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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8. 13. 목요일

산하






이 기사는 필자의 상상력이 졸라 가미된 픽션입니다.

등장 인물 및 단체명은 실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

...었으면 좋겠습니다. 씨바...

  





2015년 6월 초순 인민군 6사단 예하 민경대대.


"뭐이라요? 남측 아이들 소초 통문에 지뢰를 심는다 말입니까?"


인민군 6사단 소속 하전사(사관과 병사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 김은덕은 기겁을 했다. 누구의 명령인지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좌우지간 명령이었다. "아니 도시 와 기러는지 리유나..." 했다가 벼락을 맞았다. "말이 많소 동무!" 손이 베일 듯 날 세운 군복을 입고 온 보위사령부 군관은 거침이 없었다.


국방군 아이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이미 손금 보듯 안다. 하지만 그건 저쪽도 마찬가지였다. 지뢰를 매설하러 온 특수 부대 군관은 이상한 기동을 지시했다. 우루루 분계선을 넘어갈 듯 말 듯 해서 국군의 주의를 끌어 국방군의 경고 방송이 나오면 뒤로 돌았다.


마침내 매설의 날이 왔다. 캄캄한 밤, 익숙지 않은 길을 살금살금 기어드느라 죽을 고생을 했지만 국방군 GP 통문에 지뢰를 묻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철수했다. 보위사령부 군관도 철수했고 특수부대도 돌아갔다. 지뢰가 터지면 바로 전투태세에 나서라고 한 마디도 했다. 김은덕은 화가 치밀었다.


"아니, 이 종간나 새끼들. 지뢰 묻고 국방군 아이들이 밟아 터지면 바로 전투지, 뭔 태세는 태세가. 도대체 이 미친 짓을 와 하는 거인데. 우리더러 총알 밥 대포알 밥 되라는 소리가 아니고 뭐가 말이디."


며칠 뒤 폭음이 들렸다.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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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가 터진 것이다. 비명도 어렴풋이 들렸고 아우성치는 국방군 소리도 들렸다.


"비상입네다, 비상."


전투태세를 취하라는 명령이 바로 떨어졌다. 눈앞이 아득해졌다. 아, 씨, 이거 우린 다 죽었다 마. 오마니, 잘 계시라요. 아 내 나이 열여덟... 창창한 나이구마. 전 부대원이 눈에 불을 켜고 전방을 주시했고 포대도 포탄을 재고 포구를 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지뢰가 터졌는데도 하루 이틀이 지나도록 너무나 조용했다.


앞서 왔던 보위사령부 군관이 또 찾아와서 사단장과 회의를 가지고 전방을 시찰했다. 완전히 얼어붙어 있던 김은덕의 부대와는 달리 그는 여유가 넘쳐흘렀다. 유난히 호기심 많은 김은덕이 끝내 자제력을 잃고 군관을 잡고 물었다.


"군관 동무. 미치갔시오. 이 작전 리유는 내 묻지 않갔고... 도대체 국방군 아이들이 왜 이케 조용한 겁니까?"


그러자 군관 허리를 꺾고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아 동무들 기래서 이케 볼따구니 시커멓게 돼 가지고 잠도 못자고 눈 뻘개 개지고 국방군 아이들이 언제 복수할까 하고 있었구마니? 걱정 붙들어 매라."


그리고 군관의 설명이 이어졌다.


"동무들 아직 남조선 군대를 모르는 모양인데. 남조선 군대는 미군 허락 없이는 총 한 방 못 쏘는 군대요. 그리구 미국은 작심하고 하는 전쟁, 가네들이 주도해서 벌이는 전쟁이 아니라 북남조선이 투닥거리다가 벌어지는 충돌에서는 남한 군대를 말리오. 아니, 말리는 게 아니라 허락을 안하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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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전 당시의 참수리호


연평도에 대판 포 때릴 때 생각해 보라. 가네들은 우리가 준 것 만큼만 되돌려 주도록 돼이서. 우리가 지뢰를 심을 때 걸렸으면 낭패였갔지만 그게 아닌 이상 남조선 군대는 할 게 업서. 기껏해야 우리 소초 박격포로 때려 부술까? 아니, 기것도 미군 아이들이 기를 쓰고 막갔디. 바로 근처에 미군 지원대가 있지 않소? 양키 아새끼들이 남조선 군인 복수하갔다고 우리를 치는 걸 허락할 거 같내? 어림짝도 없디.


남조선 군대가 그리 허수아비냐고? 아니고 뭐갔어? 지금 남조선은 '평시 작전권'만 개지고 이서. 세상에 동그란 네모가 있으면 있디 평시 작전권이란 기 무슨 소용이가서. 작전을 평시에 하나? 지난번에 미국이 전시작전권도 돌려준다 했는데 난리가 아니었어. 제발 돌려주지 말고 갖고 계시라고 말이디. 어케 그럴 수가 있냐고?


하하, 이 영용한 조선인민군이 무서워서 기런 거 아니갔나. 뭐이? 장비도 좋고 살기도 잘 사는 남조선이 와 기러냐고? 이거 이 동무 사상이... 하하하, 오늘 기분 좋으니 넘어가가서. 기게 바로 사대주의라는 거이디. 충분히 걸을 수 있는 다리 가지고도 동네 개 무서워서 힘센 형님한테 업혀 가려고 기를 쓰는 모지리 있지 않내? 바로 기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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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웃기는 얘기 해 줄까? 아마 동무들도 믿디 않을 거이야. 지뢰 터진 뒤에 남조선 아이들 똥오줌 못 가리고 이서. 지뢰 터진 다음날 뭔 일이 있은 줄 알아? 길세 남조선측에서 북남고위급 회담을 제의해 와서. 믿기덜 않디? 지뢰 얻어맞고 그런다는 거이. 그때 나는 기런 느낌도 들더라고. 아, 이거 국방군 1사단이 대충 묻을라 하는구나. 우리한테 얻어맞았다고 하문 또 사단장 승진 지장도 있고 하니까니 지난 며칠 내린 비 때문에 지뢰가 흘러와서 터진 걸로 대충 퉁칠라 하는구나. 뭐 이건 내 짐작일 뿐이니까니.


보고는 됐을 거 아니냐고? 됐갔지. 긴데 지금 남조선 대통령한다는 그 여성 동무 보통내기가 아니야. 기케 뛰어나냐고? 아니 그 반대디. 작년인가 남조선 여객선이 침몰했는데 수백 명이 죽었어. 근데 그런 큰일이 나도록 일곱 시간 동안 비서실장도 행방을 모른 여자야. 적당히 지뢰 사고 났는데 비 때문에 기케 된 거 같습니다 하고 보고를 하면 그런가부다 할 여자디. 사리를 따져서 캐묻고 대책 요구하고 진상 파악할 여성 동무가 아니라고. 기러니까니 지뢰 보고 받고서는 또 한편에서 고위급 회담을 요청하겠다고 하니 또 그러시오 하지 않았가서. 애초에 지뢰가 우리의 의도적인 공격이라는 의심조차 보고 안됐다고 보는 게 맞디 않카서.


내가 기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공격 사실이 남조선 군대나 청와대 조사 결과 밝혀진 게 아니라 야당 국회의원에 의해서 폭로된 거이야. 기게 말이 되냐고? 남조선 군대도 군대 아니냐고? 동무들 명심하라. 동무들 전쟁 나문 국방군 하전사들은 다 죽여도 되는데 영관급 이상, 특히 별들은 절대 죽이지 말라.


이건 생포하라는 얘기가 아니야. 가네들은 우리 편이거덩. 우리 닌민군도 썩었다고 하디만 예를 들문 남조선은 해군 총참모장이 지 아들하고 짜고서리 돈 처먹다가 감옥에 갔단 말이디. 그 아들도 명색이 장교야. 이해하네? 우리 편을 죽일 수는 없잖내. 국방군 고위 군인을 죽이는 건 공화국에 대한 반역행위야 생포도 하지 말라. 살려보내서 계속 지휘하게 해야 돼.


긴데 가장 웃기는 장면은 기거였어. 국회의원이 폭로를 했고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니까니 갑자기 남조선 군부가 엉덩이에 말벌 침을 놓은 것처럼 흥분을 하더라는 거이디. 우리한테 혹독한 보복을 하갔다고 말이디. 야~ 연기 잘하두만. 나는 순간 우리 지뢰 터진 게 며칠 전이 아니고 몇 시간 전인가 했어. 두들겨 맞은 며칠 뒤에 저렇게 열을 내는 것도 재주다 싶더라고. 꼭 긴 불알(형광등) 생각이 나더라니까니? 불 켜면 깜박깜박 한 뒤에 한참 뒤에 불 들어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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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가네들이 뭘 할 수 있냐고? 가네들은 당장 심리전을 재개할 거이야. 전단도 무지하게 뿌릴 것이고. 사실 우리한테는 성가시고 불편한 일이디. 닌민들도 동요할 거이고 최고존엄도 노여워하실 일이고. 또 지난번처럼 풍선에다가 고사포 쏠 일이 많아질지도 몰라. 근데 분명한 거는...


안심하라. 가네들은 절대로 그 이상은 보복하덜 못한다. 미군이 허락하지 않고 당장 남조선 인민들이 남조선 군대를 신뢰하디 않아. 남조선 인민들은 비무장지대에서 나무로 만든 우리 목함 지뢰가 터져도 남조선 정부가 위기 모면할라구 갖다 놨다고 생각할 정도라니까니. 또 남조선 군부가 미친 척하고 보복이라도 하문 당장에 전쟁 반대하면서 데모하러 나올 거이야. 가네들을 잃을 게 많거덩. 우리야 뭐 잃을 게 없지 않내.


우리레 그저 가만히 있으면 돼. 우리는 공식적으로 아무런 대응 않고 있어. 해볼 테면 해 보고 말할 테면 해 보라. 니는 지껄이라 우리는 신경 안 쓴다. 딱 이거디.


노파심에서 전투태세를 발동하긴 했디만 동무들 고생하는 거 보니 역시 노파심이었던 것 같구마니. 내 권한 안에서는 부대 별로 휴식 취하게 할 테니까니 그리 알라. 진짜 괜찮겠냐고? 괜찮다니까니.


동무 또 궁금증이 발동했구만? 대체 왜 이 작전을 한 거냐고? 원래 우리 공화국은 우리 스스로도 이해 못할 짓을 종종 할 때가 이서. 나한테 묻디 말라. 우린 시키면 하는 군인 아니가서?"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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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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