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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1. 23. 금요일

과학불패 hangds






편집부 주


아래 글은 과학불패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딴지일보는 삼진아웃 제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 바,

독투불패(독자투고 게시판 및 딴지스 커뮤니티)에 쓴 필자의 글이

3번 마빡에 올라가면 필진으로 자동 등록됩니다.





Homing 님의 이공계 대학 교수되기 연작 기사를 읽고 

감명을 받아 쓰게 되었다. 

이 글을 보고 재미난 공부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학우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관련 기사


이공계 대학 교수되기 1 : 한국 VS 미국

이공계 대학 교수되기 2 : 초기 서류심사에서 면접까지


지난 기사


[이공계 대학원생 되기 1 : 대학원이란 뭘 하는 곳인가]






실험실을 선택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 뭘 하는가


안녕들하십니까? 이 전 기사에 대한 죽돌님의 환영사에 매우 기뻤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대학원생이 되기 위해서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한 딴지일보 글이 있는지 먼저 확인을 못 한 점이 마음에 걸려 확인해 보았더니, 독투불패에 다음과 같은 글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입학 할 실험실을 어떻게 고를 것인가 (1)


입학 할 실험실을 어떻게 고를 것인가 (2)


위 글에는 그림이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어느 정도 꼭 필요한 내용도 있는 만큼, 관심 있으신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본인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조금은 존재하지만, 그것은 너무도 주관적인 경험의 영역이라 언급은 하지 않겠다. 전체적으로는 좋은 글이다). 이미 저러한 글이 있다고 해도, 남자가 칼을 들면 두부라도 썰어야 하는 법. 절친한 친구 중에는 초등학교를 입학한 이상 박사를 따야 한다며 공부를 계속 하고 있는 상남자도 있는 만큼 이야기를 계속 진행해 보겠다.


7.png


그렇다면, 실험실에서는 무슨 일을 하는 걸까. 우리는 무엇을 배우게 되는 것일까.


한마디로 '연구' 를 하고, '연구'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러면 연구란 무엇인가? 가장 기본인 단어의 정의로 돌아가자면, 다음과 같다.


연구.jpg


대학원은 연구를 하는 곳이다. 최소한 연구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우는 곳이다. 주변에 이공계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 중에, 연구라는 것과 지금까지 해 온, 초-중-고-대학교까지 해 온 공부라는 것을 혼동 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혼동하고 대학원에 들어오면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나는 어디인가.png

여긴 어디인가…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즉, 연구와 지금까지 해 온 공부는 상당히 다르다. 착각하여, 수업과 책상머리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 이외의 일에 대해서 모두 잡일이라고, 혹은 교수님 심부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전 기사의 댓글 중에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는 한 딴지스의 글에서 그 전형을 발견하였다. (만약 자신이 전형으로 판별되어 기분이 나쁘시다면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전형이십니다.)


댓글.jpg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대학원에 들어와서 해야만 하는 연구와 지금까지 초-중-고-대학교까지 한 공부랑은 엄연히 다르다. 이전까지의 ‘공부’는 교과서라는 것을 통해서 했다. 최소한 교과서가 아니라도 어떤 책이나 교안으로 했기 마련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당신이 배웠던 것은 많은 사람에 의해서 ‘그것은 가르칠 만큼은 공인이 된 것’ 이라는 것을 말한다. 또한 ‘가르칠 만큼 많은 사람이 이미 알고 있는 것’ 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jpg


하지만, 연구는 공인된 것을 배우는 것과는 다르다. 즉, 뭐가 맞는지 뭐가 틀렸는지, 아무도 모른다. 직접 해보고 결과를 얻어서 분석해 보지 않는 이상은 알 수가 없다. 즉, 요약하자면 실험실에서 대학원생이 하는 일의 최종 목표는 이게 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이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다. (물론 이미 교과서에 있는 내용에 대한 실험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소한 다른 접근법을 쓰든지, 다른 해석을 하든지 무언가 새로운 것이 있어야만 한다. 남들이 한 것을 똑같이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수업을 듣기 위해서, 대학원에 오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옳지않아.png


그런 의미에서 지도교수는 나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니라, 나와 같이 연구하는 사람이다. 지도교수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한다. 다만, 내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올바른 방법들을 택하고 있는지, 더 나은 가설은 무엇인지, 좀더 명확한 해석 방법이 어떤 것인지, 혹은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에 대해 나보다 경험이 더 풍부한 조력자일 뿐이다.


그래서 실험실을 택하기 전에 알아 두어야 할 것 첫번째는.


실험실에서는 공부가 아닌 연구를 하며, 지도교수는 조력자이다.


더 간단히 요약하자면,


혼자서도 잘해요.jpg


"니 공부는 니가 알아서 만들어서 해." 로 줄일 수 있겠다.


그러면 대학원에 가면 내 공부 내가 알아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나오게 된다. 답은 아니다.


왜 아니냐고?


간단하게 말하자면, 대학원생으로 입학한 처음에는,


방법을 모른다.jpg

????????


방법을 모른다.


모르는 게 당연한 것이다. 배우러 왔으니까. 대학원에 입학한 것은, 연구하는 방법을 배우러 온 것이 된다. 그래서 대학원 학위가 석사와 박사로 나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고리타분한 사전으로 돌아가보자.


석사.jpg


박사.jpg


석사는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필요한 방법에 대한 수업을 다 들었다는 이야기다), 논문이 통과된 사람에게 수여하는 학위(논문 한번 써 봤단다)다.


박사는 전문 학술 분야에서(전문적이어야 한단다) 연구가 깊고(논문 꽤나 썼다는 소리다)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수여되는 학위다.


내 생각은 그렇다. 석사 학위든, 박사 학위든, 누가 주는 것이고 자격증이다. 그러한 자격을 갖추었는지 갖추지 않았는지 보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겨우 저 자격증에 버리는 것은 안타깝지 아니한가? 나중에 박사를 따고 나서 해야 할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연구'라고 생각한다.


하고싶은 연구.jpg


오늘은 실험실을 선택하기 전에 실험실에서 뭘 하는지에 대해서 얕게 알아보았다. 다음 기사에서는 깊게 다룰 예정이다. 오늘 기사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대학원에 있는 실험실은, 


니 공부 니가 알아서 하기 위해서 배우러 가는 곳이다.


그럼 다음 시간에 또 만나자.





과학불패 hangds


편집 : 딴지일보 너클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