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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1. 26. 월요일

독투불패







편집부 주


아래 글은 해외불패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마빡에 실린 박근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총평 기사를 읽으면서 기사거리가 될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이 말을 못하나 싶어 실소를 금치 못했었다. 마틴 루터 킹 Jr. 데이 다음날인 20일 화요일, 미국 동부 시간으로 저녁 9시 전국으로 생방송된 오바마 대통령의 연두교서(The State of the Union Address)를 듣고난 후, 패러디 기사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이 글은 물뚝심송님의 <신년 기자회견 총평: 말을 무척 못한다>의 포맷을 그대로 따르고, 부제목은 약간 변형시켜 사용하였음을 밝히는 바이다.(아이디어를 주신 물뚝심송님께 감사드린다)


미국 대통령 연두교서는 매해 1월이나 늦어도 2월 초, 상하의원과 행정부 각료, 사법부 대법관(Justice), 그리고 군 관계자를 모아놓고 하원에서 행해진다. 정부 관계자 외에 각계 각층의 사람들도 초대받아 자리를 메운다.



미국은 어떤 대통령을 가지고 있는가

 

미국 대통령은 담화(address) 발표를 자주 한다. 백악관에 기자들 모아놓고 기자회견(press conference)도 종종 연다. 대통령의 담화발표는 보통 15분에서 20분 정도 길이로 카메라 앞에서 대통령 혼자 말하는 거다. 스크립트 써주는 사람이 따로 있지만, 대통령 자신의 정치철학을 담고 있어 담화 발표는 항상 자연스럽다. 사람은 원래 자기 생각을 이야기할 때 편하고, 말도 술술 잘 나오는 법이다. 게다가 미국은 뉴스 프로그램 앵커도 그렇고, 담화발표 때 대통령도 그렇고, 텔레프롬터(teleprompter)에 뜨는 스크립트를 보면서 말하기에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요렇게 생긴거 영화같은 데서 아마 보셨을 거다.





 

이건 오바마 대통령을 뒤통수에서 잡은 화면으로 텔레비젼에 방송되는 화면에는 대통령 얼굴만 보이지 이 기계는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거 하나 구입하셔서 연습 많이 하시면 말하는 게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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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도 못한다. -편집부 주

 


국민 앞에 나와 말하는 걸 좋아한다

 

작년 11월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다수당 자리를 내주자, 그달 말 이민개혁(immigration reform)에 대한 대통령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을 발효하는 담화를 발표하였다.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국회를 통한 이민개혁이 사실상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12월에는 쿠바와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그간의 물밑 과정이 결실을 맺어 쿠바에 5년 가까이 억류되어 있던 미국인 사업가 앨런 그로스(Alan Gross) 20년 넘게 쿠바 감옥에 갖혀있던 미국 스파이를 미국 연방감옥에 갖혀있던 쿠바 테러리스트 3명과 맞바꾸고, 미국-쿠바간 무역관계를 확대하며, 하바나에 다시 미국 영사관을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담화를 발표하였다.

 

영화 <디 인터뷰(The Interview)>의 크리스마스 개봉을 앞두고 소니 픽쳐스가 테러리스트 그룹의 협박으로 개봉을 취소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바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처럼 미국 대통령은 담화 발표라든지 기자회견을 시시때때로 한다. 지난 두달 11, 12월 통틀어 담화 발표 두 번, 기자회견 한 번. 말하는 게 전혀 부담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아니, 부담스럽다기 보다는 오히려 국민 앞에 나와 말하는 걸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말을 무척 잘한다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후보였던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Barack Obama)와 공화당의 미트 롬니(Mitt Romney) 간에 모두 3번의 토론회가 있었다. 나는 그 중 2번의 토론회를 시청하였는데, 한 시간 삼십 분 동안 시간가는 줄 몰랐다. 이건 스크립트도 없이 진행되기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고, 순간순간 자신의 지식을 활용해 재빨리 대응을 해야 한다. 총만 없을 뿐이지 빈틈이 보이면 바로 공격하고, 공격 당하는 양상이 딱 서부극이었다. 사회자가 질문을 던지면 후보 둘이 번갈아가며 대답하는데 상대방을 공격하면, 공격 받은 후보는 자신을 디펜스하는 그런 양식이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건, 외국에 아웃소싱하지 않고 미국 국내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롬니의 정책안에 대해 오바마 후보는 롬니가 중국이나 제 3세계 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다량 소유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여 볼 때 국내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주장이 신빙성이 없어보인다고 공격하였던 거다. 당시 롬니 후보는 표정이 확 바뀌면서 '당신 리타이어먼트(은퇴) 플랜만 봐도 중국에 투자하고 있는 펀드 하나쯤은 있을 거'라고 씁쓸하게 대꾸하던 게 생생하다. 미국 정치인들은 대부분 다 말을 잘한다. 한국 정치인 대부분이 말을 잘 못하는 것과 비교하여 볼 때, 참 대조적이다.

 


짜고치는 연두교서

 

미국 대통령 연두교서는 보통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먼저, 대통령이 의회 안으로 입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5분에서 20분 정도 걸린다. 문열고 들어와서 단상 앞으로 가기까지 상하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여자 의원들과는 볼에 키스한다. 아래 비디오는 2013년 연두교서를 전하려 국회로 입장하는 오바마의 모습이다.



이러고 들어가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대통령이 단상에 오르기까지 객석의 사람들은 줄곧 박수를 친다. 매년 이러기에 이젠 따로 연습을 하지 않겠지만, 짜고치는 고스톱이라 아니할 수 없다.


 

마침내, 단상에 오른 대통령이 상원을 주관하는 부통령과 하원을 대표하는 국회의장(다수당에서 나오기에 현재는 공화당 의원인 존 베이너)과 인사를 나누고 연설에 들어간다. 입장하는 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으니 말하는 건 얼마나 될까? 믿기 어렵겠지만, 연설만 장장 한 시간이다. 신기하게도 연설 도중 박수를 쳐야할 부분엔 앞에서 누가 사인이라도 보내듯 박수소리가 일제히 들린다. 물론, 대부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고 공화당 의원들 표정을 보면 심드렁하다. 연두교서를 국회에서 전하기 이전에 스크립트가 백악관을 통해서 언론과 정치인들에게 미리 배포되었기 때문이다. , 의원은 그날 처음 듣는 연설이 아니라 언제 어디에 박수칠만한 내용이 나오는지 이미 다 알고 있기에 짜고치는 고스톱의 전형이라 볼 수 있겠다.

 

연설 끝나고 퇴장하는 데도 들어올 때랑 비슷하게 걸린다. 이때는 자신이 들고 온 대통령 사진에 사인해달라는 사람도 가끔 보인다. 들어올 때랑 달리 나갈 때는 연설을 이미 끝냈기에 시간 여유가 조금 더 있나보다. 신기한 건 매년 똑같이 하고, 연설 내용도 미리 알기에 재미없을 수도 있는 이 행사를 매년 한 편의 완벽한 쇼 이벤트로 만들어낸다.


 

한 말 지키기

 

올해 오바마 연두교서의 핵심은 퇴임을 2년 남겨놓은 시점에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병 그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부터 시작된 경제 위기로 인하여 야기되었던 인고의 6년이란 세월을 마침내 끝나고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선언하는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캠페인 때부터 미군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철수, 그리고 경제 회복을 약속했었다. 한때 180,000명에 달하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주둔은 현재 15,000명 수준으로 떨어졌고, 2016년에는 완전히 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은 꾸준한 경제 성장을 보이는 가운데 적자 폭은 감소되고, 산업은 부흥하고, 에너지 산업은 활성화되고 있다.

 


통계와 증거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공화당은 미국의 경제상태가 4년 전에 비해 나아진 게 전혀 없다는 주장을 펼치며 오바마를 공격했었다. 불과 2년 후, 대통령의 경제 회복 선언에 대한 공화당의 반응은 묵묵부답이었다. 통계와 수치가 받쳐주는 선언이니 아니라고 부정할 만한 건덕지가 없어서이다. 현재 미국은 1999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 실업률은 미국의 경제 위기 이전 수준보다 오히려 낮은 실정이다. 국민의료보험 제도(일명 오바마케어)도 실행되어 국민의 의료보험 가입 수준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이날 초대받은 일반인 중에 레베카 얼러(Rebekah Erler)라는 여성이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와 부통령 부인인 질 바이덴 중간에 앉아 있었다. 바로 이 여성분.


 

이 여성은 아이 둘은 둔 엄마인데, 7년 전 남편인 벤과 결혼한 직후 찾아온 경제위기 때문에 남편은 해고되어 트럭 운전수로 일하게 되었고, 웨이츄레스로 일하던 자신은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더 나은 직장을 찾기 위해 준비하게 된다. 이제 벤은 다시 건설 업종에 일자리를 찾게 되어 전국을 떠돌지 않고 가족과 함께 하게 되었고, 레베카도 사무직종에서 일하게 되었다. 오바마는 연두교서에서 이 여성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미국 경제가 회복되었다는 증거로 사용하였다.


 

Recognition 그리고 결단력

 

미국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이렇게 개인의 사례를 언급하는 것이 특이한 경우는 아니다. 뿐만 아니라, 연설 도중 간간이 그 자리에 참석한 일반인을 언급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작년 연두교서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여하였다가 얼굴 한 쪽과 팔 하나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힘겨운 재활과정을 거친 상이군인을 초청하여 연설 도중 그의 영웅적인 행위를 치하하였고, 그 상이군인은 좌중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게 되었다. 이는 마치,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연설하는데 세월호 유족들을 초대하여 앉혀놓고 이미 책임자들은 법의 심판에 따라 처벌을 받고 있으니 어린 자녀를 잃어버린 아픈 마음이 이것으로 풀릴리야 없겠지만, 대통령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유족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려는 시도를 하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대통령이라면 적어도 그렇게 해야 할지 않을까?

 

이렇게 사람 마음 어루만지는 오바마도 국민의료보험법을 무효화(repeal)시키려는 공화당의 움직임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일침을 가하였다. 또한, 쿠바와의 외교관계 정상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공화당은 쿠바를 상대로 추가적 경제제재 조치를 결의한다면 그것 역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분명히 밝히었다. 현재 공화당은 상하 양원을 장악하고 있기에 의회 결의를 통해 국민의료보험법을 무효화시킬 수 있고, 쿠바에 대한 경제제재도 얼마든지 가할 수 있는 입장이다.

 


희망을 준다

 

2015년 연두교서를 전하는 오마바의 태도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넘쳤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주둔 병력을 부시 대통령 시절의 1/10 수준으로 감축시켰고, 2016년 완전 철수를 앞두고 있다. 미국 경제 역시 경제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였다. 현재 미국 증시는 역사상 최고 호황기를 누리고 있고,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내리 하락곡선을 그리던 주택시장도 많이 회복된 상태다. 하지만, 오바마는 여기서 그치는게 아니라 일하는 중산층 부부가 어린이 보육(childcare)에 필요한 금액을 보조하기 위해 어린이 한 명 당 추가로 3천 불의 세금 감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번돈이 다 보육비로 나가게 해서는 안되기에 연방정부가 보조해주겠다는 의미이다. 또한, 상위 1%에 대한 세금 증액, 법정 최저 임금제 상승, 남녀 임금 평등화 등도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히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지금 당장 일하기 시작하자고 촉구하면서 연두교서를 마쳤다.









독투불패


편집 : 딴지일보 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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