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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1. 30. 금요일

파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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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은 흡연자다. 20년이 훨씬 넘게 담배를 피웠고 한창때는 하루에 말보로 레드 3갑을 핀 적도 있다. 지금은 한 갑을 채 넘지 않지만, 여하튼 오랜 애연가인 건 분명하고 아직 금연할 생각도 별로 없다. 허나 지금껏 소위 '흡연권'을 옹호하는 발언은 한 번도 해 본 적 없다. 그러기는커녕 10여 년 전 삼촌 중 한 분이 가족 행사에서 흡연의 권리를 주장할 때 적극적으로 반대하기도 했었다. 당연하다. 비흡연자 옆에서 담배를 뻑뻑 피움으로써 강제로 연기를 맡도록 하는 것은 폭력에 가까운 것이지 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담배 연기를 원하지 않는 비흡연자가 주변에 있다면 자제해야 하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고, 남의 불편과 건강을 담보로 흡연의 자유를 논하는 건 언어도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흡연권에 대해 좀 이야기를 해야겠다. 그동안 우원의 생각이 변한 걸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일단 방금 이야기한 부분에 대한 생각은 지금도 다를 바 없다. 우원은 모든 금연 표시와 법을 철저하게 지킨다. 금연구역에서 숨어서 담배를 피우거나 화장실에서 슬쩍 피는 일도 없었고, 바깥에서도 사람들 왕래가 잦은 곳을 적극적으로 피하고, 담배 연기도 벽이나 하늘을 향해 내뿜는데 신경을 많이 쓴다.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는 금연 표식이 없어도 담배를 피우지 않으며 사정상 외부 숙소에서 숙박하는 경우도 금연인지 아닌지 꼭 물어본다. 비흡연자 일행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마디로 아무 데서나 담배필 권한이라는 의미에서의 흡연권에는 여전히 찬성하지 않는다는 말씀이다.


허나 그 의미가 아니라 그냥 '담배를 피울 권리'만으로의 흡연권에 관해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런 흡연권은 당연히 옹호할 수밖에 없다. 합법적으로 판매되는 것을 정당한 대가와 많은 세금을 내며 구입하는 행위에는 당연히 그것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며, 이건 헌법에 의해 규정된 기본권과 연관된 부분이기 때문이다. 담배가 흡연자의 건강에 나쁘거나 폐암을 유발하는 등의 문제는 이와는 전혀 별개다. 역시 중독과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술을 비롯해 폭식과 과식을 통해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는 일반 '음식'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건강 문제는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본인에게 달린 일일 뿐이며 법이나 사회, 남의 눈이 간여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제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담배를 거의 피울 수 없는 곳이 되어 가고 있다. 우원은 이 점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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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이런 식으로들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이 포스터에서 강조되어 있듯이

아이나 비흡연자가 함께 있는 곳에서의 흡연은

굳이 강제되지 않더라도 피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 나머지 상황은?

 

 

일단 새로 바뀐 실내 흡연 관련 법규부터 보자.

 


[국민건강증진법 제 9조의 4항 제 24호]

 

[식품위생법]에 따른 식품접객업 휴게음식점영업소, 일반음식점영업소 및 제과점 영업소의 소유자,점유자 또는 대리자는 해당시설의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여야 하며 이 경우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와 흡연자를 위한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으며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와 흡연실을 설치하는 기준 방법에 따라야 한다.



이렇듯 2015년부터 개정 시행되는 국민건강증진법에 의해 모든 음식점이 금연으로 바뀌었다. 작년까지 허용되던 100제곱미터 이하의 작은 카페나 식당에서의 흡연도 완전히 불가능하다. 여기저기 이런 공간들을 꽤 찾아놓고 다니면서 편하게 담배를 피웠던 우원 입장에서 이제 그럴 수 없다는 점이 아쉽고, 같은 이유로 이 조치에 불만을 가진 흡연자들도 있다. 하지만 우원은 여기까진 별 반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작은 공간이라고 해서 비흡연자가 없는 건 아닐 테니 말이다. 문제는 그래서 흡연자들을 위해서는 어떤 배려가 이뤄지고 있느냐는 거다. 아래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별표 2에 규정한 흡연실 설치 방법과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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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에 따르면 이제부터 모든 실내 흡연실은 '완전히 차단되어 밀폐'되어야 하고 환기시설을 갖춰야 한단다. 그런데 일단 완전한 밀폐가 어느 정도 수위인지 알기 어렵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것만으로도 이미 밀폐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허나 진짜 문제는 위 4항에 의한, 영업에 사용되는 시설 또는 설비 관련이다. 저 규정을 적용해 이제 흡연실에는 테이블은 물론 의자도 없고 심지어 음료를 가지고 들어가지도 못하게 한다. 따라서 손님들은 가지고 온 것들이나 마시고 있는 것을 전부 자리에 놔둔 채 담배만 들고 들어가서 서서 피고 나와야 한다. 이게 가게 입장에서는 '영업행위'를 안 하는 거겠지만, 흡연자 손님으로서는 성가실 뿐 아니라 탁자에 놔두고 온 물건들의 도난의 위험까지도 걱정해야 하는 일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우원은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격리에는 찬성한다. 하지만 기존의 커피전문점 등의 흡연실을 통해서도 격리는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특히 앉을 자리조차 치우고 음료 컵도 못 갖고 들어가게 하는 건 격리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다. 이는 단지 흡연자들의 권리와 편리를 제약하는 것 외에 다른 의미가 없으며 장애인이나 노인 등에게는 상당히 힘겨운 일이기도 하다. 게다가 위 법령을 잘 보면 설치해서는 안되는 거로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개인용 컴퓨터'와 '탁자'다. 의자를 놓으면 안된다는 말도, 마시던 음료를 들고 들어가선 안된다는 규정도 명시돼 있지 않다. 카페에서의 영업행위는 자리를 잡고 앉아서 차를 마시고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걸 텐데, 처음부터 탁자도 없는 곳에 들어와서 계속 죽치고 있다가 나갈 카페 손님이란 없다. 따라서 흡연실에 잠깐 앉아서 커피 홀짝거리며 담배 피우는 건 개별적인 영업행위가 아닌 거다. 따라서 이렇게 적시돼 있지도 않은 조건들을 임의로 확대 적용해 시민의 불편을 강제할 상식적, 합리적, 법적 근거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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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방해되지 않는 한 흡연자도 편안하게 담배를 피울 권리가 있다.

공항이나 기차역 등 지나가는 장소에서라면 사람도 많으니 이래도 상관없다.

하지만 카페에서 굳이 앉을 자리도 주면 안된다는 건 대체 무엇을 위한 거냐.

 

 

같은 맥락에서, 모든 사람이 흡연에 동의하고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왜 만들 수 없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며칠 전 CBS 라디오의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는 인천 부평구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사람이 나와 인터뷰를 했다. 그에 따르면 금연 전면 시행 후 곱창집 매출이 30%나 줄었다는 건데, 업종에 따라 흡연자가 주로 찾는 음식점이 있는 만큼 전면 금지하면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모두 불만스럽다는 거다. 따라서 업주의 입장에 따라 흡연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리가 필요하다는 것. 이걸 위해서 헌법 소원도 제기할 생각이라고 하는데, 우원은 그의 논리에서 크게 잘못된 점을 찾기 어렵다. (전체 인터뷰 링크)


정리하자면 이렇다. 흡연자의 개인 건강 관련 부분은 기본적으로 각자가 결정할 사항이고 정부나 사회가 권고는 할망정 강요할 사안은 아니다. 담뱃갑에 강력한 경고 문구를 부착하거나 환자의 사진을 넣거나, 나아가 담뱃값을 올리는 등의 조치가 바로 이런 것에 해당한다. 문구나 사진을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게 찝찝하다면 그때야말로 덜 피우거나 끊으면 그만이다. 사실 우원은 개인적으로 그런 건 얼마든지 과격하게 넣어도 무방하다고 보고, 심지어 올해 시행된 담뱃값 인상도 한꺼번에 올린 거로는 과하지만, 국제적인 기준에서 크게 잘못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아 물론 부자증세나 법인세를 줄인 부분을 담뱃세로 충당하려 든다거나 전임 가카가 탕진한 돈을 서민들 세금으로 메꾸려 드는 모양새 등은 아주 안 좋지만, 그건 세금 관련 논의에서 다룰 문제고 우리나라의 담배가격 자체는 그동안 많이 쌌던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그럼 이제 간접흡연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부분인데, 이건 앞에서 지적했듯이 상식선에서의 격리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얼마든지 합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지금은 금연 문제가 절대성을 띄면서 일종의 이데올로기가 되어 있다. 단 한 줌의 담배 냄새도 존재해선 안되고 담배를 피울 사람은 주변에 실질적인 피해가 없음에도 앉지조차 못하고, 또 흡연자들끼리 모여서 담배를 피우는 공간도 존재할 수 없다면 이건 비흡연자 보호를 위한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규제의 선을 넘어서는, 사실상 도그마적 금기가 되어 버리는 거다. 다들 알다시피 담배는 불법 약물이 아니다. 불법이기는커녕 지금은 민영화됐지만, 오랫동안 정부에서 만들어서 팔아 왔을 뿐 아니라 현재도 엄청난 세금을 부과하는, 아주 합법적인 형태로 소비되는 공산품이다. 그런데도 흡연자들은 점점 범법자에 가까운 상태로 내몰리면서 항변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왔다. 그래서 이제 곱창집 주인 말 대로 헌법에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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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공간

나의 선택

흡연 가능합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흡연은 선택이다.

 

 

정부는 흡연자를 포함한 국민의 건강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한편으로 세수 확보를 위해서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일정 비율을 유지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정부 입장에서도 모든 사람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란 말이다. 그런 이율배반적인 태도 하에서 고통받는 것은 결국 그 유지되는 비율을 만들어내는 흡연자들이다. 많은 세금을 내면서 국가 재정에 기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범법자에 가깝도록 천대받는 것이 단지 담배라는 건강상 좋지 않은 물질을 소비한다고 해서 정당화되는 건 곤란하다. 흡연자도 국민이고 납세자이기 때문에 국가는 그에 합당한 권익을 보호하고 서비스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사실 담배 연기를 맡는 것과 관련해서 사람들의 예민함도 좀 지나친 감이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 담배를 꺼내 피고 그 연기가 주변에 모두 퍼진다면 분명 간접흡연의 폐해를 지적할 일이다. 하지만 길 한구석에서, 지나다니는 행인들과의 거리가 몇 미터씩 되는 곳에 홀로 서서 잠시 담배를 피우는 것에까지 눈을 찌푸리는 일부 사람들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들이 맡을지 모를 약간의 담배 냄새와 연기는 이미 공기 속에서 희석된 상태고, 흡입 시간을 다 따져본들 몇 초 되지도 않는다. 장담하건대 이때 담배로 인해 받는 건강상의 피해는 전무에 가깝다. 더욱이 길거리 자동차의 매연,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 소지하는 물건들에서 흘러나오는 각종 화학물질, 조금 전 먹은 음식과 음료 속의 나쁜 성분, 고깃집 숯불 등등 생활 속에서 매 순간 비교도 할 수 없을 만치 많은 독성의 폭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보자면 따지는 게 무의미할 정도다. 그럼에도 사실상 아무런 해도 주지 않는 상태에서조차 담배를 거대한 사회악이자 죽음의 재처럼 과장되게 여기고 터부시하는 건 도를 넘는 과민반응이자 사회적 알레르기에 가까운 것이다. 이건 심리적으로 그리 건강한 상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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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 관계로 일본에 다녀왔다. 일본의 담뱃값도 우리나 별다를 바 없이 비싸고, 전 세계적인  금연 흐름에서 비켜나 있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와는 다르게 적어도 담배를 '필 수는' 있는 사회다. 예컨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거리나 지하철역 주변에는 위와 같이 흡연 구역이 만들어져 있다. 이런 것이 한국에도 생긴다면 우원은 두말할 것 없이 저기 걸어가는 수고 정도는 할 거다. 비흡연자는 원한다면 저기서 조금 떨어져 가면 되고, 흡연자도 더는 범법자같이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다. 반면 우리나라는 밖에서 담배 피우고 나면 꽁초를 버릴 곳조차 없다. 그런 것을 다 치워 놓는다고 담배를 안 피우는 것도 아니고, 결국 하수구에 꽁초가 쌓이는 모순적인 상황만 이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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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비엔나의 길거리 재떨이.

담배꽁초만 쏙 들어갈 구멍이 있기 때문에

집의 쓰레기를 갖고와서 투기할 우려도 없다.
 

 

사실 일본은 실내에 흡연이 가능한 곳도 여전히 많다. 카페는 물론이고 식당의 경우도 담배 피울 수 있는 곳들이 꽤 있고, 그중 상당수는 격리된 흡연실조차 없이 그냥 자리에서 흡연이 허용돼서 놀라울 정도였다. 나라와 지역에 따라서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유럽에도 그런 곳들은 많다. 우원은 이런 것에까지 찬성할 생각은 없다. 비흡연자에게 방해되는 것은 그 자체로 싫고  스스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여러 번 말하지만, 흡연자는 격리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합리적으로, 인간적인 방법으로 격리되고 싶다는 거다. 커피 한잔 들지 못하고 테이블에 놔두고 온 가방을 누가 집어가지 않나 바라보며 서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흡연 장소임을 드러내고 합의한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지 못할 이유 없다. 이런 것은 명백히 부당한 처사다.

 

인상된 담뱃세로 올 한해 확보된 세수만 기획재정부 추산 2조 8천억 원, 국회예산정책처 추산으로는 자그마치 5조 450억 원이다. 그 돈 다 누가 내고 있나.

 







<파토의 쿡찍어 푸욱>은 


시급한 현안에서부터 해묵은 숙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치, 사회 관련 문제를 다루는 코너임다.


과학 잡설 <호모 사이언티피쿠스>와 교대하면서 격주로 연재되니


 많은 사랑 주시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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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나타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