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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8. 25.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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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 실시간 분투기1: 싸우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

임금체불 실시간 전투기2: 배 째라 그래서 배 쨌다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던 8월, 필자는 거의 도서관에서 생활했다. 8월 말이 마감인 단편소설 공모전과 9월 초가 마감인 컨텐츠 공모전에 당선은 안 되더라도 일단 보내보자는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노트북은 얼마 전에 팔아버렸고, 워드 프로세스와 인터넷, 동영상 관람 정도만 할 수 있는 저렴한 스틱 PC를 구매한 상황이라 도서관 노트북 코너에서 장시간 시간을 투자할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워드 작업은 성남 수정 도서관 4층에 위치한, 하루에 2시간 밖에 사용할 수 없는 PC에서 했다. 이후 시간은 아래층에 있는 열람실에서 책을 읽거나 공모전 준비를 하며 보냈다.


8월 12일 수요일, 그날도 다른 날처럼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화면을 보니 사장이었다. 이직 확인서를 처리해달라고 요청할 때 내가 직접 걸기는 했지만 사장과 분쟁이 생긴 이후 사장 쪽에서 전화를 하는 건 처음이었다. 좋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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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심드렁한 ‘여보세요’가 끝나기 무섭게 사장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아 ○○○씨, 제가 이직확인서 처리했는데 확인하셨죠?”


속으로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확인했습니다. 무슨일로 전화 주셨죠?”


“얼마 전에 감독관을 통해서 제 의사를 전달을 드렸는데 ○○○씨가 거부를 하셨다고 해서 어떤 식으로 처리를 해야 하나 싶어서요.”


사장이 말하는 건은 바로 이 사건이다.


8월 초, 내 사건을 처리했던 근로감독관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용인 즉슨 사장이 회사 사정이 너무 어렵다고, 내가 제기한 금액에서 50만 원만 깎아 주면 일시불이 가능할거 같다고, 나한테 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냐는 거였다. 기가 찼다. 노동부에 민원을 할 때는 6월 말이라 7월 10일에 들어올 임금에 체불금액은 추가가 안 된 상황이라 돈을 더 받아도 모자랄 판이었다. 그런데 돈을 깎아 줘?


이미 근로감독관이 지급명령을 내린지 보름이 넘어간 상황이었고 민사가 진행 중이었다. 기다리면 돈을 받아낼 수 있는데 내가 왜 그러겠는가. 거기다 사장이 나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호소를 한 것도 아니고 근로감독관을 거쳐서 우회적으로 연락을 한 게 기분이 나빴다. 나는 바로 거절했다.


“근로감독관에게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저는 기다리면 돈을 다 받을 수 있습니다. 왜 돈을 덜 받겠습니까? 그 이야기라면 통화하지 않겠습니다.”


“아니, ○○○씨 제가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요.”


사장은 자금 사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나에게 호소했다. 압류가 어쩌고... 합의가 어쩌고... 솔직히 다 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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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입에서 뭐가 나오는 지 알 바 아니니까


“그래서 말인데... 제가 두 달 정도로 나눠서 드리면 어떨까 해서...”


사장은 길고 긴 호소 끝에 진짜 의사를 말했다.


“죄송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일시불로만?”


“네, 일시불로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다시 연락드리죠.”


전화를 끊고 마음이 후련해지는 걸 느꼈다. 자금의 압박을 심하게 받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미래가 불안한 백수라서 이 사건이 빨리 해결되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있었다. 거기다 사장의 태도를 보니 생각보다 빨리 처리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로부터 5일이 지난 8월 17일 월요일 오전에 강아지와의 산책을 마치고 도서관으로 이동하려는데, 사장이 다시 전화를 했다.


“○○○씨,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무슨 일로 전화주셨죠?”


“전에도 통화 드렸지만 제가 최대한 빨리, 늦어도 20일까지 보내드릴 테니까 마지막으로 확인 좀 하려고...”


사장의 요구는 간단했다. 돈은 최대한 빨리 보내주겠다. 돈을 보내주면 민사와 노동부에 건 민원을 확실히 마무리 해달라는 거였다. 사실 급한 것은 사장이었다. 검찰에서도 연락을 받았을 것이고, 전화 후에 확인해 보니 민사 재판의 일정도 결정된 상황이었다.


“어차피 제가 원한 건 체불임금입니다. 보내주시면 마무리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8월 19일 근로 감독관에게서 문자가 왔다. 문자 내용은 간단했다.


해당 사건이 검찰 지청으로 이관되었습니다.


나는 사장에게 해당 내용을 문자로 보냈다. 그러자 아래의 다급한 문자가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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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8월 20일, 돈이 입금되었다.


 2 copy.jpg


바로 어머니에게 일정 금액을 보내 드리고 이것저것 하면서 졌던 대출을 갚고 나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돈의 대부분이 사라졌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승리했다.



마지막으로 임금체불이나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로 고통 받고 있으신 분들을 위해 팁을 드린다.


1) 노동법을 공부하고 상담하자


‘노동OK’ 사이트에 질문을 남기거나 네이버에 검색만 해봐도 자신이 당하고 있는 처사가 부당한지 아닌지는 파악할 수 있다. 파악이 되면 노무사 보단 노동지청에 상담을 요청하시라. 이번 일을 겪으며 여러 노무사를 경험해 봤는데 어찌됐든 그들은 프리랜서다. 여러 명이 연관되어 있는 일이 아니면 의욕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2) 근로 감독관은 당신의 편이 아니다


그는 무조건 당신의 편이 아니다. 그를 설득할 수 있는 확실한 자료를 준비하고 그가 빨리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먼저 연락해서 재촉해야 한다.



3) 용기


상황만 확실히 입증할 수 있으면 시간과의 싸움만 있을 뿐이지 돈은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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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할 수 있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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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