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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16. 화요일

비정규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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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트>가 전태일 열사 기일이자 수능 시험일인 11월 13일 개봉되었다. <카트>는 비정규노동자의 투쟁을 전면적으로 다룬 첫 상업영화이자 2007년 홈에버 월드컵점 파업 농성이라는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다. 특히 비정규노동자 중에서도 마트의 여성 노동자 문제를 여성 감독의 시선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연급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가슴 절절한 드라마가 어우러져 영화 자체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으나 관객 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 만 하다.


센터에서는 <카트> 개봉과 관련하여 영화를 만든 부지영 감독과 <카트>의 배경이 된 실제 이랜드-홈에버 투쟁 당사자들의 좌담회를 마련해 보았다. 영화에 미처 담아내지 못 한 뒷 이야기, 실제 투쟁 당시의 상황과 몇몇 뒷담화(?)들이 이어지면서 때론 즐겁고 때론 가슴 아리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정리: 김남수 센터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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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신: 바쁘신데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지영 감독님은 이전에도 인터뷰를 많이 하셨겠지만 오늘은 이경옥 처장님과 홍윤경 부장님이 와 계시니까 편하게 말씀 나누시면 좋을 거 같아요.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영화 후일담 포함해서요. 일단 공통의 관심사부터 얘기 나눠 보시죠. 관객 수가 굉장히 중요할 거 같은데요. 손익 분기점이?


부지영: 한 155만이라고 하는 거 같더라고요. 마케팅 비용까지 최대로 잡으면 170만 정도가 될 거고요.


이경옥: 저는 지난 주말까지 100만 정도 들었으면 마음이 좀 놓였을 텐데 그렇게 안 돼서 상당히 불안하더라고요.


이남신: 저희는 될 줄 알았거든요. 첫날 10만이 넘어서면서, 나는 정말 두 주면 100만 넘겠구나 생각했어요.


부지영: 사실 그런 홍보를 계속 해오던 사람들이 판단하면 그런 기대가 있었을 거예요. 아무래도 언론에서 기사를 많이 냈고 붐이 좀 있었기 때문에. 인지도는 어느 정도 있었다고 다들 얘기하더라고요. 그런데 선호도 면에서는 조금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고, 특히 2, 30대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거 같아요.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면 이들 이 너무 힘든 현실을 보내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고. 그리고 2, 30대가 영화를 데이트하면서 주로 보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생활이 영화 보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들이 생각할 때 <카트>는 그런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영화가 아닌가.


이경옥: 진짜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을 영화로 보는 순간 더 힘들어지거나, 영화를 볼 시간이 없는 경우도 있어요. 당사자들의 영화라고 계속 얘기하고 있는데, 시기적으로 여성들은 김장철인데다가 결혼식도 많고. 어제가 마트 의무 휴일날이었어. 그래서 이 조합원들이 영화를 봤으면 하는 기대도 있었는데 조합원들 모임조차도 안 나왔어요. 결혼식에 다들 가고 김장하고 있더라고요.


부지영: 또 그런 것도 있겠죠. 시간대도 너무 밤이거나 하면 집안에서 살림하시는 분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시간이니까.


이남신: 그럼 초기 관람객은 엑소 디오 팬들하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이군요.



이 영화는 2014년판 <파업전야>라고도 이야기하는데, 어떻든 <파업전야>와 <카트>가 선명하게 대비되는 지점이 몇 개가 있는 거 같아요. 시대적 변화도 있지만 남성 대 여성, 제조업 대 서비스, 정규직 대 정규직.


-이남신 센터 소장・이사 (전 이랜드 일반노조 수석부위원장)-


부지영: 그리고 또 부부 가족 단위로 오시는 분들이 많이 눈에 띄었거든요. 오히려 보신 분들은 굉장히 좋아하세요. 일단 보면 좋아하시는데 그 선택까지 가기가 힘든 거죠. 아까 2, 30대 이야기를 한 게 이분들이 이 영화로 더 힘들어질 거라 생각하는데 전 반대라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이 연령층이 개별적인 삶들을 살아가잖아요. 스펙 쌓거나 취업 준비하고, 회사를 다녀도 말단이라 굉장히 힘든 삶을 사시는 분들일 텐데 이 영화를 보면 나 혼자만이 아니었구나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할텐 데. 그냥 이 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보고 나면 오히려 따뜻함도 있을 수 있고, 서로 공감하고 연대하면 뭔가 되기도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될 수도 있겠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을 못 하고 어려운 현실을 다룬 영화, 이렇게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이경옥: 저는 어제 조합원들이랑 봤는데 조합원 남편이 투쟁할 때 어떻게 싸웠는지 궁금하다고 같이 보러 오셨어요. 괜찮은 분이더군요. 아, 이해하게 됐다 하면서. 조조영화를 봤는데 영화 끝나고 아침식사로 설렁탕을 싹 다 사주셔서 잘 먹고 헤어졌죠. 어쨌든 잘 지원을 해 주셨던 남편들이 부인들이 어떻게 싸웠는지 보러 와야 하는데 어제는 한 분만 데려왔고 대부분 남편한테 얘기도 안 꺼냈다고 하더라고요.


부지영: 저희 영화에도 그런 게 있잖아요. 가정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여성들의 투쟁. 그런데 언론에서 인터뷰를 할 때 그런 부분에 대해서 편견이라는 식으로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왜 남자들은 이 모양으로 찌질하게 아니면 되게 나쁘게 그런 거냐는. 그런데 실제 그렇지 않나요?


일동: 실제 그래요. 더 하죠.


부지영: 사실 이분들을 투쟁 현장에서 끌고 가지만 않았다 뿐이지 우리 영화 속에서. 상상할 수 있을 정도만 여지를 남겨 놓잖아요. 금족령 내렸다는 둥 돈벌어오라는 둥. 이런 것들에 대해서 영화를 보시는 분들은 너무 이분법적으로, 여자는 이렇고 남자는 이렇고, 그렇게 그린 거 같다는 식으로 얘길 하시는데. 사실 나름 다 조사도 하고 해 서 만든 건데요.


변정윤: 남자들이 많이 봐야겠네요. 그 안에 여성들의 솔직한 감정들이 보이잖아요. 같이 살아도 남자들 잘 몰라.


부지영: 이런 거 같아요. 비정규직을 다루긴 했지만 여성 노동 문제를 다뤘기 때문에 이제까지 남성 노동자들이 싸우던 방식에만 익숙하잖아요. 여성 노동자들 싸움의 이면을 잘 몰랐는데 그걸 잘 알게 해 주었다는 면에서도 의미가 있는 거 같아요.


이남신: 문득 떠오르는 게 이 영화는 2014년 판 <파업전야>라고도 이야기하는데, 어떻든 <파업전야>와 <카트>가 선명하게 대비되는 지점이 몇 개가 있는 거 같아요. 시대적 변화도 있지만 남성 대 여성, 제조업 대 서비스, 정규직 대 비정규직. 그런데 사실은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이 지금은 업종으로 보면 다 서비스업으로 옮아온 상황이 어서, 비정규직 영화라는 측면보다 여성 영화라는 측면이 더 강조되었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를 만든 감독님 같은 경우는-비정규직과 여성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어느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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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영: 저는 따로 떼어 놓고 다루려고 하지 않았어요. 제가 전에 작업했던 영화 <상생>에서 보자면, 만약 이 영화가 비정규직 남성 노동자들을 다루는 영화였다면 제가 굳이 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여성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이분들은 서비스 노동의 감정 노동의 측면, 돌봄 노동, 청소 같은 집에서 하는 노동의 연장선상에서 일을 하시잖아요. 그런데 이게 관리직인 남성 노동자들에게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부분이 안타까웠어요. 저도 집안에서 살림하지만 이거 돈으로 누가 환산해 주지 않잖아요. 주부들은 그냥 집안에서 살림하는 사람, 서포트해주는사람이라는 인식 때문에 밖에 나와서도 비슷한 일을 했을 때 여기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측면이 항상 있었고, 우리 영화에서 보면 "아줌마들이 해 봤자지." 같은 되게 여성 비하적인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남성 노동자들이. 그 분들이 노동이 없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이 굉장히 많은 건데 그 가치는 인정해 주지 않고. 그래서 저는 비정규직과 여성 노동 문제를 떼어 놓으려고 생각은 안 했으나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에 대해 무가치하게 생각하는 사회의 시선들이 있고 또 여성 투쟁이 굉장히 특별했잖아요. 점거하면서. 그것이 제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었어요. 남성 노동자들이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점거했을 때.


이남신: 남성 노동자 투쟁 같았으면 아마 <우리들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 같은 책이 나오기도 어려웠을 겁니다. 원래 오늘 월드컵 지부에 있던 조합원님들 통화해서 오시라 했더니 아무도 안 오신다고 하더라고요. 부담스럽다고. 그때 돌이키는 것도 마음이 힘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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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영: 맞아요. 사실 제가 이 영화만들 때 몇 분께 "다음에도 이런 싸움이 있다면 하시겠어요?"라는 질문을 했었어요. 무례하지만. 그런데 아무도 안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아, 굉장히 힘드셨구나 했죠. 1년 넘는 투쟁이 쉬울 수가 없죠. 당연히. 그래서 더 끝까지 투쟁하고 복직하신 분들이 있었던 게 정말 의미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남신: <카트>에서도 복직한 노동자와 바깥에 남아 싸우고 있는 노동자가 함께 카트를 미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끝나긴 하는데. 한편으로는 우리 활동가들, 연대 단위나 간부들 같은 경우에는 '우리가 없다'는 항의를 하죠. 여성 조합원들만 있고. 가장 중요한 기획을 하고 구속도 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고생한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활동가들하고 남성들은 유령이 된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개인적으로 들은 적도 있었는데, 그런 아쉬움을 갖는 사람들이 있죠.



이 영화를 이젠 비정규직 노동 투쟁 역사에 공공재와 같은, 많은 사람들이 이 투쟁을 전범 삼아 끝까지 싸워서 본인들이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을 얻어내고 그런 중요한 사례로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부지영 영화 <카트> 감독-



부지영: 이 사건을 생각해 보면 만든 사람의 시선에 따라서 정말 여러 가지 영화를 만들 수가 있을 거예요. 웹툰 '송곳'만 보더라도 위원장님의 육사 시절, 까르푸 시절을 다 다루고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저희는 이 사건을 평범한 비정규직 계산원이었다가 노조를 만들고 파업도 하게 된 인물. 그런 분이 끝까지 싸운다면 그 이야기가 어떨까, 그거에 착안을 했죠. 제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그 지점이 왜 더 좋다고 생각했냐면 늘 우리가 언론에서 노동운동이나 노조를 바라보는 프레임이 저는 굉장히 짜증나던 사람이었어요. 뭔가 굉장히 이상한 색깔을 입히고, 그들을 찍는 이미지 자체도 그렇고. 투쟁을 한다고 했을 때도 회사측의 보도자료를 받아서 쓰고. 그 프레임이 왜 생기냐는 생각을 해 보면 어떤 경로가 있어요. 일단 조직화 된 단체라는 거예요. 저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조직화 된 단체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딱 그렇게 사람들의 생각이 간다는 거죠. 저 단체는 이런 단체란 식으로. 민주 노총이든 노동당이든 정의당이든. 그런 데가 움직이면 딱 씌우는 색깔론 있잖아요. 그걸 깨는 걸 영화에서 못 하더라도 그걸 없애는 건 할 수 있잖아요. 이걸 좀 걷어내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한다면 사람들이 받아들이기도 쉽고. 어쨌든 전략적으로 선택한 부분일 수도 있는 거 같아요. 그리고 상업영화기 때문에 그렇게 한 거 같고. 또 이 사람들의 이야기로 집중력 있게 가려면 쳐내야 할 건 쳐내야 하고. 그러다 보니까 그때 함께 했던 연대 세력이나 민주노총이나 다 안 보이게 된 거죠. 또 한 가지는 이 싸움으로 시작한 영화지만 끝날 때도 이 싸움이 생각 나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그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생각들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이 사건 자체가 오래된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이 사건을 경험했던 사람들에게는 고유한 자신들의 경험이잖아요. 어떻게 보자면 비정규직 노동 역사에도 길이 남을 사건이고. 이걸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로 환원돼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영화에서도 그걸 의식했던 거고. 그런 차이들이 있는 거 같아요. 이걸 겪으셨던 분들은. 이랜드-홈에버 사건을 다룬 영화라고 말하는 거랑 이게 모티브, 동기가 됐던 영화라고 말하는 거랑 어감의 차이가 있잖아요. 그런데서 부담을 느끼는 거죠. 이걸 굉장히 비슷하게 만들어주길 원하셨던 분들도 계시구나. 이분들에겐 고유한 경험의 부분이기 때문에 공공재가 되진 않았지만 가능하면 이걸 이젠 비정규직 노동 투쟁 역사에 공공재와 같은, 많은 사람들이 이 투쟁을 전범 삼아 끝까지 싸워서 본인들이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을 얻어내고 그런 중요한 사례로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영화도 그러기를 원했던 거고요. 좀 더 보편화된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던 거고요.


이남신: 그런 면에선 성공적이었다고 생각이 들고요. 관람객 수만 좀 더 들면.

홍윤경: 저는 처음에 감독님이 개봉하기 한 달 전인가? <한겨레신문>에 처음 났을 때 거기 타이틀이 이렇게 났거든요. 이게 이랜드 투쟁만 가지고 만든 게 아니다 이런 식으로. 영화를 안 본 상태에서 기사를 봤을 때 이건 전체 비정규직의 문제를 다룬 영화구나 그렇게 생각을 했거든요. 그렇게 생각하고 영화를 보니까 정작 너무 비슷한 거예요. 그 기사를 봤을 땐 비슷한 장면들이 별로 안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영화를 봤을 땐 생각보다 비슷한 장면이 많이 나왔어요. 그런 부분에서 이랜드 투쟁이 모든 비정규 투쟁에 환원이 돼야 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데 공감을 하고. 영화가 단지 마트의 판매직 조합원뿐만이 아니라 청소노동자 문제나 아르바이트 문제가 나왔던 부분들이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민주노총이나 <한겨레신문>에 하종강 선생님이 쓰신 거 보셨죠. 그 글에 나온 의미는 제가 느끼기에 이랜드 투쟁뿐만이 아니라 사실 모든 투쟁에 정경섭 씨 같은 분들이, 정경섭 씨 같은 경우는 21일동안 같이 파업하고 끌려 가셨던 거 아시죠? 그런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건데 그런 부분들이 완전히 제외됐다는 점에 섭섭한 게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 저는 이 영화가 평범한 사람 누구나 이런 일을 당하면 투쟁할 수 있고 이게 남의 문제가 아니라 너무나 자연스러운 소시민이라면 누구든지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보여준 건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데, 마찬가지로 민주노총 조합원이든 지역주민이든 이 문제에 함께 싸울 수 있고, 그렇게 함께 싸우는 것이 결국 힘이 된다는 것도 좀 보여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걸 정말 실제처럼 보여주긴 힘들지만 조금 더 몇 장면을 추가하면 그런 점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날 수 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는 거예요.


부지영: 두 가지를 얘기하고 싶은 데 마지막에 얘기하신 거는 영화가 두 시간 안쪽으로 만들어 지잖아요. 사실 시나리오에는 다양한 버전들이 있어요. 심지어는 그런 것도 넣고 싶었어요. 전경들이 이들에게 말 한 마디하고 가는 경우도 있었잖아요. 전경들이 상명하복의 시스템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얼굴로 서 있는데 그분들한테도 다 마음이 있잖아요. 그런 것도 저는 보여 주고 싶었고. 그리고 다른 사업장 여성 노동자들이 오셔서 연대하는 장면도 넣었었어요. 몽타주에. 그런데 그런 것들이 불가피하게 시나리오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다 빠지게 돼요. 그런게 사람 들에게 산만하게 보일 수도 있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말씀하신 의도나 내용들은 좋으나 이것들을 제대로 넣으려면 한두 신(scene)을 넣어서 되는 게 아니거든요. 상급 단체들이나 연대 세력들이 캐릭터로서 역할하는 장면을 넣으려면 과정이 필요한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 영화의 한계라면 한계고 성과라면 성과인데, 여성 노동이나 비정규직 노동에 대해서 <파업 전야> 이후에 상업영화 안에서 제기했다는 게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근데 거기에 머물러 있다는 거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24년이 지났지만 이제까지 노동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상업영화로 다뤄본  적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노동운동이라는 것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그 이야기들이 굉장히 제한이 돼 있다는 겁니다. 네러티브 조차도. 어떻게 보자면 이 영화는 <파업전야>와 아주 비슷해요. 여성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투쟁의 흐름은 거의 똑같아요. 노동운동 안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포진해 있잖아요. 다방면에. 이런 분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영화들이 만들어져야 하는 거예요. 중요한 역할로서. 근데 이 영화에서 그걸 다 담아내기에는 24년 동안의 흐름 속에 있던 영화인 거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또 다른 층위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에는 지금 화급한 이슈가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 거죠. 일단 여성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 평범한 노동자들의 이야기, 이게 지금 가장 급선무의 이야깃거리인 거고 그 나머지 이야기들은 다른 시선과 캐릭터로 담아져야 한다는 거예요. 영화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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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옥: <카트>를 보고 내심 그때를 생각하고 기억했던 분들은 "그래. 그 투쟁이 실전이 더 영화 같았지." 이렇게 얘기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어제 같이 본 조합원들도 1/10도 표현 안 됐어, 그 이상일지도 몰라, 그렇지만 이 영화가 갖는 의미는 굉장히 크고 앞으로 제2의, 제3의 <카트>가 나오길 정말 바라고 열심히 영화를 봐야 한다고 이야길 했거든요. 연대하신 동지들도 그런 생각을 하실텐데 저희가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잖아요.

부지영: 직접 싸우셨던 당사자 분들이니까 같이 도와주셨던 연대 세력에 대한 배려를 하실 수밖에 없잖아요. 근데 제가 영화를 만들고 나서 시사회 끝나고 제 주변에 정경섭씨라든가 예전 민노당 당원들에게 물어봤어요. 거기(실제 투쟁 현장) 가셨던 분들. 이건 어떻게 생각하냐, 당신이 안 나오지 않느냐고. 그랬더니 전혀 자기는 상관 없다고. 이분들이 주인공인데 왜 우리가 나오냐. 그분들이 전체를 대표하는 건 아니지만 두세 분한테 여쭤 봤었거든요. 저는 그래도 다행이다, 이 분들이 이런 얘길해 주셔서. 그런데 당사자 분들은 그 분들에게 힘을 받았기 때문에 또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 같아요.

이경옥: 하종강 선생이 쓴 칼럼에 나와 있어요. 민주노총이 안 보이고 뭐 그런 얘기가 들어 있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갖는 의미가 있다 그런 논평을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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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부지영: 저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민주노총에서 영화를 만들어야 해요.이 소재 자체가 금기시 되는 소재로 있을 게 아니에요. 24년 만에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고 언론에서 난리를 하잖아요. 상업영화에서 이런 걸 만들었대. 결국 이것 때문에 영화가 안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오히려. 이걸 너무 이슈화시키는 바람에. 사실은 그렇게 볼 것도 아닌데. 이런 이야기가 너무 없다는 거잖아요.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는 건데. 다양하게 만들어진 영화가 있었다면 저희 영화는 관심을 덜 받았을 거예요. 그런 영화가 너무 없다보니 소재 측면에서 과한 관심을 받았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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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신: 이게 최초의 비정규노동자 투쟁을 다룬 상업영화라고 하는 부분에서 주목도 받았고 그 자체로 의미도 있는 거 같아요. 개봉관에 걸렸다는 자체가. 저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시점을 평범한 여성노동자 관점에서 투쟁의 일상을 풀어간 것도 신선했단 생각이 들고요, 저도 사실은 <우리들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줘>를 보면서 새롭게 알았거든요. 저는 몰랐어요. 조합원들의 생각을. 특히 남성이니까 더욱 그랬겠지만. 그것은 르포 작가들이 아니었으면 그렇게 접근 안 했을 겁니다. 활동가들이었으면 평가 중심으로 접근했겠죠. 이 싸움의 의미에 대해서. 그럼 일상이 거의 배제돼 버렸을 거예요. 그 책 자체도 독특한, 이게 여성 노동자들의 싸움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책이었다고 생각을 하고. 저는 주인공을 선희, 혜미 이런 평범한 유통 여성 노동자들 중심으로 구성한 것은 굉장히 바람직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조직 노동의 역할은 별도의 문제 같아요. 그건 달리 본인들의 문제 의식을 담아 기획 하는 게 필요할 거 같단 생각이 들고요. 감독님 이력을 보니 제주에서 태어나셨더군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관심을 갖는 감수성이 예민한 부분이 제주에서 자라면서 그런 부분도 있으실 거 같고. 그런게 <카트>와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이경옥: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심재명 대표님도 여성이고 감독님도 여성이고 프로듀서까지 여성이신데. 어떤 분들은 이래요. 정지영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어쨌든 심재명 대표께서 부지영 감독을 선택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남신: 제가 금방 생각난 게, 우리 농성할 때 두 분(이경옥 전 부위원장, 홍윤경 전 사무국장)이 2선으로 나가 계셨어요. 저랑 김경욱 위원장님은 구속되는 걸로 생각하고. 그런데 우리 조합원들이 아우성을 친 거예요. 위원장하고 수석부위원장하고는 같이 못 있겠다. 너무 바쁘니까 정신이 없었던 데다가 여성이 말할 수 있는 고충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얘기를 못 하는 거예요. 고부 갈등을 얘기하겠어요, 남편과의 갈등을 얘기하겠어요? 그러니까 폭발 직전까지 와서 할 수 없이 다시 오셨거든요.

이경옥: 빨리 들어와라, 왜 여성간부들이 하나도 없냐. 사무국장은 민주노총에서 실무를 봐야 하니까 일 보고,.월드컵 지부만 들었던 경험도 있고 그 조합원들과 가깝다 보니까 그러면 내가 들어가겠다 하고, 점거 농성장에 수배령이 떨어져서 아주 위험한데도 도망을 나왔어요. 첩보 작전처럼 겨우 들어갔는데 난리도 아닌 거예요. 자기들 개 개인의 얘기들을 하면서 이분들(김경욱 위원장, 이남신 수석부위원장)은 그런 거에 아랑곳 않고 자기들 일만 하고. 사실 그럴 틈이 없었죠. 김경욱 위원장 같은 경우 여성들에게 살갑고 그런 게 없어요.


부지영: 그런데 굉장히 여성 노동자들이 신뢰하고 좋아하지 않으셨어요?

이경옥: 좋아하긴 했죠. 그런데 다가가면서 먼저 1 대 1로 말을 섞는 분은 아니었어요. 자기한테 너무 관심갖지 말라고 얘기해요. 왕자병 환자도 아니고. 밤에 퇴근하고 노동자들이 위원장한테 문자 넣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제발 밤 10시 이후에는 문자 좀 넣지 말라고 해요. 조합원들이 얼마나 황당하겠어요. 그럼 조합원들이 우리한테 얘길해요. 위원장이 이래도 되는 거냐고. 그럼 그냥 내버려 두라고 해요. 본인이 착각 속에 빠진 거 같으니까. (웃음) 어쨌든 부인이 있고 그런 상태에서 조합원들이 자꾸 문자 보내는 게 부담스럽다, 이런 얘기를 했거든요.

이남신: 농성장에 24시간 있어도 실제 소통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는 거예요. 저는 그 간극이 되게 큰 거 같아요. 저는 나중에 책을 보고 알았어요. 조합원들이 정말 아파하는 게 뭐였는지. 세세한 것들을 잘 몰랐죠. 관심은 오로지 이겨야 한다는 데 있으니까.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는 데, 나중에 알고 나서 너무 죄송한 거예요.

부지영: 지금 말씀을 들어보니까-사회적인 모든 영역을 포함해서-노동운동의 영역에서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잘 섞여야 할 거란 생각이 드는 게 상대적으로 강한 측면이 있잖아요. 여성이 강한 부분이 있고 남성이 강한 부분이 있고. 저는 이 책을 보면서 감성이 정말 많이 느껴졌어요. 관계가 유사 가족처럼 변화되어 가는 점들이 있잖아요.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남성 노동자들은 군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서열화 돼 있고. 그런데 여성 커뮤니티는 서열화가 아니라 굉장히 횡적이에요. 누가 리더를 막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빼는 측면이 강하죠.

이남신: 두 분과 조합원의 관계하고 위원장님이나 저랑 조합원의 관계하고 많이 달라요.


부지영: 그래서 저는 그런 측면이 정말 마음에 들었던 거 같아요. 처음 시나리오엔 그런게 전혀 없었어요.투쟁 안에서 복작 복작하거나 서로 알아가고 유대감이 생기고 이런 게 없었고. 오히려 시나리오를 각색하면서 이런 건 꼭 넣어야 겠다고 한 게 '우리잖아'라고 말씀하신 그 부분들인 거예요. 아마 제가 여성 감독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반드시 넣어야 된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사무국장님이 우리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보셨는데 '우리잖아'라고 느낀 건 다 그런 장면인 거예요. 점거하면서 이분들이 어떻게 생활하셨구나 라는 걸 알게 되면서 이 경험이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겠다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영화 속에 많이 넣으려고 했었고.

이경옥: 우리는 그 '해방구'란 말이 되게 어색한데, 그게 우리 일터고 소중한 데인데도 점거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 그럼에도 정말 재미있게 서로를 알아가는 그런 자리여서 우리는 510 파업이 갈 수 있었던 건 21일 간의 그 공간이 진짜 중요하다는 걸 항상 얘기하거든요.



우리 일터고 소중한 데인데도 점거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 그럼에도 정말 재미있게 서로를 알아가는 그런 자리여서 우리는 21일간의 그 공간이 진짜 중요하다는 걸 항상 얘기하거든요.


-이경옥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사무처장 (전 이랜드 일반노조 부위원장)-



부지영: 정확하게 그 대목이었어요. 이분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싸울 수 있었던 건 그때 점거의 경험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거란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그 장면은 중요한 부분으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데 이걸 찍으면서도, 저희 남편이 촬영했잖아요. 그 사람이 얘기하는 거예요. 이거 남의 영업장을 이렇게 지저분 하게, 이렇게 난장판으로 만드는 장면을 보여주면 관객들이 볼 때 딱 기분 나쁠 거 같다고. 관객들의 시선은 고용주나 고객의 시선이기 때문에. 이 상황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되게 걱정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이게 굉장히 좋았는데. 이 공간을 그들만의 공간으로 만드는 게 정말 좋았는데. 일터가 이렇게 바뀌는 거.

홍윤경: 오히려 파업 농성장을 생각하면, 쌍용차든 현대차든 보면 공장에서 남성들이 쇠파이프들고 이런 모습이 훨씬 무섭죠. 바리케이드치고. 보통 국민들은 파업하면 그렇게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파업 농성장이 축제의 장이 될 수 있고 놀이터가 될 수도 있고 같이 밥을 나눠 먹는 공동체의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저는 이런 면을 보여준 게 파업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인식을 훨씬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됐겠다, 이렇게 생각해요.

부지영: 그렇게 보시면 너무 다행이지요. 그런데 남자의 시선에서 바로 그렇게 얘기 하는 거 보고 닥쳐 그러고 싶었죠.

변정윤: 남자의 시선이라기보다는 저는 그 투쟁 당시 적극적으로 연대하지는 못 했지만 경험했던 분들 보다 좀 더 객관적으로 보는 측면이 있어서 그 지점에 대한 걱정이 살짝 들었어요. 일반 시민들이 이 영화를 볼 때 그렇게 하는 거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에요. 한편으로는 좋았지만. 보는 데 불편해 지지는 않을까. 사람들은 별 거 아닌 거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거든요.


이남신: 굳이 논리적 맥락을 따지자면 혜미가 지적했듯이 먼저 불법을 저지른 당사자가 있는데. 상식으로 보면 우리 생활에서 보면 원인 제공자가 먼저 비난을 받고 책임져야 하는 거잖아요. 그러면 이 파업도 예를 들어 불법파업이면 다르죠. 아무 절차도 안 거치고 마구잡이로 했다면. 그런데 그게 아니고 해고를 당했고 그 해고가 불법이고 부당해고라는 게 분명해진 조건에서 노조를 만들고 한 거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사측에 화를 내야 되는 지점인데.

변정윤: 그러니까 그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지점이 안타까운 거예요. 물론 제가 영화를 만들더라도 그런 사람들의 시선 하나 하나를 다 신경쓰면서 영화를 만들 수 없을 거 같긴 해요. 저도 여성 사업장에서 일하고 투쟁하면서 느꼈던 건데, 남성들이 다가갈 수 없는 것들은 그렇게 해방구에서 밤낮으로 얘기되잖아요. 전 그게 투쟁이 끝까지 갈 수 있었던 힘이지 않았을까 생각되더라고요. 그런데 남성들은 그런 거 딱 빼고 되게 의리적이잖아요.

부지영:또 그런 거 있잖아요. 여자들이 수다 떨면서 강해지는.

이경옥: 수다가 해소도 되고 단결의 힘도 되고 모아지는 힘이 되는 거여서.


부지영: 서로 시어머니 욕도 하면서 '아, 이 사람도 나랑 비슷하구나'하는 공감대가 확 생기잖아요. 그럼 남자들이 술마시면서 생기는 그런 거 이상으로 끈끈해 지는 게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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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옥: 영화에서 사측이 그러잖아요. 김강우가 선전물 돌릴 때. 누가 배후조종 하느냐고. 실제로도 회사가 그런 얘기했었거든요. 오히려 국민들에게 보내는 선전물을 회사가 만들어서. 어쩜 그걸 그렇게 똑같이 만들어서 하셨는지. 근데 그러기도 하죠. 이 나이 먹은 여성들이 저렇게 할 수 있는 건 분명히 배후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 한 거라고 생각을. 그런데 배후세력이 아니라 우리 조합원들은 회사가 말도 안 듣고 교섭도 잘 안나오다 보니까 부당해고를 해도 복직을 시키지 않는 걸 보고 조합원들이 이제 점거뿐이다, 일시적으로 들어가서 매장점거를 했다가 나왔지만 영업은 계속되고 그래서 계속 고강도 투쟁만 얘기했어요. 그래서 저는 나중에 다시 <카트>를 밀고 나가는 것은 우리는 다시 점거투쟁을 할 것이고 그런 걸 열어 두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남신: 지도부는 1박2일 점거투쟁을 기획했지만 조합원들이 지도부를 압박해서 구속도 시킨 건데.(웃음) 그래서 이랜드-홈에버 파업 투쟁은 조합원들이 주도했던 정말 드문 싸움이거든요. 그러니까 훨씬 주체적인 싸움이 됐던 거 같아요. 그리고 정말 그때 축제 같았죠. 그래서 저는 그때 같이 어울리고 소극하고 했던 게 너무 닮아서 남달랐던 거 같아요.

부지영: 그 부분이 이랜드-홈에버 투쟁의 굉장히 중요한 특징이에요. 그래서 그 부분을 영화에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고. 저도 영화 안 찍을 땐 주부생활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영화 할 때 그런 점이 많았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나와서 시나리오를 쓰다가도 몇 시가 되면 바로 전화를 하게 되고 그런 삶을 살았거든요. 그럴 때 남자 프로듀서 같았으면 얘기를 잘 못했을 거예요. 이해도 못 할 뿐더러 이런 거까지 감안 해달라는 게 자존심도 상하고 얘기도 못 하는 상황이었을 거 같아요. 그런데 우리 피디한테는 다 얘기하고, 피디도 먼저 배려하고. 이게 사실 남녀가 다 함께 해야 하는 건데. 지금까지는 저도 남자 스텝들한텐 강하게 보이려고 애썼던 거 같고. 여자 스텝들한텐 좀 이해해 주겠지 하며 좀 이중적으로 행동했던 거 같은 생각이 드는 데. 그래서 이번 작품 같은 경우는 그런 점에서 되게 편했던 현장이죠. 많은 부분 이해를 받았던 거 같고.

이남신: 그리고 김우형 촬영감독님, 남편분이랑 같이 작업을 하셨을 텐데 그럼 가정은 누가 돌봤던 거죠?


부지영: 저희 친정어머니가 보셨죠. 3개월 동안.

이남신: 친정어머님이 영화를 만드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우셨군요.

부지영: 굉장히. Thanks to에 있어요.

변정윤: 다행히 가까이 계셨나 봐요?

부지영: 아니에요. 저희 어머니 부산이나 제주에 계시는 데 그 3개월 동안은 그냥 서울에서 사셨어요.

홍윤경: 거의 집에 못 들어가셨나요? 촬영 기간 동안.

부지영: 세트 찍을 때는 보름있다가 잠깐 나가서 외부촬영 할 게 있으면 했다 다시 들어와서 열흘 촬영하고. 3주 있다 나가기도 하고.

이경옥: 거기가 또 대부분 여성 출연자들이었잖아요. 


부지영: 그분들 중에도 애가 있는 경우가 꽤 있었어요. 그분들은 그런 게 있어요. 되게 걱정하면서도 나름 그 삶을 즐기셨던 거 같아요. 휴가. 저도 그랬어요. 사실.

이경옥: 그럼 저희 투쟁을 경험하셨네요. 간접적으로.(웃음)

부지영: 네. 맞아요. 조합원 배우들은 특히 그러셨던 거 같아요. 애들을 남편한테 맡기고 오신 분도 있고, 친정엄마한테 맡기고 오신 분도 있고 그런데 되게 걱정을 하면서도 이 안에서 같이 숙박하고 촬영하고 세트 대기실에서 동지 같은 배우들하고 같이 어울리고 이런 게 굉장히 재미있는 경험이었더라고요. 저는 같이 놀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지금도 밴드 만들어서 소식도 올리고 그러는데, 이 경험을 남다르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조합원 배우들. 물론 주연 배우들도 비슷한 경험을 한 건데.

이경옥: 조합원들도 그때 농성하면서 특히나 월드컵점 같은 경우에는 노동조합 만들고 한 달 만에 파업을 하면서 조합원들이 서로 어느 부서에서 일하는지조차 몰랐어요. 같은 캐셔라도 서로 별로 관심없고 자기 계산대에서 나왔다가 식사하고 들어가고. 시간에 따라서 들어왔다 나갔다 했지 옆사람을 볼 시간이 없었는데. 대부분 마지막까지 농성장에 있었던 분들은 월드컵점 조합원들이거든요. 다른 지부는 많이 빠지고 집행부와 월드컵점 중심으로 있었고 연대 단위에서 몇 분 계셨던건데. 집이랑 마트만 왔다 갔다 했던 사람들이에요. 외박을 한 번 해 봤어요, 뭘 해 봤어요. 진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여기를 소풍 삼아 왔다갔다한 거지. 교대로. 보따리 싸고 먹을 거 싸와서.



<2부에서 계속>





편집부 주



이 글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월간 <비정규노동> 잡지에서 

본지 편집부가 발췌한 글입니다.



좋은 글을 널리 알리고자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기사 제휴하였기에 

추후 좋은 글을 선정해 

본지에 틈틈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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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길 기원합니다.










비정규노동


편집: 나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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