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Anyone 추천5 비추천0

2015. 02. 11. 수요일

Anyone






지난 기사


[맥주, 알고나 마시자 - IPA]

[맥주, 알고나 마시자 - 밀맥주]

[맥주, 알고나 마시자 - Trappist]

[알 필요 있으려나 - 대동강맥주]

[맥주, 알고나 마시자 - Pilsner]

[맥주, 알고나 마시자 - 한국 맥주 디벼보기]

[맥주, 알고나 마시자 - stout]

[맥주, 알고나 마시자 - Kölsch]

[맥주, 알고나 마시자 - 부엉이 맥주]

[맥주, 알고나 마시자 - 오비,그리고 소독약 냄새 맥주]

[맥주, 알고나 마시자 - 자연 발효 맥주]

[맥주, 알고나 마시자 - '더 프리미어 OB' 시음]







(RUM)

 

 




오늘은 럼에 대한 이야기를 할게. 우리가 럼주라고 부르는 그 술 말이지. 위스키나 와인을 위스키주나 와인주라고 부르지는 않으니까 럼주가 아니라 럼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럼은 카리브제도 국가들이 주산지인 술이야.


카리브제도 알지? 캐러비안. 용인자연농원 옆에 붙어먹은, 여름날 젊은 청춘들의 물놀이터 말고 캐러비안의 해적의 그 캐러비안캐러비안의 해적을 봤으면 기억날지도 모르겠어 캡틴 잭스패로우가 뭔지모를 술이 담긴 병을 요상한 손 모양을 한 채로 들고 실렁실렁 걸어가면서 홀짝 거리던 모습을. 맞아 그게 럼이야. 해적들의 술로도 불렸던 바로 그 술이지.


rum.jpg  


 


럼은 어째서 카리브제도 국가들이 주산지가 된 걸까?

 

먼 옛날. 은 아니고 생각보다 그리 오래되진 않은 16세기 어느 무렵감이 잘 안오시면 닥터 리(이승만) 도망가듯 선조가 도망치던 시절 정도를 떠올린다면 도움이 될까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같은 모어 콜로니!’를 외치던 세계정부깡패놈들은 옵저버 콜럼버스가 밝혀놓았다고 주장한 시야를 따라서 카리브제도로 향했지. 짙은 안개를 헤치고 달려서 풍부한 미네랄과 가스가 있지는 않지만 적당한 위치에 드랍쉽을 정박한 깡패놈들은 그곳을 자신의 멀티라 주장하며 원주민들을 수탈, 학살하는 기본적이고도 필수적인 과정을 거쳐.



 550px-Caribbean_general_map.png

카리브제도

서인도제도라고 부르는 것은 유럽 깡패놈들의 시선이니 자제함이 옳다 하겠다

 



광업과 농업을 포함해 이런저런 방법으로 식민지를 쥐어짜던 침략자놈에게 콜럼버스가 2차 원정 때 들여왔을 것이라 추정되는 사탕수수 재배는 가히 그들만의 신이 내려주셨다 생각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을 축복 그 자체였을 것이라 생각해. 적절한 기후 그리고 적절하면서도 싸게 부릴 수 있는 노동력을 어렵지 않게 공급할 수 있는 그곳은 설탕을 만들어내기에 김총수의 내복핏 만큼은 아니었겠지만 딱 들어맞았던 것이지. 그런 이유로 남아시아 태생의 사탕수수는 먼 여행을 떠나 카리브 어느 땅에 어마무시하게 많은 생산량을 자랑하는 식물로서 그 뿌리를 내리게 되었던 것이었던 것이야.


사탕수수와 설탕, 갈아넣은 노동력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하는데 이건 요제프k님이 쓰신 글에 잘 나와있으니 또 쓰는 건 불필요할 것 같고 그냥 이거 읽고 참고해주길 바라. 절대 게을러서 그러는 게 아냐. 알지?



sugar plantation machine.jpg


[역사]잊혀진 승리의 역사, 아이티 혁명 () - 콜럼버스에서 프랑스 혁명까지




럼 이야기 한다더니 왜 사탕수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냐고?


그건 럼을 만들기 위한 원료가 사탕수수 즙이기 때문이야. 당분을 효모와 혼인시켜 쎾쓰발효과정을 거치면 알콜이 태어난다는 건 알고 있을거야 모르면 뭐... 미안. 이 당분을 어디에서 가져오느냐에 따라 술의 종류가 결정되는 일이 많아. 몰트 위스키와 맥주의 경우는 맥아, 브랜디와 와인은 포도, 미드(mead-꿀술)의 경우는 꿀을 사용했을 경우에 그 종류로 인정받는 것처럼 럼은 사탕수수가 그 재료가 되는데, 수확한 사탕수수를 바로 집어넣는 것은 아니고 사탕수수 즙에서 설탕을 정제해내고 남은 당밀(molasses)에 물을 섞어 희석한 후 발효 과정을 거치고 증류시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럼의 생산 방식이야. 반드시 당밀을 써야하는 것은 아니어서 지금은 정제전의 사탕수수 즙을 이용해 만드는 럼도 있어. 물론 당밀보단 이쪽이 더 고급으로 취급받지.



Sugarcane.jpg molasses.JPG
사탕수수와 그 즙에서 설탕을 정제해내고 남은 당밀



17세기 초 카리브제도 바베이도스(Barbados) 섬에 증류기술을 가진 영국인들이 이주하였고 이 기술을 받은 노예들이 당밀을 이용해 럼을 만든 것이 기원일 것이라는 설이 유력해. 16세기 스페인 사람이 만들었다는 설도 있지만 중요한 건 아니니까 넘어가자. 중요한 건 유럽 깡패 놈들의 지배 하에서 태어난, ‘노예의 피와 눈물이 묻어나는 술이라는 점이겠지.


어쨌든 이렇게 태어난 럼은 곧 엄청난 수요를 만나. 본토와 식민지 사이에 존재하게 될 군함, 상선 그리고 해적의 선원들에게 필수품이 되어버린 것이야. 당시, 긴 항해에 있어 술은 물을 대신하는 아주 중요한 존재였어. 이 때의 유럽의 술이라면 맥주, 와인, 브랜디, 위스키 같은 것들인데 맥주, 와인은 발효주라 유통기한이 거치적거리고 브랜디, 위스키는 비싸서 문제였기에 럼의 등장은 훌륭한 대체재가 되었지. 본토와 식민지, 사탕수수와 럼, 노동력과 노예라는 요상한 연결고리가 공고히 되는데 중요한 원인이 된 것이야.


식민지 노예의 노동력을 기반으로 태어나고 생산된 럼. 그것의 유행은 더 많은 사탕수수를 필요로 하게 되었고 이는 더 많은 노예가 끌려오게 될 것임을 의미했어. 카리브해와 아프리카를 오가며 납치한 노예들을 가득 실어 날랐을 노예선의 선원들도 럼을 마셨을 걸 생각했을 때 그 부조리한 그림을 떠올리며 입안이 씁쓸해지는 건 나만의 느낌은 아니겠지. 경제발전을 위해 노동력을 저렴하게 갈아 넣어야 한다고, 대기업이 럼을 팔아야 니들이 먹고 살수 있다고, 성기가 탈착되도록 열심히 일하면 완생이 될 거라고 주장하는 어떤 분들은 바로 이것이 창조경제구나 하셨겠지만 말이지. 아닌가? ~ 최경환 경제부총리 같은 사람이 식민지 관리로 있었으면 노예들의 힘든 삶을 고려해 중노예라는 제도를 신설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통해 노예들의 삶이 상당히 나아졌을 텐데 안타깝다 그치?



지금의 카리브제도에는 식민관리도 없고 노예도 없지만 럼은 여전히 생산되고 있어 내가 마신 럼을 만든 이의 삶이 노예의 그것이 아니라는 건 참으로 다행인 일이야. 카리브뿐만이 아니라 동남아 일부국가를 포함해서 사탕수수가 재배되는 곳이라면 럼 또한 대부분 생산된다고 해. 위스키나 브랜디 상품들에 비해 유명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바카디나 론 자카파, 아바나클럽 같은 것은 한번쯤 들어봤을지도 모르겠다.


havana-club-anejo_.jpg

쿠바산 럼 - 아바나클럽의 화이트럼인 아바나클럽 아네호



럼은 그 특성에 따라 헤비럼, 다크럼, 화이트럼 등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고숙성 럼을 제외하고 보통의 럼을 기준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증류주인 브랜디나 위스키의 복잡미묘한 맛과 비교한다면 남성적이고 직선적인 맛을 보여주곤 해. 그런 특성 때문인지 일반 럼은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칵테일로 즐기는 게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실제로도 칵테일 베이스로 많이 쓰이는데 다이키리나 모히토, 쿠바 리브레 같은 것들은 꽤 유명하지(모히토는 많이 유명해져서 칵테일의 범주를 넘어 그냥 음료수 형태로도 많이 만들어지는 듯).



daiquiri_.jpg mojito-11_.jpg

좌-다이키리, 우-모히토



특히 다이키리나 모히토는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쿠바에 머물던 시기에 매우 좋아했던 것으로 유명해. 소설 <노인과 바다>의 배경이 되는 곳이 쿠바의 코히마르라는 곳임을 알게된다면 그가 사랑했던 럼 베이스 칵테일이 더 맛있게 느껴질거야.


어때? 술 한잔 나누며 사랑이 가득한 시간을 만들고 싶은 연인이 있다면 동네 바에서 럼 베이스 칵테일을 마시면서 헤밍웨이와 잭 스패로우, 그리고 사탕수수밭 노예들의 삶에 대해서 나불대보는 건



cuba-bodequitas-hemingway-sign.jpg

나의 모히토는 라 보데기타에서나의 다이키리는 엘 플로리다타에서-어니스트헤밍웨이


TIP. 바 마스터가 가까이 있는 곳에서 잘못된 구라로 나불대다간 밑천이 뽀록날 수 있으니 조심하자.







P.S

대한민국에 사탕수수는 안나지만 럼은 있다!


추억의 양주 캪틴큐가 바로 그것.


미성년자이던 시절 궁금증에 한번 사봤던 적이 있다. ‘어린놈의 시키가 벌써부터 술이나 처마시려고 하고 있네 내 조카였으면 뒤지게 패버릴테지만 오늘은 소중한 손님이니까 봐준다는 듯한 표정의 주인 아주머니를 뒤로 하고 구입했던 그것을 어두운 저녁 놀이터 한 구석에 앉아 천천히 한 모금... 또 한 모금. 그리고 이런 씨바를 외치며 집어던졌던 기억-나만 그런 기억 있는건 아니겠지?-이 새록새록 떠오르니 자다가 이불을 걷어찰 일이로다.



캪틴큐.jpg 

추억의 그맛 - 캡이 아니라 캪이다

 


사실 캪틴큐는 사탕수수나 당밀을 재료로 한게 아니기에 럼이 아니다. 위스키도 아니고 뭣도 아니다. 그냥 일반증류주이다그냥 주정-아마도 타피오카로 만들었을-에 럼향을 추가-색소도 추가한 것 같지만-한 것이다. 주정에 감미료 섞은 어떤 것과 참 닮았다.









Anyone


편집: 딴지일보 꾸물

Profile
데굴데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