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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05. 수요일

편집부 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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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배들이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욕하기 시작했다. 비록 딴 사람을 찍었지만 알아서 기는 대인배 독구는 국정운영의 모토를 창조(라 쓰고 유신시대로 회귀라고 읽는)로 삼은 레이디 가카의 뜻을 앞장서서 받들어 모시기로 했다. 대민족정론지라면 응당 솔선수범하여 령도자의 뜻을 따라야하거늘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딴지 수뇌부가 이를 방관하는 동안 기레기계의 아이돌 샛별 독구는 사소설(私小說)과 기사(記事)의 대승적 융합이라고 할 수 있는 사기사(記事)(라 쓰고 내가 해봐서 아는데'를 시전하는)를 창조해내기에 이르렀다. 이거슨 결코 지식 밑천이 딸리거나 글빨이 부족해서가 아님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신입 기레기의 창조적인 행보를 이해하지 못한 일부 국민들의 항의에 독구는 선지자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내적방황과 고통으로 숱한 밤을 지새웠으나 최근 우리 사회를 들었다 놨다 하는 요물같은 이슈를 좌시할 수 없어 또 다시 용기를 내기로 하였다. 이거 또 뭐 알량한 경험팔이 하는거 아니냐는 모독에는 7시간동안 침묵으로 쉴드를 친 후 32초간 눈을 깜박이지 않는 것으로 단호하게 대처하는 바이다.

 

본 기자의 가냘픈 손꾸락을 굳이 움직이게 만든 이는 강세훈 원장이다. 지난 한주간 故 신해철의 사망 원인에 대한 논란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다. 그의 장협착증 수술을 집도했던 스카이병원의 강세훈 원장은 요며칠동안 주요포털의 실시감검색어 1위에 이름을 올리며 노벨상 수상자보다 더한 유명세를 떨쳤다. 지난 11월 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부검 1차 결과를 발표했으나 아산병원과 스카이병원은 서로 니 책임 이라며 공방을 벌이는 알흠다운 모습을 보여주고있다. 


사건은 차치하고 강세훈이라는 이름을 본 순간 독구는 '세훈'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과의 아주 특별한 인연을 기억해내게 되었다. 정작 책을 읽은 사람은 멸종수준이나 동네방네 인용되는 '마들렌 효과'라 할 수 있겠다.


한 여인에게 용기와 인생과 돈과 사랑을 가르쳤던 '세훈'이들을 만나보자.


 


1. 활력소 강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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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할까봐 얼굴을 지워주는 센스



먼저 강세훈 원장이다. 강세훈 원장은 비만수술 전문가(로 여겨진). 그가 대표원장으로 있는 스카이병원은 홈페이지에서 모든 비만수술이 가능한 유일한 병원라고 자랑스럽게 밝히고 있다. 비만이 삶의 질 향상을 막는 최대의 나쁜시키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그의 철학은 독구의 찬란했던 옛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독구 역시 비만 해결로 인생이 아름다웠던 때가 있었다. 넘치는 살을 주체할 수 없었던 어느날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 아침에 닭가슴살 2, 점심엔 그냥 식당 밥, 저녁은 굶고 매일 두시간씩 일주일에 6일간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던것이다. 그랬더니 3개월만에 괜춘한 몸매가 되었다. 대다수의 연예인처럼 45kg가 된건 아니었지만 체지방이 폭삭 줄어 라인이 꽤나 쓸만해졌다. 옷 치수도 2단계나 주는 바람에 속옷부터 겉옷까지 새로 다 샀다. 난생 처음으로 몸매에 자신감이 생겨 이 기세라면 금세 요시자와 아키호를 능가하겠다는 오만방자한 생각을 했음을 밝힌다.


그러나 심각한 부작용이 있었으니 첫째, 슴가가 초딩 사이즈가 되어버렸고 두번째로 방귀냄새가 지독해졌다. 닭가슴살 뿐만 아니라 단백질 파우더에 삶은 달걀을 매일 주식삼아 먹어댔더니 가스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다. 다시 한번 정확하게 밝히지만 이거슨 인간의 어떤 언어라도 표현이 불가능한 수준의 위력이었다. 게다가 선청성 가스 배출 과다증이라는 불치병을 앓고 있었기에 방출양도 엄청났다. 집에서야 방귀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 자신이기에 별 상관이 없었지만, 사무실에서는 분 단위로 화장실에 갈 수 없어 그냥 쿨하게 막 꼈다. 방구로 온실효과를 일으킨다는 소보다 악랄한, 반인륜적 짓이란걸 알고 있었지만 다행히 사무실의 상주 직원은 독구 외 한 명밖에 없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분은 냄새에 베리베리 민감한 센스티브하신 남성이었는데 똥냄새난다는 이야기는 차마 하지 못한 채 걍 캐나다로 가버렸다.(교포였음) 생태계 파괴를 막기위해 뉴트리아 항문을 봉합하겠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그 사람 생각이 난건 날씨탓으로 돌리고자 한다. 몇 년 뒤 과도한 스트레스로 술을 애인 삼은 내 몸은 다시 뚱뚱해져버렸다.


강세훈이라는 이름은 과거의 날씬했던 시절을 환기시켜주었다. 그래. 나 괜춘한 여자였지. 설령 오존층이 파괴된다 하여도 내 한 몸 예뻐진다면 뭐가 대수랴. 그래서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해야겠다는 용기와 각오가 생겼다. 즉, 강 원장은 내가 다시 아리따워질수 있다는 희망을 선사한 것이다. 사랑과 정열 주는 박카스 같은 남자! (그런데 스카이 병원에 가고 싶지 않은 건 진짜 진짜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이다. 오해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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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지각 사유



아차, 우리의 신기한 인연은 이게 다가 아니다. 소싯적에 스카이라는 이름의 병원에서 시술을 받은 적이 있다. 물론 강세훈 원장의 스카이병원은 아니다. 결론은 본인이 성형 창조미인이라는 것이다. 짜잔~





2. 멘토 원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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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입은 했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라는 판결을 접하고서 독구는 그토록 애타게 찾아 해맸지만 찾지 못했던 멘토가 바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임을 깨닫게 되었다. 직급도 낮은 주제에 꼬박꼬박 말대꾸하고, 도덕이 어쩌고 양심이 어쩌고 나불대고, 시시때때로 '이건 아니잖아요!'를 외치는 시덥잖은 짓거리를 하다가 고매하신 윗분들의 복수와 내침을 받은 경험이 있는 독구는 <미생>의 오과장이야말로 세상 물정 모르는 판타지며, 국정원의 원세훈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이며 독보적인 처세의 위인임을 알게 된 것이다. 내 한몸의 부귀영화야 말로 믿음 소망 사랑 가운데 최고라는 것을 가카 치세 4년을 겪고도 몰랐던 독구의 어리석음이란!


하지만 윗분들의 하해와 같은 사랑을 그깟 립서비스만으로 겟하게 된다면 뭔 고민이 있겠는가. 원세훈을 보자. 그는 자신의 명예가 더럽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살신성인의 태도와 직원들을 닦달하여 목표한 바를 이루는 워커홀릭적 태도를 두루 갖추었다. 이런 그의 열정이 2011년부터 시작되었다는 썰이 있으나 국정원은 겸손하게 이를 부인하고서 연루된 직원을 슬그머니 영전시키기는 '우리가 남이가' 정신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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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겨레



15개의 사이트(여기에 민족정론지인 딴지가 포함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에 글을 남기도록 지시한 그녀의 그녀에 의한 그녀를 의한무한 충성은 감성이 메마른 독구 따위는 감히 따라갈수가 없음이 자명하다. 자나깨나 오직 그녀를 위한 레이디 퍼스트’ 적 행적은 원세훈이야말로 우리나라 최고의 페미니스트이면서 순정남임을 먼훗날 역사가들이 증명하게 될 것임을 조심스레 전망해본다. 남녀가 함께 평등하고 행복한 세상을 부르짖고자 했던 이들은 진정한 페미니스트의 출현을 축하하며 선전 삐라를 뿌리도록 하자.


그의 한결같은 순정에 레이디 가카는 '유죄같은 무죄'로 응답하였다. 일부 몰지각한 이들이 갖은 패러디로 놀려댔지만 그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전 국정원장은 오늘도 '대츠노노'를 외치며 인터넷 댓글을 쓰는, 아주 보람찬 하루를 보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온몸을 부딪히며 치열하게 살았지만 현재 실업자로 전락한 위인 원세훈을 본받기 위해 독구는 행동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일단 트위터에서만이라도 편집장, 부편집장, 팀장을 손꾸락이 부르트도록 찬양하고자 해보았지만 독구는 그런 용기조차 낼 수 없는 그릇이 작고 작고 작은 사람이었던 것이 함정. 아직도 더러운 옛 버릇, 아부란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 분명하다. 이에 독구는 공개적으로 참회하며 권력지향적인 인간이 되겠다는 장렬한 각오를 밝히는 바이다.

 

늦었지만 지각은 아니다.

회사 돈이지만 공금은 아니다.

19금 농담이지만 성희롱은 아니다.

글은 못쓰지만 실력이 없는 건 아니다.

일은 안하지만 한가한 건 아니다.

일이 많지 않지만 월급이 많은 건 아니다.

 

회사에서 당당히 이런 논리를 펴는 날이 오는 그날까지 대한민국의 대인배들이여 단결하라.

 



3. 은인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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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비웃고 싶지 않다. 셀프탄핵을 했다는 등, 자기 치적에 매혹된 나르시스트 라는 둥, 돈지랄 매니아 라는 둥의 악의적인 삿대질 대신 화수분같은 애정을 드리고 싶다. 그분이 시장직을 맡은 동안 서울시 발전과 홍보를 위해 펑펑쓰신 돈의 일부가 내 주머니에 꽂혔기 때문이다.


독구는 그 이름도 자랑스러운 2009년 행정서포터즈 출신이다. 지금은 폐지된 것으로 보이는 행정서포터즈는 미취업자들에게 일시적인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사업이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주5일 근무, 일당 3만원, 4대보험 납부, 근무종료 후 실업급여 신청까지 가능했던 이 꿈의 임시 일자리는 당연히 기관(시 본청 및 사업소, 자치구)과 구직자 양 편 모두에게서 욕을 들어먹었다. 하지만 칼퇴와 야근거부를 소중히 여겼던 독구에게는 참으로 환상적인 일자리였다. 알라딘 램프가 있었다면 지니에게 평생 행정서포터즈만 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을 것이다. 흠이 있다면 하는게 너무 없어서 지겨웠다는 것과 사무실 공무원님들께 눈치보였다는 것 정도. 실수령액은 거의 88만원이어서 양주 안 마시고, 명품 안 사면 매우 풍족하게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세훈 시장의 최대 치적인 '한강르네상스'가 한창인 때라 디자인올림픽이 열렸는데 거기에 행정서포터즈 출신들을 기용하는 덕에 4개월 더 풍족하게 살 수 있었다. 물론 급여는 계속 88만원 수준이었지만 앞서 말했듯이 서민적 라이프스타일을 자랑하는 독구에게는 입에 근근이 풀칠하기에 매우 넉넉한 금액이었고,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도 많이 사귀어서 사교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 같이 일하던 남자와 썸을 타면서 그 얼마 안되는 월급으로 술 처먹고 다니며 지역경제활성화에 이바지했으니 가히 일베도 칭송할만한 애국자다운 행동이라 하겠다. 이러니 오 시장님께옵서 광화문에 스노보드 대회를 하든, 세빛둥둥섬으로 특혜 시비가 붙든, 지하철과 버스를 본인 치적으로 도배를 하든 나만은 욕하기가 쪼까 뭣한 것이다.


실제로 행정서포터즈를 하면서 백수 생활 유예는 되었지만 경력에는 아무 도움이 안됐다는 사실과, 디자인올림픽의 행사 요원을 하며 좋은 것 많이 봤고 이것 참 좋은 행사라고 느꼈지만 이 돈은 차라리 다른데 쓰는게 훨씬 낫겠다란 생각을 한 것은 비밀로 하고 싶다. 난 그저 일년간 최저임금으로 마음편히 놀고먹게 해주었던 오세훈 전 시장을 내 젊은 시절의 은인으로 모시고 있을 뿐이다.


그분은 현재 르완다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계시다고 한다. 배고픈 아이들을 보며 무상급식 반대로 맞짱 떴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고 있는건 아닌가 궁금하다.


보고싶네요. 오시장님.


아차. 지난달에 시장님의 대 토목공사였던 경인아라뱃길을 자전거로 다녀왔습니다. 참 좋더군요. 그런데 저의 짧은 소견을 말씀드린다면 배타고 볼 것은 많지 않고, 인공 폭포는 왜 있는지 모르겠고, 자전거로 달리기에는 길이 좁고 반대편으로 가기가 참 지랄맞게 불편했었는데 이건 시장님의 원대했던 애초 구상과는 다른거죠?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은건 단지 제 기분탓이겠죠?


빨리 르완다에서 돌아와 차기 대권주자로 우뚝 서시길 기원해요. 사랑합니다.

 

 


4. 애인 X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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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에게 다구리당할까봐 미리 밝히는데 나는 이분 이름이 세훈인지도

이번에 첨 알았다. 

걍 이름이 같길래 따온거니 팬 여러분은 너그럽게 침만 뱉어주길 바란다.

침은 자기 집 앞에 뱉는 센스 잊지 않기.



내 첫 남친의 이름은 공교롭게도 세훈이다. 성은 밝히지 않겠다. 처음 만났을 때도 공무원이었는데 지금도 공무원이지 않을까 싶다. 늘 때려치우고 싶다고, 힘들다고 했지만 그걸 실제로 실천할만한 무개념은 없는 아주 현실적인 남자였다. 그는 자유롭게 방황하던 내 처지를 무척 부러워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하지 않았던 듬직한 남자였다.


난생 처음 남자한테 받은 대시, 거기다 두 번째 데이트만에 결혼하자던 그 당돌함에 반했건만 한달뒤에 '친구로 남자'고 선언하여 초스피드 연애 조루증을 선보였다. 그 뒤로도 사랑과 우정 사이를 오가며 니맛도 내맛도 아닌 관계를 지속하는 대담함을 보여줬던 아주 제대로 된 상남자였다. 나중에는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연락 딱 끊고말았는데 첫정이 무섭다고 몇 년간 그이를 잊지못해 찌질한 짓거리도 많이 했다. 이 때의 마음고생으로 업장소멸했는지 두 번째 애인은 재미없는것만 빼면 꽤 괜찮은 남자를 만났다. 다 그 사람 덕이다. 고맙다 친구야.


세훈이는 나의 첫사랑이나 다름없다. 나는 그이 때문에 사랑을, 찌질함을 알았다. 이런 행동은 사랑이 아니구나 라는 깨달음을 통해서 말이다. 그러니 그는 내게 사랑이 아님을 통해 사랑을 가르쳐준 역설적인 애인이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찌질해질 수 있는지를 스스로 볼 수있게 해준 잔인한 애인이기도 하다.


피노키오의 노래가사와 아련한 추억만 남기고 우리의 인연은 끝났지만 그 짧았던 기간동안 심장이 쿵쾅댔던 기억만은 잊지 못하리. 물론 세훈이도 나를 잊지 못할 것이다. 나로 인해 진짜 사나이가 됐으니 말이다.




이것으로 독구의 '세훈' 탐방에 관한 사기사는 마무리를 지을까 한다. 앞으로 또 어떤 세훈이가 출현하여 본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지 내심 기대가 된다. 전국의 세훈이들은 분발하여 독구 앞에 홀연히 나타나 자신의 매력을 뽐내기를 바라는 바이다. 댓통령까지 노려보자. 이상











편집부 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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