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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06. 목요일

꼭그래야하나?





믿거나 말거나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글에 나오는 인물과 장소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으니 물어보지 마시길 바랍니다.


 



개 팔자 상팔자라고 하지만 돼지 팔자는개 같은 팔자라 할 만한 이야기입니다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재 세상에 단 한 명도 살아계시지 않기에 여러분이 아무리 검증을 하려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묻지 마관광"처럼 이야기만 즐겨 주셨으면 합니다.

 


1. 어린 영혼죽음을 마주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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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몽정을 치렀던 중학교 1학년 때이었습니다여름이 다 가고 가을이 올락 말락 하던해가 지면 차가운 바람이 살며시 뺨에 뽀뽀하며 '우리 자러 가자'속삭이던 그런 밤이었습니다. 6시에 저녁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이 들었습니다잠깐 자고 일어나서 숙제하려고 하던 것이 자정이 되어서야 일어났습니완전히 잠을 깨려고 옥상에 올라갔죠별들이 참 맑게 빛나는 밤이었습니다동네는 조용했습니다. 제 방과 옆집만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옆집에는 고누나가 있었죠. '고3 모양 내시는 구나'하면서 옥상을 내려가려던 순간, 앞에서 뭔가가 나타났습니다그것은 공간 속의 공간멈춤의 시간어둠의 어둠차가움의 차가움 같은 그런 느낌이었고 그 앞에서 숨도 멈추고 눈꺼풀도 멈춰버렸습니다숨을 쉬기 위해 콧속에 있던 바람을 내 뿜으려 해도 그럴 수 없었고 몸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그것이 눈앞에서 서서히 움직이더니 저의 몸을 통과해 지나쳐 갔습니다. 그 순간 옆집 사람들의 곡소리가 들렸습니다참았던 숨이 트이자 방으로 달렸습니다숙제고 뭐고 이불에 들어가 한참을 떨면서 잠이 들었습니다이것이 시작이었습니다.

 



2. 보인다무서웠다.


 



지나가는 차량도사람도 없는 한밤의 적막한 도로였습니다아직도 기름 냄새가 가시지 않은 최근에 놓인 도로였습니다집에 가려면 먼 길인데 왜 그곳에 있는지 모르겠더군요집으로 가는 방향으로 발길을 움직였습니다그때 저 멀리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습니다같은 방향이기에 태워 달라고 하기 위해, 도로 가운데로 가서는 손을 흔들었습니다오토바이는 저를 못 봤는지 속력을 줄이지 않고 저에게 다가왔습니다더 힘차게 손을 흔들고 소리를 쳤지만, 오토바이는 멈추지 않고 저와 부딪혔습니다오토바이는 하늘을 향해 날아가고 오토바이 운전자는 두 동강이 나면서 상체는 전봇대로 날아가 전봇대 쇠막대에 걸렸고 하체는 도로를 뒹굴다가 도로 밖으로 떨어져 나갔습니다전봇대에 걸려있던 상체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습니다비명을 질렀습니다꿈이었습니다옆집 아주머니의 죽음 이후로 어둠이 무서워서 스탠드를 머리맡에 항상 켜고 잠을 잡니다몸에 땀이 많이 났습니다일어나 화장실에 가서는 소변을 본 후에 부엌에 가서 물을 한잔 마시고 다시 잠을 잤습니다.

 

날이 밝고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저를 깨우기 위해 어머니는 제 방에 들어오셔서 일어나 밥 먹고 학교 가라 소리치십니다작은 밥상에 밥을 차려 오셨습니다.

 

"아버지는요?"

 

"아침에 사고가 나서 아침 일찍 출근하셨다."

 

아버지는 병원에서 근무하셨습니다의사는 아닙니다하시는 일이 워낙 다양해서 특정 부서에 한정돼서 일하시지는 않으셨습니다맡으신 일 중 하나는 사망자가 나오면 의사와 경찰그리고 아버지가 참석해 사망자의 신원과 사망자의 사고 경위를 파악하는 일입니다당시에는 지금처럼 부검의가 따로 있지 않았던 때입니다경찰은 사망자의 신원과 사고사인지 자연사인지 파악하고, 의사는 정확한 사인과 사망자의 상처 부위나 병명을 체크하고아버지는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의료사고 인지를 파악해 병원장에게 직접 보고를 하셨습니다.

 

사망자 가족에게 그의 죽음이 알려지기 전에 아버지는 사망자의 가족관계재산상태인적관계 등을 모두 파악해 병원장에게 보고하셨습니다의료사고였을 경우 법적 대처 방안을 변호사들과 상의하시거나 유가족들과 보상 관련 협상도 누구와 협상해야 빠르게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지 계획하고 실행하셨습니다그렇기에 동네 사람들은 가족 중에 원인을 알 수 없이 죽으면 제일 먼저 저희 집에 찾아와 아버지에게 사망자가 어떤 경위로 죽었는지 파악해 달라는 부탁을 많이 했습니다.

 

아버지께서 다시 집에 오셨습니다새벽에 병원에 가셨다가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 하시면 다시 집에 오셔서는 오전에 더 주무시고 병원에 다시 가십니다들어 오시면서 어머니에게


"지튀가 죽었어." 


지튀(가명)는 저보다 네 살 많은 동네 형이었습니다.


"어쩌다가요?"


"오토바이 타고 가다 트럭하고 부딪혔는데 몸통이 두 동강 났어하나는 전봇대에 걸려있었다네지튀 아버지 만나고 온 다음에 밥 먹을게."

 

브르스 윌리스와 할리 조엘 오스몬드가 출연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식스센스>라는 영화가 있습니다여러분들은 공포 스릴러 영화로 보셨겠지요저는 할리 조엘 오스몬드가 브르스 윌리스에게 "그것들이 보여요!" 하던 순간부터 눈물이 나왔습니다그렇습니다저도 그런 것들이 보였습니다귀신은 아닙니다저에게 보인 것들은 꿈속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대개 저와 가까운 인척 관계의 사람들과 동네 사람들이었습니다.

 

어렸을 적에 또래 아이들보다는 형들과 어울렸습니다또래 아이들 노는 것이 재미도 없고유치하고또 형들과 놀면 저에게 많은 것들을 잡아다가 줬습니다먹을 걸 많이 주기도 하구요그랬던 형들 중 한명인 지튀 형의 죽음은 큰 충격이었습니다더 큰 충격은 꿈속의 사고 장면과 실제 사고 상황이 비슷했다는 겁니다그냥 우연이겠지 하면서 식사를 마치고 학교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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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지튀 형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로 했습니다학교와 학원을 마치니 저녁 8시가 좀 넘었습니다버스 정류장에 서서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동전이 없었습니다걸어가기로 했습니다좀 더 빨리 가기 위해 지름길로 가기로 했습니다. 지름길은  당시 새로 조성된 공단입니다해가 지면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길입니다좀 무섭기는 했지만, 별일이야 있겠냐 싶었고 발인 전날이라 지튀 형에게 마지막 인사는 꼭 하고 싶었기에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걸어가다 보니 뒤에서 빵빵대는 차가 쌍라이트를 켜고는 제가 걸어가는 쪽으로 달려왔습니다좀 더 가까워져 보니 녹색 봉고차였습니다전봇대 뒤에 피하기로 했습니다차는 제가 서 있는 쪽으로 계속 달려오더니 제가 몸을 피한 전봇대에 부딪쳤습니다차가 찌그러져 갑니다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세차게 전봇대에 몸을 부딪치며 일그러져 갑니다깨진 차 유리와 함께 피도 함께 튀어나옵니다.

 

또 다른 꿈이었습니다지튀 형이 죽은 다음 해이번에는 다섯 살 많은 동네 형이었습니다장소는 비슷했지만 전봇대가 아니라 가로수를 들이받았습니다시체는 조각났다고 합니다술을 마셨던 것 같습니다그런 꿈들을 몇 개 더 꿨고 무서웠습니다그래서 할머니께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할머닌 무척 똑똑한 분이십니다영어와 일본어를 3개월 만에 터득하신 분입니다. 제가 멍청하다고 혼꾸녕도 많이 맞았습니다좀 사는 집에 남자로 태어났다면 좋았겠다 싶은 분입니다장관총장을 지낸 조카분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또 현명하신 분입니다이런 일이 있었습니다동네 아주머니가 저희 할머니를 면전에서 비난했습니다할머니는 가볍게 웃으시며 집에 가자셨습니다집에 오는 도중에 이렇게 말씀하시는 겁니다.

 

"너착하게 살아야 하는 건 평판이라는 걸 얻기 위해서여평판이라는 것을 어떻게 쓰는지 보여 주께."

 

며칠 후할머니를 간간이 비난하던 동네 아주머니 두 분이 머리 붙잡고 동네 떠들썩하게 싸웠습니다할머니는 그 두 할머니를 자신의 손을 쓰지 않고 서로 싸우게 만드신 겁니다멀리서 저와 함께 지켜보시던 할머니는 가볍게 입에 미소를 지으며 집에 가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봤냐평판이라는 것은 손 안 쓰고 코 풀게 혀착하게 살라는 게 아녀착하다는 평판을 얻으란 말여!"

 

할머니만큼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을 지금껏 보지 못했습니다할머니께서 저의 문제를 해결해 주실 것으로 믿은 것은 당연합니다평소에는 어떤 문제를 이야기하면 "그래?"라며 바로 행동에 옮기시는 분이지만, 그 문제는 좀 심각하다 생각하셨나 봅니다몇 날 며칠이 지나도 아무 말 없으셨습니다중학교 1학년 겨울 방학 시작 즈음에 말씀드렸지만, 방학이 끝나고 중학교 2학년이 되었습니다개나리가 지고벚꽃이 필 무렵 해결책을 찾으셨습니다집에 돌아오니 이런저런 음식을 준비하십니다.

 

"내일 일요일인 게 학교 안 가지낼 같이 가자!"

 

그렇습니다할머니께서는 역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으셨습니다그거슨 바로









3. 퇴마굿엑소시스트


지금부터 할머니 손잡고 다니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1) 퇴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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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사 김영기 법사

 

기차를 타고 오산인가하는 곳에 갔습니다기차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한적한 시골 동네에 내렸습니다할머니께서 장만하신 이런저런 음식들을 들고이상할 것 없는 평범한 동네로논두렁을 가로지르며 걸었습니다할머니는 돈 대신 음식으로 '퉁' 칠 요량이었던 같습니다할머니는 동네 사람들에게 누군가의 이름을 말씀하시며 어디 사는지 물었습니다모른다는 동네 몇 분을 지나 다행히 아시는 분이 집을 가리킵니다가리킨 집은 멀리서 봐도 그냥 평범한 시골집이었습니다저는 보자기에 단단히 싼 음식들을 들고 할머니 뒤에 따라갔습니다.

 

그 집 앞에는 작은 텃밭에서 평범한 시골 노인분이 봄 채소를 뽑고 계셨습니다그분은 멀리서 오는 저와 할머니가 말이 들리는 거리쯤 다가가자 "잠시만 기다리세요." 하면서 뽑아낸 채소를 들고 일어서면서 "어이가져가그리고 방에 불 지폈나?" 잠시 후에 분홍색으로 칠해진 양철 대문을 밀치면서 할머니 한 분이 다리를 약간 저시며 나오십니다할아버지와 눈빛이 마주치자 고개를 끄덕입니다안으로 들어가자는 말에 이상할 것 없는 평범한 할아버지를 따라 방에 들어갔습니다손에 들고 있던 음식들을 그 집 할머니에게 건넵니다그리고 방에 들어갔습니다방안에는 산신령 그림이 걸려있습니다바로 밑이 아랫목인지 그 위에 이불이 깔렸습니다이불 앞에는 작은 밥상 비슷한 것이 놓여 있었습니다자리에 앉은 할아버지를 따라 그 탁자를 마주하며 자리에 앉았습니다저는 할머니 조금 뒤편에 앉았습니다.

 

할머닌 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그 노인에게 들려줍니다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눈을 감으며 나이와 생일이름을 묻습니다할머니의 이야기가 끝났음에도 눈을 뜨지 않던 노인은 눈을 뜨자 저에게 자신에게 다가오라고 합니다배운 버르장머리 어디 가겠습니까조금의 이동이라도 공손히 일어나 한걸음 걷고는 앉습니다앉으니 눈을 감으라 합니다그게 말인지 노랜지 모를 소리를 내시며 내 머리를 쓰다듬다가도 살짝 움켜쥐는 겁니다한 십 여분 그렇게 하는 겁니다.

 

"이제 됐다잘 살 거야!" 


제 머리를 쓰다듬기를 마치자 저는 노인 곁에서 물러나 다시 할머니 뒤 편에 앉았습니다이게 다야라고 생각했습니다잠시 후에 제가 가져간 음식들이 차려진 밥상을 들고 그 집 할머니가 들어옵니다.

 

"여기 오시느라 점심 못 드셨지요드시고 집에 가세요걱정하지 마시고잘 살 겁니다."

 

그렇게 그냥 돌아왔습니다이렇게 해서 저에게 벌어진 이상한 현상들이 사라졌으면 좋았을 것을한 달즈음 뒤에 또 그런 일이 생기는 겁니다큰 사고광경을 목격한 것은 아니고 아버지 친구분들이 집에 찾아오셔서 술을 사서는 집으로 오는 도중에그 어둠의 어둠차가움의 차가움이 획 하니 제 앞을 지나치더니 동네 00집에 들어가는 겁니다다음 날 그 집에서 심장마비로 동네 아저씨 한 분이 돌아가셨습니다할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쓴웃음을 지으십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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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어느 사찰이었습니다여름 문턱인지라 낮에는 햇빛이 따가웠습니다산행은 숨 고르기를 반복 학습 시키는 선생님 같습니다숨이 잔잔해지면 오르다가 거칠어지면 쉬고를 반복하기를 여러 번절이 보입니다이번에도 준비해간 음식을 제가 들고 갔습니다손바닥은 보자기 집에서부터 들고오느라 붉게 달아올랐습니다손에 들고 있던 보자기를 30대 후반 되어 보이는 스님에게 넘겨드렸습니다.

 

할머니는 보자기를 넘겨받은 스님의 안내에 큰 불상에 가셔서는 배를 올리십니다나오시자 다시 젊은 스님이 다른 곳으로 안내합니다할머니는 안으로 들어가시고 저는 밖에서 기다립니다작은 불상이 있는 방안에서 할머니는 좀 나이 들어 뵈는 스님과 이야기를 하십니다할머니께 차를 따라 줍니다무슨 차인지는 모르겠습니다저에게는 안 줬습니다좀 전에 보자기 건네받은 스님이 방에서 나옵니다지금 기억으로는 대략 50대 초반으로 생각됩니다그 스님이 저보고 들어오라 그럽니다들어가 그 스님과 작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았습니다잠시 후에 젊은 스님이 웬 자루를 들고 옵니다.

 

불경을 암송하시는 것 같습니다그리고는 그 자루에서 콩인지 팥인지를 제 얼굴에 마구 뿌려댑니다고개를 숙였습니다. '설마 저 자루에 담긴 전부를 뿌리는 것은 아니겠지?'란 생각만 들었습니다젊은 스님은 나이 드신 스님이 콩을 뿌리는 동안 옆에서 목탁을 치시며 불경을 암송하시는 겁니다다이 다이, 아니 일대일로 한 명씩 돌아가면서 뿌려 댑니다스님들이 그러는 동안 할머니는 두 손을 곱게 합장하시고는 불상을 향해 "비나이다비나이다."를 하십니다전부 다 뿌렸습니다따가웠습니다모두 다 뿌리고는 방안에 흩어진 콩들을 주워 다시 담습니다전 그냥 나와서 울었습니다이게 먼 짓인지 라는 생각과 함께 절밥은 맛이 없었습니다.

 


3)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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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등짝에 흠뻑 땀을 뿌려주던 여름에 전주의 한 교회를 갔습니다교회 안은 예배 전이라 그런지 냉방이 잘되어 있어서 시원했습니다예배 전에 목사님과 할머니께서 이야기를 나누십니다목사님은 사람들과의 예배가 끝나면 시작하신다고 합니다사람들 참 많았습니다알지도 못하는 성경 구절과 찬송가를 입안에서 그냥 굴렸습니다그곳을 소개해준 아주머니 옆에서 열심히 기도했습니다목사님 설교도 좋았습니다참으로 밝은 광명을 얻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정말 주님 앞에 간청했습니다이런 황당한 일이 더 제게 일어나지 말기를 "할렐루야!" 할머니는 눈을 감으시고 손은 깍지를 끼신 채로 제 옆에 앉아 어린 손자 잘되기를 기도드리고 계십니다처음엔 한기마저 들던 교회는 제 몸이 성령에 감응했는지 몸이 뜨거워졌습니다. '드디어 나는 고통에서 해방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사람들이 교회 안을 떠납니다오늘 설교는 훌륭했다고 사람들이 목사님께 손을 붙잡고 인사하기 바쁘십니다사람들과 일일이 이야기와 손을 붙잡아 주시고는 모두 다 떠나보내시고는 저와 할머니를 부르십니다드디어 마침표를 찍는 그 날이 왔도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잠시 후에 어느 떡대 좋은 아주머니 한 분이 들어오십니다정말 천사같이 하얀 옷을 입으시고 들어오십니다떡대가 좀 유별나게 크다는 것 말고는 말입니다특별히 저를 위해 서울에서 오셨다고 합니다이번에는 할머니도 돈을 좀 내셨습니다서울까지 차비 정도만이 아니었습니다목사님이 저에 대한 이야기를 그 떡대, 아니 품격 있으신 여자분에게 이야기합니다.

 

시작은 조용했습니다저를 위한 목사님의 기도로 시작하십니다목사님의 기도가 끝나자 여자 분이 다소 거친 목소리로 기도하십니다저는 그냥 그분 앞에 무릎 꿇고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있었습니다잠시 후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너에게 명하노니 썩 물러나라!"

 

그리고는 그리고는 저의 귀싸대기를 치시는 겁니다번쩍 눈이 떠졌습니다이거슨 무슨 시츄에이션눈을 떠 그 여자 분을 바라봅니다눈이 마주쳤습니다여자 분은 더 소리 높여 하나님과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저의 몸뚱이를 사정없이 내리치시는 겁니다여자래도 떡대는 거짓말하지 않습니다묵직했습니다아팠습니다눈물이 났습니다대체 왜주여, 제게 왜 이런 아픔을 주시나이까이런 젠장 할! 많이 맞았습니다얼굴이며 몸이 화끈거렸습니다집에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눈물 많이 흘렸습니다.

 


4) good?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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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이 익어가는 가을이었습니다벌초하러 가는 줄 알았습니다무당 할매 만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무당 할매는 저희 조상님들이 계시는 바로 밑에 살고 계십니다조상님들 묘 근처에 무당 할매가 기도를 올리는 곳이 있습니다무당 할매 기도드리는 장소도무당할매 사는 집도 원래는 조상님들 땅이어서 함부로 출입하거나 집을 지을 수 없지만 할아버지께서 생전에 허락하셨다 했습니다벌초는 저희가 하지만 평소에는 무당 할매가 저희 조상님들 무덤에서 자라는 잡풀도 제거해 주시고조상님들 묘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해 주십니다저희 집에도 가끔 놀러 오셨습니다저를 무척 이뻐라 하셨습니다무당 할매 아들은 외교관으로 꽤 높은 자리까지 올랐다고 합니다오시면 항상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하셨습니다저희 할머니는 그럴 때마다,

 

"애가 원체 멍청해서 원" 하십니다인정합니다.

 

오실 때는 항상 제상에 올려졌던 먹을 것을 가져오십니다마음이 비단결 같습니다무당 할매의 고운 한복 차림새 때문에 가끔은 제 할머니였으면 싶기도 했습니다젊은 시절 한 미모 하셨을 겁니다.

 

이번에도 할머니께서 준비한 음식들을 들고 찾아갔습니다이번에는 돼지 머리도 가지고 갔습니다무당 할매는 쎄팅 차림을 다 하셨습니다들고 간 돼지 머리를 젯상에 올렸습니다산신령님이 이쁘다고 째려보십니다무당 할매는 시작 전에 성수를 받으시러 가십니다근처에 물이 조금씩 솟아나는 곳이 있습니다약수터가 되기에는 턱없이 적은 양이어선지 사람들의 관심은 못 받아도 무당 할매의 관심은 받을 만합니다무당 할매가 왔습니다적은 양인줄 알았는데 꽤 큰 사기그릇에 가득 담아 오셨습니다.

 

옆에서 징장구등을 쳐줄 할매들이 자리를 잡습니다무당 할매는 옷을 다 차려입으시고 시작하십니다덩 덩  덩더 쿵   덩더 쿵 그 딸랑 방울이 풍물소리와 묘하게 어울리는 소리를 냅니다무당 할매 통 통 귀엽게 뛰십니다그렇게 한참을 한 것 같았습니다저를 제상 앞에 앉으라 합니다그리고 다시 징과 장구, 꽹가리 소리에 맞춰 춤을 추십니다이파리 많이 붙은 대나무를 들고는 길어 오신 물에 푹 담그십니다그리고는 물에 적신 대나무로 저를 내리치시는 겁니다"앗 차거" 이건 또~ 진짜무당 할매 믿었건만한참을 물에 적셨다가 이파리에 물기가 떨어지면 다시 적셔서는 저를 때리시는 겁니다그리고 묵묵히 지켜보던 다른 무당 할매가 제 손에 부엌칼을 손에 쥐여 주시는 겁니다부엌칼을 돼지 머리 정수리에 꽂으라는 겁니다 이게 또 무슨 짓인지.

 

돼지머리에 칼을 정수리에 찍었습니다살점 때문에 쉽겠거니 생각했습니다손을 놓으니 중심을 잃은 채 넘어집니다다른 무당 할매가 계속 하라 그럽니다세워질 때까지 하라는 겁니다계속 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제가 아닙니다무당 할매입니다제가 칼을 높이 들고 탁하니 돼지머리 정수리에 찍으면 아파리 물에 적신 대나무로 제 팔뚝을 계속 때리는 겁니다. '씨 그렇게 때리믄 세워져무당 할매 그만!'속으로 부탁드렸습니다그렇게 한참을 하다가 나중에는 무당 할매가 등짝만 때리는 타이밍을 찾았습니다.

 

........ ......성공.......드뎌...칼이 돼지 머리 정수리에 떡하니 꽂혔습니다.

 

일순간 모든 소리와 할매의 춤도 끝나고 정적에 휩싸였습니다무당 할매 얼굴을 바라보니 땀이 많이 났습니다깊은 숨을 내쉬고는 인자한 미소로 저를 바라보십니다제상을 다른 무당 할매들이 치우고 점심을 같이 먹었습니다.

 


5) 프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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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나름대로 이 문제를 해결 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중1 겨울 방학 때 시내에 있는 서점에 찾아가 이런 저런 책을 살펴보다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입문>을 손에 들고 집으로 왔습니다중학교3학년 여름 방학 때 까지 틈나는 대로 읽었습니다뭔 소린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이런 일들이 벌어진 상황이 제 심리적 요인이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읽었습니다첫 몽정기의 사춘기 현상이라는 생각하기도 했습니다어쨌거나 사춘기 시절 남자애들은 이런 일 다 겪겠지 싶었습니다.

 

중 겨울 방학 무렵부터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더이상 어둠의 어둠차가움의 차가움은 나타나지 않았고 잠을 잘 때 간혹 가위에 눌리는 정도가위 눌리는 것 정도야 애교로 생각되었습니다이렇게 긴 1년여 동안의 퇴마경험 이었습니다어떤 것 때문에 그런지는 저도 모릅니다그저 그런 현상이 사라진 것이 다행이다 싶다는 생각 뿐입니다.

 

그런데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고 제 삶의 결정적인 한 가지를 잃게 되었습니다그것은 다름 아닌 '눈'이었습니다앞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5분 정도 읽다 보면 글자들이 책에서 둥둥 떠다니는 것입니다. 10분 정도 되면 글자들이 서로 뒤엉켜 정겹게 춤을 춥니다어지럽고 피곤해집니다. 1시간 잠을 자야 그나마 또 10분을 볼 수 있는 이게 뭔 고흐가 이랬다던가뭐 그런 생각에 그럼 그림을 그릴까젠장그림에는 소질도 없는데 그래 한번 해보자 결심하고 물감들을 빠레트에 찍어 놓자마자, 이런 컬러에는 더 빨리 그렇게 되더군요.

 

그래도 잠은 잘 수 있게 되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이야깁니다.

 





이거시 돼지, 아 아니 밑에 플픽 사진을 사용하게 된 사연이었습니다.

 


서른 즈음 다른 이유로 눈 수술을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글자를 보지 못하는 증상이 사라졌습니다지금 저는 조금이라도 시간이 생기면 보고 싶은 책을 원 없이 보고 있습니다책 읽기 좋은 날씨입니다. 다들 독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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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독서








꼭그래야하나?


편집: 나타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