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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27. 목요일

raksumi






오늘은 임신 중 생선 섭취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왜 하필 전 국민의 1%밖에 안 되는 임신부를 위한 글이냐고 물어보신다면, 이들이 의학적으로 가장 약하기 때문입니다. 임신부는 의학적으로 약하고 병에 걸리기가 쉬우므로 가장 건강에 주의해야 합니다. 그들이 안전하다면 임신 안 한 다른 사람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장애인이 살기 좋은 사회는 비장애인은 더 살기 좋고, 비정규직이 대우받는 회사에서 정규직은 더 좋을 것입니다. 아무튼, 진도 나갑니다. (참고로 아랫글은 미국의 가이드 라인을 많이 참조하여 생선 이름이 우리나라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가급적 해석을 하였으나 혹시 몰라서 원어도 그대로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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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에게 생선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은 꽤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FDA에서는 임신부의 생선 섭취 가이드가 있습니다. 생선이 임신부에게 해로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수은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수은 중 메틸수은(methylmercurly) 때문인데, 이 메틸수은은 성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히 태아의 대뇌 조직에 가장 민감해 신경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태아의 머리가 나빠질 수 있습니다. 참고로 수은은 유기수은(organic mercury)과 무기수은(inorganic mercury)으로 나뉘는데, 유기수은이 몸에 해롭습니다. 메틸수은은 유기수은에 해당합니다. 반면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무기수은(보통 금속수은)은 이름만 봐서는 더 무시무시할 것 같지만, 치료 영역에서도 쓰입니다. 치과 치료제인 아말감에 쓰이고, 과거에는 장중첩증이 있는 아기에게 먹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먹더라도 위장관으로 흡수되지 않지만 태우거나 바이러스에 의해 유기수은으로 변하면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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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2의 수은. 이 자체로는 괜찮으나 수은이 증기로 발화하면 위험할 수도.
 

 

모든 어패류는 이런 수은 물질을 함유하며, 먹이사슬에서 위로 올라갈수록–배출되지 않으므로-수은 함량이 증가합니다. 큰 물고기의 수은 함량이 가장 높게 됩니다. 큰 포식자 물고기를 임신부가 먹을 경우 수은을 많이 섭취하는 셈이 되고 결국 한참 자라나는 태아의 두뇌 발달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입니다. 참고로 물고기에는 메틸수은 말고도 폴리염화바이페닐, 다이옥신 등 다른 오염 물질도 많습니다. 메틸수은은 우리 몸의 모든 세포를 통과할 수 있고, 안타깝게도 수은은 물고기의 온 체내에 꽉 붙어 어떤 식으로 요리해도 분리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따라서 물고기 수은에 관한 문제는 태아뿐 아니라 한참 자라고 있는 어린이에게도 해당할 수 있습니다.


2004년 미국의 FDA에서는 임신부의 수은 노출을 염려하여 임신부는 일주일에 340g 이하의 수산물(fish가 아닌 seafood)을 섭취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임신이 가능한 여성과 모유 수유 산모도 포함되었습니다. 이런 권고안 때문인지 미국에서 실제로 임신부의 해산물 섭취량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21%의 산모가 임신 중 생선을 전혀 먹지 않았다고 했고, 75%는 한 주에 4온스(약 120g) 미만으로 생선을 먹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여기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영양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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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은 포화 지방이 적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건강식품입니다. 우리가 매일 광고에서 그렇게 중요하다고 보는 오메가 3 지방산의 주요 공급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흔히 오메가 3라고 부르는 것의 정확한 의미는 omega-3 fatty acid, 그러니까 오메가 3 지방산이 정확한 표기입니다. 오메가 3에는 3가지 종류의 중요한 영양분이 있는데 하나는 linolenic acid이고 (리놀레산, 식물성 기름에 많이 함유) 나머지 2개가 바로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docosahexaenoic acid(DHA)와 eicosapentaenoic acid(EPA)입니다. DHA와 EPA는 물고기에 풍부합니다. 특히 DHA는 소아과 의사들에게 초기 대뇌 발달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DHA는 대뇌 신경계 그리고 눈의 중요한 구성 물질인데, 임신 전 혹은 분만 후 생선 섭취는 자녀의 대뇌 성장 발달과 인지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생선 혹은 생선 기름(fish oil)의 섭취는 조기 진통을 막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생아 출생 시 가장 문제가 되는 신생아의 저체중 출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산과적으로도-아직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DHA와 EPA 모두 임신성 당뇨나 임신성 고혈압 혹은 신생아의 아토피를 감소시킬 수도 있다고 합니다. 임신부가 생선 섭취를 안 하면 태아의 수은 농도 감소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으나 태아의 성장과 발달에 필요한 중요한 영양분 섭취를 놓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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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중요한 연구가 있습니다. 2007년 Lancet에 발표된 'Maternal seafood consumption in pregnancy and neurodevelopmental outcomes in childhood'라는 연구인데 놀랍게도 11,000명 이상을 그것도 전향적으로 연구하였습니다. 이 대규모 연구를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산모가 수산물을 많이 섭취할수록 자녀의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임신 중 FDA 권고안대로 주당 340g 이하로 수산물을 먹은 산모의 자녀의 경우 verabl  IQ(언어영역 IQ)가 낮았다고 합니다. 생선을 통해 오메가-3를 많이 섭취한 산모에서 verbal IQ가 더 좋았습니다.


조금 논점을 벗어나는데 옛날에 논문을 쓰느라고 나라별 사람들의 수은 농도를 비교한 적이 있었는데, 물고기를 많이 먹는 섬나라 사람들의 수은 농도가 확실히 높았습니다. 이렇게 수은 농도가 높은 경우 과연 아이들의 IQ가 낮은가? 하는 것이 논의 대상이었습니다. 한 섬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타 지역 어린이와 IQ test 결과를 비교하였는데, 사실 이런 문제는 참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평소 생선을 많이 먹는 락수미의 IQ 검사를 했는데 김창규 기자보다 낮았다고 합시다. 그럼 이런 결과가 원래 김창규 기자의 유전자가 좋은 것인지 아니면 김 기자의 가정이 유복하여 어려서 많은 교육을 받아서인지 혹은 어떤 계기에 의해 죽돌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어 결과가 좋게 나온 것인지 아니면 진짜 락수미가 생선을 많이 먹어 그렇게 나온 것인지 구분하기가 힘들 겁니다. 물론 어렸을 때 검사를 하고 또 N 수가 많아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겠으나 그렇게 어렵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연구마다 생선 섭취와 IQ의 관계가 '있다 없다.' 참 다양하게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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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2014년 FDA에서는 새로운 권고안을 내놓았습니다. 일주일에 340g 이하를 먹으라고 했었던 권고안은 없어지고 이제 임신부는 옥돔(tile fish from gulf of Mexico), 상어(shark), 황새치(swordfish), 왕고등어(king mackerel) 같은 수은 함유량이 높은 생선만 피하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서는 또 일주일에 참치의 일종인 날개다랑어(white albacore)도 6온스 미만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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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의 새로운 FDA 권고사항. 
한 주에 8-12온스의 다양한 생선을 먹을 것을 권고하되 수은 함유량이 높은 생선은 피할 것.
 


사실 이러한 사실은 조금 혼란스러운데 왜냐하면 12온스는 340g입니다. 모호하게 적어 놓기는 했지만, 아무튼 중요한 점은 생선을 제한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섭취하라는 점입니다. 


여기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임신 중 혹은 수유 중 오메가 3가 포함된 약의 복용–DHA/fish oil supplements 생선을 직접 먹는 것이 아니라-이 얼마나 태아에 도움이 될까? 하는 연구를 분석한 논문(British Journal of Nutrition, 2012, 27개의 논문을 분석함)이 있습니다. 어떤 연구에서는 임신 중 혹은 모유 수유 시 이런 약이 태아의 시력이나 신경발달에 도움이 되었다고 보고 했지만, 그 결과는 상당히 제한적이었고 대부분 연구에서 압도적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합니다. (사실 이런 논문 중 흔히 있는 맹점이 제약 회사로부터 스폰을 받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오메가3의 경우에는 약의 복용보다는 음식-생선-이 좋은 것 같습니다. (가격도 약이 훨씬 더 비싸지요)

 
참고로 DHA가 높고 수은 함유량이 낮은 수산물로는 아틀란틱 청어, 아틀란틱 고등어, mussels(홍합), oysters(굴), farmed and wild salmon(양식 혹은 자연산 연어), sardines(정어리), snapper(도미), trout(송어) 등이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수은 농도가 낮으면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생선으로는 새우, 연어, 대구(Pollock), 틸라피아(tilapia), cod(대구, pollock 과의 차이점은?), 메기(catfish) 등이 있습니다. 이 생선만으로 FDA 가이드 라인대로 일주일에 12온스를 먹는다면 사실 적정량의 DHA가 공급될 수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어떤 사람들은 임신 중 생선을 더 먹을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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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참치를 많이 먹는 데 특히 참치통조림을 많이 먹습니다. 참치통조림의 경우 2가지가 있는데

1. White tuna - 얘는 albacore(날개다랑어)로 만듭니다. 위의 표에 3번에 해당합니다. 좋지 않습니다.

2. Light tuna - 얘는 skipjack(가다랑어)로 만드는 데 white tuna 보다 덜 해롭다고 합니다.

참치를 먹고 싶다면 2번을 드시고 이왕이면 연어 통조림을 먹는 게 좋다고 합니다. 물고기 크기도 albacore가 더 크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시판되는 동원 참치의 경우 제가 살펴 보았는데 그냥 다랑어라고만 나와 있지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혹시 아시는 분 있으면 알려 주세요) 참치 회의 경우 통조림에 쓰이는 참치보다 일반적으로 더 큰 것을 쓰기 때문에 수은 함량이 더 높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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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는 먹이사슬 상위에 있기 때문에 수은함량이 높은 편. 주 1회 100g 이하로 섭취할 것을 권고.




결론적으로 임신 시 수은 함유량이 높은 물고기인 상어, 옥돔, 왕고등어, 황새치 등은 피해야 합니다. 하지만 오메가-3 지방산은 태아의 두뇌 성장 발달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생선 섭취를 해야만 합니다. 막연한 두려움에 생선 섭취를 완전히 금지하는 것은 옳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DHA가 들은 약의 복용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생선 섭취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둡시다.

 





raksumi


편집: 나타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