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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15. 월요일

독투불패 정신병동








1.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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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하기 그지없던 내 낚시 인생에 딴지일보에 실렸던 글 하나가 크나큰 영감을 던졌고, 나의 조과(낚시로 고기를 낚는 성과)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지금은 중급 조사(釣士. 낚시인의 품격을 높여 칭하는 단어)가 되었다. 


진짜 낚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독투불패에 문을 두들겨 본다. 뭐 몇 편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생각나는대로 낚시에 대해 야부리를 까보겠다. '니가 젤 잘하는 게 뭐냐?'라고 물었을 때 '섹스'라고 당당히 말 하고 싶었으나 그런 건 요즘 꿈 속에서도 잘 못하는 것이니, 솔직히 '낚시' 라고 말하련다. 그러고 보니 낚시를 시작한지도 어언 20년이 다되어 간다.


암튼 각설하고, 붕어와 배스를 위주로 낚시 이야기를 털어볼까 한다. 

자. 그럼 렛츠 고!!! 





2. 부다리


난 어렸을 때 지리산 아래에 있는 여러 동네에서 살았다. 아부지의 직장때문에 지곡, 수동, 마천, 함양, 수동, 산청까지 초등학교 3학년때 까지 열거했던 동네를 1년 이상씩 살았던것 같다. 당시 그동네는 경호강이라는 아주 맑은 물이 흐르는 강이 굽이쳤다. 경호강은 나중에 진주까지 흘러 남강이 되는데, 장마철이면 어찌나 범람을 잘하는지 실제로 돼지가 떠내려가는 장면도 본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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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물이 맑지 않고 누런 흙탕물에 '둥둥' 떠간다.



암튼 경호강은 지리산의 맑은 물이 고대로 흘러들어 각종 맑은물에 사는 물고기들 천지였다. 부다리(정식명:갈겨니), 피리(쉬리), 모래무지, 돌고기, 둑중개, 동사리, 빠가사리, 마자, 메기, 쏘가리, 기름또라지(종개류)등등등...



갈겨니.jpg 쉬리.jpg


동사리.jpg 둑중개.jpg 종개.jpg



암튼 요런 맑은물에서만 사는 놈들이 정말 '물 반 고기 반'일 정도로 많았다. 일단 수량이 풍부했고, 물살도 어느정도 있어서 정류성어종(붕어, 잉어)낚시하는 낚시꾼들이 많지 않아 어족자원이 풍부했다. 


나의 아부지께선 자주 저녁거름쯤 낚시대 하나를 들고 낚시를 가셔서 매운탕꺼리를 이것저것 잡아오시기도 했는데, 아들이라곤 하나 밖에 없는 우리집에서 아부지가 아들을 놓고 가실리 만무, 낚시대는 아부지가 쓰시고 나는 대나무에 낚시줄 바늘만 묶어서 아부지를 졸졸 따라다녔다. 


부다리를 처음 잡던 날, 손으로 전달되는 그 '다라라락' 하는 떨림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동네 사람들은 갈겨니를 부다리라고 불렀는데 부다리는 한낮엔 잘 안잡히다 해걸음이나 새벽녘부터 해뜰 때 먹이사냥을 하는 특성때문에 그 때만 입질을 했다. 긴여름 바지춤을 걷어 올리고 시원한 경호강가에서 미끼도 별거 없이 부다리를 잡았던 기억이 참 새록새록하다. 


그 때 동네 문방구겸 잡화상에서 파리낚시바늘이나 피리바늘을 달라고 하면 하나에 10~20원 하던 아주 작은 묶음바늘(붕어바늘 3,4호쯤)을 줬는데 이걸 그냥 낚시줄에 묶기만 하면 된다. 이보다 더 편한 털바늘(꼭 파리같이 보여서 파리낚시바늘이라고 불렀다)을 달아 던지면 미끼를 끼울 필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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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바늘. 대충 이렇게 생겼다고 보면 된다. 



암튼 아부지는 털바늘을 주로 쓰셨고, 난 동네 아그들이 많이 썼던 피리바늘에 강벌레를 주로 미끼로 썼는데, 사실 준비도 필요없고, 그냥 강바닥 돌 뒤집어 보면 나오는 벌레들 고대로 끼워쓰면 정신없이 입질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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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벌레들이면 오케이!



이렇게 한 두시간 하면 매운탕하기 딱 좋은 마릿수가 되며, 그날 밤 저녁 상엔 그야말로 기가막힌 매운탕이 자동으로 나온다. 어려서부터 허약하셨던 아부지가 민물고기를 드시고 난후부터 몸에 살이 붙기 시작하셨던 터라 곧잘 낚시를 통해서나 혹은 식당에서 각종 매운탕, 튀김 등을 즐겨 드셨는데, 그래서 인지 참 정겨운 고기들이다. 지금은 어지간히 맑은 물 아니면 찾아볼래야 볼 수 없는 물고기들.


산청의 경호강도 지금은 레프팅이다 뭐다 많이 변했더라. 너무 물이 맑아 산청초등학교 뒤에 다리(내가 초딩때 그다리를 만들었다)에서 내려다보면 정말 내 몸만한 물고기들이 다 보일정도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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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 요런 다리 되시겠다.



암튼 이렇게 어린 나이에 손맛을 알아버린 탓에 지금까지 아니 죽을 때까지 낚시를 하지 않을까 싶다. 중독성 강한 취미 중 낚시만한 게 어디 있더냐! 갓낚시의 대부인 서찬수 아저씨는 얼마 전 <월척특급 500회>에 출연하셔서 한번 낚시가면 1~5개월동안 낚시를 한다고 하니 그 중독성은 읽는 분덜의 상상에 맡기겠다. 


맛보기는 요정도 해두고, 본격 입문기인 시작인 '붕어'로 함 넘어가보자. 





3. 붕어 입문기


눈이 펑펑 오고 있다. 벌써 4일째 하늘이 미쳤나 연일 함박눈을 토해내고 있다. 예전엔 이런날 어느 미친놈이 낚시를 하나 했는데 그 미친놈 입장이 되보니 눈이 펑펑 쏟아진들 입질만 제대로 들어오면 낚시하는데 하등 문제가 없었다. 


여기 전라북도는 이렇게 날이 추워져야 입질이 살아나는 수로가 몇 개 있는데, 이런 날은 동네 어르신들 빵모자 하나로 연명하며 낚시를 하시니 실로 놀랍지 아니할 수 없다. 기온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물이 얼지 않는 이상 입질이 살아나는 곳하면 '부사호 상류의 잔디포수로'를 빼놓을 수 없는데, 지금쯤이면 그 곳은 자리가 없을 정도로 낚시인들로 '빠글빠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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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미친 줄 알았지.



자! 날씨이야기는 그만하고. 그러니까 내가 초딩 5학년 때 동네에 조그만 저수지가 두 군데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물고기 잡는 걸 좋아한 나로선 이 저수지가 정말 환상의 필드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강가에서 하는 낚시와 물흐름이 없는 저수지의 낚시는 구사하는 기법부터 다르다. 일단 사는 물고기가 다르니 채비가 달라야 하고 미끼도 달랐다. 같은 동네 사는 녀석이 여기는 붕어와 잉어가 살아서 지렁이로 낚시 해야 한다고 해 낚시 가기 전에 퇴비구덩이를 뒤져 싱싱한 지렁이를 잡아 미끼로 쓰긴 했는데 문제는 어떻게 잡을지 모른다는 거였다. 


어린 놈들이 채비가 뭔지도 모르고, 어떻게 찌맞춤을 하는지도 모르고, 입질이 뭔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낚시란 그저 조립낚시를 사서 낚시대에 얼기설기 엮어서 던져만 놓는 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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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바다용인가본데 민물용도 대충 이렇게 생겼다. 당시 돈 오십원.



앞치기(낚시는 정면으로 던지는 것)! 그런거 없다. 그냥 머리 위로 휘휘 돌려서 원하는 곳에 넣는 식. 이게 쉽지가 않아서 이렇게 한 열 번씩 던지고 나면 찌가 부러지기 일쑤였다. 그러다 진짜 눈먼 고기가 가끔 한 마리씩 잡히는 식. 그래도 고기 한 마리 잡고 나면 얼마나 좋던지 하루종일 흐뭇하고, 다음에 또 언제 낚시갈까 마냥 기쁜맘에 부풀어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친구놈과 친구놈의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한번 갔는데, 거기서 '멍텅구리낚시'라는 걸 첨보게 됐다. 보통 인찌기낚시라고 하여 바늘이 보통 3~5개정도 달리고 가운데 봉돌에 동그랗게 떡밥을 끼워 던지는 채비로 붕어가 떡밥 뭉탱이를 탐하다 바늘에 걸리는 방식의 낚시라고 보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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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낚용 멍텅구리 바늘, 잉어용은 훨씬더 크고 바늘수도 많아요.



요것 또한 앞치기 이런 거 필요 없고, 낚시대를 받침대에 걸어놓은 상황에서 인찌기만 던지는 방식이라 아주 편하게 낚시할 수 있긴 하나, 조과는 여전히 두어 마리로 그치는 정도였다. 이렇게 초딩, 중딩, 고딩, 대딩까지 낚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없이 낚시를 하다가 운명적으로 딴지일보를 만나게 되었다. 두둥!!


지금은 그 글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일전에 딴지일보의 데이타가 홀라당 날라 갔을 때 사라진 것 같아 아까바 죽겄다. 아무리 구글신의 도움을 받아도 찾아 볼 수가 없다. 딴지에 아무리 신변잡기에 대한 내용이 많다하나 낚시에 대한 글이 올라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자세히 아주 자세히 몇 번씩 되새기고 곱씹으며 힘겹게 떠올린 그 글의 내용은 바로 '찌맞춤'에 대한 것이었다. '표준 찌맞춤' '정밀 찌맞춤' '마이너스 찌맞춤'에 대한 내용들. 나는 그동안 찌맞춤이 뭔지도 몰랐다. 그냥 봉돌은 장식으로만 다는 줄 알았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내 채비는 가벼워도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도 너무 무거운, 그야말로 나는 이도저도 아닌 채비로 낚시를 했던 것이다. 


그래서 딴지에 올라왔던 글을 참고로 '표준 찌맞춤', 즉 찌와 봉돌의 부력을 맞춰 보기로 했다. 엄마의 잔소리를 등에 엎고 찌도 하나 좋은 걸로 사고, 찌맞춤통도 하나 사고 니퍼도 하나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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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맞춤통. 요새는 현장에서 후다닥 찌맞춤을 하는지라 집구석 어딘가에 자고 있는 녀석.



비슷하게 맞추고 다음날 바로 인근 저수지로 가서 낚시를 했는데, 결과는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 고기가 입질하는 걸 찌로 확인하고 찌가 올라올 때 챔질해서 고기를 잡는 기본기를 알게 된 것이다. 너무 신기신기, 찌가 올라오는 모습이 가히 환상적이었다.


와~~~~~~~~~~~~~!!!


평소에 많이 잡아봤자 5마리를 넘지 않던 조과가 그날만 15수, 그야말로 타작을 하게 되었으니 아마 이때 낚시인생 최초의 제대로 된 뽕을 맞은 것 같다. 


그후 내게 낚시가 내 인생의 최고 취미, 아니 생활이 되었다. 그 뒤로 사들인 낚시 장비만 수 백(이걸 와이프가 보면 안되니 이 쯤에서... -_-). 암튼 그 뒤로 난 낚시판에서 침 좀 뱉는 놈이 되었고, 이미 직장에서도 낚시로 유명한 놈이 되버렸다. 이렇게 '낚시뽕'도 함 맞은 힘으로 '낚시인'의 길을 묵묵히 걷게 된 것이다.


자! 본인의 감동은 잠시 접어두고, 본격 붕어 실전편으로 함 넘어가 보자.





4. 붕어를 잡아라.


딴지의 글을 통해 찌맞춤을 배우고, 붕어의 마릿수조과가 가능해졌다. 다른 건 몰라도 낚시에 대한 것들에 대해서는 집요함이 있는지라 각종 정보를 닥치는대로 수집하기도 했다. 나오는 채비, 떡밥, 소품 등 정말 나름 유명한 건 거의 다 따라해 보고 응용해 본듯 했다. 하지만 조과는 일정 수준을 오르더니 더이상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즉 '꽝'도 안치고 그렇다고 관고기를 잡을 정도도 아닌 하룻밤 재미지게 낚시할 정도 ... 그러니까 약 10~20마리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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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게 바로 나의 스테이지.



이 정도 수준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듯 하다. 낚시의 매력 중 가장 큰 건 '오늘의 대박조사가 내일의 꽝조사가 될수 있다'인데, 낚시방송을 조금이라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진짜 평생 낚시만 하는 프로조사들 역시 붕어 한 마리 못잡고 '꽝'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심지어 낚시가게를 운영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낚시 기술을 알려주는 고수임에도 '꽝'을 칠수 있다는 건데, 이건 낚시의 변수가 무궁무진하다는것에서 기인하는 필연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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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수온, 미끼, 낚시대길이, 정숙도, 천적, 잡고기 등등, 물 속이든 물 밖이든, 붕어가 찌를 올리지 않을(못할)이유는 정말 수도 없이 많다. 생각을 해보라 어제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낚시대 똑같은 찌, 똑같은 떡밥으로 똑같이 캐스팅해서 하루는 수 십마리를 잡다 다음날 꽝을 친다면....


실제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현실이며, 이러한 변수를 줄이는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비슷한 상황이 되도록 낚시 또 낚시, 즉 경험 밖엔 없다. 무슨 일인들 안그러겠냐마는 생명체를 잡는 사냥에서는 경험만큼 무서운 무기가 없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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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날의 변수를 따져보기위해 어떤 이는 낚시수첩에 꼬박꼬박 그날의 일기를 기입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같이 특정사이트에 조행기를 올리며 복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낚시는 늘 천가지의 얼굴로 바뀌며 낚시꾼의 애간장을 녹이기 일쑤다. 겨울 바람이 불기 전 마지막으로 즐겼던 낚시 역시 자주 갔던 자리에 자주 썼던 미끼였건만 난 보기좋게 빈작에 그쳤고, 내옆에 현지동네 할아버지께선 정말 구식탱탱 낚시대로 고기를 무 뽑듯 '쑥쑥' 뽑아내시더니, 마치 나를 놀리듯 '어허 낚시대 한번 뻔뜩거리네' 하시며 너스레를 떠시더라.


낚시를 모른다면이야 당장 발끈하며 뭔짓을 해서라도 고기잡겠다고 삽질을 했겠지만, 그날은 어떻게 하든 나에게 잡혀줄 고기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포기하고 내가 잡은 고기마저 그어른신께 모두 드리고 철수했었다. 낚시 오기 전 머릿속으로 그렸던 시나리오가 보기좋게 안맞았는데, 뭐 여기에 발끈할 이유는 없고 다음번 낚시에 더 세밀하게 준비해 오면 될것이라 생각하고 말아버렸다. 


실은 슬쩍 장비이야기를 할까 했는데 낚시는 변수가 무궁무진하다는것을 꼭 일단 서두에 말하고 싶어서 주절거려봤다. 그냥 낚시이야기니 열받지 말고 읽어주길 바란다. 


이 글을 읽으면 당장 '낚시의 달인'이 될 것만 같았을지 모르겠다. 자. 이제 시작이다. 조바심 내지 말고 '스텝 바이 스텝' 한 스텝 씩 살포시 '낚시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곧 또 만나자. 


그럼 이만...







정신병동


편집: 너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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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