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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8. 20. 목요일

cocoa







8월 19일 9시 2분. <위키트리>에 한 편의 기사가 올라왔다. 9시 출근하자마자 후다닥 작성해서 올린 게 아닐까 싶은 시간에 올린 기사다. 참으로 근면한 기자가 아닐까하는, 시덥잖은 생각을 잠깐 해봤다. 여하튼 그 기사는 이렇다.


1.GIF

출처 - <위키트리>


오아... 페북 조회수가 엄청나다. 트윗까지 포함하면 졸라리 많은 사람들이 기사를 봤다. 기사 내용은 김의성 씨가 전지현, 김혜수, 고아성 등의 동료 배우들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그대로 긁어 온 트윗으로 채워졌다.


이 기사를 본 김의성 씨가 사전 동의 없이 기사를 작성한 것에 대한 불쾌감을 표현하고, 기사를 내려달라 요구하고 담당 기자와 통화까지 했지만, 기사를 내리진 못했다. 그를 비롯한 여러 트위터 유저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위키트리>는 이렇게 답했다.





당당하다. 트위터에서 제공하는 ‘임베드’ 기능을 사용해 기사를 작성했으므로 정당하다는 거다. '내용 자체도 기사화할만한 내용이고요'라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상황 판단도 깨알같이 있다. 그럼 <위키트리>에서 말하는 임베드는 뭘까? 


임베드란 Embed '박다'라는 뜻으로(음란마귀 금지) sns를 공유하는 방법 중 하나다. sns에서 제공하는 소스를 그대로 가져와서 페이지에 박는 방법인 것이다. 트위터에서는 ‘트윗 담가가기’로 임베드를 이용할 수 있는데, 아래 사진처럼 그냥 버튼만 클릭하면 된다. 간단하다.


212.GIF

저 코드를 그대로 복사해서 html로 붙여 넣으면 된다


본 기자가 위에서 <위키트리> 트윗을 가져온 것도 요 임베드 방식을 사용한 거다. 그러니까 <위키트리>는 트위터기능 중 하나인 임베드 방식으로 트윗을 가져와서 기사를 작성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럴수도 있겠다. 임베드가 원문 그대로 퍼다 박는 기능이니 저작권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런데, 트윗 작성자인 배우 김의성 씨는 기사 삭제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여러 트위터 유저들에 의해 이 일이 논란이 되자 <위키트리>는 ‘위키트리 뉴스 스토리텔링 가이드라인’이라는 뭔가 심박한 문서를 제시한다.



위키트리는 스토리텔링에 소셜네트워크 시대의 공유 방식을 적극 활용한다.


포스팅을 임베드할 때는 포스팅 당사자에게 사전동의를 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 포스팅의 내용이 공공성을 가진 경우 뉴스 스토리텔링에 바로 활용하며, 사적인 내용을 포함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포스팅 당사자에 게시 허용 여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포스팅이 속보로 보도돼야 하는 긴급한 사안이라고 판단되는 경우는 즉시 임베드해서 사용할 수 있다. 임베드 방식의 적용에서 포스팅 당사자에게 보도 사실을 자동으로 실시간 통지하거나 수동인 경우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통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위키트리 뉴스 스토리텔링 가이드라인



역시 이름만큼 내용도 심박하다. 무려 임베드로 기사를 작성할 때는 ‘사전동의를 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듣도 보도 못한, 신뢰와 원칙의 아이콘인 가카께서도 모르실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김의성 씨의 '동료배우 썰'이 어떤 공공공성을 지녔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셜네트워크 시대의 공유 방식'이라니. 졸라 참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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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 안 들리니?"


이런 명랑발기참신한 위키트리를 보고 본지가 아직도 천리안, 하이텔로 대표되는 구시대적 유산에서 벗어나지 못했구나 하는 깊은 깨닳음에 도달하였다. 특히 본 기레기는 코흘리개 시절 실내화 가방이나 위인전 따위를 사고팔던 '껴쓰고 눠쓰고 꿔쓰고 시쓰는' 아나바다 운동 이후로 공유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는데, 많이 배웠다.


이에 본지도 오늘부로 <위키트리>의 임베드 정책에 버금가는 소셜네트워크 시대에 걸맞는 신 정책인 ‘복붙 정책(영어로는 컨씨+컨브이)'을 신설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야 명랑사회 구현에 이바지 해보기로 당차게 맘을 먹었다. 


아래는 새 정책에 따라 상콤하게 작성해 본 기사다. 본 기사를 작성함에 있어 기사에 영감을 준 빛나는 공유 마인드의 <위키트리> 트윗을 적극 활용하였음을 미리 알려드린다.


*주의: 아래 트위터를 클릭할 시 지금 보고 있는 페이지가 <위키트리> 트위터 페이지로 넘어가는 극심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으니 독자분덜의 현명한 판단과 주의를 요합니다.





아니, 가카께서 과연 수색대원들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독자분들께서 의문을 가지실 법하다. 내용을 보려면 링크를 클릭하고 <위키트리> 사이트에 접속해야 하겠지만, 복붙 정책에 기반한 이 기사는 그런 거시 아니다. 본 기자, <위키트리>의 임베드 방식의 기사 작성에 깊은 존경을 표하며 그 형식은 기꺼이 따를 수 있다. 허나 기사 내용을 그대로 퍼다오는 건 실정 저작권법 위반에 송사에 휘말릴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니 할 수 없는 일이다.


다행히 <위키트리>에 올라오는 기사 대부분이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들이므로 본 기자가 한 번은 봤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여 큰스승 <위키트리>의 임베드 정책에 적극 동조하는 차원으로다가 임베드 트윗과 팩트를 적절히 짬뽕한 신개념 기사를 선보이고자 한다.


예컨대 위 트윗을 보고 가카의 주옥같은 발언을 듣기 위해서는 사이트에 접속해야 하겠지만, 본 기자는 여러분들의 수고를 덜기 위해 예전에 어디선가 봤던 기억을 살려서... 요렇게 가카의 성음을 전한다. 가카께서 전화를 통해 수색대원에게 전한 말은 요거다.



"부상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고 참 마음이 아팠다"

 

"김 하사의 애국심과 용기가 더욱 빛을 볼 수 있도록 정부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

 

"이번에 김 하사가 보여준 군인 정신이 우리 군에 큰 귀감이 되고있다"

 

"정말 있어서는 안되는 불행한 도발사건이지만 하 하사를 비롯한 부대원들의 모습이 많은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아아, 이건 남성들의 클릭을 유도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미녀에 동물까지 있다니. 내용을 알고 있는 본 기자도 잠시 흔들릴뻔 하였지만 다시 맘을 가다듬고 적어보자면, 이건 '말을 위해서 속도를 줄여주세요(Slow Down For My Hores)'라는 캠페인에 대한 내용이다.


평소 도로에서 말 타는 걸 즐기는 여성이 도로에 차들이 너무 빠르게 다니자, 어떻게 하면 도로에서 안전하게 말을 탈 수 있을까 고심하던 끝에 알몸으로 말을 타면 자동차 운전자들이 속도를 줄여 안전하게 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캠페인이라 한다.


이건 <위키트리>에서 본 게 아니고 <국민일보>에서 본 거다.

 





수박씨 먹어라.


운명인지 우연인지 이건 내가 아는 내용이다. 수박씨는 먹는 게 몸에 좋다고 한다. 우리 엄마가 그랬다. 대신 껍질이 딱딱하니까 씹어서 먹어야 한다고 그러셨다. 10년 전에 들은 이야기라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글타. 아니, <위키트리>기사 못 보게 하려고 이러는 건 아니고... 그냥 생각이 나서 적어봤다.

 




어, 이 이야기는 얼마 전 <일간스포츠>에서 읽었는데 ‘불량감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배우 유현철씨가 얼마 되지도 않는 출연료를 깎는 관행에 지쳐 그만 뒀다는 소식이었다.


그 기사 링크가 이거였던가. 일간스포츠 링크

 






하이~ 사라이 엄마 데쓰네~

 

야노시호 사진은 이 분 인스타에 직접 들어가서 보면 제일 많이 볼 수 있다고 하더라. 주소가 뭐였더라... 맞아. 여기다. (링크)

 





기사에 나오는 영상이 이건데, 페이스북에서 봤다.



The first day of school brought mixed emotions for many students, including 4-year-old Andrew Macias, who spoke to us on his way to pre-kindergarten on Tuesday. When we asked Andrew if he would miss his mother during his first day at City Terrace Elementary School, the young man firmly said, "No." He paused a second and then began to tear up. Seconds later, Andrew's mom gave him a hug off camera.Andrew was among thousands of LAUSD students who filled classrooms Tuesday morning as summer vacation officially came to an end. Read KTLA’s story here: http://ktlane.ws/1UQGTUH

Posted by KTLA 5 News on 2015년 8월 18일 화요일


유치원 입학하는 아기를 인터뷰하는 영상인데, 엄마가 보고 싶냐는 질문에 눈물을 글썽이는 아이가 무척 귀엽드아. 귀여운 거 빼곤 아무 내용도 없으니 영상만 봐도 충분하다. 글타고 막 <위키트리> 기사를 보지 말라는 건 아니다.

 




오잉, 어쩌다 보니 이것도 내가 아는 내용이네. 이거 <국민일보>에서 봤었는데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가카: 어서오세요. 늦으신 거 아닙니다.

 

 

이병기 비서실장: (황교한 총리가 들어오자) 총리가 늦었습니다.

 

 

가카: 이렇게 시간을 딱 지켰는데 늦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건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에요. (총리가) 억울하시겠어요.

 

 

이병기 비서실장: 대통령님보다 늦었다는 얘기입니다.

 

 

가카: 앞을 그렇게 생각하시면 안 되죠.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처럼) 문맥이 아주 이상해집니다.




이런 내용이라고 한다. 노잼이다. 핵노잼.

 

 




이상 <위키트리>를 따라 신개념 복붙 기사를 만들어 봤다. 이렇게 <위키트리> 트위터에 나온 기사들의 큐레이션을 따라 살 붙이는 것만 하면 하루에 기사 94개 쯤 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렇게 되면 머지않아 기사 쓰는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길 게 뻔하긴 하지만.


다른 사람이 컨텐츠를 가져온다는 게 아직은 낯설도 어색하고 쉽지 않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 바닥의 큰형님처럼 트위터도 막 가져오고, 원작자가 지워달라해도 "우리는 복붙 정책에 기반하여 트위터를 지좃대로 가따 쓸 자유가 있음. 안 지워줌"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그날까지 일일신 우일신, 날로 발전해 나가 보겠다.


갈 길이 멀다. 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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