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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1. 13. 화요일

해외불패 올드뉴비






편집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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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프랑스라는 이름의 파라다이스 13: 누가 쿠아시를 <샤를리 엡도>테러범으로 만들었나






어제 이런 글이 올라왔지. 나도 프랑스 사는 입장에서 저분 글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가끔 태클 걸고 싶다가도 귀찮아서 그냥 넘어갔었어. 근데 이번 건 좀 아닌 거 같아서 로그인했어. 

나는 이곳에서 산 지 좀 오래됐어. 어렸을 때 저 글에 나오는 방리유에 살기도 했고 사회 보조금도 받아 보았고 내 주위에 그런 친구들도 많았어. 얼마 전까지 실업보조금도 받아 보았고. 그러니 금수저 갑부 유학생 따위, 요크셔테리어 주인 처맞는 소리 할 분은 지금 백스페이스 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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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연 내가 아랍계라서 혹은 동양인이라서 차별을 받는 것인가? 

사실 프랑스는 차별이 꽤 있는 편이기는 해. 특히 파리 주변은. 일단 일상생활의 영역을 한번 들여다보자고. 파리에서의 차별은 아랍계든 동양계든 가리지 않아. 종족을 불문하고 여자는 나름 우대해주지만 말이야. 그런데 그건 반대로 얘기하면 네가 아랍계 혹은 동양계라서 차별받는 게 아니라는 거야. 백인은 차별 안 하느냐고? 덜 하지만 안 하지는 않아. 벨기에 사람들은 병신이고 독일 애들은 고지식하고 재미없고, 포르투칼 애들은 가난하고 시끄럽고 털 많아. 폴란드 애들은 술집에서 일하러 오거나 배관공을 하러 온 애들이고. 농담이 아니야. 파리 사람들은 네가 파리지앵이냐 아니냐에 따라 차별을 하는 거야. 그러니까 니가 파리 출신이 아니면 일단 무시를 당하게 되어있는 거지. 아, 이건 물론 식당이나 클럽 가서 돈으로 대우받는 거야 세상 어디든지 가능하니까 그런 걸 제외하고.

더 진지하게 이야기하자면, 역사적으로 프랑스는 중앙집권적인 나라였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파리가 있었어. 모든 제도와 행정 또한 파리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그것은 지금도 여전해. 그러니 모든 게 파리중심인 거야. 방리유의 차별은 일단 거기에서부터 시작되는 거지. 기본적으로 방리유는 파리 사람들에게는 "지방"인 거야. 촌동네. 물론 방리유라고 다 같진 않지. 방리유가 다 게토인 것 같이 쓰여 있지만 파리 남쪽 서쪽의 방리유는 부자동네야. 파리에서 거주하던 사람들이 마당 있는 넓은 집을 원해서 나오기 시작한 것이 그 동네이니까. 마찬가지로 17구라고 성급하게 못사는 동네 축에 넣으면 안 돼. 기본적으로 파리 북쪽의 특징은 서울 북쪽과 같아. 동네따라 차이가 팍팍 나거든. 성북동과 삼청동 같은 곳들이 있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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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경향신문)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프랑스는 엘리트 중심주의 국가라고. 대학위의 고등교육기관인 그랑제콜 출신들과 비즈니스 스쿨 중심의 체계가 꽉 잡고 있는 나라인데 무료에 가까운 교육을 받은 대학생은 거기에 밀리니 기본적으로 자리가 적은 거야. 딱히 이민자라서가 아니라. 이민자에 외국이라서 차별하는 케이스가 없다고는 말 못 해. 그런데 기본적으로 차별을 당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 있어. 바로 언어. 동양인이든 이민자든 외국인이든 불어를 똑바로 발음하고 명료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면 기본적으로 차별받아. 이민 2, 3세대 아랍 애들이 프랑스어 똑바로 쓰고 발음하는 것을 만나는 것은 차이나타운으로 유명한 파리 시내 13구에서 프랑스어 똑바로 하는 이민 1세대를 만나는 것만큼 힘들어. 반대로 제대로 사는 이민 세대들은 바른 프랑스어를 구사하거나 적어도 티를 내지 않아. 사투리 심한 사람은 나라가 같아도 면접에서 좋은 점수 받기 힘든 법이라고. 이걸 교육의 문제로 끌고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막상 그것도 그리 정확하지는 않아.

하지만 그전에 가장 중요한 점이 있어. 일종의 반전인데, 파리는 프랑스가 아니야. 파리가 어떻다고 해서 프랑스가 그런 것은 아니라는 거지. 오히려 프랑스인들이 그렇게 이야기하지. 즉 저 글은 매우 맞는 얘기지만 매우 틀린 얘기기도 해. 저 글은 파리와 파리 주변 방리유에서만 맞을 수 있어. 자 다시 그럼 교육으로 넘어가 보자. 


2. 사회의 지원이 이민세대에게 부족한가? 

여기에 대한 대답은 간단해. 본격적으로 프랑스 사회가 이민자들에게 박해진 것은 아직 채 10년이 되지 않았어. 내가 처음 프랑스에 왔었던 즉 90년대-아마도 그 테러리스트 형제의 형뻘쯤 되겠지?-의 랑스 이민자/외국인 지원 정책은 관대 그 자체였어. 외국인/이민자들은 기본적으로 사회 보조금이 나와서 집세를 보조해주었고 2명 이상의 자녀의 양육 및 교육에 필요한 자금지원은 물론 심지어 방학활동비까지 보조되었어. 원하면 시에서 무료로 실시하는 언어 학교에 갈 수 있었고, 동시에 문화원에서 무료나 실비로 요리강습부터 문화 강연까지 들을 수 있었어. 외국인/이민자들의 자녀들은 학교에서 별도로 선생을 붙여줘서 프랑스어를 기초부터 가르쳐 주었고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프랑스역사, 문화, 공화국의 가치에 대해 배우며 프랑스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어. 심지어 방학이 되면 애들 여름 캠프 보내는 비용이 나왔고 개학을 하면 문구류 구입비 및 체육복 지원이 나왔어. 애가 많으면 많을수록 지원금이 많아져서 미테랑 대통령 때는 아이가 5~7명인 집안은 부모가 노는 경우가 실제로 있었다고 해. 물론 애들이 성인이 되면 지원이 끊기니까 마냥 놀지는 못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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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
이 시기때 프랑스의 '복지욕구가 분출했다.'고 표현한다.


이러한 관대한 지원 정책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노동력확보 및 프랑스 엘리트 사회의 과거 식민지국에 대한 죄의식이 있었고, 두 번째는 영미권에 대응하는 친프랑스 해외 세력의 성장에 대한 투자라는 차원이 있었어. 전자는 이민자정책에 후자는 유학생 정책에 적용되는 부분이지.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프랑스의 이민자 정책, 특히 북아프리카권 이민자 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어. 그러니 프랑스 사회의 실패라고 보기에는 아마 프랑스가 억울해 할 거야. 실제로 90년대에는 이슬람이 크게 문제 되지 않았었고 딱히 변하지도 않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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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이민자 분포(2011년 기준)


3. 그럼 무엇이 문제였을까? 

90년대 중후반 우리가 생각하는 것의 반대 현상이 일어났어. 이슬람 인구가 많아지니까 이슬람 계열이 강하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거야. 우리의 문화와 종교를 Respect 해 달라며. 당시는 아직 근본주의가 등장하기 전이었지만.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프랑스는 기본적으로 정교, 특히 교육과 종교를 엄격히 분리하는 국가야. 윗글에서 보듯이 프랑스는 비종교적임을 원칙으로 하는 국가인데 거기에다 대고 '당신들이 내 종교를 respect 해 줘야 하니 내 맘대로 하겠소.' 하면 그건 싸우자는 소리지. 그때부터 학교에 히잡을 쓰고 가네 마네 길에서 카펫을 깔고 기도를 하네 마네 소리가 나왔지.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도 한 사회에 소속되려면 그 사회의 기본 원리를 따라야 하는 거잖아. 프랑스의 원칙도 그거고. "너희가 프랑스인이 되겠다면 말리지 않겠음. 우리와 같은 가치를 공유한다면." 그건 거부하고 혜택은 받아가고 분쟁은 일으키니 그때부터 동시에 프랑스에서 극우파가 득세하기 시작했지. FN이라는 애들. 뭐 이건 참고 사항이고. 

본격적인 문제는 2008~2010년도 근방에 근본주의자들이 가져왔고 그걸 프랑스 지식인들이 키웠어. 전자는 타인에 대한 불관용을 전제로 한 자신들에 대한 관용만을 요구하기 시작했어. '나는 기도해야 하고 여자들은 히잡을 씌워야겠으니 니들이 참아라. 이건 우리 고유문화다.'라고. 상식적으로 힌두교 애들이 한국에서 소 데려다 놓고 길 한가운데에 주저앉혀 놓고 '우리소 신성하니 건들지 마세요.' 그럼 한국에서 '네. 그러세요.' 그럴까? 근데 프랑스는 그랬다고. '우리 예배당에 자리가 없어서 길에서 기도 좀 해야겠소.' 하고 카펫 깔면, "헌법에 문화와 종교의 자유가 있어서 차별하면 안 됨." 이러고 경찰은 "임시로 봐주겠음" 이러고 보호도 해줬어. 그리고 이제는 배려가 권리가 되었어. 알제리 이민자들은 프랑스 국대 경기에서 알제리 국기를 흔들고 프랑스 국가를 휘파람으로 불러제끼며 나는 프랑스 인이지만 알제리인이라고 얘기를 해. 그리고 이게 당연하게 되어 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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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아니 그것과 테러가 무슨 상관이 있나? 

여기서 상관관계는 소속감이야. 이민자 2세대는 소속감을 느끼는 집단이 두 개가 돼 버렸어. 프랑스 사회와 자신 주위의 사회. 여기서 윗글 쓴이는 소외감과 애정과 관심의 부재를 보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보아. 이번 사건에서 사살당한 두 번째 경찰 아메드, 그도 무슬림이었고 방리유 출신이었어. ZEP, 학교 우선 순위, 교육비 지원 등 프랑스 사회에서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방리유 출신들에게 쏟아지는 지원은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야. 즉, 이건 프랑스 사회 탓이 아니라는 거야. 


6. 근본주의자들의 커뮤니케이션과 침투성의 효율성 

가장 무서운 건 이거야. 우리가 사회가 그들을 내몰았다고 이야기 하기 전에 살펴봐야 할 것은 이거야. 

사회 취약계층에 사회복지보다 먼저 접근해서 선입견을 심어주고 롤모델처럼 등장해서 목적에 맞게 길들여 가는 것. (어! 어서 많이 보던 건데 이거??? 탑골 공원이라든지 보라매 공원이라든지) 인터넷과 네트워크를 통해 점조직으로 연결되고 결국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배신자가 되기 싫어 전쟁터로 떠나게 되는지. 흑인들이 게토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백인인척한다는 비난 때문이라는 말을 어딘가 무서운 나라의 대통령이 한 적이 있어.

어린 이민자 2세들에게 그러한 굴레를 씌우고 조종한 자들, 그들이 테러범을 만든 거야. 사회가 아니라.

우리도 얼마 전에 보았지. 실패한 테러범의 탄생을. 그런 거야. 테러범이라는 건. 사회 탓을 하기 전에 누가 마리오네트의 줄을 잡아당기고 있는지 봐. 우리 사회도 그렇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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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나타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