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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19.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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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셋째 주 딴지갤러리


오늘 소개할 작품은 <해체주의 아티스트의 탄생>이다. 


명작이 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쉬이 얻기 힘든 경험이다. 그래서 때로는 그 순간의 기록을 접하는 것만으로 수많은 감정이 일기도 한다. 


오늘, 특별히 사진 작품을 소개하기로 결정한 것은, 2014년 12월, 한 여성 아티스트가 거장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을 포착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인내를 경험했을 촬영자의 정신적 승리를 감안한 것이다. 


박 아티스트는 이미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한다는 눈물 퍼포먼스와 국가 요직에 앉은 인사들을 '나쁜 사람'이라고 적어놓은 아이디어 수첩의 낭독 등으로 자신의 예술철학으로 해체주의를 지향함을 암시한 바 있다. 


그러나 100년 전 유행한 해체주의를 21세기에 시도하는 그 과감함에도 불구, 시대 착오적이라는 혹평이 쏟아진 데에 이어, 박 아티스트가 '비선'이라는 후원 단체의 이해에 맞춰 활동하고 있음을 폭로하는 '아바타'라는 작품이 등장함으로 인해 그녀가 대한민국 대표 아티스트로 공인 받게 된 배경에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는 등, 그녀의 활동은 순탄치 못한 길을 걸었다. 아울러 차작으로 예고된 이정희라는 독립 아티스트의 초상이 좀처럼 완성 소식이 들리지 않자 일부에서는 그녀의 커리어가 끝난 것으로 내다보기도 하였다. 


그녀가 대한민국 대표 아티스트로 공인받던 과정에서 가장 맹렬한 비판을 퍼붓던 이가 이정희였다. 따라서 해당 작품은 그 시절부터 착수한 작업으로 보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토록 완성에 시일이 걸리는 것은, 이미 작품을 엎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었다. 


그러나 당 사진 작품의 촬영자가 포착한 이정희 초상의 작업 현장은 이 모든 예상을 뒤엎는다. 박 아티스트 자신의 의지가 듬뿍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현장은 물론, 애초에 초상이라고 예고하였으나 대상이 된 이정희 아티스트 얼굴을 정면과 측면이 혼합된 모습으로 해체하여 그려내는 과정, 거기다 '참 쉽죠?'라고 말하는 듯한 미소와 포즈까지 그녀의 모든 상이 혼연일체가 되어 자신의 예술적 건재를 드러냈다고 할 만한 저 순간이 촬영자가 인내한 결과로 오롯이 포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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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사실주의와 해체주의 기법의 혼합으로 그려진 이정희의 초상,

캔버스에 유화, G. H. Park 作.


이로써 평단은 박 아티스트가 시대착오적인 해체주의를 일관되게 고집하는 모습으로 오히려 모호해진 시대상을 표현해내는 그 역설적 깊이와 함께 자신의 숙적을 해체시켜 바라보는 눈의 예리함, 끝내 해체 작품을 완성시키고야 마는 집요함 등을 모두 갖춘, 시대의 거장이 탄생하였다는 평을 이구동성으로 내고 있다. 


다시 한 번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쉽지 않은 경험임을 대중 모두가 상기하여야 하겠다. 



감정가 - 

이 작품을 완성하느라 매달려 있는 동안 받은, 2년 가까이의 월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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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 @ddanzipu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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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그룹 마켓팀원. 편집부 일도 하고 왔다갔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