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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2. 04. 수요일

trexx





 





1. 시장 지배자, 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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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애플 키노트에 잡스 위에 등장한 빌게이츠, 잡스 스스로 최악의 연출이라 평했다.

하지만 당시 MS 위상을 너무도 잘 묘사한 장면.


1990년대 후반 MS는 OS와 웹 브라우저 전쟁에서 승리해 IT계의 절대군주가 되었다. 지구상 어느기업도 이렇게 빨리 성공한 경우는 없었다. 8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시애틀에 위치한 작은 기업이 1999년말 시가총액이 약 6,189억 달러의 공룡기업이 될지 MS 자신을 포함하여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MS는 Intel과 함께 Windows와 Office로 가정용 뿐만 아니라 기업용 컴퓨터 시장을 독점적으로 장악하였고, 어느 누구도 그 아성에 도전할 수 없었다. '컴퓨터=윈텔'이라는 공식이 완성되었고 MS와 인텔의 미래는 장미빛 그 자체였다.

 

1999년 당시 애플은 가정용 컴퓨터 시장에서 iMac, iBook으로 소소한 히트작을 만들었지만 미국과 일본 이외 시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애플 내부적으로 차세대 OS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지만, 아무리 완성된 OS인 NeXTStep을 1997년에 인수했다 해도 기존의 Mac OS와 호환되게 만드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기존 OS와 호환되는 신 개념 OS인 OS X이 나오려면 2000년까지 기다려야 했다.)

 

잡스는 윈텔 세상에서 애플이 Mac으로만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전문가 사이에서 NeXTSTeP이 몇 년은 앞선 OS라 인정받았고, 돌아온 잡스는 그 자신이 ‘현실왜곡의 장’으로 유명했지만 MS 천국인 현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윈텔 카르텔이 워낙 견고하여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았다. 돌아온 잡스는 맥으로는 애플이 회생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았고 1997년 MS로부터 맥용 Office와 인터넷 익스플로어 개발 약속과 투자를 받게 된다. (하드웨어 또한 2005년 컴퓨터 CPU의 절대 강자인 인텔 CPU로 전향한다.)

 

이런 불모의 환경 하에 애플이, 아니 잡스가 선택한 카드가 ‘디지털 컨텐츠’였다. 일반 사용자들을 위한 컨텐츠 생산기기이자 중개자 역할을 맥이 담당하고 카메라, 음악재생기 등으로 컨텐츠를 양산, 소비를 담당하는 다른 기기들이 맥과 연결되는 개념을 만들었다. 바로 디지털 세계에서 컨텐츠 생산과 소비를 ‘애플’이 담당하게 된다면 기존과는 다른 판을 짤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2001년 1월 잡스는 ‘디지털 허브’ 전략을 세상에 선보인다.


애플은 ‘디지털허브' 전략의 일환으로 iTunes를 발표하였고 거의 같은 시기에 MS는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전략을 발표한다. 디지털 허브 전략에는 맥은 중계자 역할을 하였지만 모든 기기에 MAC OS를 이식하는 개념은 아니었다.(당시 그럴 역량도 없었다. 물론 2007년 iPhone으로 OS 이식은 성공한다.) 애플과 달리 MS는 절대 군주였기에 위대한 플랫폼 Windows를 자신이 관계된 모든 기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마음 먹는다. (이 망령은 윈도우즈 10이 발표된 현재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2. MS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전략, 거실 정복의 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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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Home) 정복은 MS(빌)가 꿈꾸는 비전이었다.


1977년 가정용 컴퓨터는 Apple II를 시작으로 TV는 출력장치로 이용하여 확산될 수 있었다. 하지만 컴퓨터는 컴퓨터 일뿐 컴퓨터 전용 모니터로 화면 출력장치가 장착되자 컴퓨터는 TV와 완전히 독립된 기기가 되었고 현재까지 TV는 가정에서 거실을 장악하고 있다.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성공적으로 결합한 스마트폰을 모델삼아 TV에 적용, 컴퓨터를 TV 안에 넣은 ‘스마트 TV’를 여러 테크 회사에서 시도하고 있지만 TV 고유 기능인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나와있는 스마트 TV는 거실 쇼파에 앉거나 누워서 TV를 응시하며 리모컨으로 조작 하기 쉽지 않다. 컴퓨터는 개인이 컨텐츠를 즐길 수 있지만 분명히 컨텐츠를 생산하는 기기고 TV는 주로 집안 거실에서 컨텐츠를 소비하는 기기이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과 리모컨을 조작하는 것의 심리적, 물리적 간격은 너무 멀다. 컴퓨터는 태생 자체가 컨텐츠 ‘생산’에 최적화 되어있기 때문이다.

 

2001년 절대군주 MS는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을 발표하면서 원대한 목표로 삼았던 것이 TV 정복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2001년 당시 어느 테크 기업도 TV를 접수하지 못했었다. 닌텐도, 세가 및 소니가 TV를 이용한 콘솔 게임기로 나름 선전하고 있었지만 TV의 패러다임을 바꾼 제품이 아닌 TV를 출력 장치로 이용한 게임기였다. 게임기가 TV와 연결된 지점 또한 게임 그 자체가 컨텐츠 소비였기 때문이었다. 게임콘솔엔 생산을 위한 입력장치인 키보드가 불필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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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NBC는 24시간 케이블 뉴스 채널이다.


MS의 TV에 대한 열망은 1996년 GE 방송부문과 공동설립한 케이블 뉴스채널 MSNBC로 상당 시간 투자를 해왔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2001년 ‘디지털 라이프스타일’를 천명하여 TV를 장악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시도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닌텐도와 소니가 장악하고 있는 콘솔 게임시장이었다. MS가 PC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건 컴퓨터 게임도 한 몫했기 때문이다. Windows PC에서 나왔던 수많은 게임 타이틀을 TV에 연결된 게임콜솔로 이식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였다. 이 전략은 나름 주효하여 Xbox 발표 후 14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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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rosoft TV 부문에서 만든 셋톱박스 규격 UltimateTV


또한 2000년 10월 인터넷이 연결된, 녹화가 가능한 TV 셋톱박스 얼티메이트 TV(Ultimate TV)를 발표했다. 이는 현재의 Smart TV의 원형에 가까운 제품이었다. 원대한 목표는 얼티메이트 TV와 모바일 OS인 Windows CE와 연계하여 작동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윈도우즈와 통합된 Windows Media Player를 활용하여 Windows에서 TV를 접수하기 위한 Windows Media Center를 발표한다.





3. 욕망의 소프트웨어 ‘미디어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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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는 미디어 센터로 TV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Windows Media Player)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함께 OS에 기본적으로 설치된 프로그램이었다. 추후 EU는 이 두 소프트웨어를 분리하여 XP를 출시하도록 명령했다. MS가 이 두 프로그램을 OS에 기본적으로 넣은 이유는 이 두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비전’을 설정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웹과 디지털 컨텐츠가 OS 플랫폼 보다 더 거대해질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배경하에 탄생한 플랫폼이 애플의 iTunes이고 MS의 Windows Media Center였던 것이다. 주요 기능은 아래와 같다.



(1) TV와 DVR(Digital Video Recor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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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센터는 TV 수신카드를 기본 구성으로 보았다.


Windows Media Center는 윈도우즈 XP 기본 프로그램으로 PC에서 TV를 겨냥한 제품이었다. PC에 달린 TV 수신카드를 별도의 소프트웨어 없이 Windows에서 제어하는 기능이 기본 기능이었다. TV 시청 뿐 아니라 녹화를 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조작 방법으로 키보드 뿐 아니라 리모컨도 지원했다. 미디어 센터의 핵심은 윈도우즈 안에서 TV를 간편히 시청하고 녹화하는 기존의 TV와 VTR 시장을 대체하는 것이다.

 

 

(2) 음악 기능


TV 뿐 아니라 오디오 입출력을 제어하여 기존의 테잎 등 아날로그 신호를 받아 디지털로 변환하는 기능도 들어 있었다. 미디어 플레이어와 연동되어 있어 컴퓨터에 들어있는 디지털 음악파일을 플레이리스트로 정리하여 재생할 수 있다. iTunes 처럼 강력한 라이브러리 개념은 없이 ‘내 음악’에 있는 음악 파일을 선택하여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었다.

 

 

(3) 장비 연결 등


iTunes와 마찬가지로 외부 휴대용 기기인 윈도우즈 CE와 연결이 가능하였다. 그 밖에 스트리밍 비디오, 라디오(TV 수신 카드), DVD, CD 재생 및 사진 보기 등을 지원했다.



즉, 현존하는 디지털 컨텐츠의 거의 모든 것을 다루는 소프트웨어가 Media Center였다. 그것도 윈도우즈라는 OS 안에서 말이다. MS가 미디어 센터에서 추구한 전략은 ‘모든 컨텐츠’의 재생 및 저장 아니, 그보다 더 원대한 디지털 컨텐츠 플랫폼이었다. 윈도우즈로 TV가 점령한 거실이라는 나와바리를 접수하려고 하였다. PC에 기본적으로 TV 카드가 장착되길 바랬고 사용자들이 PC로 TV를 시청 및 녹화하여 이용하길 바랬다.





4. 전략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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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센터는 2002년 Windows XP Media Center Edition에 정식 발표하고 2004년 XP 2005 Media Center에 Movie Maker, Extender 등 더 많은 기능을 쑤셔 넣기에 이른다. Vista와 Windows 7에서 Home Premium, Ultimate Edition(7에서는 Professional도 지원)에서 포함 되었지만 Windows 8에서는 Pro 버전에서 Media Center Pack을 별도로 구매해야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미디어 센터의 거실 정복의 원대한 꿈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윈도우즈 PC 사용자에게도 외면을 받게 된다. 디지털 파일을 재생하기 위해, TV를 녹화하기 위해 아니, 디지털 컨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미디어센터를 사용하는 이는 거의없다. 결국 MS는 Windows 8에서 기본기능에서 미디어센터를 빼버리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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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box One : all-in-one entertainment system

 


또한, MS 윈도우즈 셋톱박스인 얼티메이트 TV 실패로 PC 절대군주 MS의 거실 영향력 없음이 확인되었다. MS는 욕심을 버리지 못했는지 태생이 콘솔 게임기였던 XBox One를 "all-in-one entertainment system”(통합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으로 규정하여 셋톱박스 Apple TV와 구글 TV와도 경쟁하려고 한다. 모든 것을 하고 싶어하는 MS의 욕심이 게임에 보다 최적화된 소니의 PS4가 먼저 기선을 잡을 수 있도록 빌미를 제공한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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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에서 선보인 Front Row


애플도 2005년 아이팟의 성공으로 안정권에 들어오자 맥을 거실에 사용할 수 있게 ‘Front Row’ 기능과 애플 리모컨을 맥에 선보였다. 그리고 그 소프트웨어 UI를 2007년 Apple TV 1세대에 이식하여 내놓는다. 맥의 거실진입은 Apple TV에 맡기고 2011년 OS X Lion에서 빼버린다. 또한 iMac, Macbook, Mac Mini에 지원했던 리모컨도 점자 지원을 끊었다. 애플은 맥에서 Front Row, 소프트웨어는 애플 TV와 아이패드 등장으로 더이상 의미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애플은 기능이 중첩되거나 성공할 싹수가 안 보이면 버리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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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Center 현재 홈페이지





5. 결론: 모든 것을 원했지만 어느 것도 얻지 못한 ‘미디어 센터’


 

Your Digital Life. MS 꿈은 거대했지만 이중 PC를 제외하곤 MS가 성공한 상품은 Xbox 뿐이다


애플의 iTunes가 나올 당시 애플은 IT 세계의 변방이었다. iTunes는 기본적으로 애플이 만든 프로그램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디지털 음악 재생만 하는 가장 기초적인 소프트웨어였다. (tune이라는 이름부터 음악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하지만 ‘라이브러리’ 개념을 탐재함으로써 향후 애플이 10년을 이끌어 갈 수 있게 하는 기반을 조성했다. ‘라이브러리’와 ‘메타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컨텐츠 전략은 iTunes가 음원 스토어와 음악 외 다른 디지털 컨텐츠로 활로를 개척하는 데 절대적인 영향을 주었고 결국 ‘앱 스토어’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게 하였다. 음악 재생만 하는 작은 시작이 기능을 더하고 더하여 원대한 플랫폼을 완성한 것이다. 그리고 14년이 지난 지금 어느 기업도 iTunes 같은 플랫폼을 따라할 수 없게 만들었다.

 

MS는 Windows라는 독점적 지위를 활용하여 복합 다기능 디지털 컨텐츠 플랫폼을 미디어 센터로 시작하였다. 목표는 꽤나 원대하여 거실의 TV를 대체하려 했다.

 

2015년 현재 애플의 시가 총액은 6,830억 달러로 MS의 최전성기와 맞먹는다. 현재 MS의 시가총액은 3,380억 달러로 애플의 1/2수준도 못 미치고 있다. MS는 윈도우즈 하나로 (Windows Everywhere) 가정과 기업 환경의 모든 것을 원했지만 PC환경하에서 Windows와 Office의 독점적 지위를 행사하고 있다. 물론 이 상품들은 아직까지 매우 견고하고 앞으로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Windows Everywhere: MS는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MS는 미디어 센터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디지털 컨텐츠를 다루는 플랫폼에서는 약자였던 애플에게 모든 것을 넘겨주었다. 애플은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iTunes를 위대한 상품으로 만들었고 거기에 멈추지 않고 14년 동안 아이튠즈 플랫폼을 통하여 애플을 완성해 나갔다.


MS는 미디어 센터를 통하여 모든 것을 하고자 했지만 어느것도 얻지 못하게 되었고 게임을 제외한 디지털 컨텐츠 시장에서 변두리에 머물게 되었다.


다음시간에는 10년을 거슬러 올라가 1991년 MS와 애플간 디지털 컨텐츠 포맷 전쟁이 촉발되게 되는 QuickTime과 Video For Window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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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너클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