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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03. 수요일

장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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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문





조천문


-조천문은 중국에서 가장 긴 장강(長江, 양자강)과 장강에서 가장 긴 지류인 가릉강(嘉陵江)의 교차점인 조천문은 장강 상류의 최대 항구로 장강삼협으로 떠나는 여행의 시발지이다. 조천문은 예부터 황제(天子)가 내린 성지(聖旨)를 영접한 장소(迎送朝廷命官)라는 뜻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 


-조천문은 충칭과 외부를 연결하는 문호 역할을 했던 곳으로, 청나라 초기 충칭에 새로이 고성을 건설되면서 17개 성문이 새로 만들어 졌는데, 그중 조천문의 규모가 가장 컸다. 1927년 조천문에 처음으로 현대식 부두가 생겼고 1998년 12월에 현대식광장이 들어서서 충칭인들의 휴식장소와 관광객들의 여행장소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출처: http://blog.naver.com/bonny21/80005401200)






 

충칭에 가면 조천문이란 게 있다고 한다. 물론 가보진 못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오늘 이야기할 건 충칭에 있는 조천문이 아니라, 유명한 사천 훠궈(火锅; 샤브샤브) 집 조천문(차오티엔먼 朝天门)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서울에서 손님이 와, 중국음식을 먹고 싶다 하던 차에, 뭐 딱히 떠오르는 것도 없고 해서, 사천 훠궈집에 또! 가기로 했다. 광저우에서 사천 훠궈하면 대체로 두 개 체인점이 대표적인데 하나는 천국연의(川国演义)고, 다른 하나가 바로 조천문이다. 천국연의는 맛있긴 한데 가격이 너무 비싸고,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식사시간을 조금 넘겨서 가거나, 아니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그러니 우리의 선택은 바로 조천문.

 

일단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으며, 왁자지껄, 떠들썩하게 담배 피우고 술 마시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점은 덤이다. 조천문은 나 같은 외국인들에게는 훠궈로도 유명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음식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이것저것 시키다가 실패할 확률이 있기 때문에 그냥 닥치고 매운맛 반, 순한맛 반이 나오는 반반훠궈를 시키는 게 장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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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요리 하앍하앍


 


조천문에 들어서서 자리를 안내받고 앉으면 맨 먼저 주는 게 바로 화차. 아마도 모리 화차(茉莉花茶)가 아닌가 싶다. 인터넷에서 많이 봤겠지만 사천 훠궈집에서는 꼭 이 화차를 주는데 주둥이가 굉장히 긴 주전자를 점원이 들고 다니며 멀리서 찍 따라주는 걸 굉장히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하다. 아마도 외국 사람들이 보고 '와 신기하다' '사진 찍자' 뭐 이런 경우가 많아서 일 듯하다. (그래서 사진은 안 찍음) 하지만 화차가 꼭 이런 비주얼만을 위해 준비된 것은 아니다. 찻잔에 각종 꽃잎이 들어있어서 마실 때 꼭 찻잔 뚜껑을 덮고 가장자리에 아주 조금의 틈을 만들어 조금씩 마셔야 하는 이 차는 산초 열매를 씹어 입안이 마비되었을 때 마셔주면 입안이 뜨듯해지면서 금방 풀리는 효과도 있다. (그냥 느낌임) 찻잔이 비면, 아까 그 직원이 돌아다니며 계속 채워주니까, 이 화차는 아끼지 말고 막 마셔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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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아 맛있는 이 차
 

 


자, 이제 화차 한 모금 마셨으니 장을 만들어야 한다. 아니 시발. 샤부샤부 국물에 간이 되어 있는데, 뭔 놈의 장? 이럴 수도 있겠지만. 또 이 샤부샤부 장을 만드는 재료가 워낙 풍부해서 훠궈 국물에 익혀나온 음식을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거니와, 장은 공짜니까 얼른 가서 각자 식성에 맞게 장을 만들어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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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닥치는대로 조금씩 넣어서 섞으면 된다. 
 

 

훠궈는 샤부샤부인데 절반으로 나뉜 커다란 냄비에 한쪽은 매운 국물을 넣고, 한쪽은 순한 국물을 넣어 펄펄 끓이며 거기에 각종 식자재를 넣어 익혀 먹는 음식이다. 그런데 이 매운 국물의 매운맛을 내는 방식이 지방마다 조금씩 달라서 사천식 샤부샤부와 호남식 샤부샤부로 갈린다. 정확하게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국물맛이 좀 다르다. 사천식은 산초 열매, 그러니까 조그만 알갱이 같은 게 수북이 들어가는데, 혹 그 열매를 씹기라도 하면 혀와 입안을 톡 쏘며 마비시키는 독특한 매운(?)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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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꿀꺽꿀꺽

 


 

국물을 주문하고 나면 이제 식자재들을 주문해야 하는데, 식성에 따라 이것저것 주문하면 된다. 보통 주문하는 것들은 양고기, 소고기, 얼린 두부 혹은 두부피, 각종 버섯종류 중 하나, 새우나 조개, 소고기 완자, 각종 채소중 한두 개, 만두 종류 중 한두 개, 토란이나 감자, 천엽(비주얼과 다르게 맛있다) 그리고 면. (중국 애들은 생선도 넣기도 하지만 니들에겐 비추) 순서에 상관없이 먼저 나오는 대로 그냥 푹푹 담가서 익거든 꺼내 미리 준비해둔 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훠궈는 기본적으로 여러가지 음식 재료를 주문해서 먹어야 맛있으므로 최소한 4인 이상일 때 훠궈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훠궈 국물이 익어갈 때쯤엔 역시 백주를 빠뜨릴 수 없겠다. 기름지고 독한 맛의 음식에 어울리는 술은 역시 백주. 물론 맥주로 입가심하는 것은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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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대륙에서 핫한 하얼빈 맥주. 이른바 하삐

 

 


훠궈가 익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므로 단품 요리 한두 개 시켜 먹어도 좋은데, 그 중 단연 최고의 맥주 안주는 맵게 튀겨 내오는 새우요리 香辣虾이다. 맥주 애호가는 한 번 맛보면 반한다는 그 새우요리 되겠다. 이제는 웬만한 중국식당에서는 다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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썅라쌰 혹은 마라쌰
 

 


그럼 이제 백주가 남았다. 백주는 보통 제갈양(诸葛酿)이나 백년호도(百年糊涂)를 마시는데 제갈양과 오량액이 사천 쪽 술이라서 그런지 백주는 제갈양과 오량액뿐이다. 한화로 10여만 원을 호가하는 오량액은 패스. 백주는 대부분 한가지 술이 낮은 도수와 높은 도수 두 가지로 나뉘는데, 제갈양은 낮은 도수가 32도, 높은 도수가 52도다. 보통은 낮은 도수를 마시지만 작년엔가 제갈양 낮은 도수에서 무슨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고 해서 그 뒤로는 쭉 높은 도수를 마신다. (뭐 높은도수도 그다지 믿을 수는 없겠지만 기분상) 만약 이 높은 도수의 백주가 스트레이트로 마시기 부담스럽다면 맥주잔에 얼음을 따로 시켜서 얼음에 희석해 마셔도 좋다. 그럼 이제 맛있는 요리와 술이 준비되어 있으니 건배 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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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갈양, 내 너와 백주의 정을 나누었느니 이제 내 허물을 발설치 말라 
 

 

한 잔 


두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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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를 마시면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래서 그 뒷얘기는 없다.

 







장지갑


편집: 나타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