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8. 17.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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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들어가며
걸그룹, 여자 아이돌을 다루는 시리즈를 하게 되면서 드디어 '그' 아이유를 다루게 되었네요.
여자 아이돌 전체로 치면 소녀시대와 함께 넘버 원투를 가리는 위치이자, 단독 영향력으로만 치면 그 누구도 아이돌 레벨에선 범접하기 힘든 클래스에 올라선 아이유이기에 언젠가 한 번은 다뤘을 법한데 마침내 쓰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1편인 이유는 앞으로 다른 여자 아이돌 또한 야구의 핵심 포지션인 투수와 분야 별로 비교 분석해볼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특히 아이유의 '보컬'이라는 측면을 야구의 투수와 어떤 상 관계에 놓고 볼 수 있는지 풀어보려고 합니다.
1. 선정의 이유와 다루고자 하는 것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오늘은 아이돌의 보컬을 야구의 투수와 비교해 심층적(?)으로 다루어 볼 것입니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여자 아이돌, 그리고 여자 아이돌의 보컬을 다룬다고 하면 아이유를 빼놓을 수 없는 게 너무 당연할 텐데요. 아이돌인 동시에 탈 아이돌급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현재는 감히 그 나이대에선 상상하기 힘든 커리어를 보유한 그녀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 글의 핵심 손님으로서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해 선정했습니다.
후술하게 될 내용은 투수하면 떠오르는 능력치들 중 일부를 아이돌의 보컬과 비교 및 비유하는 것인데요. 해당 비유에 맞춰 아이유라는 여자 아이돌이 어느 정도 능력을 갖고 있는지 필자 나름대로 분석하려는 목적입니다.
2. 상세내용
1) 구속 = 고음
보컬도 그렇고 투수도 그렇고, 호사가 내지 서브컬쳐계에서 수치를 단순화시켜 비교 분석하기를 은근히 좋아하는 대상입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강력함에 순위를 매기고자 하는 시도도 흔히 있는 편이죠. 이런 경향을 속된 말로 '숫자놀음'이라고 하는데 그 숫자놀음에 있어 대표적인 소재가 보컬은 고음, 투수는 구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수라면 몇 옥타브 얼마가 나오는지, 투수라면 시속 140km가 나오는지, 150km가 나오는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이 부분에 있어서 아이유는 '사용하길 즐기는 편'이냐고 하면 그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한 명의 보컬, 그리고 오늘 비유할 투수로서 부족하지 않은 구속을 가진 강속구 투수라고 할만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3단 고음의 '좋은 날', 그리고 거기에 못지않은 '너랑 나' 활동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을 테니까요. 특히 '좋은 날'의 대히트는 걸그룹 세계에 '고음도 세일즈 포인트다'라는 것을 각인시킨 활동이었던 데다가 소위 '몇 단 고음'이라는 하나의 단어를 정착시킨 계기가 될 정도였습니다. 이정도면 꽤나 '포스있는' 투수로서 부족함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2) 구위 = 음색
단순히 구속으로만 표현할 수 없는 공의 위력과 무브먼트를 표현하는 단어가 바로 구위죠. 그래서 같은 투심패스트볼이라 해도 투수에 따라 그 무브먼트와 위력이 천지차이가 나기도 하는데요. 이점을 보컬에 비유하면 음색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을 끌어당기는 음색은 같은 고음, 같은 표현이라고 해도 퍼지는 울림이 다르기 때문이죠. 실제로 성대결절로 고유의 음색을 잃어버린 보컬리스트, 어깨 및 팔 부상 등으로 구위를 잃어버린 투수의 경우 부진이 길어지거나 아예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점에서 이 부분을 무시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부상에서 회복되어 똑같은 구질(창법)의 똑같은 구속의 공(고음)을 던져도 '그 맛'이 안 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있어서도 공통된 면이 있다 하겠습니다.
아이유하면 역시 강점으로 그 특유의 음색을 빼놓을 수가 없겠죠. 싱어송라이터로서 그녀의 입지가 단단해지는 면도 보컬 능력, 작사 작곡 능력과 함께 이 모든 것에 특별한 색을 입히는 그녀만의 음색이 한 몫 한다고 필자는 보고 있습니다.
3) 구질 = 창법
쉽게 표현되지 않는 부분이긴 하지만, 소위 보컬에도 정통파 보컬이 있고 개성파 보컬이 있죠. 그리고 야구의 구질(직구와 여러 변화구) 만큼 다양한 창법이 존재하는데요. 같은 가수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노래는 제각기 다른 목소리가 느껴진다 싶을 정도 다양한 변화가 느껴지죠.
3집 'Modern Times'의 타이틀 곡 '금요일에 만나요'
3집 수록곡 '입술 사이 (50cm)'
가수라면 응당 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떤 감정, 어떤 장르든 자신의 바운더리 안으로 끌어들여 소화하는 가수들이 많고, 그 가수들이 통상 '대체될 수 없는 음색'을 갖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여기에 플러스알파로 다양한 변화구를 통해 맞춰잡는 능력까지 갖춘 그녀의 스타일은 여자 아이돌로서 상당히 재밌는 경향이라고 할만합니다.
4) 커맨드 = 곡 해석 능력
원하는 존에 공을 제대로 꽂아 넣을 수 있는 능력을 통칭 야구에서 커맨드라고 부릅니다. 아무리 뛰어난 구속, 아무리 다양한 변화구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기서 망하면 이도 저도 아닌 투수가 되기 십상인데요. 가수 역시 객관적으로 아무리 튼튼하고 다양한 창법을 소화할 수 있는 목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감정'을 제대로, 자신이 의도한 대로 꽂아 넣을 수 없고, 곡을 제대로 해석할 수 없다면 더 높은 클래스로 올라갈 수 없다고 볼 수 있죠. 이점에서 봐도 아이유는 여자 아이돌, 나아가서 아이돌 전체를 통틀어 톱클래스의 곡 해석 능력을 가진 가수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높이 사 탈 아이돌 급이라고 평가하는 평론가와 아티스트들이 있을 정도니까 말이죠.
5) 볼배합 = 컨셉 전환 능력
회사의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그녀와 그녀의 기획은 쉽게 생각하지 못할 볼배합이 종종 눈에 들어왔습니다. 특히 라이징 스타가 되었던 시절의 아이유를 돌이켜보면 '좋은 날' 이후의 아이유가 낼 후속곡은 '좋은 날 2'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으니까요.
그러나 거기서 아이유는 한 발짝 쉬는 선택인 '나만 몰랐던 이야기'를 선택하고 그 이후에 다시 '너랑 나'를 선택하는 배합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이런 볼배합은 그녀가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죠.
회사 로엔과 아이유의 선택은 그런 의미에서 항상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생각하는 면이 있는데요. 최근으로 비유하자면 '금요일에 만나요'에서 사랑에 빠진 현대 여성을 세련되게 표현한 그녀가 그다음으로 선택한 것이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였던 점도 그녀를 '명민한 아티스트'로 부르게 하는 이유가 됩니다. 한참 잘 될 때 한 발짝 쉬는 선택으로 최고의 강점을 쉽게 소모하지 않을 수 있게 하고, 이루어놓은 성공의 자산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성공일 수밖에 없는 수'를 두는 데 쓰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말이죠. 가깝게 히트곡을 생산한 잘 나가는 20대 초반 여가수가 기성세대, 추억의 음악과 소통하려는 자세를 보여준다, 이 얼마나 멋진 그림입니까. 이 정도 그림에 '너의 의미' 같은 리메이크곡을 성공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가수라면 현재로선 아이유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렇다면 그녀는 볼배합'도' 훌륭한 가수라고 할 수 있겠죠.
3. 기타
1) 최소한의 화제 생산능력
이전 시리즈에서 '수비력' 이야기를 몇 번 했고 그를 '최소한의 화제 생산능력'으로 규정한 바가 있는데 데뷔 초부터 '기타 치는 아이유'로 나이답지 않은 가창력을 보여준 면이나, 아이유 특유의 캐릭터, 연차 수가 쌓임에 따라 성장한 미모 등등 어느면으로 따져봐도 그녀는 '수비력도 훌륭한' 투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위기관리 능력
이 점은 앞선 보컬 능력들과 결합해 몇번 분명히 존재했던 위기들을 넘기는 힘이 되었는데요. 사실상 여자 아이돌이 그 정도 위기를 겪고도 현재 위치를 지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어지간해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봤을 때 그녀의 위기관리능력은 무사 만루에 삼중살을 터뜨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닐까 싶네요.
4. 마치며
일종의 찬양글마냥 되기는 했지만 '최소' 아이돌 레벨에서의 아이유가 이 정도 찬양(!)을 받는 것은 아마 그렇게 부당한 대우라고 하긴 힘들 것입니다. 한번 음원을 냈다 하면 무조건 1위에 지붕 돌파, 여러 곡 줄 세우기는 기본이며, 유동성이 심한 음원시장에서 장기간 동안 톱100 안에 드는 롱런곡을 여러 개나 갖고 있고, 단일 연예인으로서의 영향력도 그에 준한다고 할만한 아이돌이 별로 없으니까요. 가장 놀라운 것은 데뷔 연차도 꽤 쌓였고 무수한 히트곡을 가졌으며, 커리어도 남부럽지 않은 그녀의 나이가 올해 겨우 23살이라는 것. 과연 10년뒤의 아이유는 어떤 모습이고 어떤 클래스를 보여줄지, 무섭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지금의 성장세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필자가 어떤 상상을 하든, 그 이상을 보여줄 것 같은 그녀. 그래도 상상하고 또 기대해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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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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