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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추천5 비추천0

2014. 12. 10. 수요일

김현진











편집부 주


전국민 청취 관람가 등급을 자랑하는, 

딴지라디오의 구제같은 신상 팟캐스트 <과이언맨> 에서는 

팟캐스트계의 실세 그러니까 진돗개 아니, 하다못해 십상시라도 되기 위해선

강력한 어그로를 끌어야한다는 결단을 내린 바,

생체 다이어트 실험에 나서기로 했다.

그리하여 지난 11월 20일 목요일부터 일주일간

5인 5색 다이어트에 돌입하였던 것이다. 


출연&제작진이 보릿고개와 요단강을 왕복 횡단하는 기분으로다가

굶주림의 고통에 몸부림치며 한자 한자 써내려간 본 글은

눈물 없이도 읽을 수 있음은 물론이요

임산부와 노약자에게도 전혀 해가 되지 않음을 

만방에 알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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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식 실패기]



 












 











1. 다이어트에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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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우리가 왜 다이어트 생체실험을 하고 있지? 비키니 대비 계절도 아닌데...


어쨌거나 본인이 선택한 것은 이효리도 3일 하다 얼굴이 팍팍 늙는 게 보여 포기했다는 그 유명한 레몬디톡스 다이어트다. 이틀만에 엄청 후회했다. 출연진을 비롯해 전체 스탭이 도전한다지만 간헐적 단식이라며 16시간 동안 안 먹다가 나머지 8시간에 열심히 먹는 김태용 PD, 저녁을 단백질 파우더로만 대신하겠다며 점심에 수육 등 저녁에 먹을 몫까지 먹어버리는 김남훈 진행자(이건 그냥 벌크업이 아닌가 의심), 45kg 걸그룹 몸매를 만들겠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먹던 거라 이건 못 끊는다고 달달한 믹스커피를 마시고 11식이라며 그 1식에 쌀국수와 팟타이와 스프링롤을 동시에 해치우는 모 작가까지. '나도 간헐적 단식 할래!' 하며 간헐적 폭식 쪽으로 뒤늦게 방향을 선회하려 했으나 김 PD의 "그건 제가 할게요." 라는 말에 결국 레몬과 한 배를 타고 말았다


레몬 디톡스란 레몬즙, 생수, 니라라는 나무에서 채취했다는 니라시럽, 카이엔페퍼라는 고춧가루를 섞어 마치 김장속을 연상시키는 희한한 색깔과 맛을 지닌 액체를 만들어 이것만 줄창 먹는 것이다. 음용법은 이것을 하루동안 1.5리터 마시고, 생수도 1.5리터 마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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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작가가 직접 제조한 레몬물




사실 '디톡스'라는 말에 끌렸던 것도 큰 영향이 있겠다. 그동안 워낙 더럽게 살아서...? 는 아니고, 몸을 정화시켜 주고 피부가 좋아진다니 올해 심신이 불편해 부쩍 못나진 본인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 혹했던 것. 게다가 본인은 엄청난 고무줄 몸무게인지라 39kg부터 6Xkg까지 넘나든 적이 있다. 작년 겨울 근 16kg가 불면서 생애 최고의 몸무게에 달했다가 여름에 걸쳐 감량했으나 5kg가 돌아와서 배에 찰싹 부착된 것이다이런 원하지 않는 복대가 생기다니! 


다행히 고기를 좋아하거나 간식을 전혀 즐기지 않고, 패스트푸드도 먹지 않고, 몇 달 전부터 술을 끊었으며 물 말고는 다른 음료를 마시지 않는 좋은 습관도 있지만 작금의 문제는 탄수화물 중독. 남들은 라면이나 빵 때문에 탄수화물 중독에 걸린다던데 2마트에서 파는 콩시루떡을 한번 맛보고 떡 중독에 걸려 버린 것이다! 게다가 떡값도 솔찮게 나가는 걸 보고 왜 떡값, 떡값 하는지 절감하고 말았다.


'떡에서 벗어나고 싶어위 크기를 줄이고 싶어!' 하고 외치며 레몬디톡스를 선택. 그렇다고 내가 레몬디톡스나 원푸드 다이어트 신봉자는 아니고, 이걸 마치고 나면 순환운동클럽에 재등록해서 근력운동을 한 후 한시간 내에 흰자 통조림을 먹는 생활로 돌아갈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생체실험일 뿐. 평소 근력운동도 열심히 하는 편이었는데 몸에 쓸데없는 지방이 붙으면서 의욕이 많이 상한 상태였다.

 

그런데 초기비용이 상당했다. -<과이언맨>은 비용을 지원하라!- 일단 레몬 99퍼센트 원액 구입에 15,000원 정도. 메이플 시럽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오리지널 니라 시럽이 공복감에 효과가 있다기에 할인받아 48,500. 그렇다. 벌써 <과이언맨> 1회 출연료가 넘는 금액을 투자한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지방연소를 촉진시킨다며 동남아 고춧가루 같은 걸 넣는데, 본인은 집에 카옌페퍼가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단품으로 구입할 수 있었지만, 정식으로 10일 분량의 세트를 인터넷에서 구매하면 10만원 가량의 돈이 나온다. 실패하면 무지 아까운 돈인 셈이다


그리고 직접 레몬을 사다가 과즙기에서 즙을 짤 생각은 하지 말 것. 일단 엄청나게 쥐어 짜도 얼마 안 나올 뿐 아니라 레몬음료 자체가 맛이 괴상망측한데 그 와중에 레몬 과육이 씹히면 기분이 !@#$#@@!$ 해진다. 99.97퍼센트 레몬 원액을 구입하는 편이 훨씬 속편하다. 어쨌든 출연료를 상회하는 금액을 갖다 바친 바, 이렇게 된 바에 한 열흘 해버리겠다고 부르짖었지만 이 괴상한 액체만 마시며 과연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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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석이라고 한다능




2. 일주일간의 기록



2-1. 11월 20일(목) 1일째


콩시루떡에 대한 욕구아직은 참을 만하다어지럼증은 없다레몬물은 이상한 맛이다. <과이언맨> 단체 메신저에 사람들이 음식 사진을 자꾸 올린다16시간 지나자마자 김태용 PD는 몽X통통을 냉큼 먹었다사진으로 고문을 한다... 간헐적 단식이 그런 게 아닐텐데;;; 


30분 정도 걸었다.


 

2-2. 11월 21일(금) 2일째


본인은 지방의 어느 대안학교에서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점심, 저녁 식사를 제조&제공하는 자원봉사를 매일 하고 있다. 아직 일은 할 만한데 오전에 잠시 어지러웠다. 오후에 걷기운동을 할 예정이었으나 포기. 이건 다 <과이언맨> 자서전 특집 때문에 이명박 자서전 2+박근혜 자서전 1권을 읽었기 때문이다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댄다. 움직이지 마가만히 있으쇼읽고 나니 몸에 힘이 쭉 빠지고, 덩달아 밥맛도 떨어졌으나 눈이 따갑고 아프다. 눈이 썩나 보다.


레몬즙이 다 떨어져서 인터넷으로 주문했는데 아직 안 온다. 그놈의 콩시루떡이 아른아른거린다. 하루에 콩시루떡 한 팩만 먹는 11식을 할까 하는 유혹이 막심했으나 레몬디톡스 초기비용과 집에 있는, 살쪄서 못 입는 옷들을 생각하니 겨우 자제가 된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2kg가 빠졌다는 것. 3일째가 가장 힘들다고 하던데 내일을 견딜 수 있을까? 다행히 내일은 토요일, 일하러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다. 김남훈 진행자가 MB 자서전을 읽으며 굶기는 것은 나치 고문과도 같은 일이라고 외친다. 동감이다. 일단 가카 헌정 다이어트는 계속된다제일 먼저 도태될 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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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11월 22일(토) 3일째


3kg가 빠졌다워낙 초기중량이 무거워 마냥 기뻐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안 빠진 것보다는 훨씬 나은 일. 그러나 마더의 방해가 시작되었다. 언제까지 물만 X먹고 있을 거냐고, 속상해 죽겠다고, 오늘까지만 하고 그만두라고 하시는데 작심삼일로 끝날 순 없다. 이거 기사로 나오고 방송으로도 나가는 거라고 설명했더니 <과이언맨>을 좋아하시는 마더인데도 일갈.


"그럼 그딴 거 시키는 방송 다 때려치워!" 


엄마, 그것보다 가카 자서전 읽는 게 더 싫은데... 


어쨌거나 오늘까지는 해 보기로 한다. 내친김에 평소 먹어치우던 콩시루떡의 칼로리를 조사해 봄. 2160칼로리성인 여성의 하루 요구량을 훨씬 넘어서는 에너지원. 이 다이어트의 목적은 위 축소와 고탄수화물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에 있으니 아직 조금 힘내 보자최후 목적은 4kg 감량. (사실 한 달을 다이어트 기간으로 잡았을 경우 7kg! 말이 되냐!). 그러면 그동안 처박았아 놓았던 옷들을 대강 다 입을 수 있다.


오늘은 걷기운동을 좀 하려고 결심했다. 오후가 되니 레몬 디톡스 3일째라 그런지 힘이 들어서 약간의 타협을 하기로 했다. 어차피 과이언맨 다이어트는 한 달의 기한을 가지고 있으니 한 끼 정도는 방울토마토나 단호박(100g29칼로리)등 저칼로리에 몸에 좋은 음식으로 허기를 때우고, 4시 이후에는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으며 그 외는 레몬물로 때우자고 생각했다. 3일째지만 배의 복대가 많이 감소했고, 안 들어가던 청바지를 입을 수 있었다. 한 시간 정도 걸었다


2시에 전자레인지에 돌린 단호박 500g을 섭취했다. 잔머리가 살살 굴러가려고 그런다. 내일은 2마트가 닫는 날이니 오늘 떡을 사다가 이틀에 걸쳐 11식으로 그것만 먹으면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고탄수화물 중독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에 걸려 참는 중. 독구 작가는 10kg를 빼겠다는데, 나는 7kg가 목표. 콩시루떡과 함께라면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참아현재 목표치까지 4kg가 남아 있다. 독구작가는 웨딩드레스 입으려고 그런다지만 나는 왜 이럴까반짝이 드레스를 입고 클럽 갈 것도 아닌데이제 스탠드빠나 캬바레 갈 나이건만... 


오후가 되었을 때 너무 어지러워서 결국 타협했다. 그래도 몸에 좋은 걸 먹기 위해 감말랭이 한 줌, 검은콩 200g, 2개를 섭취했다. 오후 4시 전에 섭취 완료


엄청 복잡한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이런 변칙 레몬디톡스가 어디 있을까. 감말랭이 칼로리를 조사해 보니 엄청난 고칼로리다. 그럼 그렇지, 맛있는 것 중에 살 안 찌는 게 어디 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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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1월 23일(일) 4일째


체중계에 올라가 본 결과 불과 400g밖에 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안심했다. 오늘부터 작심삼일 레몬디톡스에 다시 돌입하기로 한다. 가장 큰 적인 콩시루떡을 파는 2마트는 다행히 오늘 정기휴일


니라시럽이라는 것은 비싼 값을 하는 것 같다. 확실히 배고픔을 조금은 감소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회사 동료가 니라시럽 비싸다고 메이플시럽으로 하는 걸 봤고, 심지어 인터넷에는 꿀로 했다는 사람도 있는데 그냥 하라는 대로 니라시럽으로 한 게 괜찮은 것 같다. 다른 녀석들에게는 허기 진정의 효과가 별로 없는 듯하다. 그런데 4키로, 떼낼 수 있을까?


다들 얼마나 빠졌는지 모르겠다. 마테차와 레몬물을 번갈아 마시다가 어머니의 성화로 맹물 1컵에 단백질파우더 2스푼 (1스푼당 45칼로리)를 넣어 먹었다. X마켓에서 주문한 레몬즙이 오질 않는다. 레몬물은 다 떨어졌는데좀 도와 주십시오 이것들아. 턱선이 조금 뾰족해진 것도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실종된 광대뼈야 돌아오렴.


옆에서 어머니가 하프 사이즈 와플(나는 탄산수만 홀짝거림)을 드시고 집에 오신 후 해물라면을 끓여 드시고 계신다. 어머니... 평소 라면을 전혀 안 먹는데도 냄새가 참 달군요


드디어 방울토마토와 레몬즙 도착! 3시 전에 감말랭이를 섭취하고 방울토마토와 레몬물은 오늘은 더 이상 안 먹고 맹물만 마시려 했으나 방울토마토와 단호박을 섭취 후 과거에 사둔 떡 200g을 발견했다.


더는 말하지 않겠음참담한 패배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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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11월 24일(월) 5일째


1kg가 증량되었다. 떡의 힘이란... 고탄수화물은 무섭다.


오늘은 반드시! 레몬물만!


마더의 방해가 극심해지고 있다. 그딴 짓을 뭣하러 하냐는 말씀에 최소 5일에서 7일 정도는 레몬디톡스를 해봐야 했다고 딴지 기사에 쓰기라도 할 거 아니냐고, 달랑 3일 한 거는 좀 그렇다고 했더니 표정이 어두워지셨다. 불효녀를 용서하십시오...


운동. , 운동. 운동해야 되는 거 나도 안다고! 남자들이 제일 한심하게 생각하는 게 이렇게 식이요법만 해서 빼려고 하고 운동 안하는 여자들인 거 나도 안다고나도 크로스핏 다닌 여자라고! (너무 비싸서 오래는 못 다녔음) 맛스타드림님 책 다 읽었다고전에는 집에서 5kg 아령 가지고 이틀에 한 번 중량운동 했었다고근데 몸이 무거워지니까 못하겠더라. 일단 좀 가벼워지고 싶은 이 마음그래, 식이요법이 7, 운동이 3이라 하지 않던가. 콩시루떡에 대한 욕망을 버릴지어다.


운동 어쩌고 하니 찔려서 실내자전거를 한 시간 탔다날씨가 너무 칙칙해서 나가서 운동할 마음이 차마 들지 않는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근데 너 지금 살 빼서 뭐할래?'

  

2년 전 김남훈씨와 모 방송을 함께 진행할 때도 지금과 몸무게는 비슷했는데, 김남훈씨는 그때의 나를 여성 레슬러 체격으로 기억하고 있다뼈대는 가늘지만 어깨랑 골반이 있는 편이라 덩치가, 소위 등빨이 좋아 보이는 몸통이라는 스스로의 분석. 근데 39kg 나갈 때도 몸의 모양은 그대로더라. 부피가 줄었다 늘었다 할 뿐이지


결국 예쁜 옷을 예쁘게 입고 싶다는 건데, 내가 갖고 있는 옷들은 51kg가 넘으면 못 입도록 세팅되어 있다. 고로 지금 입을 수 있는 옷이 별로 없다근데 예쁜 옷 입어 봤자 어디 갈 데도 없잖아. 글 쓰는 백수 주제에남친이 있길 하나. 근데 갑자기 왜 이런 프로젝트에 휘말렸을까? 그러면....

 

콩시루떡과 나는 행복했던가?

 

옥주현도 말했지, 어차피 내가 아는 그 맛이라고. 콩시루떡과의 부피 느는 만남도 그리 행복하진 않았던 것 같다. 몸이 무거울수록 움직이기 싫어지고, 그럴수록 더 무거워지는 악순환. 그러다가 30대 초반에 고지혈증에 걸렸다. 몸이 가벼워질수록 더 잘 움직이게 되던데, 활기찬 생활을 위해 과이언맨 프로젝트를 힘차게 해 보자! 작년과 올해 심한 풍상을 겪은 후 에너지가 1/10으로 줄어들어 버렸는데, 회복해 보자! 과거에 효과가 있었던 식이요법 등을 기억해 보니 아침 공복에 유산소운동을 1시간 가량 하고, 하루 1끼는 부담없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나머지 1끼는 건강에 좋은 저칼로리 과일이나 채소 등을 먹었던 것 같다. 레몬디톡스를 5-7일 정도 하고 나서 3일 정도 염분 없는 보식 기간을 거친 후, 그런 과정으로 나아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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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11월 25일(화) 6일째


본격 레몬디톡스는 이틀째.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실내자전거 1시간 탐. 땀 뻘뻘.


체중을 재보니 4kg을 감량했다. 목표는 3kg ! 보식이 더 중요하다고 하는데 염분을 피하는 게 관건이라고. 3kg는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보식 기간에 감량한다고 생각할 것, 그리고 중요한 건 무게가 아니라 사이즈다. 그런데 이거 끝나면 먹을 생각으로 x마켓에서 양념 오돌뼈를 주문한 나니가 무슨 포장마차 하냐이건 어디 으슥한 데 넣어 놨다가 한달 있다 먹어야 돼 .체중계는 숫자일 뿐, 문제는 유지다 유지. 모든 곳을 다 걸어 다닐 테다! 내 사전에 버스는 없다고 생각하고게다가 천안은 전국에서 버스비가 가장 비싼 도시. 그렇지만 다행히 천변이 조용해서 걷기는 좋다. 하지만 우리집이 산골짜기에 처박힌지라 일단 밖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거. 어쨌든 이틀째를 맞이함


3일째 되던 날 얼굴이 허옇게 뒤로 넘어갈려고 해서 음식물을 섭취했는데,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시럽을 정량대로 넣으려고 함. 효과 좀 보려는 욕심에 적게 넣었던 것 같음. 이명박 자서전과 박근혜 자서전에서 방송에서 소개할 만한 눈에 띄는 문구를 옮겨 적음. 굶으며 이명박근혜 자서전 옮겨적다보니 눈에서 땀이... 잔인한 <과이언맨> 같으니라고. 우린 다 같이 고통분담 하면서 뭐하는 거지?????

 

몸이 가벼워지니까 확실히 움직이는 게 훨씬 활기차다. 5-6kg 불어 있으니 몸을 움직이기가 너무 귀찮고 겨울잠 자러 동굴에 처박힌 곰같더니만 오늘은 드디어 공복을 즐기는 수준이 된 것 같다. 글 쓰는 사람들 중에 공복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길래 변태같다고만 생각했는데 머리가 조금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고탄수화물 중독에 대해 말할 것 같으면, 며칠 안 먹었더니 콩시루떡에 대한 욕망도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이렇게까지 콩시루떡 타령을 하는데 우리 떡집 광고라도 안 들어오나.


사실 본인은 작년과 올해에 걸쳐 큰 사고가 있어 실직 후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집 안에만 처박혀 있는 기간이 길었다. 약간의 대인기피증도 있고 그 와중에 피둥피둥 살이 올랐던 것. 내년에는 극복해야지 하면서 오늘은 일 보러 나가면서 1만 보 정도 걷고 이런저런 볼일도 봤다. 그리고 원고 작업을 하기 위해 집 근처 카페에까지 나옴. 대인기피증에 우울, 불안증 환자가 굉장한 발전이다! 이런 식으로 몸이 가벼워지는 선순환이 계속되길 바라고 있는 차에 <과이언맨>이 아이튠즈 순위 전체 2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1위를 하면 참 좋겠다내 인생에 좋은 일이 일어난 일이 언제 있었던가? 1위가 된다면 드문, 좋은 일이 될 것 같다. 되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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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을 기원해주시는 각하



 

2-7. 11월 6일(수) 7일째


본격 레몬디톡스는 3일째. 가장 힘들다는 3일째다. 직장인들에게는 권할 수 없겠다. 기운이 너무 떨어져서. 그렇다고 한 끼만 대체하는 것도 별로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그냥 굶고 말지어쨌든 오늘분의 레몬음료를 제조했다. 오늘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실내자전거를 65분 탔다. 오늘은 어째 배고프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이따가 주방 자원봉사 가야 하는데 힘이 받쳐줄까? 옛날에 기륭전자 동조단식 10일 했을 때는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았는데 그때는 기사를 써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나 보다. 3일 체험해보고 기사를 쓰기에는 좀 쪽팔렸고 5일은 어정쩡했으며 7일은 이왕 이럴 바엔 아예 10일. 이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왜 딴지일보 기사에는 사명감이 안 생기냐! (죄송합니다!)


이번 주 토요일이 식이요법을 주제로 한 방송 녹음이니 그때까지 할 생각인데 가능할까. 총수, 너불님, 나에게 힘을! 하나님, <과이언맨> 1위를!! 


지금은 점심때. 자원봉사를 무사히 마쳤다. 한 시간 정도 걸어 시내에 나가 볼일을 몇 가지 본 후 신간 작업을 위해 카페에 들어가 에스프레소 한 잔을 원샷. (이후 이걸로 나는 피를 보게 된다) 이 다이어트는 오후 두세시 정도 되면 기분이 엄청 처진다는 단점이 있다굶주려서자원봉사 하는 곳의 선생님들이 어째 좀 말라가는 것 같다고 몇 마디 하셨다. 거울을 보니 턱선이 좀 살아난 것도 같다. 보식기간에 들어가는 대로 근력운동을 할 계획.


공복이 오히려 작업에 좀 집중을 하게 하는 듯하다, 평소보다 많은 양을 작업했다. 아직은 견딜 만한데 저녁때 살짝 어지러웠다. 칼슘보충제를 섭취하는 게 좋을 듯하여 당장 섭취했다진작 할걸.


<과이언맨>은 아직 2위다. 평생 단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는 그것, 한번 해 보고 싶다. 1불쌍한 남훈님은 제주와 순천 등의 출장을 다니면서 핫바나 드시고 계신다저 희생정신현기증 점점 심해진다. 내일은 어쩌나... 슬슬 걱정된다. 중간에 떡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더라면 지금 레몬디톡스 7일이었을 텐데, . 약한 영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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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11월 27일(목) 8일째


본격 레몬디톡스는 4일째. 현재 5일을 목표로 하고 있음. 더 하고 싶어도 이번 토요일은 방송을 가야 하기 때문에 말할 기운이 있어야 함그리고 게스트로 나오실 한의사 선생님은 정석 다이어트 전문가에 나를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무슨 짓을 하고 있냐며 무진장 혼내실 것이 명백해서 더 할 수도 없다. 나만 혼나는 건 아니고 간헐적 단식, 11, 프루테리안(과식주의)도 다 혼날 거다. 


어쨌든 새벽 2시에 뒤척이다가 3시에 깼다. 배가 고파서 잠이 자꾸 깬다. 어쩌면 어제 원샷한 에스프레소가 영향일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이 일어나서 실내자전거를 한 시간 타준 후 샤워하고 체중계에 올라가보니 안 빠진 건 아니지만 감량폭이 미미하다. 그렇지, 내 몸이 전처럼 콩시루떡과 과일이 마구 들어오던 시절은 갔다는 걸 알아챈거다.


어제도 콩시루떡을 파는 2마트 쪽으로 안 가려고 한참 길을 돌아갔다. 레몬 나부랑이나 마시고 하루에 유산소운동을 2시간이나 하고 있건만 좀 팍팍 빠져 주면 좋겠는데, 내 맘 같질 않아 목표치는 못 채울 듯. 어쨌거나 이건 단기간 방송을 위한 생체실험이고, 보식기간에 남은 목표를 완료하기로 결심. 오늘 먹을 그 레몬 어쩌고를 만들면서 나도 모르게 기원했다.

 

'오늘도 무사히!'

 

몸이 가벼워져서 입을 수 있는 옷의 선택권이 많아지자 대인기피증이 좀 나아서 밖에 나가는 것이 그전처럼 무섭지 않다. 작아서 못 입었던 제깅스를 입자 마더가 그딴 옷을 입으려고 그렇게 굶어대냐며 혀를 차신다. 그래요, 엄마, 엄마 딸은 한심한 여자랍니다하지만 몸을 만들면 옷을 새로 안 사도 되니 좋잖아요.


어쨌든 오늘은 자원봉사 쉬는 날이라, 공복의 집중감을 이용해서 어제 하던 신간 작업을 완전히 마무리해볼 참이다. 아자! 니라시럽에 있는 당 성분이 뇌는 움직이게 해 주나 보다. 뭐 먹고 싶은 생각을 없애기 위해 뜨개질을 시작했다. 눈물겨운 이 노력... 난 통통하게 살 수 있다! 이건 다 방송을 위한 거라구! 이후엔 레몬 없는 세상에서 살고 말 테다디톡스라니 말인데, 세수하고 나서 거울을 보니 안색이 좀 맑아진 느낌. 하루는 긴데 겨우 새벽이다근처 성불사에서 새벽 종 치는 소리가 난다. 내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고.

 

고질적인 수면장애 때문에 장기간 수면제 복용 중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는 잠을 설쳤다. 에스프레소가 큰 몫을 한 듯. 정신이 헬렐레해서 오늘치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낮잠이라도 좀 자야 될 텐데


점심때 한 시간쯤 걷고 와서 체중계에 올라가 보니 총 5kg감량이라는 결과가 나타났다! (그건 다 수분이에요, 근육손실이에요, 이런 돌 날아오는거 알아요, 안다구요 .) 현기증도 없어지고, 그저 졸릴 뿐. 보식 때 미인이 되기 위해 석류를 주문했다. 내일 하루 남았다! 2마트에 가서 떡 코너를 흘깃 봤더니 콩시루떡은 없었다. 그래, 우리 이제 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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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이어트 직후



결과적으로 4.5킬로 빠져서 LBD, 소위 리틀 블랙 드레스를 입고 잘난 척하며 스튜디오에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보식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 모든게 다 돌아갈 것이라는 걸. 그리고 이렇게 레몬즙을 탄 물만 주구장창 먹으면서 굶는 걸 평생 계속할 수 없기 때문에 100퍼센트 요요가 올 것이라는 사실을


레몬디톡스를 한다고 해서 몸이 크게 정화된 느낌이 드는 것도 아니고, 콩시루떡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순간 순식간에 4kg은 원상복구되고 말았다. 역시 다이어트는 정석이 최고다. 평생 해야 하는 것인데. 레몬디톡스 후기를 인터넷에서 찾아봤지만 거의 다 '레몬디톡스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XX라이프 시작했어요~' 하는 식의 광고라서 사람을 화나게 하는 바람에 자세히 후기를 쓰는데, 이 레몬디톡스 다이어트를 하기에 적절한 사람은 정말 정말 정말 성격이 지독해서 보식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나도 은근히 독한데, 그거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이 다이어트는 그렇게까지 영혼을 바칠 가치가 없다), 혹은 한 2주 후에 결혼식을 올려야 하는데 3-4킬로 정도 감량해야 하는 예비신부라던가, 중요한 날을 앞두고 단기 효과를 올리는 데는 괜찮을 것 같다. 하루살이처럼 그날 하루 살고 말 것처럼 꼭 좀 빼야 하는 날이 필요하다면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러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차라리 꿀물을 약간 마시고 쌩으로 굶는 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레몬디톡스 광고를 하던 이하늬라는 탤런트와 어느 카페 옆자리에서 나란히 앉았던 적이 있다. 그때는 활동 안 하던 시절인지 상당히 글래머러스했다. 스탭 같은 사람이 그녀가 광고하는 제품들을 물어보며 '정말 살 빠져요?' 하고 묻자 이하늬는 조용히 대답했다.


"안 움직이면 안 빠져요."


그렇다. 앞으로 나의 목표는 고탄수화물과의 이별이다. 일단 그것부터 시작하고, 연말까지 다시 여러분께 보고하리

 

나는야 초고속으로 요요가 달려와 매우 슬픈 과이언걸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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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이어트가 끝나고 일주일이 지나서   



다이어트는 무슨 다이어트~ 늴리리야 거리며 일주일만에 4.3kg 뺐던 것을 리바운드시킨 어리석은 중생 김현진. 콩시루떡을 마구 섭취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불과 나흘 후 중요한 일정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2주 남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울며 겨자먹기로 다시 한 번 레몬즙을 꺼내든 본인. 위에서 말한대로 그날 하루만 날씬하면 된다고 (웨딩촬영하는 신부님이라든가, 결혼식 당일만 날씬하면 된다거나)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정말 초 비상 대책으로는 해볼만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철저히 지켜서 3일만에 5kg 감량이 가능했다. 아마 2kg 정도는 수분이 왔다갔다 했을 것이다. 행사를 무사히 치르고 레몬이 아닌 밥상을 차린 첫 끼, 평소의 1/4만 담은 현미 잡곡밥을 오물오물 죽이 될 때까지 씹었다. 젓가락으로 밥알 세며 오랜만에 만나는 건강한 탄수화물을 충만히 맛보았다. 나물무침, 우엉조림 등 간이 세지 않은 채소 반찬들을 꼭꼭 씹어 평소 5분이면 마셔버릴 식사를 20분 넘게 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날씬했던 시절에 잊고 있던 감각이 드디어 떠올랐다. 최근 1-2년 동안 인생에서 제일 불행한 일들이 마구마구 일어나 주로 먹는 것으로 풀면서, 배 빵빵해질 때까지 먹는 것밖에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살짝 허기가 가셨을 때 적당히 수저를 내려놓는 감각은 완전히 잊고 있었다. 배터지게 먹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을 까먹고 있었던 것이다.

콩시루떡, 먹기로 했다. 한 조각만 예쁘게 담아서 오물오물오물. 이번 과이언맨 다이어트가 오래 잊고 있던 그 감각을 되찾게 해 주어 그 동안 다이어트의 길에서 방황하던 중생을 구제해 주었다. 예상치 못한 수확이었다. 천천히, 예쁘게, 배 빵 터지기 전에 수저 얌전히 내려놓기. 이제 레몬이 없어도 건강한 다이어트를 평생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다 또 콩시루떡 1kg 먹는다... 어쨌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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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김남훈씨, 오른쪽이 김현진씨

일주일간의 다이어트를 끝내고 환상적인 LBD착용 모습을 보여주신

김현진 작가님.

물론, 옆에 있는 분으로 인한 착시효과가 쪼매 있는것으로 예상한다.
















김현진


편집 : 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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