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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31.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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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장군님들을 어찌할꼬? <上>]

[이 많은 장군님들을 어찌할꼬? <>]















 

에피소드 1

 

군대 말년 시절이었다. 행정병이라면, 아세트지나 셀로판지로 덧댄 '비밀취급인가증'이란 걸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빨간색 혹은 녹색으로 만든 2, 3급 비밀취급인가증. 작전계획이나, 암호 등등을 다루는 사병들은 기본적으로 비밀취급인가증이 필요했다. 군수병도 예외가 없었다. 보안검열이 한 번 떨어지면, 부대는 뒤집어졌다. 보안은 생명이었고, 사병들은 이 보안수칙을 위반했는지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받았다. 군 생활 당시 의문이 든 게 바로 이 대목이었다.

 

'사병들이 군사기밀을 유출하는 게 많을까? 아니면 군 간부들이 유출하는 게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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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JTBC



에피소드 2

 

2011년 법률신문에 기고한 이철호 군법무관의 군사기밀유출범에 관한 원고 중 일부를 발췌해 보겠다.

 



(상략) 실제 통계상으로도 2011년도 군내 전체 범죄로 입건 된 사람 중 군사기밀보호법위반사건이 차지하는 비율은 0.13%밖에 되지 않고 있다. 이는 군사기밀유출은 군내부자와 업체직원들간의 내부적으로 은밀히 이루어지고 있고, 대부분 국군기무사령부나 국가정보원 등 담당수사기관의 오랜 기간 동안 노력에 의하여 극소수만 적발되는 있다.

 

(상략) 올해 국회 국정감사 제출 통계자료에 의하면 군내 군사기밀유출사범의 최근 5개년 기소율을 66%로 전체 기소율보다 2배 이상 높은 반면, 최근 5년간 군사법원의 군사기밀유출사건 양형현황은 실형 0%, 집행유예 24%, 벌금형 11.3%, 선고유예 7.6%로 이는 2011년도 보통군사법원 전체 선고형황인 실형 5%, 집행유예 16.1%, 벌금형 58.2%, 선고유예 3.6%에 비하여 집행유예나 선고유예을 선고한 비율이 높은 경향이 있다. 집행유예나 선고유예의 이유를 살펴보면 양형에 대한 개별사건의 구체적인 특성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설시하는 것이 '초범이거나 반성하고 있거나, 장기 군복무간 국가공헌도, 회사의 업무수행을 위한 행위, 국가안보에 현실적인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점'등을 참작하고 있다.

 

(상략) 군사기밀유출은 대부분 방산이나 군비밀공사의 수주를 원하는 업체가 계약이나 입찰에서 유리한 지위를 선점하기 위한 정보획득 방편으로 군 내부자에게 기밀의 유출을 조장하는 경우가 많다.

 

(상략) 지난 8월경 검찰은 전 공군참모총장을 포함한 군 출신 예비역 3명이 군사기밀인 우리 군의 국방중기계획 내용 등을 미국 록히드마틴 M&FC에 넘긴 혐의로 기소하였고, 작년에는 육군 모 소장이 북한 공작원에게 수시로 군사자료를 제공하는 간첩혐의자에게 우리 군의 군사교범과 핵심 군사기밀인 작전계획의 내용을 누설한 사건까지 발생하였다. 위 누설된 군사기밀들은 적에게 누설될 경우 적의 대응체계를 용이하게 함으로써 전시작전수행에 지장을 유발할 뿐만아니라 각종 방산 무기 도입사업의 효과를 약화시키거나 사업의 정상적인 추진에 지장을 초래하는 등 국가안전보장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출처 - 법률신문



항이 의미하는 것은 군사기밀 유출범을 잡는 것은 상당히 힘들며, 현재까지 검거한 군사기밀 유출범은 말 그대로 '재수 없어서' 걸린 것들이란 뜻이다.

 

항이 의미하는 것은 군사기밀 유출로 잡히더라도 실형이 선고되지 않으므로, 재수 없게 걸려도 ''에 갈 일은 없다는 뜻이다. 항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초범이거나 반성하고 있거나, 장기 군복무간 국가공헌...'이란 대목이다. 사병들이 아니라 군 간부, 그것도 ''들이거나 고위간부들(혹은 예비역)이란 반증이다.

 

항으로 군사기밀 유출의 대부분이 방산업체의 입찰을 위해 자행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항의 '장기 군복무간 국가공헌'이란 문구와 결합하면, '장기간 군 복무한 군 고위간부를 방산업체가 고용, 군사비밀을 빼냈다.'란 문장을 완성시킬 수 있다.

 

항을 보면, '장기간 군 복무한 군 고위간부를 방산업체가 고용, 군사비밀을 빼냈다.'란 문장을 증명하는 실제사건의 예가 나온다. 예비역 장성이 군사기밀을 빼내 미국 록히드 마틴에 넘겼다란 것이다. (이 기사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때 군사비밀을 빼돌린 이들은 여전히 예비역 장성들 연합회인 oo회에서 열씌미 활동중이다)

 

씨바, 아무리 보안검열 해봐라. 예비역 장군들이 한 바퀴 휙 돌면 다 새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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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만 좀 해보면, 그 동안 예비역 장군들이 팔아먹은(!?) 군사비밀의 숫자와 그 액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합동군사전략목표기획서(JSOP)’국방중기계획등 군 발전계획을 담은 2, 3급 군사기밀


합동원거리공격탄(JASSM)’의 수량과 예산, 장착 전투기 배치 장소


전투기에 탑재돼 주·야간 표적을 탐지·식별하는 야간표적식별장비나 다목적 정밀유도 확산탄, 중거리 GPS 유도키트의 도입 수량과 시기


2급 군사기밀인 전술통신체계


국방중기계획과 우리군 17개 분야 100종의 무기 현황과 증강목표



 


등등등이건 2천년 대 초중반부터 시작해 (여기엔 '컨설팅'이란 명목으로 해당 예비역 장성에게 월 1천 만 원의 컨설팅 비용을 제공하고 군사비밀을 빼내온 케이스도 포함 돼 있다. , 우리의 군사기밀은 1천만 원의 값어치 밖에 안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예비역들이 이런 식으로 방산 업체의 간자(間者)로 활동했고, 또 활동 중이다. (아니라곤 말 못 할 것이다. 지금도 수많은 방산업체에 자문, 고문이란 타이틀로 들어간 예비역 장성들은 말 그대로 '자문'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병들에게 보안상의 이유로 휴대폰 소지를 금지하고, 휴가 후에 휴대폰 들고 왔다고 영창 보내는 대한민국 군대. 그러나 정작 군사기밀 유출은 들이 저지르고 있다는 걸 이제는 인정해도 되지 않을까?

 

사병들의 휴대폰 사용제한에 대한 국방부의 명목상 이유는 군사기밀 유출 등 보안문제 때문이라지만 (실제로는 사병들을 통제하기 위함이란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미, 미군이나 영국군, 이스라엘, 러시아 등등은 사병들의 휴대폰 사용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 작전 중 제외. 영국군은 아예 스마트폰에 IED 탐지 시스템을 탑재하는 중이다), 실제로 휴대폰에 의한 군사기밀 유출은 예비역 장군들이 더 많이 저지르고 있다.

 

예비역 소장이 국방도서관에 들어가 2급 군사기밀을 휴대폰으로 촬영 해 '업자'에게 넘겼다가 걸렸다




왜 이런 일이 계속 생기는 걸까



한 번 고민해 보자. 대충 생각나는 걸 정리해 보면,

 

폐쇄적인 인력구조


국방문제에 있어서는, 민간 전문가의 존재가 드물고 그나마도 인정을 받지 못 한다. 군 문제는 군대 안에서 해결하고, 민간인들의 접근에 대해서는,

 

'군 시스템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


'군 경력의 전문성을 인정해야 한다.'

 

라는 말로 방어막을 친다.

 

장군들 10명 중 8명이 육사 출신이다. 이 하나로 군 인력구조의 폐쇄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군 경력의 전문성' 이게 상당히 의문이 든다. 군인의 전문성을 의심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들이 국민들에게 전문성을 보여줬냐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직업군인들을 군인 보다는 비리공무원의 위치로 바라보고 있다. (아닌 경우도 많지만대한민국 남성들의 대부분은 일생의 한 번은 군인으로의 삶을 산다. 우리가 바라본 직업군인들에 대해서 우리는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는가?

 

대부분의 남성들이 한 번쯤은 군인이 되는 나라에서 민간 군사 전문가가 나오고, 그들이 군대의 정책에 개입하고, 발언하는 게 잘못 된 것일까?

 

(이미 북한과의 전쟁을 대비한 작계 5027은 미군 내에서도 상당히 비판을 받고 있다. 정말 순화한 표현이다. 물론, 우리군도 앞으로 있을 북한과의 전쟁에 대해서 여러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는데,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들은 '전면적인 대규모 전쟁'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부분이 비대칭전력을 활용한, 이제까지 예상했던 전쟁방식과 다른 형태의 전쟁이다. 예상 시나리오 중 하나가 휴전선 일대의 갱도포병들이 일제 포격을 날리고, 전선이 흐트러진 상태에서 동부전선의 산악지형을 활용한 대규모 경보병 부대의 후방침투다. 북한이 전면적인 남침으로 우리나라를 점령하는 건 지금 상황으론 어렵다. 결론은? 깽판이다)

 

폐쇄성에 의해 공고화된 선후배 구조

 

예비역들에 의해 자행된(!!) 수많은그리고 밝혀지지 않은 군사기밀 유출의 대부분은 예비역들의 인맥에 의해 저질러졌다. 군 시절 구축한 인맥들이 군사기밀 유출의 주요 자산이 된 것이다. (이런 걸 휴민트라 해야 하나?) 중요한 사실은 이들은 여기에 대해 별다른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군사기밀을 유출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솜방망이 처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처벌 수준은 거의 경범죄 수준이다. 잘해봐야 벌금형이 고작이다. 이러니 죄의식이 없다. 그들만의 리그이다충격적인 사실은 앞에서 언급한 군사기밀 유출 예비역 장성들은 지금도 언론에 나와 '국가안보', '종북단체' 등등을 말하며 정치적 발언도 하고, 정치활동도 한다. 그들 스스로 국가안보를 말하지만, 그들 스스로가 국가안보를 팔아먹는 상황.  아이러니하다.

 

다른 세상에 살아왔던 군인들의 특수성

 

지난 회에서 말했듯이 군인들은 다른 세상에서 살아왔다. 대한민국 사법체계의 치외법권과 같은 군법의 세계에서 살아온 그들. 그들은 지휘관이라는 을 모시고 살아왔다. 상명하복의 세계에서 살아온 이들에게 있어서 30여년 간의 관성을 벗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인간적인 욕망

 

'왕'으로 살아온 '별'들이 사회에 나오면 그냥 '아저씨'가 된다. 그 상실감은 '별'들만이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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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군님들을 어찌 해야 할까?

 

솔직히 말하겠다. 나도 모르겠다. 노태우 정부부터 시작해서 근 30년 가까이 각종 국방개혁 안이 튀어나왔지만 이제까지 성공한 국방개혁안은 없었다. 5년짜리 정부가 이어지면서 '별'들은 소나기는 피해본다며 정권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그런 다음 슬그머니,

 

'군심(軍心)이 흔들리고 있다.'

(군인의 마음은 늘 흔들리는 거 같다)


'군의 특수성을 무시한 즉흥적인 정책판단이었다.'

(우리나라 공무원 조직 중 특수하지 않은 게 어떤 거지?)


'안보상황이 급박하다.'

(북한은 늘 위험한 존재다. 그거 모르고 군인 됐는지...)


등등의 이유를 들어 군 개혁은 후퇴했다. (아니, 제자리로 돌아갔다) 원래 기득권을 쥔 사람들은 그 기득권을 쉽게 놓지 못하는 법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 들은 어찌해야 할까? 최소한의 상식선에서 한 번 생각해 보자. 아주 최소한의 상식선에서 말이다.

 

(우리나라의 관료조직이 상식 밖의 짓을 저지르지만, 최소한 여타의 다른 관료조직 수준의 상식으로 맞춰보자는 것이다. 군정권과 군령권을 확실히 나누고, 민간인 출신 국방부장관을 앉힌다는 등등의 어렵고 힘든 개혁같은 거 바라지 않는다.  여타의 다른 정부조직과 같은 수준의 막장짓만 해도 얼추 괜찮을 것 같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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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최소한의 언로(言路) 보장

 

이건 다른 관료조직도 마찬가지지만, 군은 그 특수성 때문에 (상명하복에 과도한 집착뭐 군인이라는 특수성은 인정하지만, 평시이지 않은가?) 상관에 대한 절대복종을 말한다. 폐쇄적인 인적환경과 군문을 나서는 순간 인생 자체가 크게 뒤틀려 버리는 통에 내부고발이나 부정부패의 적발이 어렵다. 다른 관료조직에서도 내부고발자의 경우 '인생막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군대만큼은 아니다. 군대는 내부고발을 위해서는 투서(投書)를 해야 한다(그리고 이 투서를 날린 사람을 색출해서 잡아낸다투서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고는 '합법적으로' 투서를 한 이를 잡아다가 처벌한다. ? 명령불복종이나 인사군기문란 (군기문란이란 말이 참 많이 등장한다), 군인복무규율위반, 보안규정위반, 품위유지위반 등등등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이유를 들어 공익제보자의 인생을 박살낸다. 물론, 다른 분야의 공익제보자들의 인생도 힘들어지긴 하지만, 군대만큼은 아니다. 아니, 최소한 투서란 형식이 아니면 안 될 정도로 꽉 막혀 있지는 않다. 진급철만 되면 어지럽게 난무하는 투서들. 그 안에는 경쟁자에 대한 악의적인 폄훼도 있지만, 꽉 막힌 군대의 의사소통 구조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여기에는 사병들의 휴대폰 사용도 포함 돼 있다. 사병들의 휴대폰사용으로 얻을 수 있는 효익이 사용제한으로 지킬 수 있는 군사보안이나 군기확립보다 더 클 것이란 게 내 판단이다)


②  평시(平時)와 전시(戰時)의 구분

 

하나 물어보자. 대한민국은 지금 전쟁상태일까? 아니면 전쟁이 끝난 상태일까? 명목상으로 '휴전'이라 하지만, 그 휴전이 벌써 60년이 넘어서고 있다. 두 세대가 훌쩍 넘어가고 있다. 물론, 그 사이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이 있고, 전방이나 서해의 경우에는 군사적 긴장감이 팽팽하게 흐르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대두되고 있는 군정권과 군령권에 대한 논의, 그걸 말하려는 건 아니다. ''들의 권한을 줄이겠다는 것도 아니다. 지금 그들에게 주어진 권한에 대해서 모두 인정하겠다. 다만, 권한을 유보하자는 것이다. 언제까지? 전시(戰時때까지 말이다. 지금 별들에게 주어진 권한의 상당부분은 우리나라가 현재 전쟁상태라는 전제하에서 지휘역량 강화를 위해 주어진 권한이다.

 

물론, 안보란 것은 만의 하나를 생각하고 준비되는 것이다. 그러나 직접적인 대규모 교전이 없는 상태에서 '별'들에게 전시에 준하는 권한을 쥐어준다는 것에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그 권한이 제대로 행사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필연적으로 에 따르는 의무를 강제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나라의 군대가 평시상태인지, 전시상태인지 확인하고, 그 이후 들에 대한 과도한 권한을 어떻게 제한할지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어디까지가 전시인지에 대한 명확한 논의 아니면, 지금은 휴전 상태이므로 지휘관들의 권한을 전시상황에 준해 인정해 준다면 뭐 할 말 없다)

 

군법체계를 손 보고, 지휘관의 '감경권'은 전시상황에 한정한다고만 해도 상당부분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 나머지 것들, 예비역 장성에 대한 퇴역 후 한시적인 취업제한이나 군사기밀유출에 대한 엄정한 처벌, 장군들의 숫자를 줄이는 것, 육군사관학교와 기타 해, 공사에 대한 정리나 개혁, 비육사출신에 대한 배려 등등 은 원치 않는다. 그냥 최소한 지킬 수 있는 것들 찾아서 하나씩만 변화시켜 보자.  과도하게 기대를 해보자면, 방사청과 ADD에서 군 예비역 장성들은 자문 정도의 역할로만 등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그렇게  기대 없다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예비역 장성들에 터지는 여러 문제들이 앞으로 더 심해지면 심해지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 장군들의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고, 앞으로 굵직굵직한 방위력증강사업, 전작권 환수에 대한 논란, 모병제 논란 등등 군관련 이슈들이 줄줄이 비엔나처럼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깔끔히 정리했다


'포기했다' 


역대정권의 군 통수권자들이 의욕적으로 군 개혁을 시도했지만, 누구하나 성공하지 못했다. 나는 그들에게 개혁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사회에 있는 우리가 눈살을 찌푸릴지언정 입에 거품을 물지 않을 정도만 막장짓을 안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참 소박하지? 이건 비꼬는 것도 아니고, 장난치는 것도 아니다. 사실이다. 제발 그 정도 선까지만 변했으면 좋겠다.

 


어떤 장군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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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부시가 일으킨 이라크 전쟁(2)의 영웅으로 치켜세운 장군이 있다. 바로 토미 프랭크스(Tommy Franks) 장군이다. 이라크 전쟁을 전후로 해서 워싱턴 정가는 이 영웅을 치켜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진정으로 토미장군을 신뢰한다 (부시)

 

현명하고 사려 깊은 군인이다.” (럼즈펠드)

 

(공식적으로 럼즈펠드는 토미 프랭크스 장군을 추켜세웠지만, 실제로 이 둘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사석에서 럼즈펠드는 타협을 모르며, 상상력이 부족하고, 너무 구식이다.”라고 말했고, 그런 럼즈펠드를 토미는 현장을 모르는 책상머리 장군이라고 표현했다.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럼즈펠드는 단언컨대 '미친놈'이었다. 이라크 전쟁을 계획 할 때 그는 특수 부대를 주축으로 한 전쟁을 주장했다.

 

"미군의 최신무기들 있잖아!! 양보다 질이라니까!!"

 

라고 소리쳤고,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게 토미 프랭크스다. 그 멍청한 부시도 토미 프랭크스의 말을 듣고는 정규군을 중심으로 한 전쟁을 승인하게 된다. 그렇게 믿고 의지한 럼즈펠드지만, 부시가 보기에도 토미 프랭크스의 말이 옳았던 것이다)

 

"그는 아이젠하워와 많이 닮았다" (뉴트 깅그리치 국방부자문위원)


(깅그리치의 말에 토미는 정색을 하고, “나는 아이젠하워와 지휘방식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는 4성장군들 중에서 좀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는 이등병으로 시작해 최고계급인 대장의 자리에 오른말 그대로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텍사스 대학을 졸업하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이 된 로라 부시가 그의 고교시절 2년 후배다. 이런 우연이...) 사병으로 입대했으나, 군인이 체질에 맞았는지 포병 사관후보생 학교에 들어가 1967년 소위로 임관. 이후 베트남전에서 전쟁영웅으로 등극 (중위시절 터진 테드 대공세에서 영웅적인 활약으로 '동성무공훈장'을 받았다), 냉전 시절을 서독에서 보냈고, 1994년에는 한미연합 사령부의 작전참모로 한국에 첫발을 디뎠다. 1995년부터 2년간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제2사단장으로 군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대망의 2003년 중부군 사령관으로 제2차 이라크 전쟁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사병출신답게 서민적이었고, 사병들과 부사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는데, 2003년 카타르로 중부군사령부를 옮기고 나서의 연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지금도 미군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데, 당시 프랭크스 장군은 부사관들이 모여 있는 테이블에 내려가 연회 내내 그곳에서 부사관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장교들이 찾아와 프랭크스 장군을 헤드 테이블에 앉으라고 권했음에도 프랭크스 장군은 끝까지 그 자리에 앉아 부사관들의 이야기를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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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토미장군에게도 이 있는데 아내 사랑이 너무 끔찍했다는 것이다. 그는 아내 캐시를 위해 여군장교 한 명을 비서로 붙였고, 나중에 가선 경호 병력도 붙였다. 물론, 둘 다 규정위반이었다)

 

토미 프랭크스 장군의 진가는 이라크 전쟁이 끝나고 난 뒤였다. 부시 행정부의 억지 때문에 전쟁을 하긴 했지만 125천이란 병력으로 바그다드 레이스를 펼친 (별 피해없이) 그의 지휘력은 인정받아 마땅했다. 워싱턴에서는 그를 영웅으로 환대했고 (당연하겠지만), 그를 위한 자리를 제안했다. 육군참모총장직이었다. 프랭크스 장군은 이 자리를 정중히 거절했다. 육군참모총장 자리 앉은 뒤 전역하면, 각종 방산 업체 이사 자리는 물론,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진출 할 때 엄청난 힘이 될 게 분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랭크스 장군은 이를 물리친다.

 

그는 36년간 묵묵히 자신을 기다려 준 아내 캐시와 함께 한동안 손자들을 무릎에 올려놓고 같이 놀아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천천히 책을 쓰고(그의 자서전 출간은 이루어졌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상담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이를 몸소 실천에 옮겼다(그는 가난한 집의 여덟째로 태어나, 태어나자마자 병원에서 입양된 아픈 과거가 있다)

 

결국 그는 그가 원했던 은퇴 후의 삶을 누리게 된다. 그리고 그의 은퇴는 수많은 미국인들에게 하나의 감동으로 다가가게 된다. (, 토미 프랭크스 장군의 은퇴는 미국 내에서도 극히 예외적인 일이었던 것이다)

 

굳이 토미 프랭크스 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건 우리나라 예비역 장군들을 까기 위함이 아니다. 분명 말하지만, 이건 정말 '예외적인' 사례다. 이등병 출신이 4성장군이 된 것 부터가 함정이다. (한국에서 이게 가능할까?) 다만 이런 삶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 위해서다. (이미 많은 장군님들은 알고 있을 이야기다. 이 이야기가  유명해서 많은 예비역들이 이에 대해 이야기 하곤 했으니게다가 한미연합사와 2사단장 시절 나름 한국장성들과의 유대가 있었기에) 우리나라 장군님들에게 너무 많은 기대 하지 않는다. (물론, 그 중에는 퇴역 후 제2의 인생을 개척한 훌륭한 장군님들도 있지만) 그저 중간만 가자. 자신의 존재가 민폐가 되지 않도록제발 그 정도만 하자. 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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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더


편집 : 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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