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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2. 13. 금요일

파토






편집부 주


이번 '쿡 찍어 푸욱'은 

그동안 본 연재에서 지속적으로 다뤄온 현 집권여당의 

'내각제 개헌을 통한 영구집권 플랜'을 꿰뚫어보는 시각에서 

'문건 파동'을 디비고 있다.


따라서 지난 연재분 1화, 22화와 같이 읽어주시면

환상의 궁합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이 새정연 대표로 선출되자마자 다음 날로 이승만과 박정희를 묘소를 참배했다. 국민 통합과 화해를 위한 결단이라고 한다. 여기에 대해 찬반양론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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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우원은 일단 찬성할 수 없다. 


사실 우원도 문재인 말마따나 이승만과 박정희가 건국이나 산업화에 아무런 공이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도, 어떤 공이 있다한들 민중봉기로 축출되거나 초법적으로 장기집권을 획책한 권력자를 긍정적으로 기리지는 않는다. 그 시대에 희생된 사람들의 목숨과 정신, 그리고 이후 민주화의 역사를 통틀어 모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히틀러도 당대의 독일인들에게는 1차 대전 패망 후의 독일을 극적으로 살려낸 구국의 영웅이었다. 


그리고 예전에도 쓴 적 있지만 이 문제는 이승만-박정희 대 김대중-노무현 이라는 기초한 무슨 라이벌 구도하에 참배나 인정을 나누고 화해하면 그만인 성질의 것이 아니다. 둘 사이에 평등한 교환가치가 성립되지 않는 이유는 권력을 악용해 범죄적 행위들을 저지른 이승만, 박정희와 달리 김대중과 노무현은 정적을 고문, 살해하거나 독재와 장기집권을 획책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전자는 역사와 국민, 민주주의에 객관적인 죄를 지은 자들이고 후자는 특정 성향의 사람들이 주관적으로 미워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그래서 김무성이 연초에 김대중 대통령 묘소에 참배한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민주진보 진영에서 고마워 할 일이 아니고, 한편 문희상이 거기 대고 '나는 아직 그럴(이승만 박정희 묘에 참배할) 용기가 없다'고 말한 건 역으로 열라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할 수 밖에 없다.


암튼, 저런 전차로 양 진영이 공평하게 화해하자는 주장은 근본적으로 말도 안되는 소리다. 만에 하나 그런 접근을 한다고 해도 그건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완전히 뿌리를 내린 다음의 일이지, 독재자의 '적통'을 이은 비민주 세력이 버젓이 정권을 잡고 있는 지금은 아니라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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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 있는데 무슨 화해고 나발이냐


하지만 우원은 오늘 이 이야기를 계속 할 생각은 없다. 사실, 비록 반대하긴 하지만 문재인이 왜 굳이 저런 일을 벌였는지 그 속사정이 마냥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작금의 세상 꼬라지를 보건대 저렇게 해서 정권을 되찾아 오는데 정말 도움이 된다면 눈 딱 감고 저지를 수도 있는 일이고, 그 경우 우원도 나서서 찬성은 안하더라도 아무 소리 안하고 가만 있었을지 모른다.


그럼 생각해보자. 야권이 이승만과 박정희 묘 참배를 시작으로 이래저래 그들이 지배하던 시대에 화해의 제스처를 던지면 정말로 ㅂㄱㄴ와 새누리 지지층의 일부를 끌어 올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이 야권, 나아가 다음 대선에 긍정적 영향으로 돌아올까?


천만의 말씀. 


이승만 박정희에 참배했다고 이제 문재인을 좋아하는 맘이 생길 정도로까지 그런 걸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라면, 역으로 원래부터 이/박을 훨씬 더 존경하고 추종한다고 밝혀온 기존의 여권 인사들을 백만배 더 지지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평소 좋아하지도 않던 야권 인사가 그런 제스처 좀 취한다고 그 틈을 뚫고 지지하는 맘이 생긴다고?


다시말해, 비록 문재인이나 야권에 대해 약간의 유화된 감정은 생길지 모르지만 그게 표가 될 정도의 파워로 연결되진 않는다는 말씀이다. 한편 기존의 야권 지지층들 중에는 이번 일로 문재인에게서 등을 돌릴 사람이 적지 않다. 이래서야 얻을 건 없고 잃을 건 많은, 견적이 나오지 않는 장사다. 


이렇게 원칙적으로도 잘못됐음은 물론 전략적으로조차 도움이 안되는 삽질성 행보가 당대표 문재인이 던진 취임 직후의 승부수라면, 이전 참으로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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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우원이 더 우려스러운 건 따로 있다. 이 일을 통해 (아마) 야권의 차기 대통령 후보로서의 그가 얼마나 처절하도록 나이브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 백일하에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두 번의 대선 패배와 관권 부정선거를 겪고, 그 결과 민주주의의 붕괴를 매일같이 목도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말이다. 


왜냐. 그런 제스처로 보수층의 지지를 한톨이라도 끌어오겠다는 발상은 다음 대선도 지난 번과 비슷한 게임의 룰로 치뤄질 거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가능하다. 과연 그럴까? 


일전에도 강조했듯이 특유의 무대뽀적인 권력욕에 더해 이명박과 ㅂㄱㄴ 정권의 수많은 실정과 부패 때문에라도 저들은 절대로 권력을 넘겨줄 수 없는 처지다. 노무현 서거의 원한이 바닥에 깔려 있고 세월호 사건의 분노마저 걸려 있는 상황에서 자칫 권력을 뺏기는 경우 뿌리부터 무너지리라는 공포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저들은 이제 더 이상 전임 가카 같은'경제의 아이콘이나 ㅂㄱㄴ 같은 왕가의 적손 비스무리한 확실한 위닝 카드를 갖고 있지 못하다. 김무성이 그간 나름 권부 내에서 권력 기반을 구축했고 존재감도 꽤 커졌지만, 선거의 당락을 가를 대중적 인지도나 지지도는 검증된 바 없다. 반면 야권에는 지난 대선에서 불과 3% 차이로 패한 문재인이 여전히 건재하다. 따라서 반드시 권력을 재창출 해야만 하는 저들 입장에서 지난 번과 동일한 게임을 한 번 더 치르는 건 너무 위험한 도박이다. 


그래서 준비되는 게 바로 내각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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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의회. 전형적인 일당 독재의 내각제 구조


우원은 원칙적으로는 내각제 찬성론자다. 대의제 중에서는 가장 성숙하고도 민주적인 정치 제도고, 실제로 구미 선진국에서는 모범적인 제도로 절찬리에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에서 보듯 변질되고 오용된 내각제는 특정 정치 세력의 영구적 집권을 위한 완벽한 도구로 쓰일 수 있다.


재작년 말 우원이 여당은 물론 야당도 동참하는 내각제 개헌의 가능성을 처음 제기했을 때, 이 발상을 음모론 정도로 바라보는 시각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 여야가 입을 모아 조속한 내각제 개헌을 지상과제로 들이미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그들은 서로간에 교감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도 않았다. 내각제의 명분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종식이었다. 


여야의 이런 발언들로 인해 새누리당과 청와대 사이에 갈등 기류가 조성되기도 했는데, 대통령 입장에서는 본인이 임기 중에 있는데 제왕적 권력의 종식 운운하며 내각제를 논하는 게 거슬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속이 쓰려진 ㅂㄱㄴ의 일갈에 내각제 논의는 수면 밑으로 당분간 가라앉았었다.


허나 몇 달 후에 정계를 뒤집어 놓은 일대 사건이 일어난다. 바로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유출. 얼핏 보기에는 아무 연결점도 없어 보이지만 실은 내각제 개헌 시도와 내밀하고도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 바로 이 사건이다. 다만 원체 면밀한 공작의 결과이기 때문에 열라 섬세하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본질을 놓치고 전혀 반대 방향으로 상황을 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게 바로 저들이 원하는 바다.


가장 먼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이 일과 관련해 야권의 역할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점이다. 문건의 작성에서 유출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과정이 청와대와 정부 내부에서 일어난 일이다. 야당은 일이 다 벌어진 담에 걍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다.


그런가보다, 하다가도 좀만 생각해 보면 아주 이상한 상황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일은 대개 야당이 터트리는 게 맞지 않냐? 내부고발자가 야당과 접촉하고, 야당은 문건의 진위 여부와 상황을 대략 파악하고, 그런 다음에 국회나 야권 성향의 언론을 통해 빵 하고 터트리는 게 상식적인 그림 아냐나는 거다. 


근데 이 일은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경로들을 통해 결국 보수 신문인 세계일보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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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나 경향신문이 아니라 세계일보 말이다.

통일교가 하는


자, 다른 곳도 아닌 청와대 내부에서 대통령에 대한 주위의 영향력을 문제 삼는 문건이 만들어지고 그게 바깥에 알려진 일이 이 나라 역사 속에서 단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아니, 이게 과연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대통령 주변에 비선 실세가 존재한다는 말은 실은 청와대의 주인인 대통령의 판단력과 지도력, 나아가 권력의 소재에 대한 부정이나 다를 바 없는데?


그래서, 이 문건이 만들어지고 터트려져서 문제가 되고 조사하고 어쩌고 하는 과정에서 제일 엿 먹은 건 어느 누구도 아닌 ㅂㄱㄴ 본인이다. 문건의 진위 여부와는 상관없이 국민들이 보기에 그간 ㅂㄱㄴ의 남친으로 추정돼 온 인물이 그녀 주변에서 실질적 권력까지 행사해 온 듯한 그림이, 다른 곳도 아닌 청와대 내부를 진원지로 퍼져 나간 거기 때문이다. 


공과 사의 스캔들이 함께 뒤섞인 이 상황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온 순혈 공주 ㅂㄱㄴ에게 상상 가능한 가장 나쁜 이미지를 오버랩 시킨다. 그럼으로써 지지율은 떨어지고 레임덕은 앞당겨지고, 나아가 개인적 친분을 가진 주변인에 의해 좌지우지될지 모를 '제왕적' 대통령에의 권력 집중 문제가 극명하게 강조되기에 이른다. 


이 일은 절대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면밀하게 계획된 공작이다. 원래의 문건이 만들어진 경위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그걸 발견하고 바깥으로 퍼날라서 세계일보로 하여금 기사화하게 만든 일련의 상황들에는 분명한 의지와 의도가 깔려 있다. 


그럼 이 모든 것을 기획하고 지휘하고 실행한 사람은 누굴까. 다시 말해, 이 사건의 까발림 언저리에서 가장 큰 이익을 얻는 건 누구냐? 


만약 내각제 개헌이라는 변수가 없다면 제1 야당인 새정연, 나아가 대선 후보가 될 문재인이 당근 그 수혜자가 된다. 현직 대통령의 실정과 무능이 야당의 다음 대선 주자에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건 지극히 상식적이다.


하지만 내각제 개헌을 전제한다면 어떨까? 이 때의 대립 구도는 여 대 야가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제' 대 '합의적 분권제(내각제)'가 된다. 다시 말해 현직 대통령 ㅂㄱㄴ와 야당의 차기 후보인 문재인이 하나로 묶이고, 여당과 야당의 의원들이 다른 하나로 묶여 서로 대립하게 되는 거다. 이 때의 수혜자는 문재인이 아니라 여야를 망라한 내각제 개헌 세력이 된다.


이렇게 보면 정윤회 건은 ㅂㄱㄴ로 하여금 대통령제의 폐해를 드러내면서 한편으로는 더 이상 내각제 개헌에 제동을 걸 수 없도록 위신과 힘을 꺾어 놓기 위한 카드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나아가 만약 문건의 내용이 일부라도 사실이라면 임기 후에 대한 압박 카드로 사용될 수도 있다. 


그리고 감히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의지와 힘을 함께 가진 세력은 다름아닌 새누리당 내의 개헌 지지세력 뿐이다. 물론 야당의 지지와 동조를 등에 업은 상태에서 말이다.


이런 정황은 이어지는 여야의 행보에 의해 뒷받침된다. 문건 유출건이 좀 잠잠해진 시점인 지난 2월 2일 당선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자리에 오르자마자 그간 금기시되던 개헌 논의의 필요성을 다시 제기했고, 불과 이틀 후 우윤근 새정연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이라는 공식적인 기회를 통해 내년 4월에 총선과 내각제 개헌국민투표를 함께 실지하자는 아주 구체적인 제안으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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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윤근 새정연 원내대표는 마침 당선된 '비박계'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완벽한 내각제 개헌의 궁합을 이룬다.


우윤근이 들고 나온 것은 국민직선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개념이다. 그의 말인즉 국민적 선호가 여전한 직선제의 뼈대를 유지하고, 직선 대통령이 군통수권과 의회해산권등 비상대권을 갖되' 의회에서 선출된 총리가 실질적으로 내각을 구성하고 책임지는 형태다. 이름은 대통령제라고 달고 있지만 실은 그냥 내각제인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제라는 명칭을 쓴다는 점 자체가 이 제도의 뒤에 숨은 불순한 동기를 증명한다고 우원은 본다.


만약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직선제로 뽑혔다고 하지만 대통령에게는 내치에 대한 아무 권력도 없다. 군통수권이나 의회해산권은 말 그대로 극단적인 권한이고 평상시에 행사하는 권력이 아니다. 실제로 나라를 다스리는 모든 권력은 의회의 다수당, 그리고 그 당의 당수에게로 간다. 이때 그에게는 총리보다는 수상이라는 표현이 훨씬 잘 어울릴 거다.


이 상황에서 대통령 직선제의 존속은 실은 쇼일 뿐이고 대등한 분권도 전혀 아니지만, 국민들은 그간 그랬듯이 대통령을 직접 선거로 뽑고, 또 총선으로 국회의원을 뽑기 때문에 실질적인 변화를 바로 느끼기 어렵다. 권력 주체가 완전히 바뀌는 걸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스리슬쩍 처리할 수 있는 교묘한 그림인 거다.


그런 가운데 우원의 우려처럼 새누리당과 새정연의 보수파들이 모여 거대 여당을 구성하거나 연립 정부를 세우면 그때부터는 보수 영구집권의 길이 열린다. 그외 나머지 세력이래봤자 그 과정에서 소외된 일부 친노와 진보인사들 뿐이라 지금의 여야는 사라지고 보수와 진보의 라이벌 구도도 붕괴되어 거대한 보수와 극소수의 진보가 남게 된다. 오래 전 민자당의 3당 합당보다도 더욱 강력하고 공고한 보수 여당의 확장이 이루어지고 마는 거다.


물론, 이런 '국민직선 분권형 대통령제' 하에서도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는 여전히 문재인일 거다. 다만 이 구도하에서는 여권의 어떤 유력 인사도 대선 후보로 나서려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럴 필요도 없을 뿐더러, 문재인이 드디어 대권을 꿰차도록 놔두는 게 혼동에 기초한 환상을 유지하는데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라면 이승만이나 박정희에게 참배한 게 득표율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때의 대통령은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 아무 힘도 없이, 잘 차려입고 외국이나 돌아다니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아래의 누구처럼 말이다. 


이래서야 대통령이 된들 무슨 소용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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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역설적이면서도 살짝 섬칫한 이야기를 좀 해 보자. 


사실, 바보가 아니라면 위에서 이야기한 '누구'가 누구를 뜻하는지는 위 사진을 안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냐? 우원은 방금 내각제 대통령으로서의 문재인을 상상하면서 대통령제 대통령인 ㅂㄱㄴ에 직접 비교했다. 그런데 이게 안 어색하다는 점 말이다. 이래선 안 되는 거 아닐까…?


여기에는 큰 비밀이 하나 숨어 있을지 모른다. 과연, 여야가 한 목소리로 비난하듯 ㅂㄱㄴ는 현재 제왕적 대통령인 걸까?


소통 부재의 이미지 때문에 독재자같은 느낌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ㅂㄱㄴ는 지난 2년의 임기동안 한 게 아무것도 없다. 이명박처럼 미국산 쇠고기던 4대강이던 뭔가 밀어 붙인 일조차 없다. 눈에 띄게 한 거라곤 총리나 청와대 비서진 삽질 인사와 해외 순방 뿐이다. 대체 제왕적 권력은 어디 있나?


사실 ㅂㄱㄴ의 문제는 과도한 권력이 아니라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는 무능이다. 그리고 그 무능은 다른 데서 오는 게 아니라, 그녀가 원래부터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 할 만큼의 인물이 못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무능과 권력이 혼동되고 있고, 이 혼동은 심지어 교묘하게 조장되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래서 일부 진보 인사들조차도 ㅂㄱㄴ의 제왕적 권력을 비판하면서 내각제를 찬성하고 나선다.


굳이 제왕적까지 아니더라도, 대통령제 국가의 대통령은 본인이 확고한 권력의지를 갖고 판단과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다. 그럼에도 전남친임이 의심되는 비선실세의 존재가 청와대 내에서 지적된다는 말은 본인이 권력의지, 판단과 결정 능력은 물론 실제 권력 자체가 없다는 증거나 다름없다. 대통령으로서 고유권한을 발휘하려 한 몇몇 일들은 여러 번의 총리 인선 실패에서 보듯 제대로 실현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 관점에서 함 보시라. 제도와의 불일치 때문에 다소의 혼선은 있지만, 지금 ㅂㄱㄴ의 실제 모습이야말로 바로 내각제 하에서의 대통령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냐는 거다. 법적으로는 권력이 있지만 실제 권력이나 그걸 행사할 능력이 없다. 역으로 대통령이 하는 일이 없고 당정청, 즉 여권 내에서조차 소통이 부재한데도 나라가 돌아간다는 말은, 실은 통치를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원은, ㅂㄱㄴ는 내각제와 보수 영구집권을 위한 과도기의 얼굴마담에 지나지 않고 처음부터 그렇게 기획된 인물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보수의 아이콘의 딸로서 높은 인지도와 인기를 갖추고 한편으로는 부족한 능력과 미미한 권력의지 등 그 역할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 바로 그녀고, 실제로 그렇게 이용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거다.


이렇게 보면 내각제는 이미 시작된 거나 다름없다는 뜻이 된다. 요식 행위로서 국민투표와 개헌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런 책동을 결국 저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국민투표이기도 하다.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 운운하는 프로파간다에 속아 내각제를 허용하는 순간, 민주주의와 자유의 회복을 바라는 우리에게 다시 기회는 없다. 


그래도 야당 인사들이 포진하는만큼 거대 여당이나 연립 정부도 민주적일 수 있지 않냐고?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며 3당 합당을 한 김영삼과 그 수하들이 어떻게 변해갔는지 상기해 보면 답은 자명하다. 게다가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지금, 아마도 이 모든 계획을 끌고 가고 있는 장본인일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이라는 점도.


저쪽은 이를테면 권력 추구의 프로다. 마스터 플랜에서부터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고수의 게임을 하고 있다. 반면 이쪽은 철저하게 아마추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승만이나 박정희 묘 참배를 전략이라고 구사하는 순진함으로는 정권 획득은 커녕 내각제 저지의 희망조차도 어둡다. 사실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에서는 승패가 발생하지도 않는다. 승부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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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얼른 정신 차리고 프로가 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다.






<파토의 쿡찍어 푸욱>은 


시급한 현안에서부터 해묵은 숙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치, 사회 관련 문제를 다루는 코너임다.


과학 잡설 <호모 사이언티피쿠스>와 교대하면서 격주로 연재되니


 많은 사랑 주시던가.




지난 기사


1. 공포의 마스터플랜

2. 그들은 왜 변절했을까

3. 지금 우리에게 놓인 투쟁의 현실

4. 시대와 진보에 대한 단상

5. 사회의 품격(1)

6. 박정희, 이승만, 일제 그리고 개드립

7. 사회의 품격(2)

8. 하는 김에 하는 교통 이야기

9. 우리는 그들에게 대한민국인가

10. 비극으로 모자라서 이렇듯 철저하게 패배할 겁니까

11. 내가 수퍼맨이라면

12. 위선이라도 떨어라

13. 혁명의 상상

14. 줏대이야기

15.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바뜨

16. 양식냉장고

17. 길, 그리고 사람

18. 권력이라는 손바닥

19. 신삼국 시대의 빵빠레

20. 소유냐 존재냐

21. 철이의 마운드

22. 반기문의 환상

23. 노아의 방주

24. 새해를 버티는데 필요한 것들

25. 흡연권에 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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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