어라는 가사와 연결하면 결국 선거가 끝나고 나면 여당과 마찬가지로 도움도 안 되고 국민을 개무시하는 야당이라는 뜻이 된다...고 한다. 난 잘 모르겠는데 자꾸 그렇게 우기는 사람들이 있다. 참 무슨 노래 하나 갖고 왜 그리 오바들을 하는지...

 

5) 밤새 고민한 새롭게 만든 정책 어때

겁도 주고 선물도 줄게

온정을 원한 세상에

 

밤새 고민한 새롭게 만든 정책 어때라는 부분은... 잠깐만! ! ‘정책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이렇게 되면 이거 빼박캔트 정치 비판하는 노래 아니냐? 국어사전에 정책이란 단어를 검색해도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방책이라는 뜻으로 나오더라. 근데 그렇다면 겁도 주고 선물도 줄게라는 가사가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왜냐하면 본인은 국가로부터 겁은 몰라도 선물을 받은 기억은 없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있나?

 

그렇다면 여기서의 정책은 서태지가 실수로 원래 넣어야 할 가사(예를 들면 동화책이라든가 공책이라든가)대신 집어넣었거나, 사실 <크리스말로윈>이라는 노래 전체가 한국의 정치상황이 아닌 다른 나라의 얘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가장 중요한 제목의 의미를 짚고 넘어가지 않았는데, <크리스말로윈>은 크리스마스와 할로윈을 합친 말이라고 한다. 자자 한 번 잘 생각해보자. 설날도 아니고 추석도 아닌, 크리스마스와 할로윈이다. 성탄절이야 그렇다 치고, 할로윈은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언제인지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저기 저 먼 서역 땅 친구들이나 즐기는 명절이다. 이거 갑자기 괴리감 생기지 않나? 아무래도 서태지가 미국 물을 많이 드시더니 이제는 노래 가사도 그 나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애초에 이 평화로운 시국에 서태지가 정치 비판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썩 미덥지 않았다니깐?

 

트리.jpg 

크리스말로윈이면... 뭐 이런 느낌인가?

 


요람부터 무덤까지 From the Cradle to Grave

난 안락함의 Slave But 달콤한 케이크

난 불순한 스펙이래 리스트에서 제외

He's Checking it double

You Better not cry

 

끝에 가면 가사는 더 모호해진다. 요람부터 무덤까지, 즉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안락함의 노예라는 건 누구를 뜻하며, ‘달콤한 케이크는 또 무슨 소린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당최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이쯤 되면 서태지 본인도 그냥 생각나는 대로 휘갈겨 놓은 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물론 서태지가 그럴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본인도 잘 알고 있다. 팬들께선 화내지 마시라.

 

또 어떤 사람들은 불순한 스펙이래 리스트에서 제외라는 가사를 놓고 결정적 부분이라고 빡빡 우긴다. ‘부실한 스펙허접한 스펙도 아닌, 굳이 불순한 스펙이라는 가사를 썼다는 것이 바로 사상으로 사람을 심판하고 분류하는 작금의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 아니면 무엇이겠냐는 주장이다. 아 뭐 부득부득 그렇게까지 생각하신다면 내가 어떻게 말리겠나. 고집들 참 대단하시다.

 

...그러니까 대강 정리하자면 두 명의 산타가 있는데, 이는 여당과 야당을 뜻하며 아이는 힘없는 서민들을 뜻한다. 산타는 선물은커녕 가진 걸 싹 빼앗아가는 도둑놈들이나 다름없고, 애꿎은 사람들을 마녀사냥하고 국민의 혈세로 만든 와인으로 축배를 들이킨다. 또 다른 산타 역시 서민의 편이 되어주겠다며 손을 내밀지만 결국 똑같은 놈들일 뿐이고, 국민에게 좌빨이니 수꼴이니 자기들 멋대로 불순한 스펙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리는, 그런 몹시 지저분한 정치판과 시국을 비판하는 가사다...라는 이바구 되시겠다.

 

이러한 네티즌들의 다양한 해석을 살펴본 본인의 결론은... "글쎄올시다". 물론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따졌을 때 나름대로 설득력은 있지만, 이런 해석은 마치 노래를 듣기 전부터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끼워 맞췄다는 느낌이 든다. 나만 그런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 정말 서태지가 아성에 걸맞은 뮤지션이라면, 이것보다는 훨씬 더 복잡하고 은밀하게 자신의 의도를 숨겼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

 

그래서 너는 지금 뭐 전혀 다른 해석이라도 제시할 수 있어서 그렇게 구시렁대느냐!”는 분들 분명히 계실 것이다.

 

그패턴.jpg

 


나도 알고 있다. 이대로 글을 마무리한다면 너무 무책임하다는 사실을.

 

그리하여 본 잉여, 해석이라 말하기에는 조금 거창하지만 <크리스말로윈>을 들으며 생각한 가설을 여러분께 하나 제시해보고자 한다. 다소 황당하게 느껴지더라도 한 번 따라와봐바. 무슨 가설이냐고?


그건 바로...

 


두구두구.jpg


두구두구두구

 


어쩌면 앞에서 분석한 <크리스말로윈> 가사 전체에 사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짜잔~

 


잠깐.jpg

 


아니 잠깐만요 형, 누나. 서태지 팬들, 저한테 돌 던지기 전에 좀 더 들어보시라. 서까아니다. <크리스말로윈>의 가사가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는 그런 얘기가 아니다. 그게 아니라 혹시 어쩌면, 만약에 만에 하나 대부분의 가사는 미끼일 뿐이고, 사실상 중요한 건 딱 한 소절이라면 어떨까...?

 


드라군.jpg



 

한 소절? 그렇다. 바로 노래 맨 처음에 나오는 긴장해 다들이라는 부분 말이다. 본인 이상하게도 노래를 듣고 나면 유독 저 부분만 메아리처럼 귓가에 맴돌더라.

 

이게 비단 나한테만 국한된 현상은 아닐 것이다. 앞서 공개된 콘서트 티저 예고편 영상을 봐도 긴장해 다들이라는 가사만 들려주었으며, 본 곡에서도 후렴구처럼 노래가 끝난 뒤에도 여러 번 반복된다는 점을 되뇌어보면, 여기에 무슨 의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게다가 서태지의 발음 문제인지 긴장해 다들이라는 가사가 자꾸 김장해 다들로 들려서 혼자 빵 터졌는데, 인터넷에 사람들이 글을 쓴 걸 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더라. 이미 팬들도 놀리듯이 김장해 다들이라는 말을 무슨 구호처럼 쓰더라.

 

웃고 넘어가려던 나는 순간 뇌리에 번개가 딱 치고 지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아 씨바, 이걸 왜 생각 못했지?’ 흩어졌던 퍼즐조각이 하나씩 맞춰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자. 만약 긴장김장으로 잘못 들리는 게 아니라, 반대로 서태지가 김장긴장이라고 들리게끔 우리를 속였던 것이라면?

 


김장.jpg

 


무슨 헛소리냐고 성질내기 전에, 자자 생각해봐라. 늦가을 무렵부터 초겨울, 그러니까 할로윈 이후 즉 11월부터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은 다름 아닌 김장철이다. <크리스말로윈>이라는 제목은 즉, 김장철을 뜻하는 서태지의 암호였다는 얘기다. 다소 황당한 가설에 많이 당황하셨죠? 놀라지 말고 차근차근 암호를 풀어가 보자.

 

일단 무엇보다 서태지가 이념의 좌우를 떠나서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무척이나 아끼던 청년이라는 사실을 여러분께서 잊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

 

서태지와 아이들 1집의 리믹스 앨범에서는 <환상 속의 그대>의 도입부에 사물놀이 소리를 삽입했고, 2집 타이틀곡인 <하여가>에서는 힙합과 메탈이 섞인 것도 모자라 가장 중요한 후렴구에 우리 고유의 악기 태평소 연주를 삽입하면서 20대 초반이라는 어린 나이에 남다른 우리문화 사랑을 드러냈던 서태지다. 온 국민의 염원인 통일을 노래했던 <발해를 꿈꾸며>까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발해.jpg

 


특히 김치에 대한 서태지의 애정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93년도 콘서트에서 두드러진다. 콘서트 중간 팬들과 크리스마스 기념사진을 찍기 전에 팬들에게 메리 크리스마스가 아닌, ‘김치 크리스마스를 대신 외치자고 할 정도로 그들의 김치 사랑은 각별했다. 콘서트가 있었던 9312월 당시엔 우루과이라운드 타결로 인해 우리나라에 최초로 수입농산물 개방이 결정되었고 그에 따른 많은 국민들의 우려가 있던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그런 시기에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대중가수로서, 또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써 10대 팬들에게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자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외침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그로부터 20년이나 지난 2014년 가을, 왜 서태지는 불현듯 컴백해서 김장해 다들이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지는 것일까? 김치를 먹으라는 것도 아니고, 김장을 하라니. 그 이유가 몹시 궁금해진 나는 김치와 김장에 대해 좀 더 알아볼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검색을 하며 자료를 찾던 중 아뿔싸, 내가 이렇게나 조국의 문화에 무관심 했구나깨달으며 깊이 반성하기 시작했다.

 


유네스코.jpg

 

우리나라의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사실을 독자제위께서는 모두 알고 계셨나? 아직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작년 125일의 일이다. 본인 이제야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연합 김장.JPG

(원본 링크)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음식으로서의 김치가 아닌, 문화로서의 김장이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점이다. 서태지가 김치가 아닌 김장을 언급한 것 역시 이 부분을 강조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었음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김장문화란 대체 무엇인가? 위 기사의 일부를 발췌하여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다.

 

무형유산위는 이날 속개한 회의에서 "한국인의 일상생활에서 세대를 거쳐 내려온 김장이 한국인들에게는 이웃 간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한편 그들 사이에 연대감과 정체성, 소속감을 증대시켰다"면서 "김장의 등재는 비슷하게 자연재료를 창의적으로 이용하는 식습관을 가진 국내외 다양한 공동체간의 대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 김장이란 단순히 김치를 담그는 행위만이 아니라, 서로간의 협동과 나눔을 통해서 연대감을 키우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인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밥 벌어 먹고 살기 바쁘고 옆집에는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진정한 의미로서 김장문화를 실천하고 있는 가구는 몇이나 될까?

 

나 역시 김장을 해본 적이 없고, 할 줄 모른다. 남녀를 떠나서 김치를 직접 담가본 사람의 비율은 아마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과연 이대로 괜찮은 걸까? 김장을 하지 않아도, 김치를 담그지 않아도 말이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김장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모두 사라지고, 우리 모두가 공장에서 만든 XX표 김치 외에는 먹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 아이들에게 마치 전설처럼 김장을 담가 먹던 시절을 이야기해주면서 말이다. 이제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서태지 역시 아마 이런 불길한 미래를 직감했으리라.

 

물론 유네스코 등재 기사만으로 서태지와 <크리스말로윈>에 관한 모든 퍼즐이 맞아 떨어졌다고 볼 순 없다. 본인이 억지를 쓴다고 부정하고 계실 분들이 많으리라. 그래서 자료조사를 조금 더 해봤다. 우선 이 기사를 참조해주시라.

 

배추.JPG

(원문 링크)

 

불과 며칠 전의 뉴스다. 배추 공급 과잉으로 인해 배춧값이 폭락하자 정부가 무려 10만 톤이나 되는 배추를 수매하여 폐기처분한다는 소식이다. 무려 10만 톤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배추가 김치가 되지 못하고, 허무하게 버려져 땅에 묻힌다는 얘기다. 100톤도 아니고, 1만 톤도 아닌 10만 톤이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소식인가. 다른 기사를 읽어보자.

 

재료.JPG

(원문 링크)

 

위 기사에서는 배추는 풍년이지만 한꺼번에 많은 배추가 출하되면서 정작 배추를 생산한 농가들은 가격하락의 직격탄을 맞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아무리 정부에서 보상을 해준다 하더라도 1년 내내 열심히 우리들의 밥상을 책임진 농민들의 수고에 비하면 모자랄 것이다. 우리 농산물의 공급을 도맡는 마지막 보루와 같은 농가들이 힘들어지고 농민들이 줄어들어 해외 농산물에 의존하게 된다면, 종국에는 국산 배추로 김치를 담그는 게 불가능한 미래가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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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가 사라진 암울한 미래...

 

서태지는 바로 이런 농가의 위기를 알리고 극복시키고자, 굳이 이 시점에 <크리스말로윈>이라는 노래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김장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마치 최면에라도 걸린 듯 김장해 다들이라는 가사가 내 머릿속에 울려 퍼지던 현상이 우연이 아니라 서태지의 치밀한 계산 대로였다는 얘기다.

 

그래도 아직 허무맹랑한 소리로만 들린다고? 아마 다음 기사를 읽으면 모두들 수긍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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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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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라. 서울시 역시 서태지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11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서울시청·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서울김장문화제'를 개최한다고 한다는 소식이다. 배추 과잉공급과 그에 따른 농가의 위기를 파악한 서울시의 발 빠른 대처가 아닐 수 없다. 6000명이 무려 255, 사상 최대 스케일의 김장을 담그겠다는 포부가 담긴, 노래 가사 그대로 다들 김장하는행사다. 또한 만들어진 김치는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된다고 하니,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우리의 김장 문화를 그대로 실천하는 행사다.

 

그밖에도 김치 전시회, 김치 명인들의 김장 교실과 더불어 다양한 행사들이 준비되어있다고 한다. 서울김장문화제가 열리는 기간이 서태지의 <크리스말로윈> 활동이 한창일 다음 달 중순이라는 점은 사실상 마지막 퍼즐이 끼워 맞춰지는 순간이다. 광화문 한복판에 서태지가 나타나 <크리스말로윈>을 부른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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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 서태지는 <크리스말로윈>을 통해 우리 시대 젊은이들이 크리스마스니, 할로윈이니 하는 외국의 명절에 희희낙락하며 연인과의 데이트 또는 쾌락만을 추구하는 파티에만 빠져 있다면, 결국에는 김장문화라는 우리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던지고 있다. 모두 올 가을에는 서울김장문화제를 통해 김장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직접 김치를 담그기도 하고 이웃과 나누기도 하는 뜻 깊은 시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젊은 우리 힘들이 모이면 세상을 흔들 수 있고 우리가 서로 손을 잡은 것으로 큰 힘인데

 

서태지와 아이들 3<발해를 꿈꾸며> 가사

 


90년대에는 대중문화를 선도한다고 해서 문화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던 서태지. 정작 본인은 그러한 칭호가 부담스럽다고 언급한 바도 있었다. 허나 이번 9집 앨범 활동을 통해 그는 단순히 대중문화에 국한된 문화대통령이 아닌, 우리 고유의 김장문화를 보전하는 데에 앞장선, 진정한 문화대통령으로 후대에 기록될 것이다...아님 말고.

 


그러니까, 올 겨울에는 김장해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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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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