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2015. 02. 16. 월요일

펜더









 G


G형은 내가 만나 본 몇 안 되는 '자유인'이다. 46살의 나이에 설치와 조형을 하는 미술작가인 G형. 그는 이제까지 딱 1번 결혼에 대한 유혹을 받았고, 딱 1번 진짜 사랑을 했었다. 그 딱 1번의 사랑을 할 때엔 결혼까지를 진지하게 고민 했었다. 그러나 그는 돈 안 되는 '미술'을 하는 형이다. 


"걔(사랑을 나눴던 여자)가 결혼을 하고 나서 유학을 가게 됐어. 그때 그 눈 오는 날 밤에 내게 달려왔지. 분위기상... 그날 같이 섹스를 해야 했거든. 근데... 그렇더라고, 그날 했다간 우리 관계는 완전히 끝난다는... 과거의 아름다웠던 추억도,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희망도... 결국 여지를 주지 않고 잘 마무리해서 돌려보냈지."


G형의 순애보였다. 미술 하면서 만나게 된 여자 작가였는데, 그녀를 도저히 책임질 수 없다는 걸 확인했고, (대한민국의 결혼은 대개 물질적 토대 위에서 완성된다!) 결국 그녀를 포기했다. 


couple-money.jpg


"결혼은 경제적 결합이야. 걔랑 나랑 결합해 봐. 마이너스에 마이너스를 더 하면 뭐가 남겠니? 지옥밖에 더 남겠어?"


G형이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다. 


사견이지만, 연애결혼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발명품'이며 폐기돼야 마땅할 구습이라고 생각한다, 역사가 기록 된 이래로 '자유연애'란 게 보편화 된 역사가 얼마나 될까? 불과 150여년 내외다. 이게 한국에 본격적으로 들어 온 역사는 채 50년이 안됐고, 그 결과 인류는 쓸데없는 '낭비'를 하고 있다. 결혼은 언제나 거래였으며, 경제적 결합이었다. 인간의 감정으로 결정하기에는 너무나 큰 결정이다. 연인들이 말하는 그 '데이트'란 단어의 어원만 살펴봐도 우리들이 말하는 그 '연애'의 실체를 더듬어 볼 수 있다. 


데이트 (date) : [명사] 이성(異性)끼리 교제를 위하여 만나는 일. 또는 그렇게 하기로 한 약속. 


요즘 사용하는 데이트란 단어의 의미다. 그러나 데이트의 어원은 원래 거리의 여자를 돈을 주고 산다는 의미였다. 19세 말, 20세기 초 도시로 사람들이 모이고, 젊은 청춘남녀들의 만남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만남을 데이트라고 불렀던 것이다. 이는 데이트 비용과 연관이 있었는데, 당시 데이트비용은 전액 남자가 지불했다는 것이다. 당시 여성들의 임금이 남자의 1/2 정도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돈을 주면, 필연적으로 원하는 게 있을 거 아닌가? 데이트라는 단어 하나에도 많은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남자들이 데이트 비용을 내고, 여자의 비위를 맞추는 이유가 뭘까? 바로 그렇게해서 여성의 '몸'을 얻는 것을 보상인 양 여기기 때문이다. 


G형은 가끔 '살냄새'가 그립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살냄새는 여자의 몸일 수도 있고, 성욕일수도 있으며, 소위 말하는 그 '안정'일 수도 있다. 형이 말하는 그 '안정'에 대해 같이 모인 선후배들은 절대 반대라며, 형의 결혼 생각을 일찌감치 날려버린다. 


"안정? 안정이 아니라 족쇄겠지!" 


우리는 형의 결혼 망상(!!)을 여지없이 박살내곤 한다. 그의 행복을 위해 우리는 그의 결혼을 막았다. 그때마다 형은 이런 말을 한다. 


"이 놈의 '좆'을 잘라버리던가 해야지."


sausage-cut.jpg


맞는 말이다. 이 못 된 성욕이 남성을 망치는(?) 주범이다. G형의 말을 듣기 전에 잠깐 '과학적'으로 접근해 보자. 




남자는 여자보다 성충동이 훨씬 강하다. 성충동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여자보다 10~20배 이상 높다. (여자보다 20배 이상의 성욕을 가진 동물이라고 생각해라.) 또한, 성충동 호르몬을 관장하는 두뇌 부위인 시상하부도 훨씬 넓다. 여자보다 섹스를 더 밝히게 '설계' 된 것이 남자다. 반면, 여자들은 섹스보다는 포옹이나 터치를 더 좋아한다. 이 역시도 그렇게 설계됐기 때문인데, '포옹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옥시토신은 성적 오르가슴을 느낄 때 남녀 모두에게 다량 분비되는데, 여기에 마법 같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 남자는 발기하는 순간 옥시토신이 사라지는 반면 여자는 그렇지 않다. (여자는 남자보다 30% 이상의 옥시토신 호르몬을 가지고 있다.) 이 옥시토신은 따뜻하게 안아주는 걸 원하게 만든다. (포근함을 원하는데, 이 옥시토신 호르몬이 많으면 많을수록 여자들은 남자를 보살피려고 한다. 수유기에 옥시토신 호르몬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촉각수용기도 한몫을 거드는데, 여자는 온몸에 촉각 수용기가 1만개나 있지만, 남자는 3천개 밖에 없다. 촉각수용기가 많기 때문에 여자들은 터치와 촉감에 민감하고, 자신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남자는 섹스, 여자는 섹스 후의 포옹에 집착한다.


라는 말이 세상에 떠도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② 


남자들의 머릿속에는 섹스로 가득 차 있어. 아닐 거 같지? 40세 남자의 경우는 4분에 한 번씩, 18세 청년은 11초에 1번씩 섹스에 관한 생각을 한다고 해. 믿기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이런 통계자료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아. 좀 보수적인 통계를 보더라도 남자의 54%는 매일 섹스를 하고 있고, 43%는 1주 혹은 1달에 서너 번 섹스를 생각해, 4%의 남자만이 한 달에 1번 정도 섹스에 대한 생각을 해.


- 인디에나 대학 킨제이 연구소의 연구보고서 중 발췌




미혼남성이 여성에게 던지는 말의 95%는 섹스란 목적을 위해 구사되어진다.


- 모 심리학자가 남성의 언어활동을 추적 조사한 결과




진화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버스는 22개 문화권에서 남녀가 서로를 매혹시키는 전략 130개를 발견했다. 이 전략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반하는 세 가지 우선조건이 있다.


첫째, 정절

둘째, 다른 남자와 섹스하지 않기

셋째, 헌신적인 태도 보여주기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이 3가지 덕목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남자들이 전체 남성의 93%에 달했다.




'5회 현상'이란 게 있다. 인간뿐만 아니라, 소, 돼지, 양 등에서도 발견되는 현상인데, (아무리 연구라지만, 인간을 순식간에 소와 돼지의 등급으로 하락시켰다!!)


소와 돼지는 한 암컷과 5회의 교미를 하면, 암컷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된다. 

그리고 다른 암컷을 찾게 된다. 


바로 '5회 현상'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5회 현상은 인간남자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다. 왜 그런 걸까? 간단하다. 이것도 진화의 산물이다. 수컷들은 기본적으로 많은 '씨'를 뿌리는 방식으로 진화가 됐다. 그러다 보니 되도록 많은 암컷에게 씨를 뿌리는 전략을 선택하게 됐다. 그리고 경험치를 통해서,


5번 정도 교미를 하면, 암컷을 임신시킬 수 있다.


라는 확신을 가지는 것이다. 즉, '5번이면 충분해! 이제 다음 암컷을 찾으러 가 볼까?'라는 생각이란 것이다. 남녀 간, 첫 번째 섹스는 대개 설레는 마음으로 하게 되지만, 그리고 그 뒤로 얼마간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계속 하향곡선이다. (출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결혼한 직후부터 신혼 초 2년 간 한 섹스의 총 횟수가 신혼 2년 후 죽을 때까지 한 섹스의 숫자보다 더 많다는 통계를 본 적도 있다. 이걸 달리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에서 우리가 확인 할 수 있는 건,


'남자의 몸은 애초에 '밝히도록' 만들어졌다.'


란 것이다. 


d0130500_508e9808147fd.jpg


남자는 섹스를 원한다. 성적 충동이 여자보다 10~20배 이상 많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야동을 보는 남성을 짐승 보듯이 바라본다. 그러나 어떻게 하란 말인가? 간단히 말해서 님포마니아, 즉 여자 '색정증' 환자의 성욕은 일반적인 남성이 느끼는 성욕 수준이라는 설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섹스를 함에 있어서도 남녀 간에 원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남자는 섹스 그 자체에 여자는 섹스보다는 섹스 간에 혹은 섹스 후의 '안아주는 것'에 더 집착한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남녀 간에 종이 다르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는 패스하자. 남자가 얼마나 자주 밝히는지는 남자 스스로 잘 알지 않는가?


은 남자가 여자를 얼마나 갈구하는지 확인시켜 주는 연구결과다. 한 마디로 남자 입에서 나오는 말의 대부분은(대화의 상대가 여성이라는 전제하에서) 섹스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나온다는 의미다(부지불식간에 말이다. 남자의 망상은 야동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다). 


는 남자가 얼마나 '처녀'에 집착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만 특출난 게 아니다! 동서고금을 떠나 모든 문화권에서 남자들은 처녀를 원한다!) 왜 그런 걸까? 간단하다. 남자의 '과도한' 부성투자 때문이다. 다른 영장류나 포유류 들은 기껏해야 3초 내외의 부성투자가 고작이지만, 인간의 경우는 기본이 18년이다. 자기 유전자를 남겨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이다. 18년을 투자했는데, 아이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옆집 남자라면?


는 남자들이 왜 다른 여자에 눈을 돌리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잡은 물고기를 다 맛보고 난 다음에는 옆에 있는 물고기에 눈이 돌아가는 것이다. 


이 모든 설명을 읽으며 조목조목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남자들, 아마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씨바, 이 따위로 만들어진 게 남자라니!'


1 (1).jpg


G형은 성욕의 유혹을 넘어섰다. 20~30대 당시에 몇 번의 연애와 결혼위기(?)가 있었지만, G형은 이 모든 유혹을 이겨냈다. 그의 경제능력이 부족한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가 그의 성욕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내 경제적인 능력도 능력이지만, 더 큰 문제는 그 '빌어먹을' 성욕이란 게 결혼과 결부되는 순간 헬 게이트가 열린다는 걸 주변에서 너무 많이 봐왔어."


여자의 '몸'이란 게 가지는 파괴력을 G형은 너무 일찍 깨달아버린 것이다. 그가 미대를 다니던 시절 어찌어찌 자신의 2년 후배와 동거를 하게 됐다. (군 복무 후 1년 간 휴학 상태에서 공모전을 준비했고, 입상 후에 복학하던 시기였다.)


엔디 워홀을 닮은 체형에 한눈에 봐도 '예술가'다운 헤어스타일의 G형. (연출한 게 아니라 어찌어찌하다보니 그런 스타일이 됐다. 전혀 손 본 게 아닌데도 자연스럽게 그런 스타일이 나온다.) G형이 복학 후에 인정받은 건 그가 휴학기간 중에 내놓은 작품이 어찌어찌 세간의 관심을 끈 다음 부터였다. 


"먼저 달려든 건 그 애였는데, 나도 나쁠 리가 없잖아? 섹스를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캐주얼한 만남인 줄 알았는데..."


여자는 기본적으로 '안정 희구형'이다. 안정적인 관계, 영속적인 관계를 원한다. 결혼이란 어찌 보면 사랑을 박제한 것인지도 모른다. (연애결혼을 전제로.) 생각해 보라. 20대 초중반의 대학 커플이 결혼까지 이어질 확률이 얼마나 될까? 처음에 형도 별 생각 없이 몸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그리고 미술이라는 '돈 안 되는' 분야에 투신한 자신의 처지를 위로해주고, 서로 기댈 수 있는 이성동지와 만났다고 생각했으나, 같이 있었던 여자는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형의 학번을 생각해 보면, 당시의 사회정서상 그런 여자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탓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따져보니 형은... 80년대 학번이었다!!)


"이상한 기운이 느껴질 때마다 확실하게 못을 박았지. 난 '결혼'은 아니다. 결혼을 유지할 능력도 하겠다는 의지도 없다고, 물론 그때마다 여자애가 자기도 그런 생각 없다며 정색을 하지만... 왜 보이는 게 있잖아."


수긍한다. 어느 정도 관계가 진척되고 나면 남녀 모두 미래를 꿈꾸지 않는가? 


HappyOlderCouple.jpg


몇 번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여자가 헛된 망상(?)을 가지게 된 걸 확인한 G형은 동거생활을 청산했다. 왜 그랬을까? 


"섹스와 결혼을 등치시킨다는 게 얼마나 바보 같은 지를 일찍 깨달은 거지."


일부일처제는 남자들 간의 신사협정이다. 모든 남자가 골고루 1명씩의 여자를 할당해 소외받는 남성이 없도록 신사협정을 맺은 것이 일부일처제다.


"여자들의 '자매애'만 보장된다면, 일부다처제는 여성들에게 보다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인류학자들이 일부다처제를 말할 때 늘 언급하는 금언이 하나 있다.


"어릿광대의 첫 번째 부인이 될래, 케네디의 세 번째 부인이 될래?"


여자의 사회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는 어떤 게 옳은 선택일까? 다수가 이득을 얻는 방향을 따져보면 일부다처제는 여성들에게 이로운 제도이다. 여성들이 원하는 1%의 남자들은 한정돼 있다. 그 남자들을 차지하는 딱 1명의 여자라니... 경쟁률이 너무 높지 않은가? 2등, 3등에게도 기회가 균등하게 간다면 어떨까? 빌 게이츠의 부를 딱 1명의 아내만이 소유한다면, 얼마나 낭비일까? 그런 의미에서 일부일처는 다수의 남성들이 이로워지는 제도인 것이다. 


여자가 부족하던 시대, 남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대표적인 사례가 16~17세기 에도막부 시절의 일본이다. 당시 에도의 남녀 인구 비례는 6:4 정도였다. 남자6명에 여자 4명. 남자에 비해 여자가 부족한 상황. 이 부족분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바로 요시와라(吉原, 막부가 공인한 매춘 업소들이 모여있는 곳)였다. 


KMO_121006_02850_1_t219.jpg


각설하자. 


당시 G형은 너무 이른 나이에 성에 눈을 뜬 것이다. 형의 주장으로는 15세 때 이미 섹스를 경험했고, 고1때부터는 나이트를 다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른 나이의 섹스는 형에게 성에 대한 환상을 일찌감치 날려줬고, 섹스와 결혼을 등치시키는 바보 같은 등식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게 됐다는 것이다. 


G형의 논리는 간단했다. 


"섹스를 결혼에서 제외시켜야 해. 나 역시 결혼을 고민했던 여자는 '섹스'가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이었어. 동거를 몇 번 해 보니까, 그 여자가 그 여자였어. 내가 아직 감정적으로 열려있지 않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섹스나 여자의 얼굴이나 몸매 같은 걸 결혼의 고려항목으로 생각한다면... 지옥이 열리는 거지. 그게 얼마 못 간다는 걸 동거생활 동안 확인했거든..."


오늘은 여기서 끊겠다. G형의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할 생각이다.





지난 기사

(본 연재물은 총 7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 여자가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발명품

2. 돈을 벌어도 보람이 없다

3. 가족을 빼니 갈 곳이 없다





펜더


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