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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8. 18. 화요일

스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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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이 덕내는 어디서 나는 거지? 혹시 너도? 


몰라도 지장 없고 안다고 돈 되는 것 아니지만,

어렴풋이 알아두면 행복한 명랑잡지식 총출똥! 


손쉽게 후딱 끓여 잡숫는 딴지인의 정보 야식, 


'덕후라면'




[지난기사 보기]


덕후라면 <1> :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타임머신 "지우개"

덕후라면 <2> : 언제 어디서나 머스트 해브 아이템 : 컨버스





  

편집부 주


 땡볕 더위에 뜬금없이 왠 '찬바람' 타령이냐고?


유비무환(有備無患)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생각나는 파란색 캔이 있다. 뚜껑을 열어보면 폭신하고 뽀얀 눈 같은 이 크림은 ‘눈’을 뜻하는 라틴어<Nix, Nivis>에서 유래한 NIVEA다. 1925년 니베아의 마케팅 담당자였던 엘리 호이스는 니베아의 크림을 파란색 양철 깡통안에 넣고 산세베리프 체로 니베아 크림이라고 써 넣는다. 그후로 지금까지, 니베아의 파란색 깡통은 변함없이 이어져 왔다. 내가 어릴 때도, 부모님이 어릴 때도, 지금도 여전히 파란색 깡통에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며 어디에서나 쉽게 살 수 있는 그 것. 오늘의 주인공 바로 '니베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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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베아는 세계 최초의 ‘이멀전’이다. 니베아 이전의 모든 크림은 그냥 기름에 수분을 섞은 형태였다. 그래서 바르고 나면 얼굴에 기름이 둥둥 떠서 보기 흉했고 또 금방 상했다. 1911년 독일 바이어스도르프 사의

이작 리프슈츠(Issac Lifschutz) 박사가 이 수분과 유분을 안정적으로 연결시키는 ‘유화제’를 발명하여 유세릿이라고 이름 짓는데 최초의 유세릿을 사용하여 만든 제품이 바로 ‘모든 크림들의 어머니’라고 불리우는 <니베아> 되시겠다.




가난한 정치가의 아내, 밥벌이를 위해 뛰어들었던 광고업 

숱한 로고 디자인이나 브랜드 교과서에 실리는 이 니베아의 변함없는 블루틴은 1925년 당시 니베아의 마케팅 담당자였던 엘리 호이스 크납(Elly Heuss Knapp)에 의해 탄생했는데, 이 엘리여사님 인생사가 조금 특별하다. 엘리는 1881년 경제학자이자 대학교수인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크납(Georg Friedrich Knapp)의 딸로 태어났는데, 태어난 직후 어머니가 정신착란증세를 일으켜 아버지의 손에 길러졌다고 한다. 당시로는 흔치 않은 양육방식이었기에 여러모로 아버지의 영향을 크게 받아 여자임에도 교육과 정치에 관심이 많은 당찬 인물로 성장했다. 1908년 저널리스트였던 테오도르 호이스(Theodor Heuss) 와 결혼하게 되는데, 당시 결혼식 사회를 평소 친분이 있던 알베르트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가 봐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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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터지고 나치 통치 기간 동안 남편 테오도르가 대학에서 짤리고 본인도 사회 활동을 금지당하면서 칩거를 하게 되는데 이 때 생활고를 타파하고자 전공인 경제학을 살려 니베아에 취업을 하게된다. 여기서 마케팅 담당자로서 출시하게 된 것이 니베아의 블루틴, 새하얀 니베아 크림을 보다 산뜻하게 연출하며 다 쓴 깡통은 버리지 않고 소지할 수 있게 실용적으로 고안한 패키지 디자인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훗날 남편인 테오도르도 대학에 복직하고 엘리와 함께 왕성한 정치 활동을 펼치는데 1949년에는 서방님이 서독의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기에 이른다. 이 파란색 깡통을 만든 마케팅 천재는 독일 민주 공화국 초대 영부인이기도 했던 것이다.

흔히들 ‘마케팅의 끝은 선거 캠페인’이라고들 한다. 실제 많은 광고 전문가들이 선거철이 되면 선거 캠프로 뛰어들었다가 인생을 망친 사례들을 나 또한 보아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캠페인의 끝은 선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만큼 강력한 마케팅 실전이 어디 있을까? 실제 제품(사람)보다 훨씬 더 좋게 알려야 함은 물론, 행여나 사람들이 그 제품(사람)의 장점을 놓치지는 않을까 꼼꼼하고 효과적으로, 함축해서 기억하기 쉽게 전달해야하는 중차대한 임무다. 엘리 호이스의 마케팅 능력이 테오도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절대적인 공을 세웠다고 주장하고 싶은 게 아니다. 다만 이 땅의 선량한 정치인들이 마케팅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다. 제품의 속성을 담백하게 보여주는 패키지 디자인 하나만 가지고도 매출이 달라 진다. 인지도와 지지도는 결국 한 얼굴이다. 올곧고 촌스러우리만치 국민 하나 밖에 모르는 정치인이 있다면 연락주세요. 마케팅도 갈쳐 주고 뒷바라지도 할…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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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엘리 호이스의 블루 틴 이후로 단 8번의 로고 변경만 있었다. 약 100년 동안 동일한 디자인의 패키지를 유지해온 브랜드가 니베아 말고 또 있을까? 브랜드의 힘은 일관성에서 나온다.




해변의 ‘니베아 볼’은 누가 만들었을까? 

1930년대에 알수 없는 누군가가 해변에서 니베아의 블루틴과 닮은 비치볼을 등장시켰다. 이후 사람들은 그 산뜻하고 실용적인 이미지에 반해 너도나도 그 비치볼을 원하게 되는데, 니베아측에서는 공식적으로 배포한 적이 없다고 한다. 대…대체 누가 이런 발칙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니베아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본격적으로 이 비치볼을 프로모션 상품으로 개발해 해변에서 니베아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 전세계 여름 해변을 휩쓸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이 니베아볼을 구경한 기억이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니베아의 비치볼은 2백만 개 이상 매해마다 프로모션 상품으로 제작되어진다고 하니, 돌아오는 여름에는 이 완성도 높은 디자인의 비치볼을 갖고 싶다면 니베아 제품을 한번 사면 되겠다. 나름 살림살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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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쌩쌩 불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촉촉한 보습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이 성분 저 성분 온갖 좋은 성분은 다 집어 넣은 값비싼 크림들도 차고 넘치지만, 가끔은 단순함이 모든 것을 이긴다. 얼마 전 백 주년을 맞이한 수분, 유분, 그리고 유화제인 유세린으로만 구성된 이 순수한 크림 하나면 온 몸과 얼굴을 촉촉하게 유지시킬 수 있다는 사실. 최근 한 의학 연구소에서 실시한 블라인드 테스트에 의하면, 그 어떤 비싼 크림 보다도 니베아의 주름 개선 효과가 탁월했더란 뉴스도 있다. 한 통에 2,700원짜리 노화 방지 크림, 알고 쓰면 놀라운 효과를 경험 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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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코스메틱 브랜드의 끝판왕, 라프레리라는 브랜드를 들어본 적 있으신지? 유명 백화점 1층에 빠짐없이 입점한 이 브랜드는 비싼 가격으로 악명높다. 필자의 모친도 주름 한 번 없애볼까 해서 ‘캐비어 크림’이라는 녀석을 사용하신 적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었다고. 이 새파랗고 심플한 패키지 디자인에서 뭐 연상되는 바 없는가? 50그램에 549,000원하는 이 스킨 캐비어 럭스 크림의 제조사는 니베아와 같은 바이어스도르프사이다. (참고로 니베아는 50그램에27,000원. 약 20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첨가물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이 200배 비싼 캐비어 크림도 결국엔 유세릿을 바탕으로한 니베아와 똑같은 성분의 이멀전에 불과하다는 사실. 혹시 라프레리 사고 싶어하는 여친이 있다면 니베아랑 같은 성분에, 심지어 같은 회사라고 친절하게 <덕후라면>에서 배운 지식을 뽐내어보자!





**참고사이트






편집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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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는 

<벙커깊수키 통합4호 : 나쁜 짓 특집1(15년 1월호>에 실린 

스곤의 연재물 <덕후라면 : 찬바람 불면, 니베아>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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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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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너클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