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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24. 월요일

춘심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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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가문의 야심작 <인터스텔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때아닌 물리학 열풍에 허덕이고 있다. 영화 개봉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에 대한 칼럼들이 웹을 장악했다. 당장 먹고 살기도 바쁘고, 학창시절 수학과 물리를 제일 싫어했던 사람들이 '시발 내가 이딴 걸 이해 못할 리가 없어!'라는 마음으로 남몰래 블랙홀, 웜홀, 특수상대성이론, 일반상대성이론 등등의 키워드로 장식된 텍스트를 읽어댄다. 그 와중에 보다 보면 이게 지금 알고 쓴 건 맞는지 심히 의심되는 칼럼들도 있고, 어차피 대부분은 이해가 안되기 때문에 그런 병맛 칼럼들이 섞이면서 상대성이론은 마치 토르(Thor)가 사는 아스가르드처럼 아득히 멀어져만 간다. 


이를 긍휼히 여긴 (그리고 자신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춘심애비는, 왜 이게 이토록 이해가 안가는지, 혹은 어떤 칼럼을 병맛 칼럼으로 보면 되는지를 널리 알리고, 얄팍한 지식을 바탕으로 하여 야매로 이해한 방식을 설파함으로써 먹고 사는 문제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려 한다. 


몇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첫째, 이 글은 상대성이론을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글이 아니다. 나름 재밌게 읽으려면 상대성이론을 설명하는 칼럼이나 위키백과, 또는 리그베다위크를 읽고 나서 이 글을 읽기를 추천한다. 이미 상대성이론에 대한 상식이 있다면 상관 없음. 둘째, 필자는 그냥 무지랭이 ㅂㅅ이다. 물리학의 ㅁ도 모르는 인간이 그냥 막 던지는 글이므로 틀린 얘기일 확률이 100%에 수렴한다. 어디서 이거 읽고 아는척 하면 나랑 같이 ㅂㅅ취급 당하는거다. 그냥, 재미로만 보자, 재미로만. 그런 의미에서 전문가들의 각종 태클 대 환영. 이건 본격 물리학 어그로다.


암튼 시작해보자.




0. 서론 


상대성이론에서 말하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빛의 속도 등은 다덜 알다시피 물리학이라는 학문에서 사용하는 개념이다. 물리학은 기본적으로 물질, 그것이 만들어내는 운동, 그리고 그 운동을 만들어내는 힘을 연구한다. 국어사전에서는 물리(物理)를 '모든 사물의 이치'로 정의한다. 즉, 물리학은 '인간 세계'가 아니라 그냥 '이 모든 것의 원리'를 연구하는 학문인 셈이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부분은, 그 연구를 '사람'이 한다는 것이다. 즉, '이 모든 것의 원리'가 목적어고, 주어는 '사람'이다. 주체인 '사람'과 객체인 '이 모든 것의 원리' 중에 객체에만 집중한 나머지 주체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그 문제가 어떤 문제냐고? 세 살배기 꼬마애한테 '꽃에 밥주자'라고 할 때 그 꼬마가 쌀로 지은 밥을 꽃에게 들이민다면 꽃이 수저들고 그걸 처묵처묵 할 리가 없잖은가. 처묵처묵이라는 행동을 할 주체는 꽃이므로 꽃에게 어울리는 밥을 줘야 꽃이 그걸 먹는다. 꽃이라는 주체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의 밥을 줘야 처먹는다는 말. 


그러면 많은 분덜이 놓치고 있는 인간의 특성은 무엇일까. 흔히 인간의 감각은 5가지로 구성된다고들 한다. 청각, 후각, 촉각, 미각, 그리고 시각. 여기서 가장 지배적인 감각은 뭐니뭐니해도 시각이다. 최소한 지금 얘기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그렇다. 상대성이론을 이해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간과 공간일텐데, 시간이라는건 어차피 오감으로 인지하는 대상이 아니고, 공간은 누가 뭐래도 시각을 통해 인지되니까. 


그렇다면 시각의 특성 혹은 한계를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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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덜 알다시피 시각이라는건 기본적으로 망막에 맺힌 상이 시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되면서 지각된다. 여기서 중요한건 망막이다. 망막이라는 일종의 필름에 어떤 이미지가 맺히는가를 통해 인간은 시각적인 지각을 한다. 그리고 이 망막은 일종의 구부러진 '면'이다.


이 기사를 클릭할 독자덜이라면 '면'이 2차원 개념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을 터. 결국 인간의 시각은 2차원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다. 2차원은 2개의 축으로 구성되는 거고, 그러므로 인간은 '상하','좌우'라는 2개의 축 개념을 쉽게 인식한다. 여기서 보편적으로 인간의 눈이 2개라는 점, 그리고 수정체를 통해 촛점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 이 2가지 특징을 기반으로 인간은 앞과 뒤라는 1개의 축을 추가로 인식할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의 눈은 3개의 축, 즉 3차원 지각이 가능하다. 


이렇게 상하, 좌우, 전후 3개의 축으로 구성된 존재는 우리가 따로 생각이란 걸 할 필요 없이 바로 인지할 수 있다. 생판 처음보는 모양의 뭔가가 내 앞으로 돌진해오면 우린 아무 생각 없이 일단 피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3개의 축으로 구성되지 않은 존재나 힘은 우리가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없다. 그 중에 냄새, 감촉, 소리, 맛으로 표현이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추상적인 존재나 힘은 아예 감각적으로 인지할 수가 없다. 그런 경우 우리는 '사고력'을 활용한다. 


추상적인 것을 처리할 수 있는 대뇌피질 덕분에 우리는 시간이라는 걸 확실히 존재한다고 여기고, 심지어 그 시간의 흐름을 인지한다. 시간은 분명 오감 중 한가지로 처리되는 게 아니지만, 우리는 시간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결국 3차원을 초월하는 고차원의 존재나 힘을 인지하고 그에 대해 생각하려면 전적으로 우리의 사고력에만 기반해야 한다. 


하지만 이 사고력이라는 건 기본적인 역량 차이라는 것도 있거니와, 숙련도 및 경험의 양에 따라 매우 달라지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이지가 않다. 보편적이 되려면 그 사고력을 통해 알게 된 어떤 진리를 오감 중 하나로 특히 시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3D 영상의 정확한 원리를 잘 모르고 컴퓨터와 인터넷, 네트워크의 이론적 기반을 잘 모르지만 그것들의 존재를 보편적으로 공유하고 있는건, 어쨌든 시각으로 또는 다른 감각을 통한 경험으로 그 원리와 이론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성 이론이 쉽게 이해가 안되는 거다. 상대성 이론은 기본적으로 공간과 시간이 마구 변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 둘을 처리할 수 있는 감각이 없으니까. 감각도 없는데 지구에서는 그 이론을 보편적 경험으로 만들어낼 수 없으니까. 


그러므로 상대성 이론에서의 소위 '공간의 휨'을 이해하려할 때, 머리속으로 눈앞의 공간이 휘는 모습을 상상해봤자 별로 의미가 없다. 애초에 4차원 이상의 고차원은 그렇게 시각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인지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각을 가장 중요한 인지도구로 사용하는데 상대성 이론은 그런 시각적 경험으로 이해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서, 그래서 이해가 잘 안되는거다. 


앞서 말한 인간의 시각적 특징 이외에 또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건, 인간이 '언어'라는걸 기반으로 사고한다는 점이다. 안그래도 헷갈리는데 이거 땜에 졸라게 더 헷갈리는 문제가 좀 있다. 게다가 그 언어란 것도 문화권별로 다 다르다보니, 어느 언어를 쓰느냐에 따라 더 불리한 점이 있기도 하다.




1. 우주와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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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주'하면 이런 그림을 떠올린다. 검은 바탕에 반짝이는 별들이 무수히 떠있고, 가끔은 푸르딩딩 불그스름한 구름 같은게 막 있고, 응? 그래서 막 그게 말 대가리 처럼 생기면 말머리 성운이고 막, 응?


한국어를 기준으로 하면 우주라는 건 마치 '지구 밖' 같은 의미를 담는다. 실제로 우주라는 단어는 철학, 수학, 물리, 천문학 모두에서 다루는 개념인데, 이 중 눈에 보이는 건 천문학적 우주인 '별이 떠 있는 검은 하늘' 뿐이라서 아무래도 우주라는 말을 할 때 우리는 지구 밖의 검은 하늘로 가득한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철학, 수학, 물리학적인 개념에서의 우주보다 천문학적인 우주를 더 쉽게 받아들인다. 


근데 다덜 알다시피 영어로는 이게 Space다. 우리 말로 '공간'이라는 말과 같은 단어를 쓴다. 즉, 우리가 '우주'라는 말을 쓸 때, 사실은 그게 개념상으로 '지구 밖'이 아니라, 그냥 끝을 알 수 없는 공간의 어딘가를 말하는거다. 


그러므로 일단 이런 언어적 특징에서 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우주'라는 말은 '우리가 사는 지구를 제외한 나머지'가 아니라, 그냥 '이 모든 것'이다. 앞으로 이 글에서도 '우주'라는 말이 나오겠지만, 그 말을 볼 때 이 고정관념을 깨고 봐야한다. 그래도 고정관념을 깨기 어려운 분덜을 위해, 되도록 '우주'라는 말 보다는 '이 모든 것'이라는 말을 쓰겠다.




2. 3차원 세계, 4차원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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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것도 앞서 말한 '우주'에 대한 고정관념과 결이 비슷하다. 딱히 누군가 콕 찝어 그런 말을 한 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치 '이 지구는 3차원이고 우주 어딘가에 가면 4차원 세계가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곤 한다. 한술 더 떠서, 우리가 그 4차원 세계에 가면 시간을 맘대로 오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그런 식의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쓰인 칼럼도 있다.


이건 전형적인 언어적 문제다. 물리학이나 수학인 개념에서의 '세계'는 말하자면 '계(系)'라는 한자를 일상어로 풀어 쓴 것일 뿐, 영어로는 Frame 또는 System으로 번역된다. World와는 다르다, World와는. 그러니까 지구 밖 어딘가에 문어처럼 생긴 4차원 외계인이 사는 세계가 있는게 아니다. 애초에, 지구 밖 어딘가라는 발상 자체가 3차원계에 머문 발상이다. 


N차원이라는 개념은,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어떤 판타지 세계가 아니라, 그냥 인식의 방식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지도는 높낮이가 없이 동서, 남북으로만 구성된 2차원 지도이고, 우리는 3차원을 인식하는 인간들임에도 불구하고, 그 2차원 지도만으로도 꽤나 불편함 없이 잘 산다. 우리는, 최소한 지리학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2차원적으로 인식한다. 우회전 해서 2키로 더 가서 좌회전, 또는 북위 43도 동경 12도 이런 식으로.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2차원 인간이고, 바다 건너 어디에는 고도계를 꼭 쓰는 3차원 인간이 사는, 그런게 아니지 않은가.


최근 물리학에서는 우주 시공간이 10차원 또는 11차원이라고 예상하고 있는데, 이 얘기는 '우주라는 존나 큰 뭔가가 있고 그 안에는 1차원 부터 11차원까지 쭉 있는'게 아니라, 그냥 이 모든게 11차원이라는 얘기다. 단지 우리 인간이 가장 신뢰하는 감각인 '시각'이 3차원밖에 인지를 못하기 때문에, 근대까지의 물리학이 3차원계에서의 이론을 주로 연구했을 뿐인거다. 


다시 말해, 인간이 3차원까지를 쉽게 인식하므로, 그냥 이 모든 걸 3차원으로 인지하고 알콩달콩 살아온거지, '지구 =3차원 세계'라는게 아니다. 


보통 우리가 사는 세계를 3차원 세계라고들 하는데, 마침 우리가 사는 세계가 3차원이고 우리의 눈이 그에 딱 맞게 만들어진게 아닌거다. 우리의 눈이 3개의 축을 인지할 수 있으므로, 이 세계를 3차원이라고 할 뿐이다. 애초에'이 모든 것'은 누군가가 '우리 이거 몇 차원으로 할까?’ 하면서 '우리 3차원으로 하자. 땅땅땅.' 하고 숫자를 정한 게 아니다. 


이 모든 건 그냥, 존재할 뿐이다. 그걸 이해하기 위해 인간들이 '차원'이라는 개념을 만든거다. 인간이 만들어낸 개념에 매몰되지 말자.





3. 시간과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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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인 상식으로, 우리는 어떤 공간에서 살아가고 그 공간을 통틀어 일정한 시간이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덜 알다시피 상대성이론은 그 시간과 공간이 늘 일정한 것이 아니라는 내용을 포함하는 이론이다. 많은 물리학자들이 시간을 다차원의 한 축으로 생각하곤 한다. 이 부분이 좀 골때리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걸 이해하려면, 오히려 저런 상식을 그냥 다 잊어버리길 추천한다.


우선 확실히 해둘 부분은 '공간'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3차원적인 발상의 개념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공간'이라는 말을 떠올릴 때 앞뒤와 좌우, 상하가 모두 있는 좌표계를 떠올린다. 마치 내 방이나 옆집, 한반도, 바닷속 처럼 앞뒤, 좌우, 상하 3개 축이 모두 적용되는 것을 공간이라는 단어로 치환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왜? 인간의 시각은 그렇게 3개 축 밖에 인지를 못하니까. 즉, 공간이라는 건 3차원계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개념의 산물이지, 어떤 진리가 아니다. 


게다가 흔히들 좌우를 X축, 상하를 Y축, 앞뒤를 Z축으로 놓곤 하는데, 사실 이건 신이 정해준 원칙이 아니라 그냥 인간의 습관일 뿐이다. 0점을 기준으로 45도 각도의 선이 A축, 앞뒤가 B축, 둘 모두에 수직한 선이 C축이라고 쓴다고, 뭔가 물리학의 원리를 거역하는 게 아니다. 그냥 남들이 좀 헷갈리겠지. 상하와 좌우, 앞뒤는 모두 서로 바꿔 생각할 수 있는, 완전히 같은 개념이다. 단적으로, 지금 나에게 앞뒤라는 Z축은 내가 바닥에 눕는 순간 상하라는 Y축과 같고, 이 둘을 서로 바꿔도 근대 물리학 좌표계를 이해하는 데에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므로 만약 좌우, 상하, 앞뒤, 그리고 시간을 각각 축으로 놓고 총 4차원계를 생각한다면 어떤 축이 어떻게 바뀌든 상관 없어야 한다. 좌우축과 상하축이 서로 바뀌어도 별 문제 없듯, 시간축과 앞뒤축이 서로 바뀌어도 아무 상관이 없어야 되는거다. 혹시라도 '이 멍충아, 시간은 일정하게 흐르고 앞뒤라는건 내가 한걸음만 가도 맘대로 바꿀 수 있는건데 그게 어떻게 같아' 라고 하는 인간이 있다면, 그렇게 생각해서는 죽었다 깨도 상대성이론을 이해 못한다고 일갈해주련다.


그냥 우리는 시간이 일정하게 흐른다고 인지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앞뒤상하좌우를 쉽게 인지할 수 있게 태어난 존재일 뿐인거다. 개가 색맹이라고 빨간색이 없는 게 아니듯, 우리가 인지를 못한다고 해서 시간축과 앞뒤축이 서로 완전히 다른게 아닌거다. 


그런 의미에서 '시공간 연속체'라는 말은 졸라게 좋은 떡밥이다. 만약 이 말을 보고 ‘우와, 우주선 타고 졸라 날아가면 시간이랑 공간이 서로 막 섞이는 그런 세계가 나오나봐' 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그냥, 시간과 공간은 인간이 환경적 특성과 생물학적 한계에 의해 그렇게 만들어낸 개념일 뿐이다. 애초에 시간과 공간은 서로 다른 개념이 아닌거고, 그 사실을 우린 불과 몇십년 전에 처음 깨달은 거다.





4. 빛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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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주 : 속도는 몰라도 기량으로는 내가 한때 갑이었지. 이젠 아님. 훗.)




이거 졸라게 중요 뽀인트다. 상대성이론을 처음 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멘붕을 겪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빛의 속도는 절대적이다'라는 부분. 


빛의 속력은 진공상태에서 299,792,458m/s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존나게 빠른 우주선을 만들어서 초속 299,792,458m로 날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빛이 날아가는걸 창문 밖으로 볼 수가 없다. 그 우주선 안에서 보더라도 빛은 299,792,458m/s의 속도로 움직인다. 이상하지? 우리가 가만히 서 있는 상태로 시속 100km로 달리는 차를 보면 쌩하고 안보이지만, 100km/h로 가는 차에 탄 채로 같은 속도의 차를 보면 그냥 나란히 달리는 걸로 보인다. 근데 빛이란 건 그렇지가 않단다. 우리가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빛은 늘 299,792,458m/s의 속력을 갖는댄다.


이게 졸라게 이상한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다들 알다시피 물리학에서 속도, 혹은 속력이라는 건 이동거리를 소요시간으로 나눈 개념이다. 거리라는 건 공간의 하위 개념이다. 결국 속력은 공간을 시간으로 나눈거다. 그러므로 속력이라는 개념은 공간과 시간이 일정하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진 개념이다. 그런데 상대성이론의 요점이 뭐야? 공간과 시간이 일정치 않고 이 둘이 서로 다른 개념이 아니라는거다. 일정치도 않고, 서로 다르지도 않은 2개의 변수를 서로 나눴으니, 시간과 공간이 일정치 않게 패키지로 막 휘고 바뀌고 이 지랄 나면, 속력이란 것도 당연히 막 바뀌고 지랄 날 수 밖에. 


그러므로 '빛의 속도'라는 말을 생각할 때, 빛이라는 알갱이가 있고 그게 존나 빨리 막 움직이는걸 생각하면 안된다. 그냥 '빛'이란 게 있는거다. 그리고 그 빛을 인간의 3차원적 발상의 산물로 측정할 때 저런 속도라는 걸 관측할 수 있었을 뿐이다. 


시간과 공간이 한 패키지의 같은 개념인 4차원 이상의 차원을 생각할 때에는 '속력'이라는 말 자체가 존나게 의미가 없다. 그냥 이 모든 것 중에 '빛'이란게 있는거고, 걔는 절대적인 애인 거다. 


말을 바꾸면 이렇게 된다. 


이 모든 것 중에 절대적인 게 있고, 그걸 인간들은 '빛'이라고 부른다.







5.중력과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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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일단 이거 하나 외우자.



만유인력 = 중력 = 가속력



완전히 같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암튼 그냥 저렇게 생각하자. 다덜 물리학 꿈나무 될 거 아니잖음?


만유인력이 모다? 뉴턴이 사과 떨궈지는거 보고 생각한, 질량을 지니는 물질이 서로 당기는 힘이다. 이건 결국 중력과 같은 뜻이다. 인간과 지구는 둘 다 질량을 지니므로 분명 서로 당긴다. 하지만 질량 차이가 너무 큰 바람에 인간이 지구를 이동시키는 영향력은 가볍게 캔슬되면서, 우리는 그냥 인간이 지구로 당겨지는 영향력만 고려하면 되는 셈이다.


중력은 모다? 만유인력이랑 같대니까? 질량을 가진 물질이 다른 물질을 당기는 힘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질량, 그리고 힘이다. 


풀어서 말하면 질량, 그러니까 무게라는 걸 지니는 건 필연적으로 다른 걸 당기는 힘을 지닌다. 그러므로 존나게 무거운 뭔가는 그냥 존재만으로도 힘을 지닌다. 


이 중력이란 건 호기심 천국인 인간에게 '블랙홀'이라는 떡밥을 던진다. 근데 시발 이게 하필 '홀(hole)'이라는 단어를 품는 바람에 불필요한 오해를 낳는다. 어설프게 이해하다 보면 '종이에 빵꾸를 뚫으면 그게 2차원적인 블랙홀이고, 3차원에서의 블랙홀은 공간에 뚫린 빵꾸다'라는 식으로 이해하게 된다는 말이다. 졸라 아니다. 블랙홀은 빵꾸와는 다르다, 빵꾸와는. 


블랙홀에 대한 일반적인 서술은 이렇다. 존나게 무거운 뭔가가 있으면 그건 질량이 졸라게 크므로 당연히 중력도 존나게 크고, 그 큰 중력이 주변에 있는 모든걸 죄다 빨아들여서 심지어 빛까지도 빨아들인다. 


이번에도 역시 말을 뒤집어보자. 절대적인 존재인 '빛'은 인간 입장에서 속력이라는 걸 지니는데 어떤 다른 존재의 중력이 그 빛의 속력이 가져야 할 힘보다 세면, 그게 검게 보인다. 그 존나게 무거운 '어떤 다른 존재'를 우린 '블랙홀'이라고 부르는거다. 빛이 움직이지 못해서 색깔이란 게 없이 그냥 검으니까 '블랙'이라고 부를 뿐이다. 즉, 그건 아무 것도 없는 빵꾸(hole)이 아니라, 존나게 무거운 뭔가가 분명히 있는거다.





6.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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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쓰는 나도 대가리 뽀개질 듯 하니 이쯤하고, 그럼 정리해보자. 


상대성 이론이라는,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고 사는데 별 상관 없는 이론을 굳이 이해하려면, 일단 기존에 갖고 있던 '우주', '차원'이라는 개념을 죄다 리셋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걸로 만들어놓고 시작하자. 그 가운데 절대적인 존재(이거 괜히 또 종교적으로 받아들이면 혼난다)는 '빛' 하나다. 얘는 차원이고 나발이고 간에 일정하다. 그리고 이 빛이란 걸 염두할 때에는 머리속에서 '시간'과 '공간'이라는 걸 그냥 한 덩어리라고 생각해야한다.


또 한 가지 포인트는 물질의 '질량'이다. 질량은 그 자체로 당기는 힘이다. 그 질량이 너무 커서 빛의 일정한 힘까지 캔슬시키면 그걸 우리는 블랙홀이라고 부른다. 


이 둘을 제외하고는 다 엿가락처럼 늘었다, 줄었다, 휘었다, 펴졌다 하는거다. 단지 지구라는 행성의 질량과 태양이라는 별의 질량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수많은 축 중에 한 축이 일정하게 가고 있다고 알게 되는거고(시간), 우리가 동그랗게 생긴 2개의 감각기관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3개의 축을 인지할 수 있는거다.(공간) 그런 절묘한 환경 덕에 우리는 애초에 엿가락 같은 걸 마치 무쇠 같이 굳고 곧다고 오해하고 있었을 뿐이다. 


경험이 아닌 사고를 통해 그 오해를 깨달은 게 아인슈타인인 거고, 다행히도 그 깨달음을 바탕으로 실험을 했더니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사례들이 수십년간 꾸준히 발견돼 온 거다. 그러한 경험들이 쌓이면서 보다 많은 인간들이 '이 모든 것의 원리'를 보다 정확히 이해해 가는 중이고, 그 결과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까지 도움을 받고 있다. GPS 위성의 시간 오차 보정 기능이 그 예. 


이쯤에서 '에라이 시발' 하고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거나, 저 '에라이 시발' 을 쓰기 위해 댓글쓰기 버튼을 누르는 분덜도 많으시겠지만, 일부는 '뭔가 아리까리 알 것도 같은데 모르는 것도 같다'는 느낌으로 가득 차 있을거다. 일단 필자는 그런 상태다. 


하지만 이에 대해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겠다. 누차 말하지만 상대성이론은 애초에 인간의 감각기관을 통해 경험하기 어려운 얘기다. 아무 경험 없이도 이런 사실을 깨달은 아인슈타인에게 괜한 시기심을 느낄 필요도 없다. 어차피 아인슈타인은, 된장찌개를 어떻게 먹어야 맛있는지는 모르고 산 사람 아닌가. 시공간이 서로 다른게 아니라는 사실이 된장찌개를 맛있게 먹는거 보다 딱히 중요한 건 아니다.


다만 아리까리하게라도 이해를 했다면 '늙기 싫으면 우주에 가라' 거나, '5차원에 외계인이 있다면' 이라는 제목을 거는 센스를 가볍게 비웃어주는 정도의 유희를 즐기시면 되겠다. 


졸라.


















춘심애비

트위터: @miiruu


편집: 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