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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05. 수요일

퍼그맨








광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영화를 좋아한다. 한 때 시나리오 좀 써보겠다고 영화판을 기웃거린 적도 있다. 개인적으로 친한 선배가 입봉작 작업에 한창이기도 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은 쉽게 꺼지지 않을 거 같기도 하다. 덕분인지 가끔은 영화평을 찾아 읽는다. 딴지일보 편집부에 들어온 후, 특히 '한동원의 적정관람료'는 편집을 직접 하든, 남한테 넘기든 꼬박꼬박 읽는다. 


그런데 어제 말도 안 되는 관람료가 책정되는 사건(링크)이 벌어졌다. 범인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인터스텔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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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에서는 안 좋은 평도 들리지만, '적정관람료'의 컨셉이 뭔가? 영화적 완성도는 둘째치고 일단 소비자 입장에서 뽕을 뽑을 수 있는가의 질문에 충실하는 거 아니겠나? 그런데 저 정도 평이 나왔으니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작 소식이 들려올 때부터 기대했던 작품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런 개인적인 기대가 무색하게 당 영화, 뻔한 부분이 있다. 보고난 후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지 대충 예상이 된다고 할까? 아니, 나 개인만이 아니라 아마도 모든 이들이, 마치 최면에 걸린 듯, 같은 걸 느끼고 그로 인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어떤 행동을 취하고픈 충동에 강하게 사로잡힐 것이라 예상한다.


바로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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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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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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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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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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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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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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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보 할 것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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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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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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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 제낄 것이다!

 

169분이라는 긴 런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중간 휴식 시간(인터미션)이 없기 때문이다. 


본 기레기는 허리 아래가 특히 발달되어 있기에 오줌 참는 거야 까짓 하루 죙일이라도 할 수 있지만 영화 관람 시 동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여자친구는 그렇지 아니 하다. 때문에 유독 우리나라 영화관들이 적극적으로 억압하는 거처럼 보일 이 '요의 해갈의 자유'에 대하여,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과연, 무엇이 극장으로 하여금 우리들 '방광'의 고통을 '방관'하게 하는 것인가? 원인이라 생각되는 바를 내 조때로 꼽아봤다.


① 한국인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인내심이 탁월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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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는 없다...



그렇다면 ② 학창시절부터 입시로 단련된 집중력 탓인가?


이건 일면 그럴 듯해 보인다. 최근들어 일부 극장(특히 C모 극장)에서는 '마스킹'이란 걸 생략하고 있는 현상을 근거로 들 수 있다. '마스킹'이란 화면 비에 맞춰 스크린 사이즈를 조절하는 일이다. 이걸 안 해주면 영상 몰입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홈시어터를 작정하고 구축하는 영화 매니아들은 이거 쫌 신경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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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양 옆에 커튼을 달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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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비율에 따라 남게 되는 스크린의 여백을 이렇게 가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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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공간이 여의치 않으면 아래위를 가리기도 한다.


그런데 눈치 빠른 분들은 벌써 알아채셨을 거다. 위의 짤들, 전부 양덕들이 자기 홈씨어터 자랑질하며 올린 거다. 역시 입시 지옥을 거쳐오지 않은 이들이라 저렇게 하지 않으면 영상에 집중을 하지 못 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홈씨어터는 물론, 만원이 넘어가는 프리미엄 상영관 쯤 되어도 저런 걸 해주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도 말이다. 심지어 쟤네들은 티브이에도 중간광고가 나온다. 이는 집중력의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할 수밖에...


다만 한가지 걸리는 거는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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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출처 - 미디어스


이런 토론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아 분명, 대한민국 내에도 중간 광고 도입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막말로 모두가 집중력 쩔어서 입시의 승자가 되는 건 아니잖아. 따라서 우리 집중력이 뛰어난 것에 영화 관람 내내 방광이 감내하는 고통의 전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


③ 절대로 그럴 리는 없겠지만 운영비를 줄이기 위한 극장의 꼼수?


자, 2시간 짜리 영화가 있다 치자, 그럼 극장에서 인터미션을 도입하면 최소 10분에서 15분을 할애해야 한다. 거기에 처음 입장 후 광고보며 기다리는 시간, 청소 시간, 다음 상영 준비 시간까지 합치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40분에서 1시간이다. 2시간 런닝타임의 영화를 상영하는데 3시간이 걸리게 되는 것이다. 이걸 하루에 4번하면 인터미션 시간만 합쳐도 1시간을 더 써야 한다. 영화 한 번 더 틀긴 무리라고? 이쯤 됐으면 우리 간과하지 말자.


알바는 시급제라는 걸. 


인터미션 동안 광고 틀면 알바 시급 정도는 주지 않냐고 할 분들 계시겠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 쫌만 해보시라. 이런 걸 찾아보실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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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리서치(www.adresearch.co.kr) 2013년 12월 광고비 자료라면서 돌아다니는 이미지인데 

이게 사실이라면 극장 광고비, 생각보다 많이 싸다...


앞서 언급한 '마스킹 생략' 역시 한국인의 집중력을 감안한 정책이 아니라 운영비 절감 차원이라는 주장이 돌아다니는 와중이다. 이렇다보니 극장 운영비를 줄이고자 우리의 배설권이 희생 당하고 있다는 추정, 졸라 가능한 상황인 거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기업하기 좋은 이 대한민국에서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시피한 대형 멀리플렉스 체인들이, 설마 이런 쪼잔한 이유로 우리의 오줌을 통제하는 거라고는, 절대, 믿고 싶지 않다. 


④ 마려운 넘들이 가만히 있으니까? 


아, 이거야말로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보이는 것이다. 유교적 가치관에 사로잡혀 가까운 지인에게도 '오줌 싸러 갈게'하고 당당하게 말 못 하는 우리들 아닌가. (본 기레기는 한 여성에게 전화가 왔을 때 '지금 똥 싸는 중'이라고 당당히 말했다가 핀잔을 들은 바 있다. 그러게 왜 소리 울리냐고 물어보지 말았어야지...) 


하물며 '핸드폰 좀 싸게 살 수 있도록 해주세요', '질소 말고 과자 좀 사게 해주세요' 같은 말도 얌전하고 조심스럽게 하는 우리가 '영화 보는 도중에 오줌 좀 싸게 해달라'는 요구를 강력하게 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반면, 국외에선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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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다. 

호주 한 지역에서 공중화장실 좀 설치해달라고 벌인 시위란다.

영화 보던 도중도 아닌, 길가다 중간에 쌀 수 있게 해달라고 이 난리인 거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세상에는 별의 별 시위가 다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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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무어가 감독한 'Sicko'를 보면 

프랑스에는 휴일 없앴다고 시위 나온, 이런 넘도 있드만...


왜들 이렇게 난리일까? 


다른 사람이 당신의 먹고 싸는 문제를 위해 봉사해야할 이유는 개미 똥꼬 털 한 가닥 만큼도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마려운 놈이 변기 뚜껑 열어야 하는 것이 세상의 법칙이다. 초코파이 생산하는 사람들도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는 아닌 거다.


그런데 위의 호주처럼 변기 자체가 없다면 만드는 넘에게 가서 만들라고 요구해야 되는 거다. 아니면 무시해도 된다. 내가 마려운 게 아니니까. 더 나아가 너님이 바지에 싸든 말든 내 세탁비 드는 거 아니니까. (물론, 이렇게 무시하다가 너도 나도 바지에 지릴 경우, 세상에는 악취가 진동하게 되겠지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우리들 솔직히 너무 얌전하다. 잘 싸고 싶다면 화장실 갈 시간 넉넉히 달라 요구해야 하고, 잘 먹고 싶다면 포장지 안에 공기보다 먹을 거 많이 넣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요구는 그냥 '안 해주면 개새끼'하고 마는 수준이 아니라, 나의 마려움을 저들이 생각 안 할 수 없도록 만드는 적극적 행동이 필요한 것이다. 


그 행동이 바로 시위, 보이콧, 불매운동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어느샌가 이런 행동 자체에 색깔을 입혀버리는 데에 우리들 자신부터가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다. 아니, 씨바, 나 먹고 싸는 거 좀 편하게 해달라는데 뭔 종북인가! (종Me면 몰라도...) 


사회적인 문제만 없다면 마려움 하나 나 혼자 감당 못 하겠냐만, 대한민국은 화장실에서만 싸는 게 너무나 당연시 되는 고도 문명 사회란 말이다. 마려움을 나만의 문제라 생각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계속 유지한다면 극장은 원가 절감을 거듭할 것이다. 나아가서는 '단통법' 같은 이상한 법이 극장가에 등장하더라도 이상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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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각에서는 영화 끊어보는 거 싫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생리 현상을 어쩌겠는가. 아무리 영화에 몰입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꺼번에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방광 팽창 앞에 장사 없다. 나의 의지가 아닌 방광의 의지로, 어쩔 수 없이 중간에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오게 됐다고 상상해보라. 가뜩이나 요의 앞에 무릎 꿇은 것도 서러운데 남들의 몰입을 방해하는 동시에 몇몇 장면을 못 봐서 이야기 흐름까지 놓치게 되니 비극의 주인공이 따로 없을 지경이다. 


백번 양보해 인터미션이 싫다는 사람이 다수라 쳐도 극장 측에서 쉬는 시간 있는 상영관과 없는 상영관으로 서비스를 다각화할 일이다. 마스킹도 생략하는 극장이 유독 이런 '몰입' 요구만 수용했다고 보기도 어렵고 말이다. 죠지 오웰 1984 속 세상도 아니고 왜 시스템에 개인이 맞춰가는 것이 당연히 여겨져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극장에 인터미션 없는, 이런 시스템이 국가 유지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러니까 우리,


마려울 땐 마렵다고 얘기하자. 


그래도 무반응이라면 반응 있을 때까지 소리치고 진상 좀 떨자.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배설의 민족 아닌가! 

(응? 배달이라고? 뭐 어쨌든...)






퍼그맨

트위터 : @ddanzipu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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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그룹 마켓팀원. 편집부 일도 하고 왔다갔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