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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2. 13. 금요일

cocoa







본인은 열흘 후 졸업을 하게 되는 대학생이다. 바꿔 말하면, 공식적인 백수로 거듭나기까지 10일 남았다. 후후. 지난 4년간 그 비싼 등록금 내가며 다닌 학교에서 대체 뭘 한 건지 아는 사람 있음 좀 알려주면 좋겠다. 뭐 그래도 졸업장은 받으니까... 졸업 시켜주는 게 어디냐.

 

그래도 떠나려니 허전한 주머니만큼 마음도 허전하다. 주변에서 흔히 말하는

 

학교 다닐 때가 좋은 거다.’

 

는 상투적인 말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왠지 코끝이 찡하네~ 머 글타고 다시 학교가 다니고 싶은 건 아니고. 여튼 떠나는 마당에 생전 없던 애교심을 발휘해서 학교이야기를 좀 해보려 한다.




1. 총장이 없다.

 

우리 학교에는 총장이 없다. 공석이다. 물론 처음부터 없던 건 아니고, 한참 전에 뽑긴 뽑았다. 교직원 투표 결과, 내가 무척이나 싫어하는 모 교수가 1순위로 당선되었다. 그런데 웬걸, 교육부에서 총장 후보자를 반려시켰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된다. 조심들 하시라. ? 아니 이게 아니고... 교육부에서 그 총장 후보는 부적합하다며 다른 후보를 재추천하라 했단다. 근데 왜 부적합한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교내에서는 뇌물이니 병역비리니 하는 근거 없는 소문만 떠돌았다.


본인도 후보자에게 개인적 문제가 있겠거니 생각하고 말았다. 그다지 신뢰 가는 사람도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총장은 당연히 2순위 후보자가 되겠다 싶었는데, 2순위도 거부당했단다. 사유는? 안 알려 준다. 그냥 걔는 안된단다. 안알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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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웹툰 '타임인조선'


알아 보니 우리 학교만이 아니었다. 최근 사유 없이 총장임용을 거부당한 국립대는 공주대, 경북대, 한국방송통신대, 한국체육대학교로 4곳이나 된다. 총장이 공석인 상태로 공주대는 9개월, 경북대 6개월, 방송통신대 3개월, 한체대는 무려 21개월이나 지났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개월씩 공석이다. 


이러면 총장 직무대행이 있다고 하더라도 학교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그건 개나 소나 닭이나 아는 거다. 대행은 무슨 일을 하건 추진력이 없기 마련이다. 무게감부터 대행과 총장은 다르니까. 대행은 아니지만, 역대급 물총리라 놀림 받는 정XX 총리가 겪고 있는 고난을 생각해보면 간단히 알 수 있다. 칼자루를 쥐고 있지 않은 사람은 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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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 여긴 어디

출처: <오마이뉴스>

 



2. 교육부와 황우여의 버티기

 

그렇담 대체 왜 총장을 승인해주지 않는 걸까?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전에, 국립대 총장 임명과정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1.대학교에서 후보자를 공모하여 1, 2순위 후보자를 선정하고교육부에 알린다.

2.교육부에서는 1, 2순위 후보자를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3.대통령이 적합한 후보자를 총장으로 임명한다.


간단하지? 그니까 지금 상황은 학교에서 후보자가 결정되었고(1번), 교육부에서 대통령에게 후보자를 재청해야 하는 단계(2번)이다. 근데 교육부에서 제청하지 않고 버티고 있으니 문제가 되는거다. 그냥 버티는 게 아니고 거의 땡깡을 부리는 수준이다. 논리도 근거도 없이 그저 안된다고 한다.


당연히 총장 후보자들은 반발한다. 장관급이라 하는 국립대 총장을 꿈꾸는 교수들인데 호락호락할 리가 있나. 공주대 총장후보자는 교육부를 상대로 자신의 임용제청을 거부한 것에 대해 행정소송을 냈다. 행정절차법 231항에 따르면 행정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당사자에게 제공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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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소송 결과는? 당연히 교육부의 패소. 재판부는

 

교육부가 임용 제청 거부 처분을 하면서 그 근거와 사유를 명시하지 않아 국가의 적법한 행정 절차를 위반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교육부에게 총장 임명을 거부한 이유를 밝히라고 했다. 당연한 결과다. 얼마 전에는 공주대에 이어 한체대 총장 후보자도 교육부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에서 이와 같은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교육부의 태도가 좀 이상하다. 항소를 하겠단다. 대법원까지 끌고가서 끝을 보겠다는 거다. 지들이 잘못하고서는 법리다툼으로 질질 끄는 게 이번 정권의 메뉴얼이긴 하지만, 이건 끌고 갈만한 껀덕지도 없다. 그저 시간이나 벌어 보자는 건가? 후보자한테 문제 있으면 말 하면 되지 왜 말을 못하는 거야!

 

이런 와중에 교육부 수장인 황우여 장관은, 지난 국감 중 왜 총장을 임명하지 않느냐는 의원들의 질타에 거부 사유를 총장 후보자들에게 개별로 연락해서 알려주겠다고 말하고는 텼다. 예상했겠지만, 후보자들은 아직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대체 이형은 뭘 믿고 이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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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총장임용 거부를 거부한다>

 



3. 일말의 실마리

 

혹자들은 이를 두고 교육부에서 총장 후보자들의 사상을 검증한다거나 국립대를 길들이려 한다는 불온한 소리를 한다. 실제로 제청을 거부당한 모 대학의 총장 후보자는 진보적인 인사이고, 어느 총장 후보자는 시국 선언을 했느냐는 전화를 받았다고 하니 그런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 어디 그런 불경한 소리를교육부가 이렇게 버티는 데에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거다. 비록 저 불온한 소리들이 충분히 개연성이 있고 타당해 보이긴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분명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거다. 우리가 찾지 못한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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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국립대 총장 거부. 유독 이번 정권이 많은 건 단지 우연일 뿐.

출처: '도종환 의원실'

 

모든 위대한 발견이 그러하듯 우연히,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건의 실마리가 보였다. 지난해 국정감사 현장한선교 새눌당 의원은 문화재청 산하의 한국정통문화대학교 총장이 4개월째 공석이라는 점을 문제 삼아 문화재청장에게 질문한다.

 

한선교 : 청장님, 왜 총장 선임을 안 하십니까?

청장: 올렸습니다.

한선교: , 올린 게 지금, 공석으로 있는지가 얼마나 된 거에요.

청장: 4개월 쯤...

한선교: 아니 왜 안 되는 거에요?

청장: 아직 위에서 결재가 아직 안나서...

한선교: 위가 어디예요? 위는 어디에요? (버럭) 어디냐니까요?

청장: (머뭇머뭇)

한선교: (버럭) 위에서 결정을 안 한다면서요?

청장: 청와대입니다.

한선교: (당황) 아 참. 속시원하게 얘기하시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되고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큰일나지요. 진짜.


글타. 진짜 큰일 같다이후 문화재청장은 청와대에서 후보자를 검증하는 중이라며 급히 수습해 보려는 안쓰러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뭐, 이쯤 되면 알 사람들은 다 아는 거 아니겠나? 문화재청 소속 대학교는 청와대에서 승인을 안 해주고 있단다. 그럼 교육부는? 딱히 다를 리 있나. 청와대지.




4.청와대의 숨은 목적!

 

, 그니까 국립대 총장이 수개월 간 공석으로 있는 것은 교육부에서 제청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청와대가 거부하는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하지만 이를 두고 또 청와대에서 입맛에 맞는 총장후보자를 뽑으려고 한다.는 불온한 생각을 할 미생들이 있을 것 같아 미리 알려두겠다. 레이디 가카께서는 그런 분이 아니시다. 이렇게 훤히 보이는 비열한 짓을 할 리가 없지 않은가.


가카의 심중을 읽는 것. 이거 쉽지 않다. 녹녹치 않아. 깊고 깊어 당췌 알 수 없는 가카의 속뜻을 알기 위해서는 드러나는 현상이 아니라 숨은 목적을 읽어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지난 연말부터 꾸준히 연마해 온 관심법으로 가카의 뜻을 헤아려 보았다. 진실의 이면에 있는 바로 그 숨은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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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꼬락 끝에 있는 기까지 끌어 모아, 혼신의 관심법을 시도한 결과, 가카의 마음을 겨우 읽을 수 있었다. 그 깊은 의중을 헤아려보니 역시 가카구나 싶은 마음에 존경심을 감출 수 없었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일말의 의심을 품었던 스스로가 부끄럽다. 우리에게 이런 지도자가 온 것은 가히 민족적 축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카의 큰 뜻은 이렇다.


가카께서는 강한 총장을 만들고 싶어 하신 게다. 사자가 새끼를 절벽에서 밀어(낭설이긴 하지만) 강한 새끼(욕 아님. baby)로 키우듯, 이 모든 것은 총장 후보자들을 절벽으로 밀어 강하게 키우려는 달련의 과정의 과정인 것이다도자기를 1300도의 고온에서 굽고, 달궈진 철을 쇠망치로 사정없이 내려치는 것과 같다. 국립대 총장이 되기 위해서는 법조계 출신 교육부 장관 정도는 행정소송으로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가히 천만번 흔들려야 총장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강도 높은 트레이닝이 필요한 이유는 현재 대학교육이 직면한 위기 때문이다. 최근 전체 학생 수가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하였고, 2018년에는 대학교 입학정원이 전체 수험생 수보다 많아지게 된다고 한다. 때문에 대학교는 적극적으로 구조개혁에 나서야 할 시기이며, 더욱이 국립대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함께 지역에 맞는 특성화 사업을 유치하라는 특명이 내려졌던 거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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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교육부 보도자료

 

이런 시기에 나이브한 생각을 가진 총장이 임용된다면 그 대학은 이미 도태된 것이나 다름없다. 강함, 오직 강함만이 필요할 뿐이다. 1~2년 행정소송으로 인한 공백은 사실 그리 대단치 않다. 오히려 그 퀘스트를 완수한 이후 완성될 총장을 생각해 보라. 1~2년 따위야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건. .


이뿐만이 아니다. 이 퀘스트는 트레이닝과 동시에 후보자의 그릇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최첨단 인사검증 시스템 중 하나랄까? 그러니까 앞서 문화재청장이 버벅거리며 청와대에서 인사검증을 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사실인 것이다! 문화재청장, 이 정직한 사람! 레이디 가카께서는 국장, 과장까지 손수 수첩으로 관리하시는 특유의 꼼꼼함을 발휘하시어 국립대 총장 후보자를 검증하고 계신 것이다. 그렇다. 그런 연유로 황우여 장관이 그토록 무모한 어그로를 끌 수 있는 거다.


이러한 레이디 가카 식 검증의 효과는? 불 보듯 뻔하다. 1년 이상을 행정소송을 통해 총장 후보자들은 미치도록 총장이 하고 싶다!!는 생각에 절로 사로잡히게 된다. 그들은 역대 그 어떤 총장보다 총장직을 소중히 여기며 성실히 총장직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내가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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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사건을 심층적이고 다각적으로 생각하고, 두 번 생각하고, 세 번 생각하니, 이번에도 가카가 옳다. 반동분자들은 속히 머리를 조아리고 각성해야 할 것이다.


그나저나, 우리 학교는 가뜩이나 심난한데 걱정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큼지막한 사건들이 터지고 있는데 총장은 없고. 후보자가 하루빨리 이 험난한 퀘스트를 완수하고 학교도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다른 학교들도 힘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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