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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준비하는 죽음

2014-11-2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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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물 추천6 비추천0

2014. 11. 26. 수요일

딴지팀장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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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다큐멘터리 3일>이라는 프로에서 폐광을 앞두고 있는 탄광을 취재하는 걸 봤다. 40년 넘게 일하신 한 아버님의 인터뷰가 아직도 머릿속에 그려진다.

 

“아버님, 그동안 일하시느라 힘드셨겠어요.”

 

“말로 다 못하지 말로...”

 

 

사는 게 참 힘들다. 말로 다 못할 만큼.

 

힘들다. 피곤하고, 아프고, 생각하고, 욕도 먹고, 상처받고, 돈도 필요하고, 필요하니 벌어야 하고. 가끔은 정말 살아가기 위해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드니까.

 

 

 

0.5

지난 달 29일 독거노인 한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자신의 시신을 수습할 사람들에게 봉투 하나를 남겼다. 봉투엔 “고맙습니다. 국밥이나 한 그릇 하시죠. 개의치 마시고”라는 글과 함께 국밥값 10만원, 장례비 100여만 원, 전기/수도요금 고지서와 이에 해당하는 금액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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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나리오 작가(故최고은 씨)는 생활고로 요절 하였고, 똑같이 생활고에 못 이겨 몸이 불편한 세 모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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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죽는다.

 

죽음 이후엔 어찌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국밥 할아버지도, 젊은 시나리오 작가도, 세 모녀도, 우리 할아버지도. 남은 사람들은 슬퍼하고, 죽은 사람을 기억하며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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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 홀로 살다가 홀로 쓸쓸하게 맞이하는 죽음을 말한다. 2013년 고독사로 백골이 된 망자들이 발견되면서 사회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과거 고독사는 독거노인에게 집중되었지만 최근엔 저소득층이나 고소득층, 젊은층이나 노년층을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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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겨레

 

 


이 기사를 보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한 독자의 메일이 왔다.

 


 

“어쨌든 사회 구성원이 죽었는데, 실질적인 도움 하나 없이 달랑 75만원으로 장례를 치르게끔 하고, 그 외 기득권은 전혀 양보나 배려 없이 싫음 말고 식으로 어려운 분들을 더욱 상실감에 빠지게 하는 이 구조에 대해서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떤 얘기를 들려주실지 궁금하기도 했거니와 최근 있었던 ‘개의치 마시라’는 한 독거노인의 일도 생각나 연락을 드렸다. 며칠 뒤, 메일을 보내온 제보자를 만났다.


장례에 관련된 컨설팅을 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건네주는 명함을 받고 뭔가 영업을 하시려는 건가 생각했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암튼.


제보자의 이야기는 이렇다.

 

 

“기사에 나온 최소 장례비용(국립중앙의료원 장례비) 약 300만원은 장례업계에서 이윤을 남기기 위한 코스입니다. 장례업계 특성상, 혹은 장례의 성격상 사람의 죽음 앞에서 가격을 따지거나 흥정하는 등의 일이 예의에 어긋난다는 인식 때문에 업체에서 제시하는 장례용품이나 절차 등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거죠.”

 

 

모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다년간 근무를 했었다는 제보자. 말을 이어갔다.

 

 

“기초생활 수급자로 지내시던 분이 돌아가시게 되면 담당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돌아가신 분의 연고를 확인해 가족에게 연락을 합니다. 이후 가족이 장례를 치르는데 기사의 소제목 처럼 돌아가시면 국가에서 75만원을 그냥 지원해 주는 게 아니라 가족(연고자)이 정부에 신청을 해야 지원금이 나오는 겁니다. 게다가 75만원의 지원금으론 국립중앙으료원이나 국립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기에 턱없이 부족하죠. 기초생활 수급자의 가족(연고자)들도 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라 지원금을 받더라도 부족한 장례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주검을 포기하게 되는 겁니다."

 

 

그렇담 무연고로 고독사한 시신은 어떻게 처리되는 걸까? 제보자에게 물어봤다.


“서울시시설공단과 계약을 맺은 장례업자가 봉고차를 몰고 각 병원을 돌면서 시신 한 구당 50만원씩을 받고 화장장으로 가서 화장을 합니다. 화장한 시신의 유골은 유택동산이라고 땅을 파서 뿌리는 곳에 일괄적으로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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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어디로 가는가?’란 물음에 아직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알 수도 없을뿐더러 사람들은 살아가는 걸 더 중시하지 죽음 이후나 죽음에 대한 생각은 잘 하지 않는다. 먹고 사는 거, 중요하니까.


우리가 먹고 사는 데 신경을 쓰는 동안 한 쪽에선 사회의 일원이었고 누군가의 부모였으며 누군가의 자식이었고 형제, 친구였던 사람이 죽는다. 누구는 사람들의 애도 속에 비싼 장례비를 치르며 관 속으로, 누구는 50만원에 몸이 팔려 땅 속으로 뿌려진다.

 

 

 


-0.5

최소한 가족들의 애도 속에 마지막 길을 갈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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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나온 장례비 품목에서 우선 장의버스는 사후에 유족들이 동사무소에 가서 신청을 하면 적십자에서 15인승 영구버스를 무료로 안내해 준다고 한다. 각 지자체마다 영구버스 항목은 다를 수 있고 서울시 거주자의 경우 서울시립화장장(벽제, 원지동), 성남화장장에 한해서 라고 한다.


장례용품 같은 경우 꼭 필요한 수의, 관만 구입하면 기사에 나온 100~120만원의 반 정도 가격에 기본적인 물품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다. 기사의 장례용품 가격은 일반인이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물품의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어 그렇고 실제로, 제시된 금액 아래의 물건도 많다. 하지만 병원이나 장례식에 들어가는 통상적인 장례 용품의 마진률이 40%정도라 그 이하의 물건은 식장이나 병원에서 거의 내놓지 않는다고 한다. (장례식장이나 병원에서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마진률에는 수수료/월세가 포함되어 있다) 이는 개인적으로 검색을 하고 알아보면 되는데 누군가 죽으면 장례를 준비하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라 미리 이런 걸 알아보고 대비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그 외 고독사로 돌아가시는 분들의 경우 조문객이 없는 경우가 많아 가족이나 지인들로만 장례를 진행한다면 기사에 나온 장례비용 중 방값, 위생처리요금, 오물수거비 등은 제할 수 있다.



제보자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가 이런 기사들이 실제 장례진행 비용의 여러가지 범주를 포함하지 못한 채 평균이나 자료를 토대로 ‘장례비가 최소 얼마’라고 하니 독거노인들이 자신의 장례에 대해 걱정을 하거나 미리 겁을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독거노인 분들이 장례비에 대한 기사나 주변 얘기만 듣고 자식들에게 짐을 지우기 싫어 집을 떠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살을 하는 등 비극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 - 기초생활 수급자로 살다가 사망시 국가에서 알아서 장례비 75만원을 지원해 주는 게 아닌 가족, 가족대행 할 사람이 신청해야 받을 수 있는 것. 또 평균, 자료를 토대로 한 장례비용의 부담 - 안타까워 제보자는 복지관이나 양로원 등을 돌며 사회복지사에게 위와 같은 정보를 알려주고 교육해 주려고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묵묵부답이나 자신들이 일하는 곳의 정책에 맞지 않는다는 대답이었다.

 

 

제보자에게 물었다.

 

“장례 업계 컨설팅 일을 하고 계신데 혹시 자신에게 오면 여러가지로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그런 영업 같은 건 아니겠죠? 하하... ... (^_^)a;;”

 


“제가 이쪽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런 얘기 다 하고 혹 문의할 사항이 있으면 연락달라 이런 식으로 하면 저 쫓겨나죠. 회사에서나 이쪽에서나. 그래서 복지관이나 시설 같은 곳에 가서도 그냥 사람들만 모아 달라고 이런 얘기만 할 수 있게. 그렇게 얘길해요. 아니면 사회복지사 분들에게 내용 전달을 해주거나. 근데 그마저도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럼 지원금 75만원으로 제보자가 말한 장례는 어디까지 가능한 걸까?


"입관료와 장례용품 중 기본적으로 수의와 관은 들어가야 하고 조문객을 받지 않으면 방값이나 그 외 수반되는 비용은 필요 없고... 그럼 화환도 필요 없고, 장의버스는 동사무소에 신청하고... 그렇게 계산하면 80에서 90정도까지는 맞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가에서 장례업체나 장례식장, 병원등을 통해 최소한 이렇게 없는 사람들만이라도 돈 때문에 주검을 포기하고 50만원에 봉고차에 실려서 화장되어 일괄적으로 처리되는 일은 없도록 가이드 라인을 잡아줘야 하는데 기득권들이 배려 없이 이익만 찾으려고 하는 게 문제입니다. 장례 치를 때 가격흥정 같은 거 정서상 못하잖아요. 가격 주는대로 치르고 없으면 말고... 장사가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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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죽음이라는 것. 한창 살아가기 바쁜 사람들에게 아직은 먼 얘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살아가기 버거운 사람들에겐 어떨지 모르겠다. 그들은 죽음을 살기 바쁜 사람들 보다는 더 가까운 얘기로 여길 것이라고 조심히 생각해 본다.


사는 거, 힘들다. 죽는 것보다는 그래도 사는 게 쉽기 때문에 살아간다고 가끔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혼자 농담식으로 생각하긴 한다. 어떤 사람에겐 그게 아닐 수도 있지만...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간다는 건 동의한다. 그치만 태어날 때 혼자 태어나는 사람은 없듯 누군가 태어나고 살아가고 끝에가서 죽는 순간에도 최소한 아무도 없이 차가운 냉장고 속에서, 뜨거운 불길 속으로 그리고 땅 속으로 물건처럼 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족이 됐든, 그 주변 사람이 됐든 자신이 됐든 급작스럽운 사고가 아닌 이상 어느정도 때가 되면 미리 준비하고 알아 놓는 게 좋습니다. 앞서도 얘기했듯 막상 닥치고 나면 소위,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가 힘들거든요. 게다가 비용문제라면 여러모로 더욱 더."



장례업계 쪽에서 일을 해오던 제보자라서 무덤덤하게 이야기 한 건 아닐 거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시골에 내려갔을 때 영정사진을 본 적이 있다. 아버지와 형제분들이 미리 준비를 하신 거였다. 그 때는 참 야속하다 생각했었는데 이제 친구들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장례식장에서 웃고 떠들고 고스톱 치는 모습을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는 경험과 시간이 쌓이다 보니 제보자의 마지막 얘기가 어릴 때처럼 무섭거나 당황스럽게 들리진 않았다.















딴지팀장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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