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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24.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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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에 앞서, 이 상품을 시음하면서 오비맥주로부터 경제적 대가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쪼끔은 해봤습니다! 왜 그러냐면 얼마 전에 오비맥주가 블로거(지)들에게 돈을 주고 광고성 포스팅을 이끌어 냈다가 걸려서 1억에 가까운 과징금을 쳐 받으셨기 때문입니다. 축하해요. 오비맥주. 


사실은 돈 받으면서 맥주 시음하는 블로거들이 부러웠어요. 시부엉. (이건 마치 꿈의 직장이 아닌가 시프요) 뭐..바이럴 마케팅에 관해 쓸건 아니니까 대충하고, 그래도 과징금 축하해요. 오비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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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JTBC




11월 11일, 오비맥주에서 '더 프리미어 OB'(the premier OB)라는 신제품을 출시했습니다. '더 프리미어 OB'라는 검색어로 기사들을 찾아보니 천편일률적인 내용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게 홍보팀이 내어준 기사의 골조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알 수 있겠더군요. 음음, 뇌 속 어딘가에서 필터링을 거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 같아 기쁩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특이점. 신제품의 출시라는 것은 말 그대로 '새 제품'의 등장에 관한 것인데 '더 프리미어 OB'의 경우는 기존 오비맥주의 올몰트비어(all malt beer)인 '오비골든라거'의 뒤를 잊는 개념의 상품이라는 점이 특이합니다. '오비골든라거'의 생산을 중단하고 해당 상품의 포지션을 '더 프리미어 OB'로 이어받겠다는 전략인듯싶은데 같은 상품을 리브랜딩 혹은 페이스 리프팅 해서 새 상품인 양 팔아먹겠다는 개수작이 아닌가 여기는 소비자도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이에 더해 런칭기간과 광고 전략이 갑작스러워 보이는 기분이 더해져 뭔가 오비가 똥줄이 탔던 게 아닌가 싶어져 의아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대기업 걱정은 연예인 걱정만큼이나 쓰잘때기 없는 것이라 하니 접어두기로 합니다.

 

 

 

-제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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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emier OB'-'더 프리미어 OB'가 제품의 공식명칭인듯싶습니다. 이런 식으로 상품명을 정하는 사람들의 뇌에는 뭐가 들어있는지 한번 열어보고 싶습니다. '더 프리미어'같은 문구는 대체 왜 가져다 붙인 것인가. 맥스도 프리미엄이고 클라우드도 프리미엄이고 뭔 시발 올몰트면 다 프리미엄이냐? I-IPA나 I-STOUT쯤 되면 울트라 캡숑 킹왕짱 프리미엄이겠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소주 상품들인 '처음처럼'이나 '참이슬','아홉 시 반(이라 쓰고 '아오씨발'이라 읽는다)'처럼 한글명을 바라는 건 접어두고서라도 'OB필스너'정도면 충분했을 것 같은데 프리미어는 시발 프리미어 같은 소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알레스톤 에일스톤처럼 보는 사람 어이없게 만드는 제품명은 아니니 다음부턴 이러지 말라고 어깨 토닥이고 격려하는 정도로 마무리 지어야 하는가도 싶습니다.


 

-디자인


평이합니다. 한국 맥주 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어로 도배된 라벨에 금색 딱지. 그래도 퀸즈에일이나 에일스톤에 비해서 OB라는 기업명이 크게 들어간 것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봐도 그렇지만 프리미엄 올 몰트 비어(premium all malt beer)라는 문구는 손가락이 오그라들게 합니다. '맥아 100%쯤 되어야 프리미엄 소리를 듣는 기야'라고 생각을 하는건지 아니면 자랑질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봐도 오비 측의 자기 위안용 문구라 생각될 뿐입니다. 클라우드처럼 '오리지널 그래비티'같은 소리는 하고 있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일는지도 모르겠지만.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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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뉴시스

 


집더하기에서 이 제품을 구매할 당시 아직 매장에는 '오비골든라거'도 존재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더 프리미어 OB'와의 가격차이는 zero였습니다. 1리터 페트병 2400원 즈음, 355ml캔 식스팩 7200원 즈음. 하지만 '오비골든라거'와 비교하여 더 좋은 재료와 효모를 쓰고 장기 숙성(골든라거 24일, 더 프리미어 OB 3달)을 거치면서도 가격은 골든라거와 동일하다?!?!?! 뭐지 이 그네누님의 입에서 창조경제라는 단어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도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호주, 캐나다, 영국산 맥아를 사용하고 독일의 노블홉(아마도 할러타우 홉을 쓴 듯)-을 사용했으며 무려 '독일 황실의 효모'시발 대체 독일 황실의 효모는 뭔 소린지 모르겠다 ㅋㅋㅋㅋ 웃기려고 쓴 건가 ㅋㅋㅋㅋ-를 썼고 기존 골드라거에 비해 3배 가까운 장기숙성을 거쳤는데 가격은 그대로다!!" 믿어선 안 되는 게 홍보용 찌라시라지만 이쯤 되면 맥주 생산에 마더 김혜자 선생께서 참여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면 오비골든라거에 들어간 재료들이 출고가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이었던가요. '기존보다 좋은 재료를 썼으니 돈 더 내놔'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었겠지만 꼴데맥주의 클라우드를 의식한 탓이었는지 골든라거와 같은 가격을 고수하셨는데 일견 의아하긴 하지만 소비자로서 어쨌든 저렴한 건 좋은 것입니다.

 


-스타일


무려 필스너 맥주입니다. 기억이 맞는다면 국내 병입맥주중에 필스너임을 병기한 것은 2번째입니다. 사실 '저먼 필스너(german pilsner)'로 불리는 맥주들이 가장 대중적인 형태라 볼 수 있는 '페일 라거' 맥주들과의 차이점을 확실히 뽑아낼 수 없다는 점을 본다면 '필스너'라는 문구는 자기 위안용에 가까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저먼 필스너'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스너다운 홉 캐릭터를 무시하고도 '필스너'라는 이름을 붙이는데 딱히 문제점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필스너'라는 이름에 매몰될 이유는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필스너 우르켈' 짱짱맥. 그냥 보통의 라거라고 생각하는 게 맘 편할 것 같습니다.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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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변함없이 필스너 우르켈잔을 능욕해보자

 


외형: 흔히 생각하는 금빛 라거, 흰색 헤드(거품) 상당히 성기고 소멸속도가 빠른 편이다. 엔젤링 따위는 마케팅의 일환일 뿐이다고 여기기에 거품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향기: 홉 아로마를 기대하긴 힘들고 곡물 발효에서 느낄 수 있는 달큰한 향이 살포시 느껴집니다. 


맛: 쓴맛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마저도 호피(hoppy)함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전체적으로 홉보다는 몰트의 특성이 두드러지며 단조롭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생각외로 그리 나쁜 편은 아닙니다. 독일산 노블홉을 썼다고 자랑자랑질을 하기에 트름을 통해 홉의 느낌을 찾아보려 했지만 딱히 느껴지는 점은 없었습니다. (트름했다고 더럽다 생각하지는 마세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니까) 


느낌: 라이트 바디감, '오비맥주'치고는 과하지 않은 탄산감에 추가점을 부여합니다. 


도수: 한국의 라거맥주들이 보통 4.5%~5.0%에 들어가는데 5.2%라고 합니다. 같은 주종이면 저도수를 선호하는(선호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취향을 생각하면 왜 5.2%일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노린 건 아닌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살짝 높은 도수가 좋은지라 딴지걸지는 않기로 합니다.


총평: 지난번 오비맥주의 신작이었던 에일스톤에 내상을 크게 입는 일이 있었던 관계로 오비맥주에 딱히 기대는 안 했는데 생각보다는 마실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존의 비교상품이라 할 수 있는 '오비골든라거'를 마셔본 지 너무 오래된 관계로 비교하는 것은 힘들고 본 상품 자체만을 판단한다면 그럭저럭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필스너라는 이름을 붙이고 나왔음에도 홉 캐릭터가 살아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겠지만, 맛에 있어서 적어도 뒤로 가지는 않은 듯싶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맥스보단 조금 앞서고 클라우드와는 비슷한 포지션(가격 경쟁력을 감안해서)에서 경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론은 마실만합니다. 국산 라거의 선두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 꼴데의 클라우드와 비교한다면 홉 캐릭터는 떨어지지만, 중반 이후의 맛 유지력은 조금 앞선다는 생각입니다. 참고로 저는 국내 맥주 업계 3사 중에 OB를 가장 덜 좋아합니다. 이유는 카스의 지랄 맞은 탄산감 때문.


* 맛 자체와는 상관없을 수 있지만 꼴데 클라우드가 필요 이상의 광고질을 일삼음으로 인해서 피로감을 가중시켰다는 점 때문인지 갑작스럽고도 조용했던 '더 프리미어 OB'의 출시에 가산점을 부여한 것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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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나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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