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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31. 수요일

햄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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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일기 #1 - 10번 타자]

[잉여일기 #2 - 아이돌 이야기]

[잉여일기 #3 - 그녀들과 나와의 함수관계]

[잉여일기 #4 - 덕후맨]

[잉여일기 #5 - 제목을 디벼보자]

[잉여일기 #6 - 알폰소를 알고 있소?]

[잉여일기 #7 - 전자오락과 아빠와 나]

[잉여일기 #8 - 진짜, 혹은 가짜 사나이]

[잉여일기 #9 - 건들지 마라]

[잉여일기 #10 - 빌리 엘리어트 전지적 가카 시점으로 보기]

[잉여일기 #11 - 겨울왕국을 디벼보다]

[잉여일기 #12 - 레오의 기묘한 모험]

[잉여일기 #13 - 오렌지 캬라멜이라고 들어는 봤수?]

[잉여일기 #14 - 어벤져스2 시나리오 긴급 입수]

[잉여일기 #15 - 오, 로빈, 나의 윌리엄스]

[잉여일기 #16 - 당신의 덕질은 안녕하십니까?]

[잉여일기 #17 - 김장해 다들!]

[잉여일기 #18 - 먼 훗날 언젠가 그대에게]







 

대 결산이라는 제목에 속지 마시라. 그런 거 업따. 그저 또 한 편의 잉여일기일 뿐... 본인도 몇 년 전까지는 남들에게 영화 좀 보고 다닌다고 나름 자부할 정도로 영화 많이 보고 다녔는데, 잉여 주제에 딴에 인생이 복잡하고 피곤하다 보니 영화 보는 일도 마냥 즐겁지만은 않더라. 특히나 올해처럼 사람 슬프고 진 빠지게 하는 일 많은 시기에는 더욱 말이다.


그래도 2014년 개봉작 중 본 것들을 꼽아 보니 초라하고 궁색하지만 나름대로 결산이라는 걸 할 정도는 봤더라. 대부분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긴 하지만... 10편을 꼽을까 하다가 2014년인데 기분이다 싶어 14편 꼽아봤다. 순위까지 매기려니 머리 복잡해서 대략 개봉 순서대로 늘어놓는다. 아울러 별점은 딱히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본인 취향에 얼마나 부합했는지를 나타낸다고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그럼 이바구 한 번 털어보겠다.





로보캅.jpg


1. 로보캅

 

개봉일 : 213

전국 누적 관객 수 : 979,509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 치고는 의외로 만족스러웠던 영화. 폴 버호벤의 80년대 버전만큼은 아무래도 무리지만 킬링 타임 영화로서 그런대로 역할을 해냈다.


주인공 머피가 로보캅이 되면서 기억을 잃고 가족과 빠이빠이 했던 구 시리즈와 달리 불의의 사고로 로보캅이 되었음에도 가족을 어떻게든 유지하려는 차이점이 흥미로웠다. 12세 관람가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충격적인 장면이 있는데, 직접 확인하시길.


단점은 액션의 비중이 좀 약했다는 점. 액션 영화인데 액션이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건 치명적 오류에 가까우니... 만일 속편이 나온다면 꼭 보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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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레고 무비

 

개봉일 : 26

전국 누적 관객 수 : 236,129

 


역시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였던 수작. 평범한 주인공이 어느 날 세계의 운명을 책임질 영웅으로 거듭난다는 <매트릭스>스러운 전개에 슈퍼맨, 배트맨을 비롯한 DC 히어로 캐릭터들과 닌자 거북이 등을 활용한 각종 패러디로 시종일관 빠르고 코믹하게 밀어붙인다.


이야기 막판의 충격적 반전(?)<레고 무비>의 하이라이트인데, 아마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레고 갖고 놀기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마음 짠한 감동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레고라는 소재로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 중 이보다 창의적이긴 쉽지 않을 것이다.


어릴 적 레고를 갖고 놀았든 놀지 못했든 지금은 어느새 나이가 들어 부모가 되셨을 딴지스 여러분, 자녀분들과 함께 <레고 무비>를 보며 가족애를 더욱 돈독히 하고 레고도 구입해 함께 조립하며 자녀의 창의력을 키워주시라... 하지만 여러분의 텅 빈 잔고는 본인이 책임지지 않겠다.

 


★★★★







노아.jpg


3. 노아

 

개봉 : 320

전국 누적 관객 수 : 2,026,576

 


<블랙 스완>의 대런 아로노프스키가 성경의 내용을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부터 심상치 않으리란 생각은 했지만, <노아>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예상을 빗겨가는 영화였다.


그 거대한 방주를 노아의 가족들은 어떻게 만들 수 있었을까?’ , ‘그 많은 동물들을 어떻게 암수 짝을 지어 방주에 태울 수 있었을까?’와 같은 현실적인 의문점들에 대해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구태의연하게 설명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판타지적인 상상력을 보탬으로써 거꾸로 이야기에 설득력을 획득했다. 더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어서 생략.


특히 노아라는 인물에 대한 감독의 해석이 돋보인다. 성서 속 이야기와는 달리, 불완전한 한 명의 인간으로서 신의 뜻에 대해 갈등하는 노아의 모습을 영화의 주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비중 있게 다루었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선 일부 개신교 신자들이 성경에 대한 모독이라며 영화 관람을 거부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러셀 크로우, 엠마 왓슨, 로건 레먼 등 화려한 캐스팅과 상반기 경쟁작이 딱히 없었던 개봉시기의 힘을 받아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리고 하반기에는 또 하나의 성서 원작 영화 <엑소더스>가 개봉하지만...(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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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

 

개봉일 : 326

전국 누적 관객 수 : 3,962,812

 


<퍼스트 어벤져>의 속편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에서 마블은 조 루소와 안소니 루소, 형제 감독에게 연출을 맡겼다. 낯선 이름이지만 국내에선 <못말리는 패밀리>로 소개된 미드 <Arrested Development>2004년 에미상을 수상한, TV쪽에선 잔뼈가 굵은 능력자들이다. 알 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들의 최근 작품인 드라마 <커뮤니티>가 워낙 다양한 장르를 종횡무진 하는 독특한 성격의 시리즈였기 때문에, 마블에서도 이 점을 높이 사서 그들을 기용한 게 아닌가 싶다.


루소 형제는 이 영화를 <007>시리즈 또는 <본 아이덴티티>시리즈와 같은 첩보물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게끔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아이언맨이나 헐크 등 다른 히어로에 비해 화려하지 않은 능력과 몸을 많이 쓰는 액션을 해야 하는 캡틴 아메리카라는 캐릭터를 가장 잘 살릴 수 있었던 연출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작과 달리 <어벤져스>와 연결 지으려는 떡밥 때문에 이야기가 번잡해지지도 않았다는 점이 가장 좋다. 윈터 솔져, 팔콘, 샤론 카터 등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 또한 앞으로의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든다.


마블 역시 그들의 연출력과 흥행에 매우 흡족했는지, 3편이 되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의 연출도 그들에게 맡긴 데다 <어벤져스 3>까지 맡길 거란 얘기마저 돌고 있다. 과연 그들은 코언 형제처럼 전설적인 형제 감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







엑스맨.jpg


5.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개봉일 : 522

전국 누적 관객 수 : 4,313,446

 


많은 이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브라이언 싱어가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킥 애스>의 매튜 본이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의 메가폰을 잡아 젊은 배우들로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해냈다면, 돌아온 싱어는 자신이 시작했던 구 시리즈와 <퍼스트 클래스>를 씨줄과 날줄을 엮듯 잘 정리했다는 느낌이다.


특히나 개봉 이후 화제가 되었던 신 캐릭터 퀵 실버의 능력이 발휘되는 장면은 백미. 브라이언 싱어가 <엑스맨>시리즈의 감독이어야 할 이유를 제시하는 멋진 연출이었다. 지금도 관객들은 매튜 본이 낫냐 싱어가 낫냐논쟁을 벌이기도 하는데, 본인은 첫 <엑스맨> 영화 때부터 시리즈를 아껴온 팬으로서 싱어의 편을 더 들어주고 싶다.


영화의 분위기가 좀 더 밝고 활기차면 어떻겠냐는 의견도 있고 이해되지만, 이미 마블에서 그런 톤의 시리즈를 많이 만들어주고 있기에 <엑스맨><엑스맨>대로의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편이 좋겠다. 매튜 본의 연출력 또한 아까우니 활발한 스핀오프 제작으로 마블에 대항하는 건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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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녀

 

개봉일 : 522

전국 누적 관객 수 : 350,589

 


<존 말코비치 되기>를 본 이후로 본인이 늘 신뢰해 마지않는 감독 중 한 명인 스파이크 존즈가 로봇도 아니고 무려 음성만이 존재하는 OS(컴퓨터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만들었다.


슬픈 눈빛으로는 아마 할리우드 톱 10 안에 들고도 남을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OS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 테오도르 역할을 맡고 스칼렛 요한슨이 그를 매혹시킨 OS 사만다 역할을 맡아 목소리마저 매혹적인 배우라는 것을 새삼스레 증명했다. 그밖에도 루니 마라, 에이미 아담스 등


다소 상투적으로 얘기하자면 현대인의 고독<그녀>의 주제라 할 수 있겠는데, 다소 황당하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소재를 배우들의 진중한 연기와 스파이크 존즈의 섬세한 연출로 충분히 공감될 만한 이야기로 완성해냈다. , 사실 이미 2D 캐릭터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적잖이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마당에, 언젠가 인간이 OS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더라도 마냥 황당한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사만다 같은 OS 하나 깔고 싶다. 졸라 편할 것 같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가 테오도르가 왠지 <빅뱅 이론>의 레너드처럼 보였던 것은 나만의 착각인가.

 


★★★★







엣지오브투모로우.jpg


7. 엣지 오브 투모로우

 

개봉일 : 64

전국 누적 관객 수 : 4,697,112

 


50이 넘은 나이에도 톰 크루즈 형님은 액션의 최전선에서 바쁘게 뛰고 계신다. 아직까지는 그게 딱히 식상하지 않다는 게 참 대단하다. 나만 그런가? <본 아이덴티티><점퍼>를 만들었던 더그 라이만이 연출한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새로울 건 없지만 킬링 타임 블록버스터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한 작품이다.


전투를 하다 사망하면 이전 지점으로 끊임없이 돌아가 적을 공략할 방법을 연구하게 되는 주인공의 입장이 영락없는 게임 캐릭터의 운명이라는 점에서 비디오 게임을 많이 연상하게 되는 영화였다. 장교가 이등병으로 강등 당해 외계인과의 끝없는 전투를 반복한다는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국내의 군필 관람객들에게는 마냥 즐길 수만은 없는 블록버스터였다는 후일담도 전해 들려오는 듯하다...


아무튼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일본의 라이트노벨이 원작이라는 점도 신선한 요소다. 물론 국적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소재였기에 매끄럽게 각색이 가능했겠지만, 할리우드도 점차 다양한 분야에서 소재를 찾는다는 점에서 언젠가 우리나라의 웹툰도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되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국뽕 맞은 기대를 살짝 걸어본다.

 


★★★☆







트랜스포머.jpg


8.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

 

개봉일 : 625

전국 누적 관객 수 : 5,295,935

 


아무래도 사라진 시대앞에 주어가 빠진 게 분명하다. 마이클 베이는 재미가 사라진 시대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주연 배우들이 교체됐을 뿐, 가장 중요한 감독이 그대로니 그 밥에 그 나물일 수밖에.


1편부터 반복되는 불만은 마이클 베이가 정작 영화의 주인공인 트랜스포머들을 각자 개성을 갖춘 하나의 캐릭터로서 다루지 않고, 그냥 그때그때 필요하면 죽여서 퇴장 시키고 필요하면 새 로봇을 등장시켜 머릿수만 채우는 소모품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나마 옵티머스 프라임과 범블비는 계속해서 등장시키고 있지만, 이번 편에 와선 그 둘의 성격마저도 과연 전편의 그 프라임과 범블비가 맞나 싶을 정도로 딴판이라 이것들이 과연 우리 편이 맞는 건지 웬 우주에서 날아온 깡패새끼들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가뜩이나 별 내용도 없는데 러닝 타임은 또 왜 갈수록 길어지는지, 도무지 두 시간 40분이라는 시간을 쓸 필요가 있는 영화인지도 의문스럽다. 오히려 속도감 있게 두 시간 내외에서 영화를 끊는다면 상영회차도 늘어나고 흥행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지만, 뭐 어쨌든 흥행은 잘 됐으니 할 말은 없다.


마이클 베이가 계속 연출을 맡는 건 어쩔 수 없다 치고, 기왕 잘 팔리는 시리즈가 된 거 여러 감독들을 기용해서 스핀 오프라도 다양하게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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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개봉일 : 710

전국 누적 관객 수 : 4,002,539

 


유인원 판 <다크나이트>는 없었다. 전작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을 워낙 흥미롭게 보았기에 속편도 기대를 했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영화가 후편에 대한 연결고리를 너무 의식했는지, 많이 심심한 결과물이 나와 버렸다.


전반적으로 바이러스가 퍼져 몰락해가는 인간 측과 점점 세력을 굳혀가는 시저와 유인원들 두 진영의 대비를 그리고 있는데, 인간 진영의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전편에서 시저와 제임스 프랑코가 연기한 윌의 만남과 교감, 헤어짐이 이야기의 가장 큰 축이었다면, 이번에도 역시 시저와 인간 말콤의 우정이 중요한 요소인데, 전작에 비해 딱히 새롭거나 다를 게 없었다는 점이 마이너스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편으로 이어지는 교두보 역할은 충실히 하고 있는 작품인 만큼, 본격적인 유인원과 인간의 전쟁이 벌어질 다음 편이 기대된다.

 


★★★







가디언즈.jpg


10.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개봉일 : 731

전국 누적 관객 수 : 1,311,232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생소한 작품이고, 장르적 성격 또한 <아이언 맨>이나 <스파이더맨>같은 히어로 영화보단 <스타워즈><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사이 그 어디쯤 있는 것 같은 느낌의 영화라 그다지 많은 관객에게 어필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하반기 극장가를 휩쓴 <명량>과 개봉시기가 겹치는 바람에... 지못미.


하지만 그냥 묻혀버리기에 꽤 재밌는 영화였다. 무엇보다 다른 마블 히어로들과 달리 잠시라도 진지해지는 걸 견디지 못하는 것 같은 캐릭터들의 끝없는 개그 본능이 우주를 배경으로 한 모험 활극과 맞아 떨어졌고, 다소 엉성한 이야기지만 크게 개의치 않고 영화를 보는 내내 즐길 수 있었다. 마블 영화지만 기존 마블 시리즈와는 확연히 다른 톤을 가졌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역시 그 중에 백미는 브래들리 쿠퍼가 목소리를 맡은 로켓 라쿤과 시종일관 아이 엠 그루트!”를 외치던 그루트의 만담 콤비. 하루라도 빨리 이 캐릭터들이 기존 어벤져스 멤버들과 만나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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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닌자터틀

 

개봉일 : 828

전국 누적 관객 수 : 400,363

 


여기에 언급될 만한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 많으시리라. 영화가 딱히 좋아서도 나빠서도 아니고, 9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냈고 만화영화 <닌자 거북이>를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거북이들의 귀환이 반가워서 꼽았다. 제작을 맡은 마이클 베이가 닌자 거북이들의 배경 설정을 외계인으로 바꾸겠다고 공언했을 땐 수많은 팬들이 분노를 표출했다. 그 때문이었는지 결국 돌연변이라는 설정은 지켜냈지만, <트랜스포머>에 이어 마이클 베이가 프랜차이즈를 대하는 태도를 잘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사건이었다.


연출을 맡은 조나단 리브스만의 전작은 <타이탄의 분노><월드 인베이젼>. 잘 빠진 영화가 나오리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접어두었다. 그런데 기대감이 전혀 없었던 탓일까, 막상 영화를 보는데 딱히 단점을 꼬집고 싶지 않더라. 물론 영화는 단점 투성이었다. 이야기는 엉성하고 유머는 유치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어릴 적 내가 좋아했던 <닌자 거북이>시리즈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고 나니 어린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새롭게 닌자 거북이의 팬이 된다면, 그걸로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속편이 나온다면 모든 면에서 좀 더 다져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때에는 거북이들 성형수술 좀 해서 콧구멍 크기를 조금만 줄여줬으면 좋겠다.

 


★★☆







나를찾아줘.jpg


12. 나를 찾아줘

 

개봉일 : 1023

전국 누적 관객 수 : 1,764,104

 


전작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 기대를 너무 했던 탓인지 조금 심심해서 걱정을 살짝 했지만, 데이빗 핀처가 그리 호락호락한 감독이 아니었다. 길리언 플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나를 찾아줘>, 본 잉여는 감히 올해 최고의 영화로 꼽겠다.

 

결혼 5년차 부부의 결혼기념일. 갑작스럽게 아내가 사라지고, 남편이 그녀 살인범으로 의심 받게 되며 사건은 벌어진다. 허나 아내가 실종되기 전 남겨놓은 단서들을 남편이 서서히 추적해가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밝혀지는 충격적인...역시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겉보기엔 단순한 막장 스릴러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나를 찾아줘>는 그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히치콕 스릴러의 현대적 진화라는 느낌도 들었고, 데이빗 핀처가 점점 더 거장이 되어가고 있다는 확신을 받은 작품이다. <나를 찾아줘>라는 번안 제목이 원제인 <Gone Girl>에 비해 어울리지 않는다는 얘기도 많이 나오지만, 원작 소설을 읽고 나니 꽤 수긍이 가더라. 어쩌면 이 이야기는 두 부부가 서로에 대해 애절하게 보내는 편지 같기도 하다. ‘제발 진짜 나를 찾아달라.

 

혹시 주변의 친구나 부모님, 친척 어른들이 원치도 않는 결혼을 자꾸 권유하거나 강요할 때, 이 영화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카드로 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래도요?”

 


★★★★☆







보이후드.jpg


13. 보이 후드

 

개봉일 : 1023

전국 누적 관객 수 : 185,743

 


모든 걸 차치하고, 정말이지 감독의 노력과 끈기만큼은 박수를 보내야 하지 않겠나. 12년 동안 같은 배우들을 데리고 그들의 성장과 노화를 기록했다는 게, 또한 단순 기록이 아닌 하나의 이야기를 가진 극영화로 완성시켰다는 점에서 어쨌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 자체가 굉장히 신선한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오히려 평범하기까지 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배우들의 성장과 변화가 관객들의 눈에 더 선명하게 새겨질 수 있지 않았을까. 소품에서부터 연출, 그리고 음악까지 이 영화의 세세한 요소들을 캐치하려면 아마 두세 번 이상은 반복 관람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언젠가 내게도 아이가 생긴다면 그 아이의 삶을 꼼꼼하게 사진으로, 또는 동영상으로 기록하여 훗날 선물로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그런 영화였다.

 


★★★★







인터스텔라.jpg


14. 인터스텔라

 

개봉일 : 116

전국 누적 관객 수 : 10,064,644

 


역시 올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 <인터스텔라>를 빼놓을 수 없다. <배트맨 비긴즈><프레스티지>때까지만 해도 좀 잘 나가는 젊은 감독이란 느낌이었는데, 10년도 안 되는 사이에 어느새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감독 중 한 명이 되어버렸다. 국내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하나의 브랜드처럼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감독으로 등극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느새 천만 관객을 돌파한 <인터스텔라>는 국내에서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가 크게 히트한 전력이 별로 없었다는 점을 생각하더라도 굉장히 눈에 띄는 사례다. 작년에 크게 화제가 됐었던 <그래비티>만 하더라도 320만 명을 넘긴 정도였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크게 화제가 된 만큼 기존 놀란 영화들에 비해 논쟁도 거세고 단점도 많이 지적됐는데, 개인적으로는 놀란 감독이 스스로 약점이라 생각하는 드라마적인 측면을 극복하기 위해 조금은 억지를 쓰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이공계적 부분과 인문계적 부분이 충돌하는 느낌이랄까. 이름값이 높아지고 흥행 감독이 될수록 그가 맡는 영화의 규모가 커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그가 이야기의 스케일을 불리기보다는 <메멘토><인썸니아>, <프레스티지>처럼 조밀한 구조의 영화들을 계속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렇게 본인이 올해 관람한 영화 중 14편을 골라 잉여잉여하게 끄적거려 보았다. 어쩌다 보니 한국영화는 한 편도 안 끼어있다. 솔직히 본 게 몇 편 없지만 때가 되면 다 보게 되겠거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여기 쓴 영화들만 본 건 아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자유의 언덕>, <인사이드 르윈>, <고질라> 등 그래도 나름 꽤 봤다. 그냥 딱히 쓸 말이 생각 안 나서 빠졌다고 생각해주시라. ‘OOO은 없죠? 인정 못함이라 하지 마시고 정말 좋은 영화가 있다면 댓글로 추천해주시라. 리뷰 불패 게시판도 있으니 여러분의 베스트 목록을 만들어 공유해주셔도 좋겠다. 그럼 다들 남은 연말 잘 보내고 새해 맞이할 준비 잘 하시길 바란다.








햄촤

트위터 : @hamchwa


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