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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18. 목요일

가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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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년생 모여라] 그 다섯 번째 모임 공지

[73년생 모여라] 그 다섯 번째 모임 후기






처음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을 글로 쓰자고 했을 때, '세월호'를 위해 결성된 많은 조직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하자고 제안했었다. 이제까지 한 일을 나열하는 것은 솔직히 재미없고, '구성원'을 위주로 설명을 해보려 한다. 여러 조직과는 달리 우리는 밑장을 까놓고 시작하는 모임이었기 때문이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73년생 모임'이라니. 시작부터 나이도 못 속인다.

 

게다가 인원도 무척 적다. 매달 자금을 모으고, 그 자금을 소모하는 일을 하는 회원은 기껏해야 9명이다. 2014년 12월 1일 현재, 카페의 가입 인원은 22명이다. 즉 13명이 '유령회원'이라는 뜻이다. 이 인원으로 우리가 하면 뭘 얼마나 거창한 일을 할 수 있었겠는가. 그저 우리 모임의 시작과, 회원과, 회원들이 하는 소소한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꽤 소박했고, 드라마틱하기도 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소소한 활동'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하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되길 바란다.

 

먼저, 9명의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평범하고 '그냥 그런 소시민'인지, 당신과 별로 다를 것이 없는지를 이야기 하고 싶다. 그리고 소개를 하면서 간단한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되도록 이 사람들이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활동 중에 촬영한 많은 사진은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개인의 초상권까지 걸린 문제여서 부득이한 선택이기도 했다. 물론 대다수가 상당히 미화 되었으며, 한 명은 직접 찾아낸 미소년 이미지를 디밀며 '이런 식으로 표현해달라'라고 주문까지 했다. 못할 것도 없다. 어차피 자기가 덫을 치고 들어가겠다는데야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세월호'를 이야기하면서 개인을 끼워넣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우리가 느낀 '동료와 함께 세월호 안으로 들어간다'라는 의미나, '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를 만난다'라는 것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우리 역시 서로에게 익숙해지는데에 몇 개월을 허비해야 했고, 이 글을 읽어 내려가는 다수의 독자들 역시 우리에게 서둘러 익숙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런 수고를 하기로 했다. 

 

순서는 국민룰인 '가나다' 순이다.




● 가로나 /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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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 잡다함

스킬 : 어그로 섭취, 뜬금없는 질문

성격 : 내 성격 내가 판단하기 뭐하지만, '좋지는 아니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가로나이다. 못하는 게 '별로' 없는 캐릭터이다.(없다고는 안함) 보유 스킬 중에는 '그래픽'과 '아로마테라피'가 있고, 두 가지 스킬을 모두 사용하여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모임 내에서는 '돈 잡아먹는 귀신' 역할을 하고 있다. 이명박 가카치하에서 무리한 활동을 하다가 건강을 크게 상했고, 현재 쓸개 없이 산다. 얼마나 다행인지. 박근혜 치하에서는 쓸개 없이 사는 게 속편할지도 모르는 일일니 말이다. 


싹퉁머리 없는 말투를 기본장착하고 있으며, 각종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두루 섭렵하는 덕후기질로 인해 친구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를 쓰기도 한다.

 


● 도도  /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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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 간호사

스킬 : 돈벌어오기, 칼치기

성격 : 매우 확실. 딱 부러짐


집이 멀기 때문에 서울에 한번 오려면 큰 맘 먹고 와야 한다. 그래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으며, 첫 모임에서 집에 가려는 쟈스민을 말린 인물이다. '큰 맘 먹고 온 게 억울해서' 삐삐의 연설을 끝까지 들은 케이스이다. 고등학생 아들이 있으며, 세월호 사건 이후 좋아하던 수영도 다니지 못할 만큼 충격이 컸다고 한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는 '회비 벌어올께'라는 인사를 남기는 것으로 회비를 안내는 회원을 움찔하게 하기도 하고, 회원들의 '가족, 시댁 고민'에 독하게 남기는 한 줄평으로 상황을 정리해 주기도 한다. 게다가 운전은 얼마나 터프한지. '불나방 같은 아줌마'라고 할 수 있다. 


주 5일 근무는 언감생심 꿈도 못꾸는 간호사인지라, 대신 열심히 활동하는 친구들에게 '고맙다'라고 이야기해주곤 한다.


 

● 루씨군 /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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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 학원운영

스킬 : 상황정리 및  원거리활동

성격 : 내유외강


처음 삐삐의 '소환장'부터 함께 했으나, 경북이라는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메신저로 활동하고 있다. 목소리도 크고 씩씩하지만 마음 씀씀이는 매우 후한 편이다. 근무 시간이 주로 저녁 시간이라 주 활동 시간은 새벽녘이다. 


홀로 경북에서 '차량용 세월호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고 있으며, 자원봉사를 다니는 가로나가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 재료 준비를 대신 해주기도 한다. 경북 지역의 특성상 홀로 매우 외로웠던 친구다. 가끔 학생 중에 일베를 하는 듯한 아이들이 있어 속상해 하기도 하고, '세월호 스티커'에 남편이 불안해 하기도 한다. 


지역적인 핸디캡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마구 투척하는 친구들의 의견을 정리하여 게시판에 올리는 일을 맡기도 한다.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을 이유로 뭉개고 있는 사람들에게 '비겁한 변명임'이라고 항변할 수 있는 유일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딴지 편집장보다 딴지 사정을 더 훤히 알 만큼 피끓는 딴지 회원이다. 그녀의 말로는, '나처럼 혼자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는 매우 고마운 딴지'라고 한다.


 

● 벅지 /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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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 (전)사회복지사

스킬 : 배시시 웃기

성격 : 아줌마


몇 개월 전 가입한 회원으로, 뒤늦은 합류에도 무서운 적응력을 보여줬다. 동글동글한 이미지에 항상 웃는 상이라, '동자승 같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세월호 침몰 200일에 열린 광화문의 행사에서 유가족 어머니들께서 만드신 노란 리본 뱃지를 모자 양쪽에 달고 거리를 활보하기도 했다. 그 때 말은 안했으나 상당히 경악스러웠는데, 묘사하자면 '아라레 모자를 쓴 마인부우'를 떠올리면 되겠다. 


전직 사회복지사로, 안산 지역의 사회복지 시스템에 대해 우리에게 조언해주기도 하고, 함께 자원봉사를 다니기도 한다. 


부지런하기는 또 어찌나 부지런한지. 여러가지 자원봉사를 홀로 다니기도 하고 세월호 관련 세미나 등에 참석하기도 한다. 교회를 열심히 다니고 있는 '교회 오빠'로, 교회 오빠가 진화하여 '청년부 집사'가 되었다. 사실 교회라면 약간의 편견이 있었는데, 벅지가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세월호 유민아빠를 모셔와 세미나를 하는 것을 보고 내심 매우 놀랐다. 


유난히 아줌마들과 쉽게 친해지며, 자원봉사 현장에서 아줌마들 사이에서 마늘을 까고 있는 벅지를 구별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진다.

 


● 삐삐 /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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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 (전)프로그래머, 현재 주부

스킬 : '미안', '히' 등의 영혼없는 사과와 리액션. 주위 사람 스킬 올리기

성격 : 그냥 삐삐


'73년 소환장'을 투척한 최초의 인물. 세월호 관련해서는 여기저기 잘도 찌르고 다닌다. 덕분에 '불은 삐삐가 지르고 우리가 끈다'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책을 매우 많이 읽어서 세상 물정 모르고 순진한 구석도 있고, 사심이 없어 답답해보이기도 한다. 


현재 프로그램 관련 책을 집필 중인데, 항상 '대박치면 차삼', '대박치면 보약지어줌' 따위의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현재는 주부이지만 청소, 빨래, 요리 능력은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오히려 두 자녀의 능력치가 올라가는 기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별다른 스킬이 없다고 주장하는 삐삐를 클래스로 분류하자면 '바드' 정도로 분류가 되는데, 팡팡 뚫린 그녀의 공백을 메워주고자 다른 친구들이 스스로 자신의 스킬을 발견하거나 레벨-업 시키게 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73년 소환'의 책임을 물어 현재 회장 비슷하게 하고 있는데, 회장의 역할이란 게 '툭탁'대는 친구들 말리거나, 가카 치하에서 누군가 구속 될 경우 '주모자로 이름 불리기' 정도라고 할 수 있다. 

 


● 어바웃 /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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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 직장인

스킬 : 버티기, '그러거나 말거나' 식의 무관심

성격 : 독함. 그것도 매우


'세월호를 기억하는 73년생 모임'이 한참 표류하고 있을 때 광화문의 동조단식으로 모임을 '강제 안착'시킨 인물이다. 무려 9일을 단식했으며, 단식 소감으로는 '찐 달걀에 소주가 먹고 싶다'를 남겼다.


첫 인상은 그다지 강해보이지 않아서 별로 경계하지 않았으나, 알고보니 전투력 최강에 인내력도 최강이라 현재는 모두 백기를 든 상태. 그 다음으로 전투력이 있다고 알려진 가로나도 회사에 한번 놀러갔다가 지리는 포스의 어바웃에게 '존대말로 인사 할 뻔했다'라는 한 줄평을 남겼다. 


놀라운 것은 주말엔 아이들의 운동화를 빠는 애처가라는 것이다.(손가락 하나 까딱 안할것 같은데 말이지...)

 


● 엄지짱 /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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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 직장인

스킬 : 큰소리로 서명 권하기, 영혼없는 리액션

성격 : 중도 온건파


가장 최근에 합류한 회원으로, 오랫동안 광화문 서명지기로 활동 중이다. 저녁 시간, 광화문 서명대에 자주 출몰하며, 목소리가 커서 주로 사람들에게 서명을 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성스러운 닉네임때문에 여자로 오인했으나, 당당히 남자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세월호의 희생 아이들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서 처음 길거리에 섰다는데, 내심 그가 지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 최근 날이 추워지며 광화문 현장도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 


열심히 현장을 뛰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다른 회원들의 생각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성격이다. 


뒤늦게 합류했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빠른 상황 판단과 '영혼없는 리액션'이 적응에 매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생각된다.(그러나 본인은 '몸과 영혼을 다한 리액션이었다'고 주장 중)

 


● 쟈스민 /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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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 주부

스킬 : 살림하기, 요리, '친화력'스킬 만랩

성격 : 매우 여성스러움


매우 여성스러운 성격의 소유자로 중학생 딸이 있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쉽게 친해지는 친화력 때문에 꽤 발이 넓다.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유명 인사들이 그녀의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데, 실수로 한 국회의원을 단체 메신저방에 초대했다가 바로 강퇴시키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아마도 그 의원 입장에서는 생전 처음 당한 강퇴일거라 짐작되며, 자랑스럽게도 '의원을 강퇴시킨 모임'으로 우리 모임이 기억될 거라 생각된다.


살림과 요리에 능해서 종종 삐삐의 부러움을 받으며, 요리 만랩만이 가능한 '각종 김치 담그기'에도 능하다. 가로나, 삐삐와 함께 자원봉사를 다니는데, 무려 왕복 5시간의 이동 시간을 감수하고 있다. 또한 주방 일에는 잼병인 두 사람과는 다르게 주방의 주도권을 잡고 일하고 있는데, 과일을 싫어하는 가로나의 입에 억지로 각종 과일을 쑤셔넣으며 '몸에 좋으니 먹어라'라고 호통을 치기도 한다. 덕분에 자주 '어릴적 친구들이냐'라는 질문과 함께 부러움을 받는다. 


역시나 만랩 친화력으로 늘 같이 다니는 세 사람 중 유일하게 유가족에게 목도리를 선물 받았는데, 삐삐와 가로나는 '우리는 병풍'이라며 매우 서운해 하기도 했다.(그러나 몇주 뒤 함께 자원봉사를 가서 종일 마늘만 깐 벅지가 봉사 하루만에 목도리를 득템하자 쟈스민 역시 서운해 했다)


집이 서울에서 좀 멀기 때문에 나오기도 쉽지 않을텐데, 각종 행사 때마다 열 일 제치고 달려나와 합류해서 회원들의 찬사를 받기도 한다. 

 


● 하나반 /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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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 직장인

스킬 : 허둥대기

성격 : 허둥지둥


아줌마 같은 성격으로, 두 딸을 두고 있다. 클래식에도 조예가 깊어서 두 딸과 함께 악기를 배우고 있으며, 언젠가 아이들과 함께 합주를 하고 싶다는 당찬 꿈을 가지고 있다.


상당한 공처가로,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보낸다는 원칙이 있다. 부인이 좋아하는 뼈해장국을 끓이기 위해 종일 우거지를 삶기도 하고, 가족들과 고구마를 캐러 다니기도 한다.(그리고 매번 자랑한다)


어바웃 단식에 동참하고 싶어했지만 마나님의 허락을 받지 못해 훗날 일일단식으로 동참하기도 했고, 이런저런 행사때마다 어쩔 수 없이 '회사 야근' 핑계를 대고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는 회사를 옮겼지만, 을지로의 회사를 다닐 때에는 매일 광화문 문화제에 참석하기도 했다. 차후 주말마다 자원봉사를 다니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사실, 하나반에 대한 설명은 이쯤 하려고 했으나 몇 가지 설명해야 할 것이 있다. 하나반은 모범적 가장으로, 짐작컨데 이 세월호 사건 이후 마나님께 한 거짓말이 지난 결혼생활에 한 거짓말보다 많을거라 짐작한다. 


몇몇 남자 회원들은 '동갑모임 가입사실'에 '일단 의심'모드로 급변하는 부인들의 손에 이끌려 연락이 두절되곤 했었다.(오죽하면 배우자 승인서를 받아야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을까) 하지만 하나반의 부인은 '무섭다'라는 이유로 반대한다고 들었다. 슬프지만, 그런 공포는 당연한 시절이 되어버렸다. 


매번 거짓말을 해야 할 때마다, 하나반은 죄책감을 느낀다고 한다.(라고 '절절하게' 써달라고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가장이, 엄마가 안심하고 할 수 있는 시민활동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에 대해 우리가 실행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후에 다시 하기로 하고, '하나반'이라는 닉네임을 부인이 알고 있기 때문에 이제까지 한 '선의의(!)' 거짓말이 들통날까 불안해하는 하나반을 위해 몇자 더 적어보려고 한다.

 

정 들통날까 불안하면 닉네임을 바꾸어보라고 말하며 '팔도미녀'를 권해봤지만 하나반은 자기 닉네임을 쓰겠다고 결심했다. 어쩌면 더이상 거짓말을 하고싶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자라나는 자신의 자녀들을 보며, 많은 부모들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내 아이라면 어떻게 견딜까.' 하나반을 비롯한 많은 친구들 역시 같은 생각을 했다. 

 

과거, 꽤 과격한 활동을 했던 어바웃이 어느날 이런 말을 했었다. 


'예전에 시위할때. 그까짓거, 구속 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날 일상으로 돌아와 TV를 보는데 덜컥 겁이 나더라. 내가 구속되면 내 일상이 사라지겠구나. 이렇게 아침에 일어나서 인사하며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해서 아이들 얼굴보고. 그런 내 일상이 사라지겠구나 생각하니까 더이상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도 그를 탓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해야한다'라며 그의 손에 있는 '가족과의 일상'을 빼앗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도 알고 있다. 어쩌면 꽤 많은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언제든, 그 두려움으로 인해 돌아설 수도 있다는 것. '내 아이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주고싶다'라는 바램은, '가족과의 일상'을 빼앗길 각오가 된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물러설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가족과의 일상'을 이미 뺏긴 사람들. 더이상 돌아서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오늘도,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안산의 분향소에서 빼앗긴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싶다'라고 말한다. 바로 얼굴도 본적 없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우리는 그저, 그 유가족을 위한 버팀목이 되자고 했다. 자원봉사든 말동무든... 이미 위험을 감수한 그들을 위한 버팀목. 그냥 일주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 찾아가서 그곳에 그들이 있음을 확인하는 정도라면 위험하지 않을테니까.

 

하지만 굳이 누군가 우리를 몰아세우며 '가족과의 일상'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그래서 가족이 없는 사람이 나서기로 했다."고 말하곤 한다. 다른 친구들은 이런 내 말에 코웃음을 치긴 했지만, '가로나 이모가 너를 위해 잡혀갔다'라는 말을 듣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다. 벅지 역시 '그정도 쯤이야'라며, '대신 사식은?'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걱정마. 회비 걷어서 사식은 넣어주겠지, 뭐.








 가로나


편집 : 너클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